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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2  통권 132호  필자 : 김선  |  조회 : 3378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타이베이 카페 스토리(第36個故事)》
- 상실의 골짜기를 지나 의미를 찾아 떠난 여행

대만의 샤오야취안(蕭雅全) 감독이 제작한《타이베이 카페 스토리》의 중국어 제목은《36번째의 이야기(第36個故事)》이고 영어 제목은《Taipei Exchanges》이다. 2010년 5월 대만에서 상영되었고 한국에서는 2011년 7월에 개봉하여 주목을 받은 영화이다. 샤오야취안 감독은 1988년 국립예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실험적인 단막극인《형태(型态)》를 제작하였고,1989년에 작품《메트로놈(节拍器)》과《고백(告白)》을 통해 자신의 영상 창작 능력을 발휘했다. 1990년에는 네 번째 실험 단막극인《다섯 가지의 장면(五个镜头)》을 제작하였다.《타이베이 카페 스토리》는 주걸륜과 함께《말할 수 없는 비밀》에 출연하여 국내 관객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계륜미(桂纶镁)가 언니 뚜얼(朵兒)역을, 오토바이 광고로 유명해진 린천시(林辰晞)가 여동생 창얼(薔兒)역을 맡아 친자매와 같이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 그리고 장한(張翰) 또한 점잖은 쥔칭(郡靑)역을 차분하게 연기했다. 

심리가치와 물물교환
뚜얼은 동생 창얼과 함께 꿈꿔왔던 ‘뚜얼(?兒) 커피숍’을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뚜얼은 개업하는 날 교통사고를 당하여 속상했는데 가해자가 엉뚱하게도 손해 배상을 카라꽃으로 하였다. 친구들은 마네킹, 커다란 악어인형, 역기 같은 황당하고 희한한 물건들을 개업 선물로 들고 왔고, 답례로 카라꽃을 받아갔다. 뚜얼은 개업 선물로 받은 잡동사니들이 카페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짜증을 냈지만, 창얼은 손님들의 재능이나 물건으로 그 잡동사니들을 처리하는 물물교환을 제안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뚜얼의 카페는 타이베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커피숍으로 자리 잡는다. 한편 창얼은 해외여행 경험이 전혀 없는 언니 뚜얼이 카페에 들어온 그 물건에 얽힌 사연을 세상을 알아가는 창문으로 삼기를 바랐다.

사람마다 각자 심리적 가치가 다르고 사물에 대한 인식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차이가 있다. 뚜얼의 마음속에는 멋진 머그컵이 베이브 루스(Babe Ruth) 사인볼보다 가치 있고, 어떤 남자에게는 사진이 마징가Z보다 가치가 있고, 동생 창얼에게는 사진보다는 손님이 커피를 한 잔 더 마시는 것이 가치가 있다. 영화에서 물건을 팔지 않고 물물교환을 고집하는 것은 ‘돈만 있으면 뭐든지 살 수 있다’고 여기는 현대인들과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볼 수 있다. 영화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돈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사람마다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어떤 아저씨는 태국요리책에 관심이 많아서 카페의 하수구를 청소해준다는 조건하에 태국요리책을 가져갔다. 창얼은 카페에 온 스튜어디스한테 자신과 언니의 사춘기시절 성장과정을 들려주며 프랑스산 퍼그(pug) 핸드폰 장식품과 교환하여 언니에게 선사한다. 카페에 온 일본 남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어머니가 가르쳐 주었던 노래의 악보책이 카페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 노래를 부르고 나서 그 악보책을 기뻐하며 가져갔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모든 일들이 그렇죠, 당신의 뜻대로만 이뤄지진 않아요. 이 도시에는 분명 도자기가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을 거고, 소파가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을 거예요. 아직 서로를 못 찾았을 뿐이죠. 이게 바로 도시예요. 이게 바로 도시에서 매일 볼 수 있는 일들이죠.” 내게 불필요한 물건이 어쩌면 다른 사람이 무척 갖고 싶어하는 것일 수 있고, 내가 간절히 갖고 싶은 것이 타인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물건일 수 있다. 고독한 현대 도시인은 물질적인 풍요와 결핍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교감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느낀다.

상실의 골짜기
어느 날 준수한 청년 쥔칭이 35개의 아름다운 비누를 들고 카페로 찾아와서 뚜얼에게 35개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뚜얼은 그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멋진 그림을 그렸다. 쥔칭이 말한 마다가스카르(Madagascar: 동아프리카의 섬나라)의 악마의 나무 이야기, 애리조나의 봉황성(鳳凰城) 이야기는 뚜얼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지구본을 돌리며 35개 도시를 직접 그려보며 마음속에 그 도시들을 품는 꿈을 꾸게 한다. 그러나 쥔칭이 갑자기 변심하여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를 그린 그림은 자신의 기억이라고 말하면서 비누와 그림을 전부 가져가버리자 뚜얼은 알 수 없는 상실감에 빠져든다. 뚜얼이 소파에 앉아 자아(의식)와 자아(무의식) 간에 대화하는 모습은 그녀의 자아 속에서 요동치는 복잡한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뚜얼은 자신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미소로 35개 도시의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알려주던 쥔칭한테 마음이 열려 점점 호감을 느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쥔칭이 나타나서 35개의 비누와 그녀가 그린 그림마저 들고 떠나자 무척 당황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서로 헤어진 지금, 쥔칭은 뚜얼의 그림을 갖고 있고, 뚜얼은 쥔칭의 기억과 스토리를 갖고 있다. 만약 뚜얼이 35개 도시의 스토리를 듣지 못했다면 그림을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쥔칭이 과거에 경험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뚜얼은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동생과 카페를 창업했지만 물물교환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자신이 추구했던 돈이나 카페경영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뚜얼은 중학교 때 부모가 이혼하여 아버지가 떠나자 철저히 버림받은 느낌을 경험하였고 아버지가 떠나가실 때에 자신이 아꼈던 강아지를 데리고 가서 야속하게 여겼다. 그러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그 당시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강아지를 가지고 가게 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리며 어린 시절 겪었던 상실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낀다. 뚜얼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버림받은 것 같은 고통과 강아지가 사라짐으로 인한 상실의 고통을 오랜 세월 무의식의 창고에 넣어 두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재산을 물려주자 어머니는 두 딸에게 공부를 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여행을 할 것인지 제비를 뽑게 했다. 언니 뚜얼은 공부를 뽑았다. 성적이 우수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갔지만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다양한 세상에 대한 체험이 없었다. 이에 반대로 동생 창얼은 세계여행을 뽑아서 중학교 졸업 후 유럽과 인도 등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친구들과 자주 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서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두 자매는 왜 어머니가 그들로 하여금 이런 삶을 살게 했는지 원망스러웠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각본에 자신들의 인생을 맞춰서 산 것을 뒤늦게야 깨닫고 후회를 했다.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빅토르 에밀 프랑클(Viktor Emil Frankl)은 1942년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로 끌려갔는데 죄수복 안에 “진심으로 네 영혼과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라” 라는 쪽지가 있었다. 그는 수용소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기 위해 몸의 청결을 유지하고 절망하지 않고 결국 살아남아 2차 대전이 끝난 후 로고테라피(logotherapy: 의미치료)라는 심리치료 이론을 만들었고 인간존재의 의미추구 자체가 인간의 가장 궁극적이고 고귀한 목표임을 깨달았다. 영화 마지막에 뚜얼은 카페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35개국의 비행기 표로 바꿔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세계여행을 떠났고, 창얼은 카페경영을 통해 돈을 벌 것 것을 확신하고 차를 구입하였다. 뚜얼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스토리를 통해 세상을 아는 창문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자신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세상을 알고 싶었으며 사람들을 사귀고 싶었다. 또한 돈을 벌기 위해 살기 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주체로 살아가기를 원했다. 그녀는 과거 모범생의 이미지나 카페 주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35개국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무엇이 뚜얼로 하여금 이런 선택을 하게 했을까? 물론 외부의 자극을 받아서 그 자극에 자신이 반응한 결과이다. 스튜어디스가 프랑스에서 산 퍼그에 대한 호기심은 어린 시절 부모에 의해 상실했던 강아지를 되찾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쥔칭이 들려준 35개의 비누 스토리는 그녀에게 직접적이고 강렬한 자극을 안겨다 주었을 것이다. 쥔칭이 떠난 후 내면의 거절감과 지난날의 상실의 고통이 밀려왔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경험이 아닌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새로운 비전이 생겼다. 그래서 뚜얼은 과감하게 일상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타이베이를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영화 속에서 샤오야취안 감독은 관객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는 뚜얼이 개업하는 날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돈으로 배상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카라꽃으로 보상을 받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돈이 중요한가? 아니면 가치를 부여한 물건이 중요한가?’ 하는 질문이다.

두 번째는 ‘공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 여행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는 내가 해야 하는 것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하고 싶은 것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세 번째는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인데 ‘현재 당신은 자신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정신과 의사인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는 인간을 자신의 행동과 정서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삶에 책임을 지는 실존적 존재로 이해하고 현실요법(Reality Therapy)을 주장했다. 그는 인간의 기본욕구(Basic Need)를 생존 및 생식의 욕구(Survival need), 소속의 욕구(Belonging need), 힘에 대한 욕구(Power need), 자유에 대한 욕구(Freedom need), 즐거움에 대한 욕구(Fun need) 등으로 분류하였다. 

인간의 갈등은 서로의 욕구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욕구에 집착하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생긴다. 나 자신의 욕구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타인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가 많이 개선될 것이다.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선물로 주셨다.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광야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말씀과 기도를 통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목적을 깨닫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택을 하며 어두운 세상가운데 한 줄기 빛을 비춰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본다. 


김선 |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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