타문화 선교동원의 열쇠, 디아스포라
복음은 세계 모든 민족을 위한 것입니다. 유대문화의 환경에 주어졌던 복음은 바울과 사도행전 시대 성도들에 의해 헬라문화로 전해졌습니다. 그 후 라틴문화, 게르만문화, 영국문화로 전해지며 영향력을 보여 왔습니다. 기독교 복음은 성경을 기초로 하는 한 어떤 문화의 옷을 입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타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가진 자들은 타문화권선교를 위해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초대교회 선교의 주역들은 다른 문화권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이었습니다.

오순절 성령강림의 현장에 대한 사도행전의 기록을 보면, 그날 믿고 세례를 받은 3천 명 가운데 각처에서 온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이 있었습니다(행 2:5-13). 성령강림 후, 예루살렘교회가 예루살렘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였지만 타문화권 지역으로 확장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헬라파 과부들이 매일 구제에 빠지는 사건을 계기로 유대인이지만 이방 지역에서 살고 있어서 이방문화에 익숙한 디아스포라 출신인 헬라파 사람들이 교회 내의 중요한 위치에 세워지면서 복음이 타문화권 지역으로 전해지는 일이 급속히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 일곱 집사들과 바나바입니다(행 4:36). 일곱 집사들의 이름이 헬라어로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디아스포라인 헬라파 유대인 신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행 6:5).

스데반의 순교로 흩어진 성도들은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였는데(행 8:4), 유대인들에게만 복음을 전하였습니다(행 11:19). 그러나 유대인 디아스포라로서 이방문화에 익숙했던 빌립은 사마리아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행 8:4-8). 사마리아에 복음이 증거 된 소식을 들은 예루살렘에 있던 사도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보내어 이를 확인하게 했으며, 베드로와 요한은 태도를 바꿔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마리아의 여러 촌에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행 8:14-25). 이런 과정을 통해 유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유사문화권인 사마리아 지역까지 전도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습니다(행 9:31).

‘금하는 사람 없이’ 전파되어 나가는 복음
예루살렘에 예배하러 왔다가 돌아가는 함족 계통의 에디오피아인 내시에게 복음전하는 일을 예루살렘에 있던 사도들에게 맡기지 않으시고, 사마리아에서 사역 중인 빌립에게 맡기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행 8:26-39) 사도들은 왜 그에게 복음을 전할 수 없었습니까? 문화적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사도들은 이방인과의 접촉을 꺼리고(행 10:28), 언어도 통하지 않던 것과는 달리, 빌립은 에디오피아인 내시와 문화적 간격이 없었습니다.

야벳족 계통의 로마인 고넬료에게 복음이 증거된 것은 성령의 강권적인 인도하심으로 베드로의 유대주의적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일을 통해서였습니다. 성령께서는 베드로를 통해 다비다를 다시 살리시고 베드로를 욥바에서 시몬의 집에 머물게 하셨습니다. 시몬은 율법으로 따지자면 죽은 짐승의 가죽을 다루는 일을 하는 부정한 무두장이였습니다. 베드로는 그곳에서 보자기에 담긴 온갖 부정한 것들의 환상을 보고, 그것을 깨끗하다고 선언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행 10:9-16). 그리고 고넬료가 보낸 사자를 따라감으로 이방인에대해 가지고 있던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베드로를 포함한 사도들조차도‘유대인으로서 이방인과 교제하며 가까이 하는 것이 위법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행 10:28), 그 경험을 통해 견해가 바뀌게 된 것입니다. 유대인인 사도 그룹이 이방인에게 복음전하기가 문화적으로 얼마나 어려웠나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베드로가 유대주의적 태도를 버리게 되는 과정입니다(행 10:28, 34-35, 44-48). 그 후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올라갔을 때, 이방인 전도에 대해 성령께서 인도하신 사실을 차례대로 성도들에게 설명함으로써 예루살렘교회 성도들이 공식적으로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행 11:4-18). 그때까지 예루살렘교회는 사도가 인도한 정통적인 교회였고, 성령이 충만한 성장하는 교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폐쇄성으로 인해 타문화권선교 사역에 쓰임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만 복음을 전하던 틀을 벗어나서, 타문화권전도를 통해 이방 지역에 처음 설립된 교회가 안디옥교회입니다(행 11:19-21). 처음부터 문화적 고정관념에 묶여있지 않았던 안디옥교회는 타문화권선교를 위하여 성령께서 자유롭게 쓰실 수 있는 교회였습니다. 안디옥교회의 지도자들은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을 포함하여 여러 종족으로 구성되었고 사회적 지위도 다양하였으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동역하고 있었습니다. 안디옥교회는 타문화를 수용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교회였습니다(행 13:1).

이방인들이 믿고 주께로 돌아오는 수가 많아짐에 따라 이방인 신자가 유대인들처럼 할례를 받아야하는가, 율법의 규례들을 다 지켜야하는가, 예루살렘을 중심한 신앙생활을 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유대 자문화중심주의의 견해를 가진 유대인 신자 몇몇이 이방인 신자들도 유대문화를 받아들여서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 문제로 바울과 바나바가 예루살렘에 올라갔고 사도들과 예루살렘교회의 지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였습니다. 예루살렘 공의회의 결정으로 이방인이 그리스도를 따르는데 문화적으로 유대인과 같이 되지 않아도 됨을 결정함으로써, 복음이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파되는데 가속도가 붙게 되었습니다. 복음의 본질적 내용과 유대문화의 그릇을 구분한 것입니다. 유대주의 성격에서 탈유대주의 경향으로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리하여 세상의 모든 종족의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모든 종족이 자신의 문화와 결별하지 않고 예수님을 따를 수 있도록 믿음의 문을 연 것입니다. 유대인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문화의 전통의 틀을 깨고 복음이 이방인들에게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개방한 것입니다. 이것은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되게 만든 중요한 결정입니다. 그러기에 선교사 바울은 피전도자에게 자기와 같이 되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피전도자와 같이 되려고 노력하였습니다(고전 9:19-22, 갈 4:12). 그 결과로 복음은‘금하는 사람이 없이’(행 28:31) 전파되어 갔습니다.

한국교회의 영성과 선교적 DNA를 소유한 한국인 디아스포라
타문화권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일의 중심에는 디아스포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정착하여 살던 지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했고, 기후와 지형 등의 자연환경에 적응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그곳 사람들과 이미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삶의 기반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안디옥교회가 파송했던 선교사 바울과 바나바가 디아스포라였고, 그들의 동역자가 되었던 디모데, 에바브로디도,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아볼로 등이 모두 디아스포라였습니다. 이들은 어느 곳에 가든지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의 모임 장소인 회당을 중심으로 사역을 전개하였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이미 익숙한 디아스포라들은 역량이 큰 선교자원입니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아픔이 있는 역사의 경로였지만 우리 한민족은 경제적 어려움, 일제강점기, 전쟁 등의 이유로 중국, 러시아, 일본, 남미 등에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해외여행의 자유화로 해외건설 역군들, 유학생, 기업의 지사 직원들, 이주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한국교회의 영성과 선교적 DNA를 소유한 한국인 디아스포라들이 세계 178개국에 750만 명이나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이 한인 디아스포라들은 세계복음화 과정에서 이제까지는 부분적으로만 사용된 잠재력이 무한한 가용자원들입니다. 어느 곳이나 한인이 있는 곳에는 한인교회가 있습니다. 한국의 발전으로 말미암은 한국인의 위상 변화와 한류문화의 영향은 한인 디아스포라의 잠재 역량을 커지게 만들었습니다. 한인디아스포라를 선교자원으로 동원하여 그들이 있는 지역의 미전도종족을 복음화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해외 한인교회와 그 지역에 파송된 선교사들이 함께 한인 디아스포라들을 선교자원으로 인식하고 동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병선 | 선교사, 코디아 국제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