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 태어날 때 선악의 가치관이 없다고 믿는다. 사람의 후천적 행위에 영향을 가장 크게 끼치는 것은 삶의 환경, 듣는 것, 보는 것, 체험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크게 놀라게 한‘小悅悅사건’(2살짜리 광동 여자아이가 두 대의 차량에 잇달아 깔렸다. 7분 동안 18명이 지나갔어도 못 본 척 하며 냉담하게 지나가버렸다. 결국 여자아이는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을 나는 지금도 볼 용기가 없다. 왜냐하면 그 사건은 꾸며낸 영화가 아니라 생생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여자아이를 보았을 것이다. 동류(同類)를 구해주는 것은 모든 동물의 본능이다. 그런데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본능에 위배되는 일을 하게 하는 걸까? 무엇이 사람을 이토록 냉혹하게 하는 걸까?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찬 후에 침착해지고 나서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만약 내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나는 적어도 전화로 구조를 하거나 뒤에 차가 오지 않도록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치스럽고 불안하며 주저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러한 생활환경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나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이렇게 무서운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불만만 털어놓을 것이라 글로써 악을 물리치고 선을 선양하는 것이다. 동시에 더 중요한 것은 나부터, 작은 일부터 시작해 조금 조금씩 이러한 환경을 개선해 가는 것이다. 

내가 미국에 온지 어느 정도 지났다. 이곳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가득하지만, 다정히 대하며 사람을 돕는 것은 여전하다. 내가 미국에서 겪은 작은 일은 오랫동안 만들어 온‘명철보신(明哲保身)’이라는 갑옷에 조금씩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도와드릴까요?
2010년 추수감사절에 차를 몰고 놀러나갔다. 외진 작은 마을에서 조심하지 않고 커브를 돌다가 도로를 이탈해 나무에 박았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어에 평크가 났다. 깜짝 놀라 구조차를 불렀다. 

구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운전하던 사내가 우리에게 물었다. “도와드릴까요?”우리는 감사를 표하고 구조차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 사내는 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는 추수감사절 저녁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거의 모든 차들이 한 번씩 서서“Need Help(도와드릴까요)?”이라고 했다. 우리는 여러 번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해는 이미 저물었고, 우리는 커브에 서 있었다. 우리를 돕기 위해 다른 차들이 서다가 사고가 나는 것을 피하려고 같이 타고 있던 친구가 길가에 서서 차가 설 때마다“고맙습니다, 안 도와주셔도 돼요.”라고 말했다. 

좀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외국인인 우리는 매우 감동했다. 구조차를 기다리는 몇 십 분 동안 마음 속에 착한 씨앗이 심겨졌다. 만약 다음에 문제가 생긴 차를 보면 나도 차를 멈추고“도와드릴까요?”라고 물을 것이다. 마침내 구조차가 왔다. 차를 운전하는 청년은 아주 열정적으로 민첩하게 타이어 교체를 도와주었다. 또 스페어 타이어 사용 시 주의사항도 알려주었다.

배가 불룩하게 나온 그의 아내도 차에서 내려(그들은 부모님의 집에 가는 길이었다) 우리를 살뜰히 돌보아 주고, 밤길을 다니지 말고 가까운 호텔을 찾으라고 했다. 또 우리에게 차를 수리할 때의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마치 그녀의 가족인 것 같았다.

저녁이 되어서 기온이 많이 낮아졌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그들이 베푼 온정 때문에 차에 올라탈 때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객점의 살아있는 레이펑
우리는 조심스레 운전해서 모텔에 도착했다. 모든 사람이 생존을 축하해 주었다. 인터넷에서 근처에 있는 정비소를 찾아 내일 아침 차량 정비를 예약했다. 

그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서둘러 나갔다. 수리점을 보았을 때 나는 미심쩍어 했다. 몇 사람 없는, 길가에 있는 작은 정비소이었다. 산간벽지에 있는 그 사람들은 칼과 도마이고, 나는 물고기 꼴이었다. 나를 죽인다고 해도 나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다시 들어가서 점원을 보았지만 더욱 자신이 없어졌다. 덩치가 큰 주인과 건장한 청년 몇 명이 문신을 하거나 입술에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수이보리앙산(水泊梁山)의 객점에 들어온 걸까? 

주인은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열정이 넘쳤다. 그는 우리가 당한 일에 동정을 표했고, 청년들에게 내 차를 분해해 보라고 시켰다. 결국 우리는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되었다. 

내 차를 수리하는 사람은 입술에 피어싱을 한 청년이었다. 그는 의외로 친절했고, 심지어 수줍어하기까지 했다. 인사말을 몇 마디 주고받은 후, 바로 파손된 타이어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타이어에는 문제가 없었고 쇠고리가 약간 변형돼 있었다. 

그는 내게 타이어를 교체할 것인지, 아니면 수리할 것인지 물었다. 나는 위조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도시에 나가 구입하기로 하고 수리하는 쪽을 선택했다. 

피어싱을 한 청년은 아무 말 없이 망치로 쇠고리를 쳐댔다. 측정 기구를 사용해 수리한 바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쇠고리에 철조각을 덧붙였다. 한 시간 여를 씨름해서 차는 처음처럼 완전해졌다. 

청년은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지만 가끔 한 번씩 미소를 지었다. 내 느낌에 그 미소는‘수리비를 계산할 때 한방 먹여야지’하고 생각하는 미소 같았다. 

수리를 마치고 나서 사장은 계산서를 적어주었다. 131달러였다. 가격은 그런대로 합리적이었다. 최소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지 않았으니까. 

지갑을 꺼내 계산하려고 하는데 사장이“No fee(무료)!”라고 했다. 나는“이건 팁이 아니라 수리비에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장은 거듭“No fee!”라고 했다. 나는 어이없었다. 잘못 들은 건가? 

사장은“당신은 우리 물건을 산 게 아니고 검사만 한 거라서 부품이 들지 않았잖아요. (수평 맞추려고 쓴 쇠는 부품 아닌가?) 그래서 무료입니다. 그 131달러로 돌아가서 새 타이어를 사세요. 혹시 몰라서 필요한 타이어 규격과 가격을 적었어요. 내야 할 세금까지 다 계산된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그럼 인건비는요?”“오늘은 추수감사절이라 무료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평안을 주실 것입니다.”우리는 몇 번 사양한 후에, 어쩔 수 없이 길을 떠났다. 출발하려 할 때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일은 1년 전의 일이었다.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꿈을 꾸는 것 같다. 차에 여전히 남아있는 흔적과 빛바랜 계산서를 보며 나는 이것이 내가 실제로 경험한 것임을 안다. 덩치 큰 점주는 큰 망치로 내가 열심히 만든‘보호망’을 깨뜨렸다. 

나는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교회 장로님께서 말씀해주신‘이야기’역시 믿는다. 한 번은 장로님이 운전을 해서 미국 중부에 갔다. 지름길로 가려다가 큰 눈으로 막힌 길에 접어들었다. 더 치명적인 것은 차를 오랫동안 정비하지 않아서, 브레이크 실린더 부식으로 기름이 샌 것이었다. 

춥고 배고프고 당황한 장로님은 걸어서 한 집을 찾아갔다. 이 집 주인은 숙식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리고 눈바람 휘몰아치는 밤에 자기 집에 있는 차를 운전해 장로님의 차를 끌어왔다.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브레이크 실린더를 수리했다. “차가 다 고쳐졌는데 집 주인이 저보다 더 기뻐하니, 이런 게 공산주의 아니겠어요?”

물에서 사람을 구한 아저씨
올해 9월, 우리 교회는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에서 이틀 동안 가을 수련회를 열었다. 일정이 없는 오후에 우리는 차를 몰아 근처에 있는 큰 호수에 갔다. 호숫가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헬기 한 대가 호수 위에서 빙빙 도는 것을 보았다. 연이어 경찰차 열 몇 대와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왔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길을 봉쇄하고 다른 길로 가라고 안내했다.

호수에서 모터보트 2대가 충돌했다. 사람은 물에 빠졌고 다리를 다친 것 같았다. 10분 쯤 지나서 구급요원이 다친 사람을 헬기로 끌어올린 후에 구급대원들은 쌩하고 사라졌다. 

나는 규범을 잘 지키는 미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호숫가에 관광객이 많고 주차장은 멀고 부족했어도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과 긴급사용 표시가 있는 곳에는 차를 대지 않고, 오히려 멀리 길가에 댔다. 그래서 구급차가 그렇게 많이 왔어도 호수 근처에 차를 댈 수 있었다. 

백사장에 사람이 많아서 나는 조금 더 먼 곳을 골라 물속에 들어갔다. 수영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떤 사람이 크게 소리치며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육지에 올라왔을 때 인도인 가정이 20대 여자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자는 끊임없이 기침을 했고, 사람들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부주의로 깊은 물속에 빠졌다. 다행히 백사장에는‘미국의 레이펑’이 있었다. 그가 100미터 달리기 속도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여자를 구해낸 것이었다.

나는 노인에게 다가가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부인인 것 같았다. 그녀는 자기 남편이 한 일을 보고 만족하며 그에게 입 맞췄다. 이 노인은 그 여자 혼자 물가에 있는 것을 보고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는 깊은 물속에 빠졌다. 그는 나에게“나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소.”
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노인에게 감사하자 그는 수줍어하며 짐을 정리해 집으로 돌아갔다. 떠나면서 그는 기쁘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 축하주 한잔 합시다!”

전염병을 막다
나는 중국사람들은 대부분 선을 지향한다고 믿는다. 오히려 사회 환경이 사람의 이기심과 비겁함을 조장하여 세상은 냉담한 곳이라고 믿게 하고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게 한다. 사람들 모두는 이러한 환경을 극도로 증오하고 원망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속에 살아가면서 군중 가운데 이러한‘전염병’을 퍼뜨린다. 우리는 악례를 창시한 사람(始作俑者)은 아니지만, 피해자인 동시에 참여자이다. 

왜 우리는 동물의 본능만큼도 못하는가? 법률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인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감시 기술과 거짓말 탐지기가 아직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인가?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이 없어지고, 특히 도덕이 자라는 토양인 신앙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앙이 없으면 사람은 법외에 두려울 것이 없다. 최후의 방어선마저 무너지고 있다. 폐식용유, 첨가제, 독이 든 채소, 독이 든 밀가루, 독이 든 빵……. 잡히지만 않으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은 돈 앞에서 무너진다. 인간의 본능인 도덕까지도 돈에 짓밟혀 차마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신앙을 다시 세우는 것은 이 땅의 생기를 회복하게 하는 근본적인 조치이며, 사람의 도덕 수준을 회복하게 하는 유일한 양약이다.


출처 |《 海外校園》116期
번역 | 등려연·자원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