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중국은 어떤 근거와 방향에서 어떤 내용으로 ‘법치(法治)’를 지향하고 있을까? 공산당이 다스리는 중국이지만 ‘법치국가’를 둘러싼 학자들의 논의가 활발하다. 이 글에서 중국의 사법제도에 관해 특징있는 면을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공산당이 제한적이나마 법치국가 이론을 수용하게 된 이유
개혁개방 이후 과거에는 우파(右派)의 이론이라고 하여 탄압의 빌미가 되었던 많은 사상과 주장들이 해금되었다. 그 가운데는 ‘법치’와 ‘사법독립’이 포함된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사회주의 국가의 계급적 본질에 어긋난다 하여 비판되었던 ‘법 앞에서 만인 평등’의 원리도 복권되어 있다. 중국공산당이 비록 제한적이나마 법치국가 이론을 수용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1966년부터 1977년까지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문화대혁명’이라는 '국가적 재앙'을 경험하게 된 것은 법치국가로서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당과 국가의 지도자들 사이에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구심력 약화, 공직자의 부패, 범죄의 만연 등에 대하여 새로운 법제적 대응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은 현재 외국의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자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외국 투자가들의 신뢰를 받을 만한 법적 환경의 정비가 불가결하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참된 ‘법치국가’로 발전해 나가는 데에는 아직도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큰 한계는 지금도 사회주의 국가의 전통적인 당(黨)국가 체제가 유지되어 중국공산당이 이른바 ‘집권당(執政黨)’으로서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문제점과 별개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는 아직 중국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수용하지 않고 이를 자산계급의 자유주의 사상이라고 하여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주장하는 ‘사법독립’은 삼권분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사법기관인 공안(경찰), 검찰, 법원의 3기관이 독립하여 사법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한 것으로서 우리나라와 서구의 선진국에서 말하는 ‘사법부 독립’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삼권분립에 터 잡은 ‘사법부 독립’은 참된 법치국가의 주춧돌이라 할 것이므로, 이것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치국가를 건설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독립성을 갖지 못한 재판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이 되기 어려울 것이므로 결국 국민들은 법의 다스림을 불신하고 사실적인 ‘힘의 논리’만 숭배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많은 법학자들도 삼권분립의 원칙을 공공연히 내세우진 못하지만 법원의 위상과 사법 독립의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진지한 이론적 모색을 하고 있다. 다음은 중국에서 사법의 독립, 곧 법원과 법관의 독립을 제약하는 요인에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 체제적인 요인
중국의 사법독립은 ‘공산당의 영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 근본 한계이다. 개혁개방 이후에는 당(黨)과 법(法)의 관계에 있어서 당도 반드시 헌법과 법률의 범위 안에서 활동하여야 한다는 원칙적 규정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법적 실천 속에서는 당의 작용이 곧잘 헌법과 법률을 초월하고는 한다. 구체적으로 각급 인민법원마다 조직되어 있는 당조직(黨組)이 '집권당의 사법사무대리인'으로서 재판업무에 당의 정책과 방침이 반영되게 지도하고 간섭하고 있다. 중국 헌법 제126조는 “인민법원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독립하여 재판권을 행사하며, 행정기관, 사회단체와 개인에 의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위 규정의 ‘사회단체’에 공산당 조직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고 있다.
법관의 선임, 특히 고위직 법관의 선임은 법원 안의 당조(보통 그 서기가 법원장 또는 부원장을 겸임한다)와 법원 소재지의 지방 당위원회와 그 조직부에서 사실상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법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공산당원으로 충원되고 있다. 법원에 중요한 사건이 있으면 지방 당위원회에 보고하여 지침을 받는다거나, 동일한 분쟁에 대하여 서로 다른 사법기구 사이에 다른 결정이 나왔을 때 당의 정법위원회가 나서서 조정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보통 있는 일이다.
▶ 인민대표대회의 감독: 중국의 인민대표대회는 우리나라의 국회와 유사한 기관인 듯이 보이지만, 입법부로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의행일치(議行合一)의 이른바 최고 국가권력기관으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행정부와 인민법원, 인민검찰원은 모두 인민대표대회의 감독을 받고 그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이러한 인민대표대회 제도는 삼권분립을 부인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국가권력구조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 행정부의 간섭: 중국에서는 당의 실제적인 권력 외에 행정권이 사실상 사법권 위에 군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째는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당의 지도자가 행정기관의 수장(首長)을 맡기 때문에 당의 권위와 행정 권력을 빌어 사법에 간섭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행정기관의 수장이 사법기관의 수장에 비하여 항상 한 등급 높은 직급을 가지도록 하고 있어서 기관 사이에 ‘상명하복’적인 형태를 피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셋째는 사법의 예산이 중앙과 지방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더욱 정부에 굴복하고 그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우리나라처럼 법관에 대한 예우가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지방 정부가 개별적으로 정하는 예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 언론기관의 영향력: 중국의 ‘사법독립’은 언론기관의 작용으로부터도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의 신문, TV 방송 기타 대중매체는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모두 중국공산당이 장악하고 있어 그 보도에 강한 정치적인 성격이 수반되므로 다른 나라의 언론보도와는 다른 차원의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언론 매체에서 구체적인 재판업무에 대한 비평을 가하는 일이 많아 재판의 독립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한다.
▪ 법원 내부의 요인
▶ 법관의 직능 문제: 중국에서는 법관의 직능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그 신분 보장을 위한 장치가 거의 없다. 그들의 월급은 다른 국가공무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법원에 따라서는 예산 사정이 좋지 않아 매우 박한 월급을 주기도 한다. 사법관리 체제는 지역별로 분할되어 있고 인사와 예산의 양면에서 지방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 법관의 자질과 능력: 사법의 독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들이 높은 수준의 자질과 능력을 가질 것이 요구되는데 중국의 법관들은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중국 법관의 부류는 첫째는 퇴역 군인인데, 이들은 그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법원 내안 고위 권력층에 포진해 있어 가장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둘째는 법학전공자들인데 그 학력이 다양하고 아직 법원 고위직 중에는 많지 않다. 셋째는 법학 이외의 다른 과목을 전공하였거나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한 법관들도 상당한 비율을 점하고 있다.
▶ ‘법관독립’의 불인정: 중국의 헌법은 인민법원이 독립하여 재판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법관의 독립’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개별 법관의 신분 보장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법원 안의 당조직과 재판위원회(審判委員會) 등에 의한 여러 가지 통로의 내부적 통제와 간섭이 행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급 인민법원의 원장에게도 재판감독권이 주어져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담당 법관의 재판상의 독립이 보장될 수 없는 현실이다.
▪ 문화적인 요인
▶ 소송기피 의식: 중국인들 사이에는 분쟁이 있어도 법원에 가서 송사로 해결하는 것을 꺼리는 심리가 보편화되어 있고, 따라서 사법작용에 의한 권리보호에 무관심한 경향이 많아 사법독립의 실현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 ‘포청천(包靑天)’의식: 중국인들이 존경하는 역사인물인 포청천 등은 엄정한 사법관일 뿐만 아니라 직접 군중 속에 들어가 주동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다. ‘포청천’의식이 중국의 법관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법관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신념을 심어 놓아 법관이 마땅히 취하여야 할 중립적인 자세를 잃게 하므로 이 또한 사법독립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 ‘관시(關係)’문화: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대인관계를 잘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중국 사회의 보편적인 관념으로서 중국의 상당수 변호사나 심지어는 법관들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중심’의 문화가 사법독립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중국인민법원의 조직과 권한
중국의 법원은 심급과 관할하는 사건에 따라 최고인민법원, 각급 지방인민법원, 전문인민법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방 각급 인민법원은 기층인민법원, 중급인민법원, 고급인민법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문인민법원에는 군사법원, 해사법원, 철도운수법원 등이 포함된다. 법원이 그냥 ‘법원’이 아니고 모두 ‘인민법원’인 것은 재판기관으로서 법원도 ‘계급’으로서 성질을 가지는 ‘인민’이 주체가 되는 국가권력 집행기관이라는 규정에서 비롯되는 것으로서 사회주의 계급투쟁 이론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중국의 법원 조직과 재판제도의 특징은 이른바 ‘4급 2심제’로 요약될 수 있다. 즉 기층인민법원, 중급인민법원, 고급인민법원, 최고인민법원의 네 가지 등급 또는 서열로 나누어져 있고, 심급제도로는 우리와 같은 3심제가 아니라 2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기층인민법원이 1심 재판을 한 사건은 중급인민법원의 재판이 종심이 되고, 중급인민법원이 1심을 맡은 사건은 고급인민법원의 재판이 종심이 된다.
▶ 기층인민법원: 기층인민법원(基層人民法院)은 최하급 법원으로서 현, 자치현, 시, 대도시의 구(區)에 설치된 인민법원을 말한다. 기층인민법원이라는 호칭은 법원의 분류 내지는 서열 부여를 위한 것으로서 실제로는 『OO현 기층인민법원』이라고 부르지 않고 『OO현 인민법원』과 같이 칭해지고 있다. 보통 형사재판정, 민사재판정, 경제재판정 등의 ‘업무정’이 설치되어 있는데, 업무 정의 정장이 소속된 합의정(우리나라의 합의재판부)이나 독임법관(우리나라의 단독판사)에 대하여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러한 기층인민법원이 중국 인민법원 수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섭외사건이나 특별히 중요한 사건을 제외한 제1심 형사, 민사 사건에 대하여 광범위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 중급인민법원: 기층인민법원과 고급인민법원 사이의 등급에 해당하는 ‘중급인민법원’은 성(省)·자치구(自治區)·직할시의 각 지구(地區), 자치구의 시, 자치주 등에 설치되고, 『OO시 중급인민법원』 등으로 부른다. 원장 1인, 복수의 부원장, 정장, 부정장과 기타 법관(재판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급인민법원은 ▲형사사건으로는 반혁명 사건 또는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범죄에 해당하는 사건,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할 통상의 형사 사건, 외국인의 형사사건 등을 ▲민사와 경제사건으로는 섭외 사건, 관할 구역 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최고인민법원이 중급인민법원의 관할로 확정한 사건 등을 ▲행정사건 중에는 행정소송법에 중급인민법원의 관할로 규정하고 있는 특허권 확인소송, 세관의 처분에 대한 소송 또는 국무원 행정 각 부문이나 성, 자치구, 직할시 인민정부의 구체적인 행정행위에 대한 소송 사건, 나아가 기층인민법원이 재판을 이송한 사건 등을 각 제1심 관할법원으로 담당하여 처리한다.
▶ 고급인민법원: 고급인민법원은 성, 자치구, 직할시에 설치되어 있으며, 중급인민법원과 최고인민법원 사이의 중간급 법원으로 '북경시 고급인민법원'과 같이 호칭된다. 고급인민법원은 법률, 법령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성(省), 자치구 또는 직할시 전체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중대 형사 사건, 관할구역에 대하여 큰 영향이 있는 중요 민사 및 경제사건, 하급인민법원에서 이송한 사건 등을 제 1심으로 재판하고, 하급인민법원의 판결과 재정(결정)에 대한 상소사건과 항소 사건, 해사법원의 판결과 재정에 대한 상소사건 등을 제2심으로 담당한다.
▶ 최고인민법원: 최고인민법원은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중국의 최고 재판기관으로서 각급 법원 중 최고의 심급에 해당하며, 한편으로는 각급 인민법원과 전문 인민법원의 재판사무를 감독한다.
최고인민법원이 1심으로 재판하는 사건은 전국적인 성격을 갖는 중대한 형사사건, 전국적인 범위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민사와 경제사건 등이다. 역사상 최고인민법원이 제1심으로 재판한 사건은 극소수로서 일본 전범에 대한 재판, 문화대혁명 종료 후 그 주동자인 강청(江靑) 등 이른바 사인방(四人幇)에 대하여 한 재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고인민법원이 1심으로 재판한 사건은 항소할 상급법원이 없으므로,‘ 1심 종심’으로 된다.
그밖에도 전국의 모든 하급법원의 재판사무를 감독하고, 하급법원의 사형판결에 대한 심사·승인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해석(司法解釋)’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사법해석’은 재판과정에서 법령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하는가에 관하여 유권해석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법원에 법률해석권을 맡기는 우리나라나 서구의 법제와 달리 기본으로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법률해석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이 하는 ‘사법해석’에도 일정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재판을 통한 ‘구체적인 규범해석’이 아니라, ‘추상적인 규범해석’이라는 점에서 입법과 거의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중국의 입법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중국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신속하게 부응하지 못하여 곧잘 ‘법의 흠결’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인민법원의 ‘사법해석’이 가지는 입법 보완적인 의미와 역할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www.infocommune.net/oldlaw/chineselaw/cjuris.htm
정리 |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