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부지역에서 의료 선교사로 활동하며 대만 중부지역의 현대의료 발전에 공을 세운 영국장로교 소속의 의료 선교사 란다윗(Dr. David Landsborough, 1870-1957, 蘭大衛)은 1895년 대만에 와서 1936년까지 41년 동안 대만 중부지역에서 의료선교활동을 하였다. 그는 장화기독교의원(彰化基督?醫院)을 설립하여 대만 의료발전에 헌신하다가 1936년 은퇴하여 영국으로 돌아갔다. 후에 그의 아들 란대필(Dr. David Landsborough, 蘭大弼)이 대만에 들어가 대를 이어 의료선교를 계속 했다. 이들 부자는 67년 동안 타이완 중부지역의 의료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이 지역의 의료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대만 의료선교에 헌신
란다윗은 1870년 8월 2일,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목사였기에 그는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하였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그 지방 교회에서 63년 동안 목사로 헌신하였다. 란다윗은 글래스고우(Glasgow)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1890년 스무살에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어느 날 바보우 박사(Dr. Hugh Barbow)를 방문하고 해외 의료 선교사로 헌신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해외 선교사가 되기 위해 에든버러대학교에서 다시 의학을 전공하여 1895년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장로교회에 해외 의료 선교사로 지원하였다. 영국장로교회는 그를 대만으로 파견하여 러셀 선교사(Dr. Cavin Russell)의 선교활동을 계승하도록 하였다. 1895년 10월 16일, 란다윗은 무디 목사(Rev. Campbell N. Moody)와 넬슨 목사(Rev. A. B. Neilson)와 함께 대만으로 향했다. 그해 12월 18일 란다윗 일행은 대만의 안핑(安平)에 무사히 도착해, 바클레이 목사(Rev. Thomas Barclay, 1849-1935)의 숙소에서 머물며 대만어를 배웠다. 

대만의 아열대성 고온 다습한 해양성기후는 전염병이 쉽게 돌게 하는 원인이었다. 선교사들은 대만의 이러한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학질 같은 전염병이 극심하여 선교사들은 물론 현지인들까지도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생명을 잃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이들은 대만에 도착한 후 세 명 모두 계속해서 학질에 감염되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갔다. 란다윗 선교사와 무디 목사는 요양소서 건강을 회복해야 할 정도였다. 학질로 인하여 많은 희생이 따랐으나 그 학질의 발생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대만 중부지역 의료선교의 개척
란다윗은 무디 목사와 함께 대만의 중부 장화에 파견되어 중부지역 선교를 준비하였다. 1896년 11월 29일, 란다윗 선교사는 장화에 병원을 정식으로 설립하고 무디 목사와 협력하여 중부지역의 의료 선교사업에 착수하였다. 이렇게 의료 선교사와 목사가 협력하여 선교활동을 하는 것이 대만 초기 선교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장화성은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작은 성이었고 위생환경은 낙후하였다. 그들 생활의 주거지인 배수로와 하천에는 각종 오물과 쓰레기들이 썩어서 악취를 풍겼고 모기와 각종 기생충들이 번성하였다. 이로 인하여 온갖 전염병들이 창궐하였다. 란다윗 선교사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것 이외에도 자전거를 타고 먼 시골구석의 환자들에게까지 왕진을 다녔다. 그 당시만 해도 대만 사회는 보수적이었다. 여 환자들을 치료할 때 자칫 잘못하면 쉽게 오해하여 많은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기에 특별히 주의해야만 했다. 그래서 여 환자들을 치료할 때는 반드시 다른 부녀 한사람이 란 선교사를 안내하여 환자 방에 들어가고, 환자는 망사로 가려진 장막 안에 누워서 손만 장막 밑으로 내놓고 맥을 짚어보면서 진찰했다. 

비록 선교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란 선교사의 뜨거운 사랑과 선교를 향한 열정에 감동했다. 그 결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기존에 있는 병원시설로는 환자들을 돌보기가 어려워 1899년 교회 옆에 새 병원을 건축하게 되었다. 신설된 병원은 남자 병실이 2동, 여자 병실이 한 동인 작은 병원이었다. 그러나 그가 의료선교를 시작한지 불과 3년 만에 병원을 확장해야할 정도였으니 그의 의료선교가 그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입원환자들은 병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병실 침대 옆에서 밥을 하는 등 많은 에피소드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란다윗의 친절한 치료와 지도로 서서히 개선되어 갔다.

란다윗은 환자들을 치료할 때는 모두 무료로 봉사하였기 때문에 환자들이 급증하여 매일 바빴다. 1903년 5월에서 7월 달까지 3개월 동안 그는 3,000명 이상의 환자들을 돌봐야 했다. 7월말에는 과로한 탓인지 학질에 걸려 9월까지 무려 2개월 여에 걸쳐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2개월의 분투 끝에 마침내 완쾌되었지만, 오랜 병고로 너무 지친 그를 선교회는 특별히 오스트리아로 보내어 요양하도록 했다. 란다윗은 그해 11월 말 오스트리아에서 다시 장화로 돌아와 의료선교 활동을 계속해서 진행하였다. 그는 이번에 의료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의 의료선교에 약간의 변화를 시도했다. 전에는 완전히 무료로 진료해주었지만, 이번에는 의사의 건강을 고려하여 환자들에게 매번 10전을 받았다. 그러나 무료진찰을 받기를 원하면 병원에 미리 와서 등록하고 번호표를 받은 다음, 진찰받기 전에 먼저 복음과 설교를 들은 후에 진찰을 받도록 했다.

대만 의학교육의 현대화
대만의 의료선교를 중요시한 영국장로회가 의료 선교사를 파견하여 대만인들을 돌보도록 했지만, 넓은 사역지역에 불과 한 두 명의 선교사들로는 그 엄청난 수요를 충족할 수가 없었다. 란다윗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현지 학생들에게 의학교육을 시켜 선교사들의 의료선교활동을 돕도록 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대만 의료선교의 선구자 맥스웰 선교사(Dr. James Laidlaw Maxwell M.D, 馬雅各, 1836∼1921)가 일찍부터 채택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맥스웰 선교사는 7년 동안의 짧은 선교기간에 정규적인 의학교육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 의학교육은 란다윗부터 비교적 체계적인 의학교육을 실시했다고 볼 수 있다. 란다윗은 처음에 5명을 선발하여 낮에는 병원에서 선교사를 도와 환자들을 돌보도록 하고, 야간을 이용해 생리학, 화학과 해부학 등 의학에 필요한 이론을 배우게 했다. 당시에는 인체골격 표본이 없어 원숭이 골격표본으로 대신하여 이들에게 의학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란다윗은 이들에게 4년 동안 의학교육을 시키고, 반년 동안 병원에서 실습과정을 마친 후 졸업증명서를 발부하였다. 이들의 졸업증명서에는 4년 동안 수강했던 과목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1911년에 졸업한 저우레이(周瑞)의 졸업증명서에는 내과, 약물학, 외과해부학, 산부인과, 세균학과 병리학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초기 학생들의 졸업장은  오늘날의 졸업장과 크게 달랐다.

란다윗이 대만에서 41년 동안 선교하면서 배양한 제자들은 7,80명에 이르렀다. 초기 졸업생들은 졸업 후에도 대부분 병원에 남아 의료원의 신분으로 계속 선교사들의 조수로 활동하면서 의료활동에 참여하였지만, 또 일부는 병원을 설립하여 개업의사로 활동하며 현대의학을 대만 지역에 점점 보급했고, 의료선교의 본토화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란다윗의 아름다운 의료선교 일화
란다윗은 매우 헌신적으로 의료봉사를 하였다. 환자들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많은 감동과 귀감이 되었다. 외래환자의 왕진이 필요할 때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으며,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환자들을 찾아가 치료해 주었다. 환자가 거처하고 있는 환경이 너무 더러워 온갖 냄새가 진동해도 전혀 싫은 기색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치료해주는 모습은 환자는 물론 조수들에게까지 감동을 주었다. 그의 제자 이엔전성(諺振聲)이 쓴 《남부교회의 의료 선교사》에 란다윗의 아름다운 일화를 기록하고 있다. 가난한 맹인 부부의 부인이 난산으로 거의 죽어가고 있다고 하여 왕진을 요청하였다. 란다윗은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지체하지 않고 그 먼 길을 걸어가 환자를 수술하였다. 수술 후에도 완쾌될 때까지 열흘 동안이나 하루도 빠짐없이 그 산모와 아이를 찾아가 치료해 주었다. 

란다윗이 왕진할 때는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하여 외진 했지만, 거리가 너무 먼 곳은 부득이 기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당시 기차는 2시간에 겨우 한 대 꼴 로 운행되던 시절이었다. 어떤 때는 란다윗이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막차 시간을 30분이나 넘겼는데도, 기차역에 가면 기차가 떠나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가 출발하였다고 한다.

1912년 11월 22일, 란다윗은 대만 북부 딴쉐이(淡水)의 영국영사관에서 린너(Marjorie Learner) 선교사와 결혼식을 오렸다. 란다윗이 독신으로 대만에 와서 고군분투하며 의료선교에 헌신한지 17년이 지나서야 겨우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28세의 영국선교사인 린너는 대만 최초의 오르간 교사이다. 교회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부녀와 어린이 교육을 담당하였다. 결혼 후에는 란다윗이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것에 감동하여 병원업무에 적극 참여하였다. 간호사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병원 사무장으로 란다윗의 좋은 동역자가 되었다. 

란다윗 선교사는 결혼 후 부인의 지지아래 의료선교에 더욱 헌신하여 대만 중부지역의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여 주었다. 그중에 당시 13세의 저우진야오(周金耀) 소년이 넘어지면서 오른쪽 무릎에 상처를 입었다. 상처가 그다지 크지 않아 부모들은 전통적인 치료방법으로 치료하고, 또 무당들에게 주술 등으로 21일 동안 치료하였지만, 가면 갈수록 상처가 더 악화되어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부모들은 최후의 방법으로 란다윗 선교사를 찾아가 치료를 부탁하였다. 란다윗은 그 소년의 상처가 너무 커서 새로운 피부가 재생할 가능성은 없고, 잘못하면 골수염까지 번져 절단해야 하고 심지어는 생명의 위험까지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피부이식 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의학적으로 피부이식 수술을 한 전례가 없었고, 또 환자가 너무 쇠약하여 환자의 몸에 이식할 피부를 얻지 못하여 고민하고 있는 중에 란다윗 사모가 자기 피부를 기증하겠다고 제안하였다. 란다윗은 부득이 사모의 몸에서 폭 3센티, 길이 10센티의 피부 4조각을 절취하여 그 소년의 다리에 이식하였다. 그러나 불행히 4,5일이 지난 후 이식에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란다윗은 그 실패의 원인을 연구하여 이식할 피부조직이 너무 커서 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그 환자의 몸에서 작은 조직을 취하여 이식하며, 4개월 동안 정성을 다하여 치료한 끝에 마침내 성공하였다. 이것은 대만 의료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을 뿐 아니라, 대만인들의 마음속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비록 란 부인의 피부이식은 실패했지만, 란다윗 부부의 사랑은 그 소년을 감동케 하여 병이 나은 후 그 소년은 기독교인이 되었고, 또 자라서 헌신하여 장로교회 목사가 되었다. 그는 후에 타이난신학원(臺南神學院)의 이사장과 제14대 타이완기독장로교회 총회장으로 활약하면서 대만 사회에 큰 역할을 하였다. 그는 “비록 란 부인의 피부가 내 살에 붙어있지는 않지만, 그러나 내 마음속에 영원히 붙어 있다.”고 늘 말하였다. 이토록 ‘피부를 도려내는 사랑’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특히 장화기독교의원의 동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또 그들의 좋은 본이 되었다.

란다윗의 은퇴와 대를 이은 대만선교
1936년 란다윗은 67세의 고령으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3월1일 장화기독장로회에서 그의 은퇴식과 더불어 송별식을 거행하였다. 그는 송별식석상에서 “나는 타이완에서 40년 동안 봉사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라고 말하며 오히려 대만인들에게 미안해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당시 대만사람들은 그를 대만의 대표적인 신 마주(?祖)와 동등한 지위로 격상하고, 존경하여, “성안에는 마주가 있고, 남문(南門)에는 란다윗이 있다.” 고 하였다. 그는 은퇴하면서 그가 손수 건립한 병원을 남부장로교회에 기증하고, 3월 6일 장화를 떠났다. 그가 기차를 타고 장화역을 출발할 때 역은 그를 환송하는 인파로 가득 찼다.

란다윗 선교사는 은퇴하여 영국으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타이완을 잊을 수 없어, 그의 처소를 ‘포모사(Formosa: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으로 네덜란드 사람들이 처음 대만을 발견했을 때 너무 아름다워서 이와 같이 명명했다고 한다)’ 라고 칭하였다고 하니 그가 대만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겠다. 1957년 10월, 그의 나이 87세에 불행히도 교통사고를 당하여 이 세상을 떠났다. 1971년 대만장로교회는 그의 헌신적인 선교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란다윗기념교회’를 세웠다. 

란다윗 선교사는 소천하였지만, 그의 대만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그의 자손들을 통하여 계승되고 있다. 1952년 그의 장남 란대필(Dr. David Landsborough, 蘭大弼) 의사는 장화기독교병원의 고문과 선교사로 초빙되어, 대만에 돌아왔다. 2년 후에는 병원원장으로 활약하면서 아버지의 유업을 계승하여, 대만선교를 위해 일생을 헌신하였다. 란대필 선교사는 병원이 너무 작아서 많은 환자들을 수용할 수 없음을 발견하고, 취임 이듬해에 병원 증축 공사를 계획하고 국내외에 모금활동을 하였다. 마침내 1966년 10월에 증축공사가 완성되었다. 장화기독교병원은 현대화된 설비를 갖추고 대만 중부지역의 주민들에게 좀 더 현대화된 의료기술로 봉사하는 중요한 의료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란대필 선교사는 27년 동안의 대만 의료선교 활동을 마치고, 1980년 영국으로 돌아가 은퇴생활을 하였다. 이들 부자는 무려 68년 동안 대만 중부지역에서 의료선교에 헌신하여 중부지역의 의료현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장화기독교병원은 지금까지도 대만 중부지역 사회의 발전과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꾸준히 봉사하고 있다. 또 란다윗이 배출한 7,80여명의 현지인 의사들은 대만의료의 현대화와 토착화에 중요한 역활을 담당하였다. 

특히 란다윗 부부의 ‘피부를 도려내는 사랑’의 이야기는 모든 기독교인들의 귀감으로 대만 기독교역사에 아름다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또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저우야오 소년은 그 사랑에 감동하여 기독교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목사가 되었다. 또한 그는 장로교총회장 등으로 활약하면서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산증인이 되어 간증하며 대만의 복음화에 평생을 바쳤다. 


강인규 | 대만중원대학 교양학부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