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의 어려움이여!

금잔의 미주는 한 말에 만금이요,
옥반의 진미는 그 값이 만전인데, 　　
한 모금, 한 입도 넘기기 어려워
잔도 젓가락도 다 던져버렸노라.
시퍼런 검을 빼어들고 뛰쳐나가,
사방팔방 노려보는데 가슴만 막막하다. 　
황하를 건너자 했더니 얼음이 강을 막고,
태항산을 오르려 했더니 눈이 산에 가득하네.　　
푸른 시내에 한가로이 낚시 드리웠던 사람이여,
해 뜨는 곳으로 가는 배의 꿈이여! 　
인생길의 어려움이여, 어려움이여!
수많은 갈림길에서 나는 지금 어디 있는가!　
큰 바람이 일어 물결을 깨치는 날이 반드시 오려니,
그 때 구름 돛을 곧장 펴고 드넓은 창해를 넘어가리라.

金樽清酒斗十千(금준청주두십천), 
玉盘珍羞直萬钱(옥반진수치만전). 
停杯投箸不能食(정배투저불능식), 
拔剑四顾心茫然(발검사고심망연). 
欲渡黄河冰塞川(욕도황하빙색천), 
将登太行雪满山(장등태항설만산). 
闲来垂钓碧溪上(한래수조벽계상), 
忽復乘舟梦日边(홀부승주몽일변). 
行路难, 行路难(행로난, 행로난),  
多歧路, 今安在(다기로, 금안재).  
长风破浪会有时(장풍파랑회유시),
直挂雲帆济沧海(직괘운범제창해).

주석
1 斗十千(두십천): 한 말이 만금이다. ‘십천(十千)’은 ‘만(萬)’.
2 玉盘珍羞(옥반진수): 옥쟁반에 담긴 진수성찬.
3 直萬钱(치만전): ‘直’는 ‘値’와 같이 ‘가치’라는 말이다. ‘직’이 아니라 ‘치’로 읽는다. 음식 값이 만전이나 된다는 말이다.
4 停杯投箸(정배투저): 술잔을 멈추고 젓가락을 던지다. 술도 음식도 먹지 못한다는 말이다.
5 拔剑四顾(발검사고): 칼을 빼어들고 사방을 바라보다. 
6 心茫然(심망연): 마음이 아득하다. 마음을 종잡을 수가 없다. 
7 冰塞川(빙색천): 얼음이 강물의 흐름을 막아버리다. ‘塞’은 ‘막다’.
8 太行(태항): 태항산. 섬서 지역에 위치한 매우 높은 산. ‘行’은 ‘행’이 아니라 ‘항’으로 읽는다.
9 闲来垂钓(한래수조): 한가롭게 와서 낚시를 드리우다. 이 구절은 미끼도 없는 곧은 낚시를 하면서 자신을 써줄 군주를 기다리던 강태공(姜太公)의 일화를 인용한 것이다.
10 乘舟梦日边(승주몽일변): 배를 타고 태양 가까이 가는 꿈을 꾸다. 이 구절은 은나라의 유명한 재상 이윤(伊尹)이 임금에게 발탁되기 전에 배를 타고 해와 달이 있는 곳으로 가는 꿈을 꾸었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11 行路难(행로난): 길을 가는 어려움. 인생길의 어려움을 말한다.
12 多歧路(다기로): 많은 갈림길.
13 今安在(금안재): 지금 어디에 있는가. ‘安’은 ‘편안하다’의 뜻이 아니라 ‘어디’라는 뜻의 의문사이다. 이 구절은 자신의 현주소를 묻고 있는 말이다.
14 长风破浪(장풍파랑): 긴 바람이 물결을 깨다. 큰 바람이 불어와 높은 파도를 일으킨다는 말이다.
15 会有时(회유시): 틀림없이 때가 올 것이다. ‘會’는 강한 추측을 나타내는 말이다. 여기서 ‘時’는 물결을 깨치고 큰 바람이 불어오는 때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가리킨다. 아주 좋은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란 말이다.
16 直挂雲帆(직괘운범): 곧장 구름 같이 높은 돛을 걸다. ‘直’은 ‘바로’의 뜻으로 주저하지 않고 곧장 돛을 건다는 말이다.
17 济沧海(제창해): 넓은 바다를 건너가다. 자신의 평생의 큰 꿈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이백은 꿈을 이루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거듭되는 실패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고 감정이 격하게 되었다. 어느 날 이백의 처지를 잘 아는 친구가 그를 위로하기 위해 성대한 잔치를 열어주었다. 만금에 해당하는 술이 준비되었고, 만전이나 되는 진미가 상에 가득 차려졌다. 술을 마다할 이백이 아니지 않은가.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을 마시는 이백이 아닌가. 자신이 타고 온 준마도, 자신이 입고 온 천금의 가죽옷도 모조리 술로 바꿔 마셔서 한번 깊게 취하여 천고의 근심을 잊던 이백이 아니던가. 하지만 입으로 가져가려던 술잔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술이 당기지 않는다. 술잔을 내려놓고 젓가락을 들었다. 입안은 바짝 마르고 모래라도 씹은 듯 까끌하다. 아무런 입맛이 없지만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잔치를 베푼 친구의 성의를 생각해서 억지로라도 좀 먹어야겠다. 그러나 음식이 도저히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젓가락을 던져버렸다. 가슴이 답답해 견딜 수가 없다. 자리를 박차고 나와 검을 빼어들고 격하게 외친다.

“황하를 건너려 했더니 얼음이 가로막는구나! 태항산에 오르려 했더니 눈이 가득 내리는구나! 강물을 건너 꿈을 이룰 저 피안의 세계로, 가파른 산길을 지나 정상에 오르겠다는 내 꿈을 막아서는 자들이여! 내 걸음을 막는 세상이여!”

이백의 격한 음성이 밤공기를 가르며 사라진다. 빼어들은 시퍼런 칼날에 달빛이 흔들린다. 얼마가 지났을까. 격렬한 감정이 훑고 지나간 깊은 내면으로부터 희미한 음성이 들린다.

“위대한 정치가요 군사가였던 강태공은 팔십 노인이 되어 주 문왕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무엇을 그리 조급하게 굴 것이 있느냐. 네 나이 겨우 마흔이다. 그가 위수에서 낚시로 세월을 낚았듯이 너도 때를 기다려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상인 은나라 이윤을 보라. 그가 아직 노비의 신분이었으나 해와 달이 있는 곳으로 가는 꿈을 꾸고 결국 은나라 탕왕에 의해 발탁되어 최고의 재상이 되지 않았는가. 꿈을 잃지 말아야 한다!”

분노와 원망의 감정과 인내와 희망의 생각이 이백의 가슴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참으로 어렵구나! 꿈을 찾아가는 길은 참으로 어렵구나. 수많은 갈림길에서 나는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는 건가! 좌절의 길로 가는가. 희망의 길로 가는가. 체념의 길인가. 인내의 길인가. 부정의 길인가. 긍정의 길인가. 되는 대로 가는 길인가. 꿈을 좇아가는 길인가.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마침내 이백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 앞으로 가야할 길을 세상에 선포한다.

“큰 바람이 물결을 치며 불어오는 날이 분명히 오리라. 그 날에 나는 구름 같은 돛을 높이 달고 저 넓은 바다를 거침없이 건너가리라!”

희망의 길이요, 낙관의 길이요, 확신의 길이다. 분명히 큰 바람이 불어오는 그 날이 올 것이다. 그 바람을 타고 나는 붕새처럼 날아 저 남쪽 천지까지 훨훨 날아갈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며 날개의 힘을 기르자. 큰 바람 같은 큰 기회가 펼쳐질 날이 분명하게 올 것이니 그날에 나의 재주, 나의 능력, 나의 경험은 내 꿈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갈 돛이 될 것이다. 구름 같은 돛이 되도록 재주를, 능력을, 경험을 키우고 기르며 때를 기다리면 될 것이다. 

꿈이 어찌 쉽게 이루어지랴. 또 쉬이 이루어지는 꿈이면 그것이 어찌 꿈다운 꿈이 되랴. 만난의 어려움이 있어 꿈이 꿈이 되는 것이려니, 지금 한 모금 물도, 밥도 넘기기 어려운 좌절이 있다 해도, 이백처럼 가슴에 시퍼런 칼날 하나 독하게 숨기고 때를 기다리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때가 되면 바람은 불어올 것이다. 모든 돛을 준비한 자들을 위해, 모든 날개를 준비한 자들을 위해 큰 바람은 불어올 것이다. 때가 이르매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더니….


김성곤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