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에 중국에서 개봉한《조조-황제의 반란(The Assassins, 銅雀台)》은 중국의 광고 감독 출신인 자오린산(趙林山)의 데뷔작으로 런민비 1억 3천만 위안을 투자한 초대형　역사물이다. 이 작품은《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처음으로 조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다양한 시각으로《삼국지》를 새롭게 조명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영화 《관우》에서도 폄하되었던 조조를 재해석하여 지금껏《삼국지》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조조의 모습을 스크린에 등장시켰다. 신인 감독 자오린산은 전쟁터에서 맹활약하던 조조의 가정과 노년의 삶에 초점을 맞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밀하게 터치하였다. 

영화《조조》는 동한(東漢) 말기를 시대 배경으로, 오(吳)나라 장수 주유(周瑜)가 병사하고 촉(蜀)나라 장수 관우와 책사 제갈량도 세상을 떠난 후에 위(魏)나라 조조가 노년에 인생무상을 깨닫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영웅의 뒷이야기를 전한다. 그 당시 삼국 통일의 기반이 마련되었고 시국도 잠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사방에서 호시탐탐 조조의 생명을 노리는 암살 기도는 끊이지 않았다. 조조는 노년에‘과거 자신이 이루었던 성취가 과연 무엇 때문인가?’라는 강한 회의감에 빠져들었다.

역사와 예술
조조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대부분 부정적이고 비판적이다. 그래서《삼국지》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도 조조는 간웅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부각됐다. 조조와 동시대를 살았던 비평가는 조조가 치세에는 뛰어난 신하이지만 난세에는 야심가라고 평가했다. 조조는 자신이 세상 사람들을 버릴망정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저버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는 자신의 영달(榮達)을 위해서는 인의를 외면한 교활한 자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조조에게 피살된 사람들이 많아 그의 잔인한 면모가 지적되곤 한다. 

영화에서 조조는 황후가 자신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밝혀낸 후 대전(大殿)에서 선혈이 낭자한 곰 발바닥을 조정 대신들에게 강제로 먹이고 황후를 사모하는 조비로 하여금 황후를 직접 죽이게 한다. 하지만 조조는 당시 권력을 전횡하던 동탁과 황제로 칭했던 원술을 처단하고 한나라 왕실을 지키려고 했다고 구차한 변명을 했다. 또 다른 한편 조조는 약하고 소외된 백성들을 따뜻하게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조조는《호리행(蒿里行)》과《고한행(苦寒行)》을 지어 전쟁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먹고 살기 힘든 백성들의 조세를 감면해 주는 동시에 전쟁터에서 사망한 관병 가족들은 관부에서 양식을 주어 돌보게 하였으며, 남편과 아들이 없는 과부(70세 이상), 부모형제가 없는 고아(12세 이하)들은 국가가 그들을 종신토록 부양하는 복지 정책을 펼쳤다. 

서진(西晋)의 역사가 진수(陳壽)는 위나라를 정통으로 여겨《삼국지(三國志)》에서 조조를 비범한 인물이며 출중한 호걸이라 칭했다. 남송 이후 사람들은 조조를 간신으로 형상화하였고, 주희는 촉나라를 정통으로 여겼기에 조조는 권력을 찬탈한 도적이라고 비난하였다. 《삼국지통속연의》가 명청 시기에 광범위하게 유행하면서 조조의 간신 형상은 더욱 정형화되고 민간과 예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촉한을 정통으로 보고 조조를 폄하하는 예술사관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중국 현대 좌우파의 대표적인 지식인 호적, 노신, 곽말약 등은 문무를 겸비하고 정국 안정에 이바지한 조조를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풍조를 경계했다.

동작대와 적벽대전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동작대(銅雀台)’이다. 이 누대는 허베이(河北) 린장현(臨使縣)에 있다. 조조가 원소(袁紹) 형제를 무찌르고 업성(謎城)에 머물던 밤, 땅에서 한 줄기의 빛이 솟아난 것을 보았다. 다음날 그곳을 파보니 까치 동상이 나와 길조라 여기고 동작대를 건립하였다. 건안 문인들이 동작대에 모여 시문을 읊었고 조식(曹植)의《동작대부(銅雀台賦)》와 조비(曹丕)의《등대부(登臺賦)》도 현재까지 전해지며, 조조는 막대한 돈을 들여 흉노에서 데려온 채문희를 동작대에서 만난 적도 있다. 명대 나관중의《삼국지통속연의》에 의하면 교현에게 두 딸이 있었는데 큰 딸 대교(大喬)는 손책(孫策)의 부인이 되었고 작은 딸 소교(小喬)는 오나라 장수 주유(周瑜)의 아내가 되었다. 제갈량이 조식의 《동작대부》를 읽은 후에 조조가 대교와 소교를 동작대로 데려가려고 적벽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추측하자 이 말을 들은 손권은 조조와의 일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러나《삼국지통속연의》에서 제갈량이 인용한 조식의〈동작대부〉는 적벽대전(건안 13년) 이후에 창작되었기 때문에 조조가 두 미녀를 탐내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명대 나관중은 조조에게 음욕으로 인해 야만적인 전쟁을 도발했다는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역사적인 사건의 시대를 교란시켰다. 《삼국지·위서 무기》에 의하면 조조는 원술과 원소를 무찌르고 나서 동작대를 건립하여 한나라 왕실에 충성을 맹세했다. 

영화에서는 삼국시대에 지어진 동작대를 욕망과 권력의 상징으로 표현하였고 다양한 인간 군상이 권모술수를 써서 동작대에 있는 조조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그렸다. 조식은 그가 지은 부편(賦篇)에서 동작대가 영원히 굳건하고 오래도록 즐거움이 지속되길 기원했지만 영화에서 조조는 동작대와 함께 자신의 무덤을 짓기 시작했다고 고백하여 세상에서 공명을 떨쳤던 노장(老將)의 인생과 권력에 대한 무상함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충신과 간신
동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獻帝)는 조조의 수양아들이다. 그는 조조의 막강한 권력 앞에서 스스로를 유약하게 만들었으며 가무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또한 아내 복황후(伏皇后)가 조비에게 농락을 당해도 자신을 무능한 군주로 가장하며 구차하게 살아갔다. 헌제는 한나라 황실의 회복을 위해 조조를 암살하려고 태의(太醫) 길본(吉本)과 밀모(密謀)하여 부모가 조조의 군사들에게 피살된 수많은 아이들을 모은다. 그리고 그들을 10년간 지하 동굴에서 특수훈련을 받게 한 후 암살단을 조직, 내시와 궁녀로 변장시켜 궁궐로 들여보냈다. 

건안 19년, 복황후의 조조 암살 음모가 탄로되어 그녀의 아버지 복완(伏完)은 오마분시(五馬分尸)의 극형을 당했다. 그리고 건안 20년, 조조는 자신의 둘째딸을 황후로 임명하였다. 그 후 조조의 측근 인물인 태의 길본이 동한 말년인 건안 23년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조조는 살육을 기피하여 황제와 반란에 가담한 주모자 길본 부자에게 관대하게 용서를 베풀었다. 당시 조조와 그의 군사들로 인해 부모와 형제, 자식 그리고 애인의 생명과 명예가 훼손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반란을 일으켜 비참하게 죽어가면서도 권력 을 장악한 조조에게 도덕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황제와 태의의 암살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후 헌제는 자신을 인질로 삼고 천하를 삼키려 한다고 조조를 비난했다. 그러자 조조는 한나라 왕실의 국토를 회복해서 통일된 조국을 황제에게 바치려 했고 만약 한나라에 자신이 없었다면 수많은 자들이 황제나 대왕이라 칭했을 것이라고 변호했다. 이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화에서 조조는 전에 4개의 별이 하나가 될 때 새 왕조가 열린다고 말한 점성가를 죽였다. 또한 조조는 오나라 손권이 자신을 황제로 세우려는 것을 거절했다. 조조는 당시 실권을 쥐고 있었지만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않아 자신을 신하의 도리를 지킨 충신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적장자인 조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기반을 제공해준 책임은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복수와 사랑 
황제, 황후, 태의, 대신, 자객 등 주변 인물들은 조조를 암살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그중에서도 자객 연인인 영저(靈雎)와 목순(穆順)은 지하 동굴에서 만나, 어려서부터 친구로 지냈고 서로에게 사랑이 싹트려는 순간 궁궐로 보내진다. 목순은 거세를 당한 내시로, 영저는 궁녀가 되어 조조의 곁에서 암살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조조는 영저를 보자마자 전에 죽였던 여포의 부인인 초선의 딸인 것을 직감했다. 아름다웠던 비련의 여인의 딸이라 더욱 연민을 느끼고 그녀가 좋아하는 사슴을 데려와 정원을 꾸며주는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조는 적벽 전쟁에 패전하였지만 생산력 증가로 경제를 회복시켜 민심을 얻었다. 영저는 궁궐에서 다양한 일들을 보고 들으면서 암살하려는 의지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저의 마음을 간파한 목순은 권력을 가진 조조라면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자객임에도 조조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조조를 대신해서 죽기로 선택했다. 한편 영저는 입궁 전에 목순과 사랑하며 살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복수의 도구가 된 그들의 운명과 신세를 한탄했다. 목순과 영저는 어려서부터 동고동락하며 서로간의 우정이 애정으로 싹텄지만 권력과 냉정한 현실 앞에 고뇌했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였고 그들의 사랑을 지키지도 못하게 되었다. 10년간 지하 동굴에서 암살단으로 길들여지는 가운데 자라난 맹목적인 복수심은 자신들이 원치 않는 삶에 휘말려 비참하게 희생당하는 비극을 초래하였다.

적과 사랑 
조조는 영저의 신분을 짐작하고 자신이 위험에 처할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곁에 두었지만 매 순간 암살을 당하는 악몽에 시달렸다. 영저는 조조의 복장을 입은 목순을 알아보지 못하고 조조로 착각하여 결국 연인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뒤늦게 나타난 조조는 영저에게 모든 것을 용서해 줄 것을 약속하며 다시 자신의 품으로 돌아와 달라고 회유했다. 그러나 영저는 목순의 시신이 있는 말에 올라탄다. 그리고 그 시신을 꼭 안고 벼랑 끝으로 달려가 추락하고 만다. 조조는 영저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목순의 생명을 빼앗았지만 사랑의 진정성이 훼손된 영저에게 사랑의 확신을 주지 못했다. 끝내 사랑하는 여인을 잃게 된 후 조조는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였다. 

자오린산 감독은 2010년 허난성(河南省) 안양현(安陽縣) 조조의 분묘에서 발견된 젊은 여자의 시신에 관한 기사를 읽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조조는 젊은 연인을 질투하여 일탈적 욕망을 꾀하였지만 결국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 후에 동한의 마지막 황제는 조조를 위해 사랑하는 임이 강가에 있는데도 어찌해도 다가설 수 없어 애태우는 심정을 담은《시경(詩經)·진풍(秦風)》을 구슬프게 노래했다.

아버지의 사랑 
조조의 적장자인 조비는 아버지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알고도 막지 않아 아버지 조조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방관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조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조비에게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조비는 거짓말로 자신을 변명하였다. 이때 조조는 두 팔을 벌려 아들 조비를 안으며 아들이 어렸을 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건안 22년 10월 조조는 20여 명의 자녀 중에서 조비를 태자로 세웠다. 조비는《전론논문(典論論文)》과《연가행(燕歌行)》을 창작하여 자신의 문재(文才)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흉금(胸襟)이 좁아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납하지 못했다. 태자 시절에 조비가 형제 조홍(曹洪)에게 100필의 비단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거절당하자, 나중에 그 집안의 재산을 몰수하여 복수하였다. 이외에도 후사 문제로 인해 아우 조식을 견제하다가 조조가 죽은 후에 조식을 먼 곳으로 추방하여 외지를 전전하게 하였다. 《칠보시(七步詩)》는 조비가 조식을 괴롭히는 형제의 비극을 읊은 유명한 시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조비는 세상에 천재성을 드러냈지만 권력에 대한 욕망이 컸다. 항상 주변인에 대해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심지어 황후까지 넘보는 왜곡된 사랑도 보여 주었다. 조조와 달리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평생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지녔다. 또한 아버지 조조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형제들 간에 경쟁이 심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권력을 잡으려는 쟁투로 이어졌고 조비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되고 아우 조식도 외롭게 생을 일찍 마감하였다. 

이 땅에서 지혜와 명철을 지니고 부귀영화를 누렸던 솔로몬왕은 전도서 2장 11절에서“그 후에 내가 생각해 본즉 내 손으로 한 모든 일과 내가 수고한 모든 것이 다 헛되어 바람을 잡는 것이며 해 아래에서 무익한 것이로다.”라고 고백하여 인생의 덧없음과 허무함을 노래했다. 

조조는 어려서 환관의 자식(양자)이라는 조롱을 받으면서 컸다. 의심이 많고 잔혹한 성격을 지녔고 세상에서 공명을 이룬 전쟁영웅이었다. 그러나 자식들 간의 반목과 질시로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아 자신이 아들들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충분히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노년을 고독하게 마무리했다. 

시편 기자는 90편 10절에서“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라고 탄식하였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고달픈 나그네의 삶은 잠깐이면 지나가는 것임을 상기시켜 준다.

역사 교과서와 드라마 
2013년 초, 고려말기 왕실의 비극을 다룬 TV드라마《대풍수》에서, 역사적 사실보다 권모술수로 최영과 정몽주를 제거한 이성계를 긍정적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극을 전개하자 시청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조조와 이성계는 시대를 넘어 건국의 문제, 부자와 형제의 갈등 등을 동일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삼국시대 조조와 조선의 이성계 같은 인물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비교도 어려운데 하물며 현대사를 교과서에서 성급히 재단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가 있다고 본다. 

역사드라마가 실존 인물에 기대어 위대한 민족사를 떠오르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담기 위해 역사에 대한 진정성을 허구적 요소와 주관적 해석으로 대신하는 경우와 달리 역사교과서는 서로 상반된 시각을 가진 객관적인 사료를 독자에게 제공하고 만일 사료가 불충분하다면 공백(闕如)으로 남기는 용단도 필요할 것 같다.




김영철 |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