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토지제도인 공공 토지임대제의 뿌리가 해외 선진 사례를 넘어 성서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마르크스(Marx, Karl)와 동시대 인물인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는 정치경제학자로,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 에서 토지사유제의 폐단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토지를 국유화하여 개인에게 임대하는 제도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토지사유제가 완성된 국가에서는 토지사용료인 지대만을 조세로 환수하는 지대조세제를 실시하면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독실한 기독인이었던 헨리 조지는 바로 성서의 토지법에 기초하여 ≪진보와 빈곤≫, ≪교황 레오13세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등의 책과 ‘모세’,‘ 나라가 임하시오며’등의 연설문을 발표한 것이다. 헨리 조지의 이론과 주장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는 물론 중국의 국부(國父) 쑨원(孫文)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헨리 조지의 이론이 쑨원에 영향을 주다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1879) 집필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후 여러 나라를 돌며 강연을 했다. 그는 두 번에 걸쳐 영국을 방문하였는데, 1881년 10월 15일 처음으로 영국 아일랜드를 방문하여 11월 14일에 연설하였으며, 1884년 45세 되던 해에 영국 토지개혁연맹(Land Reform Union)의 초청으로 두 번째 강연을 했다. 이때 토지문제(인클로저, enclosure 운동: 목축업의 자본주의화를 위한 경작지 몰수로, 산업혁명 때 영국에서 공용지에 남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말뚝을 박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토지를 잃은 농민들은 도시로 몰려가 공장의 노동자로 일하게 된다)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었던 스코틀랜드에서 강연했으며,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에서도 강연을 가졌다. 특히 옥스퍼드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경제학자 마샬(Alfred Marshall)과 논쟁한 일화는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쑨원(1866-1925)은 반청 운동에 가담하여 1895년 10월 광저우에서 거병하였으나 실패하여 1896년(헨리 조지의 영국방문 12년 후) 런던으로 망명을 갔다. 이때 쑨원은 영국의 톨스토이주의자들을 통해 헨리 조지를 알게 되었으며, ≪진보와 빈곤≫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1년간 영국에 머무르며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에 기초하여 삼민주의(민족·민권·민생) 중 민생주의를 구상하였다. 그 당시 중국의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부닥친 문제는 서양의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며, 기존에 남아 있는 봉건(군벌) 세력이 차지한 땅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이었다. 쑨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에 기초하여 민생주의를 제창한 것이다. 

쑨원이 헨리 조지의 지대조세제를 평가하기를, “토지세는 정부재정 확보를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써 대단히 정의롭고 합리적이며 공정분배된 세금이고, 우리는 이 위에 새로운 사회체제를 형성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의 민생주의는 ‘평균지권(平均地權)’과‘경자유전(耕者有田)’으로 압축되며, 대만의 토지정책에 이어져오고 있다. 쑨원의 민생주의 사상은 그의 민족·민권 사상에 비해 사회주의 요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마오쩌동(毛樣東)을 대표로 하는 중국공산당은 쑨원의 민생주의 사상을 농민의 토지 요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삼았다.

헨리 조지의 지대조세제가 교주만(청도)에서 처음 실시 되다
헨리 조지 사후 1년 뒤인 1898년, 그가 주창했던 지대조세제가 당시 독일의 조차지였던 중국 자오저우만(膠州灣) 칭다오에서 세계 최초로 실현되었다. 이 사례(1898-1914, 16년간 실시)는 지대조세제의 이상에 가장 가까운 실천사례로 꼽힌다. 자오저우만의 토지정책을 구체적으로 구상한 사람은 독일의 쉬라마이어 박사(Ludwig Wilhelm Schrameier, 1859-1926)로, 후에 쑨원은 1924년 그를 중국에 초청하여 중국의 토지개혁과 토지세제개혁에 관한 자문을 받았다. 1926년 광동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쉬라마이어의 묘비에는 당시 광동 시장이었던 쑨원의 아들이“자오저우만의 독일 조차지에서 쉬라마이어가 담당했던 주 업무는 토지제도의 확립이었으며 이 제도는 토지개혁에 대한 헨리 조지의 사상이 최초로 구현된 제도였다.”라고 기리고 있다.

마오쩌동의 농촌 토지문제에 대한 이해가 중국공산당 승리의 비결
쑨원의 뒤를 이은 장제스는 쑨원이 주창한 민생주의의 핵심 원칙인 평균지권 사상을 대륙 내에서 실시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마오쩌동은 당시 농민들이 겪고 있던 토지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했다. 그는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한다고 약속했기에 농민들은 공산당을 크게 지지하였다. 이는 국공 내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 당시 미국 기자인 에드거 스노우와의 대담에 나타난 마오쩌동의 토지사상은 그가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어떻게 농민들의 지지를 얻어 내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마오쩌동과 스노우의 대담 중 일부
마오쩌동 : 나(당시 13세)는 중국 문학의 옛 전기소설이나 고사들을 계속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런 책들 속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즉 땅을 가는 농부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지요.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가 무인이나 관리, 학자들뿐이었고, 농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습니다. 나는 2년 동안 이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소설들의 내용을 세밀하게 검토해 보았지요. 그 결과 이런 작품들이 땅을 갈 필요가 없는 무인이나 인민의 지배자들을 찬미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토지를 소유하고 지배하면서 농민들이 그들을 위해 일하도록 부리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중국의 붉은 별(상)≫, 158쪽)

스노우 : 일본제국주의와 투쟁을 마친 후, 혁명의 최우선적인 국내 과제는 어떤 것입니까?

마오쩌동 : 중국혁명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주요 과제는 농지문제의 재조정, 즉 농지개혁의 실현입니다. 농업의 개혁이 얼마나 절박성을 지니고 있는가는, 오늘날(1930년대 중반) 중국의 토지배분 상황에 관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혁명기에 나는 국민당 농민위원회(부)의 서기로 일하면서 21개 성(省)의 통계를 수집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우리는 이 조사를 통해 엄청난 불평등을 확인했습니다. 전체 농촌인구의 약 70%가 빈농, 소작농, 반소작농, 농업노동자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약 20%는 자신의 농토를 경작하는 중농들이었고 나머지 10%는 고리대금업자들과 지주들이었습니다. 이 10% 속에는 부농과 또 군벌이나 징세원들과 같은 착취자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농촌인구의 10%밖에 안 되는 부농, 지주, 고리대금업자들이 경작지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12-15%는 중농들이 소유하고 있었지요. 농촌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빈농, 소작농, 반소작농, 농업노동자들은 전체 경작지의 10-15%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혁명은 주로 두 갈래의 억압, 즉 제국주의자들의 억압과 10%에 불과한 지주들과 중국인 착취자들의 억압에서 그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민주주의와 토지개혁,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전쟁을 새로이 요구한 데 대해 반대하고 나서는 사람들은 전체인구의 10%도 채 안 되는 세력입니다. 사실은 10%가 아니라 아마도 약 5% 밖에 안 될 것입니다. 공동의‘반공협정’이란 책략 아래, 동족을 정복하는 일본에 가담하는 반역자들이 그 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중국의 붉은 별(하)≫, 206쪽)

스노우 : 소비에트 정강 중 통일전선 결성을 위해 실시를 연기한 것들이 있는데 토지재분배도 그처럼 연기시킬 수 없나요?

마오쩌동 : 지주들의 재산을 몰수하지 않고는, 또 농민들의 주요한 민주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고는 혁명적인 민족해방투쟁의 광범한 대중적 기반확보가 불가능합니다. 민족적 대의에 대한 농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토지문제에 대한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중국의 붉은 별(하)≫, 206쪽)

개혁개방(1978) 이후 불완전한 홍콩 모델의 영향을 받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도시 토지 개혁은 홍콩의 공공토지임대제를 모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가 되면서부터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제1차 아편전쟁 기간인 1841년에 영국에 양도된 섬 홍콩에 대해 당시의 영국 선장 엘리엇(Elliot)은 다음과 같은 토지제도의 원칙을 발표하였다. 첫째, 토지를 팔지 말고 임대할 것 둘째, 토지개발권을 공공에게 부여할 것 셋째, 경매를 위해 최저가격을 설정할 것 넷째, 최고의 입찰자에게 임대할 것 다섯째, 정부에 통지하지 않는 사적인 토지거래는 금지할 것. 홍콩의 공공토지임대제 실시가 헨리 조지 출생 2년 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헨리 조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본 원칙은 매우 유사하였다. 

그런데 오늘날 홍콩이 실시하고 있는 공공토지임대제는 가장 핵심인 토지사용료 환수 방식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 이 모델은 토지사용권 공개경매시의 지대(임대료 총액), 임대계약 수정시의 지대, 임대갱신시의 지대 등 세 가지 방식에서 결정되는 지대의 환수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첫 번째인 공개경매시 일시불로 납부하는 지대의 환수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홍콩의 공공토지임대제가 지대 일시불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서 고지가가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대도 다 환수하지 못해 건설업체들과 주택 투기자들은 토지 불로소득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홍콩은 1990년 초반까지 성장을 보이다가 주택 초과공급으로 인해 1997년 금융위기를 맞게 되었고, 현재에도 고지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홍콩사례는 공공토지임대제의 효과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을 하면서 불완전한 홍콩의 공공토지임대제 모델을 벤치마킹했다는 점이다.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은 중국의 국부 쑨원으로 이어졌으나 대륙에서 실시되지는 못하고 장제스를 통해 대만에서 실시되었다. 물론 중국공산당이 대륙에서 농촌 토지개혁의 핵심 원칙으로 쑨원이 제창했던 ‘경자유전(耕者有田)’원칙을 적용하여 중국공산당의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도시 토지개혁을 위해 지대 환수에서 불완전한 홍콩 모델을 모방하게 되면서, 중국이 오늘날 적용하고 있는 공공토지임대제는 헨리 조지가 구약성서의 원형을 현대적인 언어로 재해석한 공공토지임대제를 제대로 구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조성찬 | 토지+자유 연구소 토지주택센터장(landjustic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