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관리와 돌봄
중국은 한국보다 먼저 복음을 받아드렸지만 공산주의 국가로서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는 정책에 의하여 선교적 발전이 없었다. 그러나 한중수교 이후 한국인 선교사를 통해 중국선교는 선교적 결실을 거두게 되었다. 중국의 종교정책은 외국인의 지도를 철저하게 배제하면서 삼자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중국교회의 선교정책은 한국교회의 선교정책과 사뭇 다르다. 한국선교사들은 이러한 중국의 종교정책 숙지하고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중국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그러한 만큼 그들의 영적, 정서적, 육체적 돌봄(케어)이 필요하다. 중국선교사의 수가 적지 않은 것에 비해 돌봄이 이루어지는 비율은 극히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보다 발전적인 중국선교를 위해 선교사의 영적, 정서적, 육체적 위기관리와 돌봄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이상적인 제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본고는 선교사들이 겪는 어려움들을 살펴보고, 그러한 가운데 사역하는 선교사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그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전제된 어려움
중국은 마르크스 레닌의 사상과 모택동의 공산혁명, 등소평의 개혁개방이라는 큰 틀 속에 있는 나라다. 공산주의를 국가의 헌법과 강령에 주요 가치관으로 채택한 공산주의 국가이다. 이런 면에서 선교를 감당해야 하는 선교사에게 여러 가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종교법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 믿을 자유가 있고 믿지 않을 자유가 있다.’ 라고 명시함으로 선교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그래서 중국은 선교사에 대한 비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선교사는 이러한 현실을 모른 채 중국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는가? 아니다. 모든 내용을 알고 중국의 종교정책을 존중하면서 사역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자신이 책임진다는 전제하에 활동한다.
그러면 ‘선교사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그러한 부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등을 사전에 충분히 교육받고 훈련을 받아야 한다. 만일 이러한 교육과 훈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무모한 선교활동’ 혹은 ‘저돌적인 선교활동’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사전 준비 중의 중요한 부분이다.
각종 위기들
위에서 언급한 어려움 외에도 외적·내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외적 위기에는 강도나 절도, 교통사고 등이 있다.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 2010년 한 해 동안 10만여 건의 교통사고로 2만 7천 명이 사망하고 11만 7천 명이 상해를 입었다. 특히 상반기에만 하루 평균 551건의 교통사고로 15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한국인 선교사의 교통사고 피해사례는 과히 적지 않다. 중국에서 생활하면서도 내가 당한 교통사고가 아니기에 그렇게까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긴장되지 않지만 여전히 주의해야 할 부분 중의 하나이다.
내적인 위기에는 영적, 정신적, 도적적인 위기가 있다. 이 세 가지 영역의 위기는 쉽게 드러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상황을 드러내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곪아 터질 대로 곪은 후에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교회를 눈에 보이는 건물로 보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무리’로 보는 이유는 지체들 간에 서로 세워주고 생명을 나누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교사는 한 지역에서 장기간 사역을 하게 된다. 마치 섬에 고립된 것처럼 장기간 그렇게 지내야 한다. 자신을 위한 사역이나 선교활동으로 생각한다면 자칫 자신의 영적 관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정신적인 부분 역시 이러한 면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인 선교사들은 일을 못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다. 반대로 일도 잘하고 그 일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다. 반면 그 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지속되는 긴장감에서 자신을 풀어주는 자기관리에 매우 취약하다. 그들은 일주일 중에 어느 하루를 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는 등의 원칙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는 자신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곧바로 부부와 자녀에게로 전염된다. 실제적으로 부부간에 끊이지 않는 엄청난 전쟁(부부 갈등)으로 돌이키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자녀들이다. 그 자녀들은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과 가정의 긴장이 겹쳐진 짐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부모도 알지 못하는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러한 자녀의 상처를 발견한 후의 그 부모가 받는 상처는 배가 되어 돌아오게 된다.
또한 보이게 보이지 않게 나타나는 것이 질병으로 인한 위기이다. 물론 풍토병과 같은 일반적인 요인에 의해 생기는 병도 많다. 그러나 실지로 많은 선교사가 정신적 요인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생하는 질병들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마지막 하나는 도덕적 위기이다. 선교사 개인은 하나님과 자신의 양심 앞에서 보이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경제적인 문제와 성적인 문제에 위기가 닥쳐 올 확률이 높다. 이러한 위기는 고독한 섬에 홀로 남겨져 있기에 외롭다는 느낌과 자유하다는 느낌의 묘한 경계선에서 일어난다. 지금까지 언급한 영적, 정신적, 도덕적 위기의 공통점은 조용히 찾아와 은밀하게 진행되고 발전하여 이 문제들이 발견될 즈음에는 암과 같이 어디서부터 치료해야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들을 위기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외에도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의 공포가 자리 잡고 있는데 큰 상처를 준 것 중에 사천성에서 발생한 지진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연재해에 대해 선교사가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다. 대부분의 자연재해는 전조현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인식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훈련이 되어있지 않다. 이 말은 다양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고스란히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도적 접근이 중요하다
선교현장에서 선교사 자신이 다양한 위기에 대해 알아서 대처하라고 하면서 개인에게 안전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동시에 부과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명시한 위기관리 정책과 규정이 선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교사가 그 소속 단체의 위기관리 정책과 규정에 의해 대처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제공되어야 한다.
위기관리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선교사의 자신의 안전을 자신이 책임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훈련하는 제도적인 모든 과정을 말한다. 위기관리의 기본적인 대책은 정책과 규정으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제도적인 접근이다. 그 이유는 선교사의 생명과 사역의 생명을 동시에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교사가 소속된 단체는 이러한 선교사의 위기관리 부분에 대해 분명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분명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각 선교단체는 각각의 설립정신과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에 근거하여 그 성격이 담겨있는 위기관리 정책과 규정이 정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지 선교사회는 이러한 훈련과 점검을 수시로 수행하여야 한다. 선교사의 소속 단체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연 몇 회 몇 시간 이상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어 위기관리에 관한한 최소한의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셀프케어가 중요하다
위기관리가 단체의 정책과 규정이라는 제도적인 것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영적, 정신적, 육체적, 도덕적 관리부분에 대해 스스로가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잘 관리 할 때 선교사의 생명력은 빛을 발하게 된다. 자기관리는 철저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고 함께 사역한다면 이러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얽혀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역지에서 그러한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누구도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게 될 경우이다. 그야말로 가족과 하나님, 자신만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제언을 한다면 다음과 같다.
* 셀프케어를 위한 점검표를(check list) 만들어라!
선교사가 적어도 자신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좋다. 먼저 자신의 영적 생활을 위해 필요한 부분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꼭 해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 보면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된다. 가족과 함께 토론이라는 과정을 거쳐 만든다면 더 좋다. 그리고 논의 과정을 거쳐 가족이 서로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점검표를 만들어 본다면 가족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다. 점검표를 만들 때에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야 한다. 성경통독이라고 할 때 ‘식구들이 아침 몇 시에 성경 몇 장을 읽고 기도한다.’ 등으로 해야 할 일과 분량과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점검표는 가족과 자신에게 서로 선포하듯 서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그 일들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 절대 포기하지마라!
셀프케어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요인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러한 일들에 대해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초등학교시절 나름 거창한 생활계획표를 세워봤지만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었다. 외국어 공부 계획을 위해 점검표를 작성했지만 종종 실패했다. 그래서 이러한 점검표와 계획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점검표가 필요하다. 비록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할지라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잠시 실패했다할지라도 그동안 잠시 쉬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부분을 말할 때 먼저 떠오르는 말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이 말 앞에 한마디를 덧붙이면 좋을 것이다. “삼일마다 작심삼일” 밥 먹듯이 실패한다할지라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현장 상호멤버케어가 중요하다
멤버케어를 말하면 대부분의 선교사는 멤버케어 전문가가 있어 멤버케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지로 그렇게 전문가가 와도 일시적인 상담과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분들이 계속 상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서로에게 위로자가 되어주고, 상담자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한 나라의 선교회와 지역 선교회 혹은 지역의 선교사 몇 명이 현장에서 상호멤버케어를 해야 한다. 2002년 중국 모 지역에서 그 인근지역의 선교사 8가정이 한 곳에 모였다. 한 분이 성격검사의 하나인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를 할 줄 알아 선교사 모든 가족들이 이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각자의 성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일로 부부간에 그리고 부모자녀 간에 도무지 이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상당히 해결되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를 보면서 서로 도움을 주었다. 자녀들에게는 그날그날 수영장 다녀오기, 시장에서 장보기 등 구체적인 과제를 주어 중국 생활에 적응하게 하고 자녀들을 격려할 수 있었다. 여러 선교사들은 같은 선교지에서 생활하기에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는데 가장 좋은 대상이 된다. 또한 선교사는 각각 많은 은사가 있어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몽골에서 선교사 몇 분이 건조한 날씨와 겨울의 혹독한 추위, 그리고 사역의 무력함을 인해 호소를 하자 한분이 신선한 제언을 했다고 한다. “우리 1년간 회비를 걷어서 내년 이맘 때 가까운 중국에 다녀옵시다.” 이 한 마디가 계기가 되어 실행하게 되었고, 그 일이 가슴에 쌓인 응어리와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고백을 들었다. 이러한 케이스가 선교지에서 상호멤버케어의 좋은 예이다.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365일 살아야 한다. 문제를 쌓아 두었다가 전문가가 올 때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 미숙하고 부족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는 선교지에서의 동료들을 통해 먼저 상호멤버케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영철 | KWMA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