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학교와 첫 만남
“여긴, 한국이랑 전혀 상관없는 곳이에요! 당장 나가요!”
지난 2008년 여름, 인천 화교소학교를 처음 찾았던 그날이 떠오른다. 대학원 석사논문 주제로 화교교육에 관해 쓰기로 하고 화교학교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 날, 그곳 교장선생님은 내가 인사하기도 무섭게 교문 밖으로 다짜고짜 내쫓는 것이었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정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왜 화교연구를 한다고 했을까!’ 후회와 서글픈 마음이 밀려와 허탈한 마음으로 몇 시간을 앉아 있었다. 

그 뒤에도 두어 번 더 화교학교를 찾아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문득 지금 내가 겪는 이 상황이 ‘한국화교들이 한국 사회를 느끼는, 또는 인식하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억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국인(특히 화교)에 대한 차별정책을 일관했던 한국 정부 아래에서 삶이 고달팠을 그들을 떠올리며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기도 했다. 나는 이 지면을 통해 내가 화교연구를 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화교교육의 역사 및 화교교육의 현황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화교교육을 연구하기까지
화교연구를 하면서 가장 절실했던 것은 ‘내가 화교였으면 어땠을까?’ 라는 마음이었다. 그만큼 ‘한국인’ 이라는 신분은 솔직히 화교연구에 걸림돌이 되었다. 내가 화교였다면, 이들의 더 깊은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들었지만, 그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연구자로서, 미력하나마 한국과 한국화교를 이어줄 수 있는 가교역할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연구를 진행할 힘이 되기도 했다. 

내가 논문을 쓰면서 자주 들었던 질문은 “당신도 화교냐?”는 거였다. 사실 내가 화교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화교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어쩌면 단순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2007년, 나는 김명준 감독의 영화《우리학교》를 본 후였다. ‘민족성’에 대해 줄곧 관심이 있었지만, 이 영화가 특별히 동기부여가 됐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 학교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다. 검정치마 저고리를 입은 아이들, 약간은 나와 낯선 모습이지만 나와 똑같은 언어를 쓰고, 해맑게 웃는 아이들. 그들이 말하는 ‘조선’ 이라는 나라와 조국 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내 가슴은 뭔가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그 후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한국인으로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교육받으며 자랐다. 오랜 기간 교육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민족 감정이 무엇일까. 나 역시《우리학교》같은 영화나,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강한 동질성을 형성하며 폭발하는 사람들 속에 서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모두가 인정하겠지만, 한국 사람들만큼 민족성이 강한 민족도 없을 것이다. 세계화 시대라고는 하지만 한국 내에서도 다민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재일조선인을 보며 일본 사회를 따가운 눈초리를 쳐다보는 우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사회 속 재일조선인처럼 한국 사회 속 소수민족을 찾고 싶었고, 그중 한국 사회에서 우리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화교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향했다.  

한국 화교교육의 전개과정
한국화교는 130여 년의 이주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한국화교협회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인구는 21,806명이다(2011년 기준). 한국화교는 1882년(고종 19) 임오군란 때 한국에 파견된 군인을 따라 상인 40여 명이 입국하면서 이주가 시작되었다. 당시 청나라는 조선에 통상조약을 강요하여 화교 유입의 길을 터놓았고, 그에 따라 인천공원 부지에 화교 거주지가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

현대적 의미의 화교학교는 청일전쟁(1894년) 이후 화교들이 자금을 모아 1902년 한국 최초의 화교학교인 인천 화교소학교를 창립하여 학생 30명을 모집하면서 시작했다. 1909년에는 서울의 화교들이 한국 주재 전 대영사의 도움을 받아 한성화교소학을 세웠다. 그 다음해 부산화교소학이 1910년에 설립했다. 그 후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통제하던 기간에는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외국인학교의 설립을 금지했기 때문에 화교교육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따라서 1938년 영등포, 1941년 군산, 1943년 대구에서 한 개교씩의 소학교가 설립되었으며, 1942년에는 서울화교고급부(1943년에는 광화중학교의 이름으로 개칭하였고, 이후 1948년에는 한성화교중학교로 변경)의 중학교 1개교만이 세워졌다.  

화교교육은 해외에 터를 잡고 살지만, 자손들에게 자신의 언어와 글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현재 화교학교는 외국인학교 46개 중 18개에 이르며, 소수민족으로는 가장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화교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해 재정이 열악한 상태로 힘들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화교학교가 처음부터 경영난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화교학교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1945년부터 1970년까지라고 볼 수 있다. 한국전쟁 후에는 화교학교 수가 양적으로 늘어나 화교들은 한국에서 소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진 시점이다. 약 20여 년 동안에 수원, 충주, 동두천 등 대도시를 비롯해 중?소도시까지 총 55개교가 설립됐다. 화교학교의 적극적인 설립은 중국대사관(중화민국)의 지원이 컸으며, 이때 화교 수도 3만여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면서, 화교교육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상황이 조성되었다. 한국 사회의 산아제한정책의 영향을 받아 화교 인구의 자연증가율이 감소했고,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화교에 대한 경제적 차별과 법적 제한을 받으며 화교들은 한국을 떠나게 된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 토지 취득 및 관리에 관한 법, 중국집 쌀밥 판매 금지령, 서울 도심 재개발 사업 등은 그나마 요식업으로 경제활동을 해 오던 화교들의 자리를 빼앗게 된다. 교육적으로는 외국인학교를 외국인단체로 등록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내국인(한국인)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 만일 내국인을 받으면 학교인가가 취소되는 등 엄중한 조치가 취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학생들의 학비로 운영되어 오던 학교 경비 수입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결국 조치원, 동두천, 부평, 중안, 용현, 진주, 부산 서면, 영월, 남원, 진해, 영동, 밀양 등 10여 개의 비교적 규모가 작은 화교소학교 및 광주화교중학교가 폐교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화교학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지만 해외에서 자신의 언어와 글, 문화, 풍습을 그들의 자손이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화교학교가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겠다는 화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필자는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로 화교들의 교육경험을 인터뷰하여 이를 분석하였다. 다음으로는 최근 초?중고등?대학교육에서 발견한 화교들의 문제의식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나누고자 한다. 화교교육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앞으로 화교교육 발전에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지면에 옮겨보도록 하겠다.

초등교육
화교소학교는 한국의 초등교육처럼 6년제이며, 현재 전국에는 12개의 소학교가 있다. 화교들은 자녀에게 어렸을 때부터 중국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학교에서도 중국어를 배우게 한다. 과거 화교들은 차이나타운은 아니더라도 화교들끼리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만의 “울타리”가 존재했다. 따라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습득하였다. 먼저 1970년대 화교학교가 가장 번성했을 때 학교의 모습에 대해 들어보자. 당시 화교학교 교사였던 분의 이야기이다.

내가 (화교) 교육계 73년돈가 74년도에 들어왔는데, 들어가기 전에 대한민국 안에 학교가 68개인가 58개 정도 있었어요. 그렇게 많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대한민국이 군마다 심지어 읍마다 몇몇 사람 있으면 건물 하나 해가지고, 방 하나 하고 선생님 모셔서 자기 아이들 가르치고 그랬어. 우리 집에 와서 아이 있는 집 아이. 그런 식으로 했어요. 내가 화교 교사로 이름 달 때 58개 정도 교사로 들어올 무렵 그때는 그랬어요. 그 전에는 더 많았었지요. 

처음 들어갈 때, 4학년 담임이었거든요. 4학년 예반이었어요. 충(忠), 효(孝), 예(禮), 지(知)반이었는데, 우리는 1학년 1학년, 2반 이런 게 아니고 충반, 효반, 예반. 이렇게 돼 있거든요. 내가 교사였을 때. 내가 73년도인가, 74년 학교 들어갈 때. 그때. 72명이었어요. 한 반에. 교실이 똑같은데. 생각해 봐요. 어떻게 학생이 다 앉았나? (오전, 오후반 있지 않았어요?) 그건 그 전에 2부제 학교였어요. 그때 학생이 2,300명이었어요. 지금은 600명 정도 밖에 안 되는데. 2300명이면. 그 작은 땅에 그 학교가 2천100평 되나? 170 몇 평 정도 되거든요. 거기 중?고등학교, 초등학교 같이 있었거든요. 같이 있으면서 이쪽은 2300명 중고등학교 2000명이 넘어요. 그러면 4천 몇 명이면 그쪽에 와글와글 공부 못해요. 체육도 못해요. 할 수 없이 중학교 이사 갔잖아요. 나중에.(60대, 남)

그러나 점차 화교들도 뿔뿔이 흩어져서 살게 되고, 한국인과 결혼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화교 자녀가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못하였다.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TV나 컴퓨터, 놀이 공간 등은 모국어를 지켜나가기 어려운 조건이다. 따라서 최근 화교소학교는 학내에 “모든 언어를 중국어로!” 라는 표어가 붙어 있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중국어 사용을 규제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교사들은 중국어교육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고 화교들 사이에서는 초등 중국어교육이 ‘주입식 교육’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이 주입식이에요. 사실. 한국사람 그렇잖아요. 넌 좋겠다. 한문 잘 알아서. 한문이라는 게 글자 자체가 어려워요. 집에 가서 100번 써와라. 초등학교 때는 계속 반복이에요. 교과서 나온 거 10번 써와라. 읽기. 그런 식으로 계속 반복의 반복.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중국어에 관한 거는 초등학교 때. 그때 공부를 잘했거든요. 그게 기반이에요. 반복과 지루함의 연속, 그것이 지금까지 꿰고 있는 원동력이죠. (30대, 남)

저는 크게, 초등교육에 대해 불만은 없었어요. (오히려) 선생님들한테 고마웠어요. 애들은 불만이 많았어요. 선생님들 너무 무서워 숙제 너무 많아 못했을 경우엔 못 가게 해요. 다 쓰고 가게하고 지키고 있어요. 그거는 상당히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애들은 싫지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선생님들이 되게 고마웠거든요. (40대, 여)

아이들 삶의 객관적 조건은 한국어인데 그 안에서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니 아이들이 모국어를 안정적으로 배우는 데 어려움이 크다. 두 번째 기술한 40대 참가자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초등교육에서 이뤄지는 중국어교육에 대해 아이들은 주입식 교육이라며 불만을 느끼고 있지만, 부모들은 오히려 열정적으로 가르쳐주는 교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듯 현재 초등교육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중국어교육임을 알 수 있다.

중등교육 
화교학교의 중등교육은 본국인 대만에 있는 대학 입학을 목표로 운영됐다. 화교교육은 대만 교육부에서 발표한 <교과과정표준>에 근거한 교과서와 한국 환경과 관련이 있는 교과를 추가해서 공부한다. 현재 중등교육은 대만 대학교 진학반과 한국 대학교 진학반으로 나눠서 운영 중이다. 대만 대학교 진학반은 ‘본국으로 간다’ 라고 하여 ‘회귀(回歸) 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본래 화교 중?고등학교는 대만 대학을 목표로 운영되었으나, 1970년 9월 고등학교 3학년부터 한국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생기면서 한국 대학 진학반을 처음 운영하였다. 1980년대까지는 화교 중?고등학교를 마치면 대만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았으나, 1992년 한중수교 이후부터는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1970년대 대학공부를 한 60대의 경험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 95%는 대만에 들어가서 공부해요. 나머지는 친구들은 대부분 특별한 이유 때문에. 예를 들면, 우리가 말할 때는 대만에 가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수학생이라 그러지. 시험은 여기서 해야 하니까. 대사관에서. 다 비슷비슷했던 것 같아. 동남아도 마찬가지고. 시간도 정했고. 대만 교육부에서 정했으니까. 해외 화교에 대해 특별히 우대해주는 거지. 그래도 시험은 어느 정도 해야지. 선택하는 학교에 들어갈 수 있잖아. 당시에는 나머지 사람은 몇 가지 유형이 있을 거야. 가정 때문에, 집안에서 필요하니까. 그리고 또 우리가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은 대부분 한국 학교에 다니고. 특별한 이유는 많지는 않을 것 같아. (60대, 여)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늘어나는데 그 이유는 대만 정부의 우대정책 변화나 한중수교 이후 중국과의 무역 등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만큼 화교들은 한국에서 경제활동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이후 한국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은 계속 늘고 있다.

한국대학 진학반이 거의 압도적으로 많아요. 지금 세 반이 있어요. 고3 1반이 대만 진학반이고요, 고2 2반이 문과 한국대학 진학반. 3반이 이과 한국대학 진학반. 1반에서는 대만대학 진학반은 거기서 문과 이과반이 나뉘어져요. 아무래도 사람이 적지요. 한 6 대 4나 많으면 7 대 3정도까지도 가요. … (대만으로 가는) 걔네들은 그렇게 보시면 돼요. 공부를 정말 잘하는 아이들이고요. 아니면 집에서 그렇게 가라고 하든가. 아니면 정말 자기 진로 때문에 거기 가는 애들도 있고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 틀려요. (10대, 남)

이처럼 최근에는 대만보다는 한국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실정이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대만과 한국대학 모두에서 ‘부적응’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화교교육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비교적 동질집단 내에서 이뤄지다가 대학 때 한국인 또는 대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부적응의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적응 현상은 심각한 문제로 판단된다.

대학교육
화교 학생들은 소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화교 사회 안에서 교육받고 생활하기 때문에 이들의 대학 생활은 첫 사회생활인 셈이다. 이들에게 화교가 아닌 다른 민족 집단과 부딪히며 적응해야 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대학 생활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화교라는 정체성에 관해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화교들은 대만에 가서 교육 수준 차이에서 오는 좌절감과 본국에서 해외 교민에 대한 시선 등으로 이질감을 느끼면서 공부를 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하였다.

나는 왜 이렇게 적게, 많이 못 배웠나. 여기서 갈 때 제가 중문과에 들어가는 걸 알고 나서는 스스로 공부했어. 중국어 역사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시와 사는 그때는 고등학교 선생님은 교과서로 공부 안 했어요. 제 생각은 들어가기 전에는 아주 자부심이 많았어. 들어간 이후에는 한번 생각해 봐. 국립대학교야. 거기는 제일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가는 거예요. 같이 경쟁할 때는 힘들었어. 내가 따라가는 게 힘든 게 아니고 저희 환경에서 너무 적게 배운 거. 그게 약간, 뭐라고 해야 되나. 자기에 대해, 환경에 대해 뒤돌아보는 시간이었어. 내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하나, 내가 왜 고생해야 하나. 내가 왜 이렇게 경쟁해야 하나, 파악하는 게 힘드나 한국에서 못 배운. 그 당시에는 다른 학생들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배운 거야. 많이 배우고 선생님도 좋은 선생님도 만났는데도 심리적으로 느꼈어. 1학년 때는 조금 힘들었어. 아예 이 과목은 배우지 못하는 거잖아. 그런데 2학년 때는 괜찮았어. 왜냐하면 대만 학생들은 너무 공부하다가 대학 들어가서 공부 안 하려고 1학년 때 멈추는 거잖아. 우리는 뒤떨어졌잖아 열심히 경쟁해서 수준이 점점 그 현지에 사는 사람들 수준이 되서 나는 2학년 때는 힘들지는 않았어. (60대, 여)

대만에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대만에 가면 우리를 한국에서 왔으니까 너희들은 한국 사람이다. 화교 위치가 좀 애매해요. 이쪽도 아니고 그쪽도 아니고. 그런 걸 많이 느꼈죠. 지금도 중국에 가면 너희들은 한국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 많아요.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는 중국사람 많아요. 우리는 고향이 산동인데, “너희는 한국 사람이야.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야” 라고 하는 중국사람 많아요. (40대, 남)

한국대학교에 들어간 학생들의 어려움도 “이질감” 이었다. 이들은 소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화교들 안에서 공부했지만, 대학 생활부터는 한국 사회 속에 ‘소수자’로 들어가면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원인은 지금껏 대만식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지 못한 것과 특히 한국에서 대학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인다. 따라서 최근 화교 학생 중에는 휴학생이 늘고 있으며, 끝내 적응하지 못해 졸업에 이르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성화교중?고등학교 한국 대학교 진학반에서는 한국어 및 한국 역사, 지리 등의 교과목을 한국 교재로 가르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느끼지 못한 이질감을 대학교 가서 느꼈죠.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까지는 내가 어울릴 필요도 없고 어울린다고 해도 한 두 사람이잖아요. 내가 특수한 것이 아니라 걔가 특수한 거니까. 하지만 대학교 들어가게 된 거잖아요. 내가 그 사회에 들어가게 된 거잖아요. 내가 소수고 그 사람들은 다수니까. 그 이질감은 그때부터 느끼게 되고 그리고 공부하는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니까. 같은 내용을 배워도 우리는 중국어로 배우니까. 그러니까 그거를 옮기는 과정이라든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다르다 라고 생각했어요. 한국 책을 좀 더 많이 봤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니는 내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나는 과연 뭔가. 여기에도 속하지 않고 저기에도 속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대학을 다니며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할 필요가 없어요. 환경 상. 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안 하는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제 경험을 비춰봤을 때. 대학교 들어가면 당황스러움 같은 게 있어요. 또 교육방식 자체가 굉장히 다르잖아요. 논술 같은 거 많이 하잖아요. 또 글을 쓰기는 쓰는데 말로 할 때는 의미가 통하지만  좋은 글을 통해 좋은 점수를 받아가야 하는데 좋은 글이 나오지 않으니까. 지금 가는 학생들도 그렇거든요. 글쓰기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40대, 여)

해외에서 살아가기에 정체성 혼란이나 부적응 문제는 어쩌면 당연한 문제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이 뿌리내린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터전이라면 대만이나 한국 정부에서 이들의 적응문제를 함께 해결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문제는 화교 사회에서도 큰 근심거리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화교 사회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한국 사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한국 사회는 지난 2006년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선언하였다. 단일민족을 표방해 온 한국도 지난 2010년 기준 다민족 수가 125만 명이 넘어섰다. 그중에서 화교는 이주역사가 가장 오래된 만큼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은 필자가 화교연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논의해 볼 과제를 제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 화교의 지위를 주목할 수 있다. 연구 참여자들도 언급하였듯이 한국 화교는 외국인이라는 신분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소수민족과는 달리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독특한 이력을 가진 존재이다. 말하자면 외국인이면서 동시에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내부인’ 이라는 점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다민족?다문화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외국인에 대한 정책을 보다 현실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논의는 ‘화교’ 라는 존재를 단순히 외국인으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거주 역사를 고려하면서 그들을 위한 정책을 세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화교들이 한국에 정착하여 거주 역사는 이미 1세기가 넘었고, 현재 3, 4세들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다수가 영주권을 가지고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한국 정부에 교육세와 각종 세금을 내고 있다. 지난 2006년 5. 31지방선거에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투표에 참가하는 등 이미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화교학교는 대부분 본국이나 제3국으로 진학하는 외교관이나 임시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자녀를 위한 외국인학교와는 달리, 앞으로 한국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화교들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화교들에 대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처우 개선은 별도의 논의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화교교육이 한국 사회의 정책 변화의 영향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교의 자녀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국 정부의 교육적 지원 정책이 여러모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화교교육은 한국 사회에서 한국 구성원들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사실, 화교교육은 지금까지 한국인이나 한국 사회와 소통이나 교류 없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운영됐다고 볼 수 있다. 화교교육의 독자성은 화교들에게 자신의 민족성을 지킬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되었던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향후에도 지금의 독자성만을 위주로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유리할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만들어나갈 다문화사회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형태라고 할 때 화교교육은 반드시 변화를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다문화사회란 소수민족집단이 인종적, 신체적, 문화적 특성 때문에 차별을 받지 않고 공존하는 사회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기능, 태도 등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문화와 타문화를 함께 습득할 수 있도록 제반의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필요성이 있다.  

셋째, 한국인들의 시민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화교뿐 아니라, 여러 민족의 이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난 2006년 다문화사회 선언 이후, 다문화교육에 관한 정책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다문화교육은 이주자나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활동을 통칭하는 것으로 좁게 이해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이주자의 2세 문제와 관련된 교육적 과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강조해야 할 점은 화교를 포함한 외국인을 대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우선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 시기 다문화교육 대상을 다문화가정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외국인들을 함께 살아갈 존재로 인식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구성원들의 성숙한 민주 사회의 시민성을 키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숙한 민주 시민교육이 이루어졌을 때 오늘날 화교교육의 문제도 시민 문화 속에 반영되어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명희 | 홍익대학교 교육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