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살기 위해
15년 전 청년 시절, ‘중국’은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기도모임을 인도하고, 비전을 나눌 때에도 ‘중국’은 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국교회를 섬길 때에도 중국선교에 대한 부담을 나누었다. 단기방문을 통해 ‘중국 마음에 품기’는 더욱더 견고해지고 지속되었다. 중국인신학교 사역을 통해 미래 중국교회의 지도자 양성의 필요와 교육사역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마음에만 두었던 그 땅,‘ 중국에 살기 위해서’준비하고 있다. 

처음 중국을 마음에 품었던 청년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결혼도 했고 자녀가 3명이요, 그리고 40대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나를 가장 많이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살기 위한 부르심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 맡기신 하나님의 계획은 무엇일까?’ ‘외국인으로서 나는 중국인과 중국교회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역을 통해 배우게 된 그 모든 것이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의 문을 열어 주었다. 그것은 선교중국을 향하는 중국교회를 위한 ‘허브’(HUB)를 구축하는 ‘연합의 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그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 허브(hub): ‘중심’, ‘바퀴축’이라는 뜻으로 자전거의 바퀴살이 뻗어져 나오는 중심축을 말한다. 그리고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로서 이 허브를 통해서 한 개의 회선이 여러 회선으로 분기되어 각 장비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중국선교2.0 세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선교 엔진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청년일 때 수많은 선교사들이 중국으로 들어가 이름도 없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각 성(省)을 섬겼다. 그 눈물과 흘린 땀의 열매가 지금 중국교회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외국인선교사가 교회를 세우고 중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르쳐서 양육을 해야 했던 지난 20년을 ‘중국선교1.0 세대’라 한다면, 이제 중국인이 중국인을 가르치고 양육하는 태동이 일어나는 지금을 ‘중국선교2.0 세대’라 하고 싶다. 

한중수교 20주년이 되던 2012년, 각계에서는 현 중국과의 관계를 점검하고 더 나아가 미래의 대중국 관계를 예측하곤 했다. 한중수교가 이루어지자 국내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 천국인 중국을 공산품 제조생산의 거점으로 삼고 중국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중국 또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로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인건비 급상으로 각국의 기업들은 중국을 뒤로 하고 제3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러한 중국이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지난해에 “중국인이 좋은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선진국의 교육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라고 하면서 교육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과 우수인재 양성에 무게를 두었다. 중국은 해마다 약 80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300만 명을 배출하는 미국의 2.5배가 넘는다. 무엇을 말하는가? 세계의 요구에 맞추어 자국의 한계를 극복하는 변화의 축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선교1.0 세대를 점검하고 중국교회의 요구에 맞춰 한국교회의 한계를 극복하는 변화의 축, 즉 ‘중국선교2.0 세대’를 새롭게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국교회의 요구
중국교회는 성장하며 계속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농촌 중심의 가정교회에서 도시로 떠난 젊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신흥 도시가정교회로의 성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청년 중심이었던 가정교회가 10년이 지나자 부부들과 어린이들 그리고 직장인들과 대학생들, 노인들 등 여러 연령층으로 보편적인 교회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이 교회들은 부부문제, 자녀교육, 시부모와의 갈등, 직업, 결혼, 노인복지 등의 문제들을 성도수와 관계없이 안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역사가 없고 전통이 없다. 정보도 없다. ‘중국선교2.0 세대’의 출발선에 있는 나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모델을 제시해 달라는 중국교회의 요구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중국교회를 위한 허브
1990년대 초 한국에서 중국선교의 꿈을 꾸었던 선교사지망자들을 위해 중국복음선교회와 중국어문선교회가 허브의 역할을 감당하였다고 생각한다. 두 단체는 중국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공유했다. 이 단체들은 중국선교를 위한 다양한 자료들을 공급했고, 전방개척을 이루어갔으며, 수많은 선교사들과 교회가 죽의 장막을 뚫고 지금의 열매를 위한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도왔다. 이제는 중국교회를 위한 허브가 필요하다. 이것이 ‘중국선교2.0 세대’에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생각한다. 

중국교회는 총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단기간의 컨퍼런스(conference)가 아닌 건강한 교육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교회는 신학과 신앙이 건강한 지도자가 필요하고, 지도자 또는 평신도사역자들을 위한 건강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 교육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노하우(know-how)를 가지고 있는 한국교회와 선교단체 그리고 선교사들의 ‘연합사역’의 요구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한국교회의 한계 극복
부흥과 성장의 모델을 세계교회에 제시한 한국교회의 이면에는 ‘분열’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이 있다. 선교사로서 중국교회를 바라볼 때에 총체적인 지원이 가능한 ‘연합사역’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연합’이라는 단어 앞에 왠지 자유하지 못하다.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연합사역’이 필요하다. 이제 겸손히 오래된 분열의 전통을 끊고 연합된 모습을 재건해야 한다.

사역의 현장에서 연합이 가능한가? 
‘연합’이라는 단어는 창세기 2장 24절에서 처음 사용된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즉, 성경적인 연합은 부부관계처럼 하나가 되어 일치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구원 또한 이렇다. 예수 그리스도께 연합된 우리로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며,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자가 된다(롬 6:3-5). 어찌 보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연합’이라는 단어를 통과하면서부터이다. 예수께서도 이 땅에 계실 때에 제자들과 그 후에 예수님을 믿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신 내용이 요한복음 17장에 기록되어져 있다. 그 기도의 제목은 한마디로‘하나 됨’ 즉 ‘일치’였고 ‘연합’이었다. 

그런데 과연 사역의 현장에서 이러한 연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연합’을 통해서 존재하게 된 그리스도인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그 연합’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당연히 가능하고 그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의 모습을 보면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일치와 연합’은 힘들다. 중국 현지에 가기 전에 우리 가정에게 맞는 선교훈련을 받고 싶었다. 5년 전 하나님께서는 국내에 있는 중국인신학교로 인도하셨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받게 된 훈련 코스는 ‘공동체훈련’이었다. 훈련을 통해 나의 여러 모습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교회사역에서는 다듬어질 수 없었던 많은 부분들이 다듬어지는 시기였다. 중국인학생들을 섬기는 것과 스텝들과 관계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하나 됨’과 ‘일치’의 중요성을 알게 해 주셨다. 선배 선교사님들의 헌신적인 섬김과 사랑은 그 뒤를 좇아가기에 겁이 날 정도였다. 일을 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비참한 모습들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서 아파하고 또 다짐하기를 반복하였다. 그 가운데서 ‘연합’되어 어우러지는 사역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연합이 ‘불가능하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연합’을 하나님나라에 이를 때까지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로서의 연합사역의 본: 안디옥교회
연합사역의 본은 성경의 수많은 인물들에서 찾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삼위하나님의 존재하심과 일하심에서도 ‘연합’의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교회로서 연합사역을 찾는다면 안디옥교회에서 그 본을 찾고 싶다. 사도행전 13장 1절에서 3절을 보면 안디옥교회의 지도자들이 언급된다. 바나바, 시므온, 루기오, 마나엔, 사울(바울) 이상의 다섯 명은 출신지역과 계층이 모두 다르다. 심지어 유대인, 흑인, 혼혈인으로 인종도 다르다. 예루살렘교회 출신이 있는가 하면 이 예루살렘교회가 두려워했던 과거의 핍박자도 있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의 ‘연합사역’이 이방인 복음전도의 기점이 된다. 서로가 달랐기 때문에 더욱 하나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주와 복음을 위한 목적이 같았고, ‘하나님의 교회’의 영광을 사모하는 열정이 같았을 것이다. 그들은 철저히 다름을 인정하였을 것이다. 서로의 다름이 주와 복음 앞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허브를 구축한 ‘연합사역’의 예는 오늘날에도 우리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다. 교회로서는 A교회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대형교회로 성장한 후에 지역교회가 필요한 모든 자료를 공급하기 위해 교회의 재정과 인력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섬과 농어촌교회의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각계각층에서 동원된 전문가들의 정보를 공유하고, 심지어는 해외 오지의 선교사들을 위해 위성을 통한 섬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선교단체로서는 중국복음선교회와 중국어문선교회를 꼽을 수 있는데, 한중 수교와 함께 중국선교의 불길이 타오를 때에 중국선교에 대한 모든 정보가 이 단체들을 통해서 공급되었다. 즉, 중국선교1.0 세대의 중심부에서 허브로서의 역할을 감당했다고 생각한다.

선교중국을 향하는 중국교회를 위한 ‘허브’
중국교회가 선교중국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도록 돕는 것이 이제 중국 현지에 발걸음을 옮기는 선교사와 한국교회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중국교회의 필요가 수면위로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지역교회가 양질의 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20년 동안의 중국선교의 열매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교회는‘각개전투’가 아닌‘연합의 대열’을 갖춰 중국교회를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곳에서 정보와 인력을 공유하여 하나의 허브를 구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러한 허브의 형태를 갖춘 교회나 선교단체가 계속 생겨났으면 좋겠다. 마치 어느 환자가 어떠한 질병을 가지고 와도 각 분야의 전문의를 통해서 모든 검진과 치료가 가능한 종합병원과 같이 말이다. 이것은 편의를 제공하자는 것이 아니다. 총체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하나의 개체’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 허브를 통해서 중국 지역교회의 지도자들이나 평신도지도자들이 교육을 받고, 그들을 통해서 건강한 신학과 신앙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허브가 중국 여러 지역에 구축된다면 중국교회는 건강하면서도 균형 잡힌 모습으로 ‘선교중국’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허브 구축을 위한 첫 단추

자연스러움이 좋겠다
추구함이 같은 사람끼리는 결국 만나게 된다. 순리를 따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만남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연합이었으면 좋겠다. 연합사역이라는 ‘목적’을 위한 연합이 이루어지면 금세 두 동강난다. 하나님 냄새는 나지를 않고 사람 냄새만 난다.

파송교회의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교회가 한 선교사를 파송하면 그에게 모든 열매를 기대한다. 파송교회는 파송한 선교사 중심으로 멋지게 사역의 장을 펼쳐가기를 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하겠다. 그러나 중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며 중국교회가 선교중국의 박차를 가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선교사를 파송한다면, 그래서 하나님 냄새나는 연합 사역을 기대한다면 교회는 파송한 선교사가 연합하고 있는 공동체사역 속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묻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노하우를 공유하자
서울중국신학교를 섬기면서 여러 선교사님들을 접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은 모습이 하나 있다. 수년 동안 아픔과 기도를 통해서 얻게 되고 다듬어진 자신만의 선교자료를 다 내어주시는 모습이었다. 나 같으면 ‘내것’이라 생각하고 나의 노하우로 내가 가르치고 나를 통해서 그 자료가 전수될 수 있도록 할 텐데, 어떻게 미련 없이 수년 동안의 땀을 단 1분 만에 모두 줄 수 있을까.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선교라는 한 목적을 가진 동역자라는마음에아마선뜻내놓으시는것같았다.‘ 연합’안에서‘내 것’은 사라진다.

어우러짐(하모니)이 있어야겠다
사실 수백 개의 교단으로 나눠진 한국교회에서‘조화’라는 단어는 넘어야 할 산이다. 기타나 피아노를 조율할 때 한 줄 한 줄 절대음을 바탕으로 음을 맞춘다. 그리고는 장3도 단3도 화음으로 점검한다. 그래도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다시 한 줄 한 줄 음을 점검한다. 조화를 이루어낼 때에야 비로소 모든 조율이 끝나게 되고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연합사역’의 아름다움은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선교사로서 ‘연합사역’을 꿈꾸다
중국교회를 위한 허브를 통한 선교보고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교단과 신학을 초월하여 연합을 이루어 내는 ‘중국선교 허브’를 통해서 일하셨던 하나님을 높이는 선교보고의 축제도 있기를 꿈꾼다. 중국교회에 ‘교회의 연합’, ‘하나 됨’, ‘한 몸’이라는 이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싶다. 나도 사라지고 우리도 사라지고 오직 일하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주님의 교회가 온전케 되기를 사모한다. 이것은 꿈이다. 꿈은 도전하는 자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꿈만 꾸고 있다고 해서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말할 수 없다. 

현재 나에게는 언어를 배우고 문화에 적응하는 선교사로서의 첫걸음이 필요하다. 또한 한 영혼 한 영혼을 만나고, 그들을 사랑하고 섬기면서 주님의 제자로 초청하는 중국선교사로서의 첫 단추를 꿰어야 할 것이다. 나의 달려갈 길이 어디까지인지 모르지만, 오늘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선교사로서 중국교회를 위한 ‘연합사역’을 꿈꾼다.




황바나바 | 전 서울중국신학원(CTSS) 행정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