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를 아시나요?
어느덧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2012년 7월말 현재 140만 명을 넘었다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작년에는 줄곧 120만 명을 헤아리고 있었는데 1년 사이에 20여만 명이 증가한 것이다. 그중 안산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8월말 현재 등록 외국인 수는 44,364명이다. 이들의 국적을 보면 한국계 중국인이 24,227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중국인으로 6,307명이며, 그 외 총 66개국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미등록 외국인까지 합하면 7만여 명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안산시 인구 70여만 명 중 약10%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특히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에는 1만 1천여 명의 등록 외국인이 거주한다. 이는 원곡본동 전체 내국인 주민 3만 1천600여 명의 34.8%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원곡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이미 전체 학생 391명 중 167명이 다문화가정 자녀이다. 이 중 1학년의 경우를 보면 전체 2개의 학급에 학생이 51명인데 그중 41명이 다문화가정 자녀인 것을 볼 때, 안산, 특히 원곡동은 빠르게 다문화 마을로 변화하고 있다. 다문화마을특구 안에 있는 다문화거리는 주말이면 인근 지역인 시흥이나 화성 등에서 몰려든 외국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주말에 이곳에서는 내국인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필자는 현재 다문화마을특구에 거주하고 있는데 처음 2-3개월 동안에는 마치 선교지에 와 있는 것 같았다. 현관문만 나서면 거리나, 버스정류장이나, 상점에서 내국인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는데,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국말을 주고받는 것을 들을 땐 반가운 생각마저 든다.

가자, 열려진 세계로 - 한국어 방문지도사
한국 사회가 이렇게 다문화 사회로 급변하는 것과 더불어 정부에서도 다양한 다문화 정책들을 세우고 있는데, 기존의 정책들을 보완하기도 하고, 새롭게 바꾸기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정책 중의 하나로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한국어 지도는 물론, 자녀양육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하여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게 되도록 돕는다. 그 결과 자신뿐 아니라 그들이 이룬 가정이 한국 사회에서 건강한 가족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게 된다. 이 일은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지원사업을 (재)한국건강가정진흥원(전국 다문화가족지원단)에서 수탁(受託)하여 수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12년 9월 현재 전국에 205개소가 있으며, 현재는 1월과 6월에 방문지도사를 모집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방문교육 서비스는 한국어 교육 서비스와 가족생활 서비스가 있다. 한국어 교육 서비스는 입국한지 5년 미만의 결혼이주여성과 만 18세 미만의 중도입국자를 대상으로 한다. 일주일에 2회, 1회에 두 시간 씩 가정을 방문해서 한국어 교육과 한국생활에 필요한 기본정보를 제공하여,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정서적지원 등을 하고 있다. 가족생활 서비스는 부모교육과 자녀생활지원으로 나누는데 부모교육은 만 12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임신, 출산, 자녀양육 전반에 걸친 부모역할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자녀생활지원은 만 3세에서 만 12세 이하의 다문화가족 자녀를 대상으로 자녀생활 전반에 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입국한 지 5년 미만의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어 방문교육을 10개월 동안 받을 수 있는데,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집합교육(集合敎育)과 중복해서 받을 수 없으며 횟수는 1회로 제한하고 있다. 방문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개인정보는 센터에서 받는 경우도 있고,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 알고 있는 친구나 지인을 소개해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소개받은 또 다른 결혼이주여성을 방문하여 자세한 개인적인 정보와 한국어 수준을 테스트하여 수업 진행 출발점을 잡는다. 그런 후 방문 날짜와 시간을 약속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각 결혼이주여성별 방문한 날짜와 시간, 진행한 서비스의 모든 내용은 사회복지시설의 DB에 반드시 입력해야 한다. 각 결혼이주여성별 서비스 내용을 DB에 입력하는 일은 지금도 방문지도사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한국어 방문지도사의 자격 요건이 올해부터 조금 강화되었다. 한국어교원 자격증 3급을 소지하거나,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이수 후 정부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120시간 이상의 강의 경력이 확인 되는 자, 또는 전직 교사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방문지도사로 활동할 수 있다. 

한국어 방문지도사들의 급여는 국가에서 지급한다.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뿐 아니라 가족생활지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간혹 자신들이 받고 있는 서비스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는 이들을 보면 화가 날 때도 있다. 한국에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데 정작 교육대상자들이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약속한 방문시간을 자신의 입장에 따라 수시로 변경하는 경우도 태반이요,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너무 성의가 없을 때는 정말 화가 난다. 그래서 방문교육 서비스 신청자를 처음 면접할 때 좀 더 철저한 조사가 절실히 요구된다. 서비스가 진행되는 기간 중에 결혼이주여성의 불성실함으로 인하여 그들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 대하여 남편이나 가족의 적극적인 이해와 도움이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첫걸음
2006년 한 선교단체의 평신도 선교훈련 과정에 참여하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 자격증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다. 하나님께서 몽골선교에 대한 마음을 주셔서 평신도 선교훈련을 받게 되었는데, 그때 한류열풍과 더불어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이미 우리나라에 와 있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그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한국어교원 자격증이 선교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도에 안산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이 개설되어 모든 과정을 수료한 후, 한국어교원 3급 자격시험에 응시했으나 합격하지 못했다. 이듬해 안산에 있는 다문화학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 학교에서는 중도입국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다문화학교 아이들은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넓은 교실에 칸막이도 없이 서로 다른 수준의 아이들이 따로 모여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학습의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었고, 공부하러 오는 아이들도 별로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 방문지도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그 즉시 시흥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지원하여 현재 한국어 방문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첫걸음을 시작했다.

공감 100%
한국에 결혼이주여성으로 와서 다문화가정이라는 한국의 한 사회구성원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참으로 만만치가 않은 것을 본다. 이들의 삶은 마치 고립된 섬과 같다. 한국 사람들 안에 섞여 있으나 따로 떨어져 사는 듯한 모습인데 언어의 소통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아이와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한국말도 안하고 자신의 모국어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자신의 모국어로 아이와 대화하면서 교감을 쌓을 수 있는데, 모국어로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면, 아이가 한국어를 배우는데 지장이 있을까봐, 모국어도 한국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두 돌 정도 지난 아이가 자신이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데 갓난아이와 같이 칭얼거림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을 본다. 또한 결혼이주여성 본인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서 피해의식으로 불만이 쌓여가는 것을 본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알림장을 읽고도 아이가 오늘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보게 된다. ‘기본적으로 울지 않고 잘 했어요.’ 이 정도는 이해하나 오늘 어린이집에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했는지 세세하게 잘 알지 못한다. 어린이집에서 미리 한 달 동안 교육할 내용과 행사일정을 알려주는 안내문을 읽고도 그것이 어떤 교육이며 무슨 행사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어린이집의 요청에 따라 한복을 입혀서 보내기는 했지만 그날 한복을 입고 무슨 수업을 했는지 도무지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마주치는 선생님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시도하나, 선생님이 이 결혼이주여성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이 결혼이주여성은 말하기를 그만 중단해 버린다. 

이들은 재정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든 그렇지 않든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안이 있다. 이들이 국적을 취득 하는데 보통 3-4년이 걸리는데 국적취득의 벽을 매우 높게 생각하고 있어서 도전하는데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국적취득 전까지는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 수 밖에 없다. 이런 자신의 정체감에 대한 불안은 아이가 생기면서 더욱 커지고 나이 차이가 많은 남편의 부재에 대한 불안감과, 그 후의 삶에 대한 염려가 그들의 정서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제는 주저할 시간이 없다
한국어 교육이라는 도구로 결혼이주여성들을 접촉하고 만나서 관계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이주민들을 흩으셔서 살게 하는 일을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특히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자기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게 하시고 한국 땅으로 모으는 하나님의 어떠한 계획이었을까? 이주민들은 자신들 살던 고향에서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편만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또한 하나님을 예배하는 삶을 사는 것이 그들 나라의 가족구조와 사회구조 안에서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넘쳐나는 이 한국에 와서 이들이 진정한 창조주 하나님을 알고 그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바로 알아서 이 땅에서 삶의 목표를 바로 세워,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도록 이들을 이끄는 일이 시급함을 느낀다. 이 땅에서 이주민으로서의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가난한 마음에 영이요 생명이신 하나님의 말씀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신천지에서도 결혼이주여성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들 가정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러 번 찾아온 적이 있는데, 이들이 고향을 떠난 연약한 상황을 이용하여 신천지 모임 안에 외국인들의 모임을 안내하고 그곳에 오면 고향사람들을 만나서 교제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이렇게 이 땅의 외국인들을 향해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자신들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다가가고 있는데, 이 땅의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하나님의 전략을 받아내서 순종함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주민들 가운데 이루어야 한다. 

외국의 많은 나라에서 이주민 정책이 실패하고, 그 나라 안에 있는 이주민 그룹들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더욱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고 그분의 뜻을 구하여 순종함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나 복음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때로는 그들의 모국어로 된 사영리(四靈理)를 소개하기도 하고, 아플 때 기도해 주며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엔 여전히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주저할 시간이 없다. 이제 그들의 모국어로 된 성경을 공급하고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매일 새벽기도와 아침기도 두 시간, 저녁기도 두 시간씩 제사장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성경말씀을 주제별로 모아서 그 말씀으로 기도하고 있다. 이 제사장 기도 본문 말씀을 이들의 모국어 성경으로 똑같이 만들어서 이들을 만날 때마다 한 주제씩 말씀을 읽고 기도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그냥 말씀을 읽고 그 말씀에 대하여 잠깐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순서로 짧게 시작하다 점차 기도의 시간을 늘려갈 것이다. 이제 11월 말이면 이들의 서비스 제공 기간이 끝나는데 이들 중 특별히 좀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사람과는 이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말씀으로 기도하며 좀 더 깊은 기도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을 통해 그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로 일어서도록 도울 것이다. 이 일이 주님의 마음에서 나온 주님의 소망이길 바라며, 주님이 그 일을 이루시길 기도한다.





김지숙 | 한국어 방문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