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을 따르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가슴, 그리고 직관이야말로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스티브 잡스
우리식 사고로 중국 바라보기 드디어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이곳 지면을 빌어 몇 회에 걸쳐 서평 형식의 요약글을 쓰고 있는데, 그간 다뤘던 책들이 모두 ‘우리 사고’가 아닌 ‘남의 사고’로 중국읽기를 보여준 외서(外書)였다면 본서는 이제 우리 눈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우리 머리로 그 대안을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한국의 눈으로 중국읽기가 참 중요하다. 최근에 벌어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식의 밀실대응은 우리식 사고가 없이 강대국 중심의 사고로 기울어질 때 그 패착의 피해가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우리가 ‘남의 사고’를 빌려 쓰는 것은 물론 필요하고 유익하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를 통해 ‘남의 사고’를 선별하고 분류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저자도 자신의 책에서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외정책에 우리나라가 ‘우리식 사고’의 전제 없이 참여할 때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과의 관계가 헝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인 이익과 장기적인 통일의 정책에도 결코 이득이 될 수 없는 형국이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미래에 관한 전략적 연구는 대부분 서구나 일본의 외부적 시각에 의존해온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 출판되는 중국 관련서적도 대개가 개인적 체험을 정리한 것으로 학술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부족하고, 올해 같이 한중수교 20주년이나 아니면 올림픽을 비롯한 중국의 특별한 사건의 시점에 맞추어 가끔 출판되는 중국 학술서들은 이제 분야별 연구를 위한 기본적 토대를 쌓는 선에 머무르고 있다. 오랜 역사적 관계와 한반도 지정학적 환경 등을 고려해볼 때 우리의 입장과 필요를 대변하며 중국을 조망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한,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웃하며 중국을 경험해 왔기에 이제 우리식 사고의 중국 총서를 준비해간다면 이후에는 가장 주목받고, 가장 실제적인 연구서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국내 최고 중국 권위자의 한 사람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조영남 교수가 본서를 집필하게 되었다. 저자는 “중국의 부상 앞에서 한국이 당면한 위기는 좀 더 깊은 곳에 있다. 진짜 위기는 중국은 세계 강대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라고 말했다. 조영남 교수는 젊은 나이임에도 연구실적을 통해 부교수를 거쳐 종신교수직까지 오른 국내파 인재이다. 지금까지의 저술은 사회과학 출판사에서 학술교재용으로 출판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교양서 형식으로 본서를 출판한 것이다.
우리식 사고를 재평가하기 저자는 우선 중국의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중국의 앞날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만연한 편견들부터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사고의 기저(基底)에는 중국이 무력이나 국제적인 힘으로 주변국을 새로운 조공국으로 만드는 신중화론과, 근거가 약하고 막연한 기대로 말하는 붕괴론과 기회론 등의 오해들이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먼저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에 대한 편견들부터 바로잡아야 하고,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거기서 유래하는 근거 없는 두려움이나 자신감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할 것을 요청하며, 양국의 관계를 서로가 윈윈하는 국익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한다.
그중 한 가지 예로 중국과의 상호 이익관계 속에서 한미동맹을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에 대한 저자의 조언을 소개한다. “중국이 한미동맹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고, 동아시아 지역 질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국이 한미동맹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미일 동맹처럼 성격과 역할이 변화되어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중국 안보 연합에 참여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범위는 한반도가 중심이라는 점, 즉 대북 억제가 목표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미동맹은 중국 봉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또한 한국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평시와 전시 모두에서 한반도와 관련된 군사 행위에서만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를 기초로 중국을 설득할 수 있다.” (365쪽)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식 사고가 ‘남의 사고’로 많이 경도되어 오지 않았는가 살피는 것이 바른 중국 알기의 첫걸음이 된다. 저자는 그동안 대외적으로 일반시민들에게 많은 강의를 해오는 중에 가장 빈번했던 질문들을 중심으로 책의 구성을 전개해 간다. 예를 들어 “중국은 민주화가 될 것인가?” “중국이 소련의 뒤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대등한 수퍼 파워가 될 것인가?” “중국은 경제성장만 했지 정치는 일당독재의 낙후된 후진국이 아닌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자신만의 정리된 의견을 갖고 싶어하는 질문들이다. 그리고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보다 좀 더 우리식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 강화 속에 우리의 판단과 준비는 무엇인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롯한 반한감정의 행동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남북한 통일의 과정에서 중국과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남의 사고’에서 나온 질문보다 좀 더 세부적이고 실제적인 해법을 준비해간다면 ‘우리의 사고’를 정책적으로 연결시키는데 있어 더욱 실제적이고 정밀한 연구는 물론이고, 외부를 향한 협력의 요청에도 더욱 구체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비룡(飛龍) vs. ‘불완전한’ 강대국 1, 2부에서 소개되는 키워드는 ‘거대한 비룡’과 ‘불완전한 강대국’론이다. 성장의 기세와 영향력으로 보면 분명히 중국은 ‘비룡’ 즉 떠오르는 용의 비견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용이 떠오름과 동시에 다시 추락할 수 있는 여러 ‘불완전한’ 요소도 함께 커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먼저 떠오르고 있는 용의 모습을 보자. 단적으로 중국은 개혁기 30년 동안, 즉 1978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9.9 퍼센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여 세계에서 성장이 가장 빠른 국가가 되었다. 물론 동아시의 일부국가도 이와 같은 빠른 성장을 경험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63쪽)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중국이 세계 시장의 투자자가 된다는 것일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계의 ‘규칙 제정자(rule-setter)’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세계의 경제규칙은 서유럽 선진국, 즉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결정해왔다. 일본은 비록 최근까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지만 세계의 규칙 제정자로서는 큰 역할을 발휘하지 못한 점을 중국이 넘어서고 있는 점이다. (75쪽)
군사력과 소프트파워인 문화콘텐츠에 있어서도 중국은 높은 성장그래프를 보여주고 있다. 냉전해체 이후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국방비는 축소 혹은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중국의 국방비는 크게 증가해왔으며, 2008년 이후 기준으로는 미국에 이어 국방비가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82쪽) 소프트파워도 1990년대 후반, 특히 2002년 후진타오시대가 들어서며 대외정책의 중요한 요소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 스스로도 지역 강대국에서 세계 강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의 필요를 절감하며 세가지 자원(중국모델, 중화문명, 정교한 외교정책)을 활용해 집중육성하고 있다. (88쪽)
그러나 아직은 지역 강대국에서 세계 강대국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발목을 잡고 있는 약점들이 있다. 즉 ‘불균등성, 지역성, 취약성’이 주는 한계이다. 즉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정신과 습관은 여전히 어린이의 특징을 갖고 있는 청소년기의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한계이다. (130쪽)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국의 신중함과 강경함이 동시에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이중적인 모순의 상황을 우리가 잘 이해해주고 인내심을 갖고 중국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며 일관되게 추진해가야 한다.
3부에서 5부까지는 세 가지 관점으로 책을 기술한다. 먼저 3부에서는 중국의 부상이 우연인가, 필연인가를 보여주는 ‘2020 프로젝트’의 개요를 소개하며 10년 뒤의 중국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2020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전면적으로 중국이 소강사회1)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이미 실천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이를 중간 평가할 수 있는데 기본적인 수치와 도표에 있어서는 매우 성공적이다. 2002년 당시 2020년까지 경제성장의 목표로 설정한 것이 1인당 국민소득 3,500달러의 달성이었는데, 이미 2009년에 1인당 소득이 약 3,600달러에 달해 당시 목표를 10년 앞당겨 달성했다. 또한 GDP와 외환보유고 등 다른 경제지표에 있어서도 이미 경제목표는 초과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저자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2020년 무렵이면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변수는 정치적 사회적 상황인데 중국이 비록 부정부패, 관료주의, 행정 비효율성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해도 이것이 바로 공산당 일당체제의 붕괴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고, 최소한 2020년까지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203쪽) 그 근거로 공산당은 이미 오랫동안 정치개혁을 통해 체제의 합리화를 꾀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조사에 의해서도 중국 대다수 국민은 현행 정치체제와 공산당을 적극 신임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4부의 내용은 중국정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중국은 어떻게 공산당 일당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눈부신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달성해나가고 있을까?’ 라는 주제를 공산당의 성공비결과 연결해 보여주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성공비결을 정리하는 것은 중국 정치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사항이 된다. 저자는 중국공산당의 부패와 통치 능력의 부족함도 인정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공산당은 변신에 성공해왔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세가지를 꼽는데, 첫째는 유능한 통치 엘리트와 당정의 간부 충원 둘째는 공산당 운영의 정상화와 제도화 세 번째는 공산당 내의 민주화 확대이다. (322쪽)
5부는 책의 결론이자 실제적 적용에 관한 지침으로 ‘바람직한 중국 정책을 위한 3중주’를 연주하라고 권고한다. 첫 번째 연주는 한국은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 경제협력과 사회·인적 교류를 확대할 뿐 아니라 군사·안보 분야의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관여정책이다. 두 번째는 한미동맹 또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한 위험분산 전략도 취해야 하는 위험분산 정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정상회의, 아세안+한중일 같은 동아시아 다자(多者)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다자주의를 정책의 마지막 연주로 소개한다. (379쪽)
저자는 마지막의 당부도 우리식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정책의 3중주도 결국에는 이른바 한국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주장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그것들이 잘못되었다면 과감히 버리는 결단이 있어야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우리식 사고’의 강조가 ‘남의 사고’를 배척해서는 안되고, 그것을 가리고 껴안을 수 있는 혜안으로 확대되어야 함을 함께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구에서 태양으로 중심점을 옮기고 태양 위에 올라서서 태양계를 보는 것이 코페르니쿠스 혁명의 핵심인 것처럼 세계와 역사의 전망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으로만 세계를 본다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때로는 만족감도 줄 수 있지만, 이러한 관점만으로는 세계와 역사의 진실을 알 수 없고, 이들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세계와 역사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불편하고 불만족스럽더라도 세력관계를 규정하는 중심적이고 핵심적인 힘에 주목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힘에 올라타고 세계를 조망하는 용기와 능력도 필요하다. 따라서 외부의 시각과 내부의 시각, 두 눈으로 역사와 세계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저자가 서두의 인사말에서 밝힌 그 소망을 품고 본서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에는 중국이라는 용이 날아와 우리를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만약 충분히 준비만 한다면 오히려 용을 타고 춤을 추면서 하늘을 날 수도 있다. ≪용과 춤을 추자≫는 이 책의 제목은 이런 소망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주> 1) 1979년 12월 6일 등소평(?小平)이 일본 수상 오히라(大平正芳)의 방문 시 제시한 용어로 ‘온포(溫飽 :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는 수준단계)’에서 부유한 단계의 중간 단계의 생활수준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였다. 당시 등소평은 중국현대화의 목표로 소강상태(小康奖台)를 제기하였으며, 20세기 말까지 1인당 GDP USD 800를 달성하여 소강사회를 실현할 것이라면서 소강사회는 중국식의 현대화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또한 국민의 생활수준의 개념을 넘어 경제 사회 발전의 조화로운 발전을 실현하데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소강사회는 경제발전, 민주적 정치, 문화 번영, 조화로운 사회, 아름다운 환경, 윤택한 생활, 풍요로운 삶, 국력신장 등 경제, 정치, 문화가 조화롭게 발전하는 사회를 말하며 민족 부흥을 향한 사회 발전 단계라고 밝혔다. 이후 등소평은 소강사회 발전에 대한 청사진과 21세기 소강사회의 발전전략, 즉 삼보주(三步走 : 3단계) 전략을 제시했으며 1997년 강택민(江择民)은 제15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소강사회 건설의 새로운 임무를 제기했고 21세기 들어 전면적인 소강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단계의 사회주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출처: 중국시사문화사전, 이현국>
이관 | 前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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