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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1  통권 131호  필자 : 천국  |  조회 : 1940   프린트   이메일 
[선교사의 삶과 사역]
이야기 보따리

선교하는 중국을 꿈꾸며 중국에 선교하러 온 지 7년 정도가 되었다. 그 사이에 결혼하여 자녀를 셋이나 낳았고 중국 캠퍼스 사역을 하며 귀한 열매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갈등과 어려움도 많았다. 최근 1년간의 삶을 그 동안 보낸 기도편지에 나오는 몇 개의 단편 이야기로 엮어 정리해 보았다. 오직 주님의 은혜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야기
새 학기가 되면서 팀이 더욱 커졌다. 더 많은 캠퍼스들을 담당하게 되면서 부담감이 커졌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사역을 더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리더십, 사역 전략, 방법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도무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잘 하는 것인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기도하는 가운데 사역의 방법보다 사역의 이유, 그리고 전략이나 방법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 사역의 동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예수님처럼 겸손중국인들을 사랑하고 섬기러 왔는데 그런 동기로 사역을 하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렇게 살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하나님께서 내 안에 다른 동기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셨다. 

한 커피전문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이다. 급한 나머지 화장실을 사용하고 변기의 물을 안 내리고 나왔다. ‘중국인들도 잘 안 내리니까 괜찮아’하며 별 생각 없이 기도편지를 쓰고 있는데 한 중국 여자 분이 내게 오더니“중국어 할 줄 아세요?”했다. 그래서 그렇다고 답했더니, “공중 화장실 썼으면 물 내리는 것은 기본이에요!”하고 갔다. 자존심도 상하고 화도 났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분이 내가 기도편지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화가 너무 많이 되어 잘못된 현지 문화까지 배워버린걸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했을까? 중국 사람들을 사랑해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섬기러 온 것이 맞는가? 하나님께서 이렇게 부족한 선교사도 사용하시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러웠다. 하나님은 오늘도 나의 동기를 물으신다. 

사역 이야기 

진리가 운동하는 캠퍼스
얼마 전 한국 신문에도 보도된 적이 있는데 한 대학에서 살인사건이 있었다. 아우디 차를 모는 부잣집 3학년 남학생이 청소부 아저씨와 주차 시비로 싸움을 벌이다가 그 아저씨를 사람들이 다 보는 가운데 때려죽이고 경찰에 잡혀간 사건이었다. 우리는 학생들과 함께 기도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캠퍼스에서도 하나님은 당신의 신실한 일꾼들을 일으키고 계신다! 

1년 동안 두 명의 현지인 사역자가 끈임 없이 눈물과 기도를 심었던 바로 그 캠퍼스이다. 아마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이 캠퍼스일 것이다. 온갖 사상이 난무하고 예술적 표현이라는 이름하에 음란함이 가득한 캠퍼스, 술과 담배, 심지어 보통 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마약 문제, 동성연애와 뉴에이지 사상까지, 소돔과 고모라 같은 캠퍼스였다. 주님은 우리에게 이 캠퍼스에 대한 마음을 주셨다. 작년 한 해 50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한 세계 3위 영화 제작국, 세계 1위 드라마 제작국인 이곳에서 이 대학 출신들이 그 중추 역할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학의 L자매는 작년 초, 다른 대학모임에 초대 받아 와서는 기독교인 학생들의 간증을 듣더니 공개 질문을 했다. “과학이 이렇게 발전한 시대에, 각자의 정신세계에만 존재하는 신이 아닌, 살아계신 신의 존재를 인격적으로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난 도저히 믿을 수 없어요!”그랬던 L자매가 지금은 이 대학모임의 리더로 섬기면서 지난주에 세례를 받았다. 지난 성탄절 모임에 L자매가 전도하여 예수님을 믿게 된 Y자매의 나눔을 들었다. 올해 최고로 감사한 일이 자신의 친구, L자매를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모임에 데려 온 남자친구가 자신처럼 예수님을 믿을 수 있도록 꼭 기도해 달라고 했다. 이들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화가 만들어져, 미디어계에 하나님의 나라가 더욱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B의과대학의 Z는 전형적인 종교다원주의자이다. 타 종교에서 나름대로 영적 체험들을 한 까닭에 귀신의 존재, 신의 존재는 믿지만 예수님이 참 신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지난 가을 모임 때 학생들과 함께 단풍 구경하러 등산을 했었는데 Z도 함께 했다. 산을 내려오다가 일행을 놓쳐 둘이서 두세 시간 동안 함께 내려오는 가운데 Z와‘왜 예수님이 참 하나님이신지’를 한 참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토론 결과“설득 불가능”이었다. 한국에 잠깐 머무는 동안에도 그 형제를 위해 기도했다. 그 이후에 Z는 예수님을 영접하였고 얼마 전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Z자매는 예수님을 영접한 이후 구원의 감격에 시도 때도 없이 울고, 또 보는 사람마다 전도하기 시작했다. 모임에 와서 시키지도 않은 간증을 나누었다. 병원 실습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너무 추워서 택시 한 대를 잡아탔다. 너무 지친 Z는 조용히 가고 싶었는데 그날따라 택시 기사가 먼저 말을 걸어와 대답을 해주다가 결국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기사는 정말 진지하게 복음을 들었고 더 많이 들으려고 일부러 택시를 천천히 몰더라고 했다. 그러다 Z자매가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자 택시를 세우고 함께 영접 기도를 따라 했고, 기사 아저씨는 기쁘고 고마운 마음에 택시비도 받지 않았다. 조상신과 우상을 섬기는 가족들의 극심한 핍박 속에서도 가는 곳 마다 복음을 전하는 Z자매를 보며 내게도 있었던 예수님과의 첫 사랑의 감격과 열정을 떠올려 보았다.

가난한 자 같으나…
요즘 한국 경제도 어려움이 많아 환율이 자꾸 올라가는 통에 돈 찾으러 갈 때마다 속상했다. 그리고 매일매일‘오늘의 환율’을 확인하는 나를 보았다. 그러다 매주 금요일 오전에 몇 가정이 모여서 함께 성경 통독을 하는 가운데 은혜로 다가오는 말씀들이 있었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10)>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자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을 인하여 너희로 부요케 하려 하심이니라(고후 8:9)>

진정한 부요함은 돈, 경제, 환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를 만족하며 주님 안에 있는 최고의 부요를 나누는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천하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나누는 자, 많은 사람들을 부요하게 하는 자, 예수님처럼 살고 싶다.

또 하나의 감사, 졸업한 제자들
이전에 H대학에 2년 가까이 있으면서 양육했던 제자들은 졸업한 이후 직장생활로 바빠서 자주 만나지를 못했다. 오랜만에 졸업생 자매의 결혼 집들이에 초대 받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대학 캠퍼스 식당에서 매주 모여 삶을 나누고 성경을 공부했던 세 명의 형제들이다. 함께 국내외에 단기선교도 갔었고, 진로와 결혼, 신앙관 등 여러 문제를 놓고 토론했던 형제들이다. 한 친구는 취직 후 하나님과 멀어지고 크게 아프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다시 정신 차리고 교회에서 성경공부 모임을 인도하며 회복되었다고 했다. 또 한 친구는 대학원 졸업반인데 모임에서 만난 신실한 자매와 막 시작한 데이트에 미국 유학 준비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다. 또한 친구는 직장 내 신우회 활동을 하며 복음을 전하고 내년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제자들 대부분은 우리 모임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고 성장했다. 이들은 졸업 후 사회 곳곳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멋진 교회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큰 교회도 아니지만, 작은 대학 캠퍼스의 모임과 지금 하고 있는 사역의 의미를 다시금 발견하며 내 마음은 감사로 충만하게 되었다. 우리의 소망이나 기쁨이나 자랑의 면류관이 무엇이냐 그의 강림하실 때 우리 주 예수 앞에 너희가 아니냐 너희는 우리의 영광이요 기쁨이니라(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의 제자들에게 쓴 서신, 살전 2:19-20). 그렇다! 나는 이 땅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릴 뿐인데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신 것을 동역자들과 함께 풍성히 거두고 있다. 이들이 10년, 20년, 50년 뒤 어디에서 어떤 모양으로 아름다운 믿음의 가정을 이루고 전 세계에 선교하는 중국의 일꾼으로 살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가족 이야기

무거운 짐을 나홀로 지고?
첫째, 둘째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엄마 아빠 놀이’하는데 둘째(아들)가 여러 큰 짐을 어깨, 허리, 머리에 짊어지고 와서는“아빠 왔다”하는 것이었다. 평소 나의 이미지였나 보다. 아빠가 짐을 많이 짊어지고 다닌다는 것이겠지? 생각해보니 내가 매일 메고 다니는 큰 가방 안에는 노트북, 성경, 성경공부 교재, 전도 책자, 전도 대상자에게 줄 여러 책자들, 읽고 있는 책, 물병, 상비약 등이 들어있구나. 또 아이들과 한 번 밖에 나가려면 이제 돌 된 셋째 아이의 기저귀, 이유식, 아이들 여벌 옷 등……. 항상 짐이 많긴 하다! 그래도 기쁨으로 이 짐을 지는 이유는‘사랑’때문이겠지. 영혼에 대한 사랑, 자녀에 대한 사랑……. 오늘도 대신 짐을 져 줄 수 있는 사랑의 대상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충만한 나, 그리고 지친 가족들?
지난 1, 2월 사역 일정이 평소보다 많았다. 2주간의 신학 공부 기간, 10일 간의 의료 단기선교, 수련회 1주일 등 거의 한 달 반 이상 집을 떠나 있었다. 나는 밖에서 충만한 은혜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내는 이 긴 시간 동안 아픈 세 아이들과 씨름하며 완전히 지쳐있었다. 셋째를 낳고 1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몸이 자주 아픈 아내는 이 시간들을 지나오기가 정말 어려웠나 보다. 바쁘게만 보낸 지난 두 달 동안 사역을 위해 가족을 희생시킨 내 모습을 발견하고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가정과 사역의 필요를 균형 있게 잘 잡아 가며 장기전으로 가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감사하게도 수련회 직후 세 부부가 함께 미술 상담 치료를 받았다. 치료 과정 중 아내는 나눔을 하며 많이 울었다. 내 안에 있는 많은 문제들도 발견하게 되었다. 사역을 통해 인정받기 원하는 마음, 나와 다른 민족인 현지인들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함께 살고 있는 피붙이, 가족들에게는 소홀한 이중적인 모습 등……. 나름대로 집에서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내 방식으로 하는 이기적인 사랑 표현. 지난 2월, 결혼 7주년이 되었다. 세 아이를 어렵사리 맡겨 놓고 정말 오랜만에 단 둘이 데이트를 했다. 아내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충격적인 사건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이다. 밤늦게까지 학생리더들과 나눔을 하고 밤 10시에 이사한 집으로 왔는데 아무리 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안에서 또 다른 자물쇠로 잠근 것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집 전화, 핸드폰 전화를 울리고 큰 소리로“여보! 나 왔어요! 문 열어 주세요!” “얘들아! 아빠 왔다. 문 좀 열어줘!”하고 외쳐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거의 40분 정도 문 밖에서 그러다가 문득 가스레인지가 문제가 있어 불이 중간에 꺼지곤 해서 집주인에게 이야기해 놓았던 것이 생각났다. 혹시 일가족 가스 중독?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부엌 쪽 방범창을 혼자 다 뜯어내고 뛰어 올라 들어가면서 생각했다. ‘여보! 제발 살아만 있어줘! 내가 그 동안 미안했어!’‘오늘 아침에 유치원 안 가겠다고 떼를 써서 짜증내면서 혼냈던 아들아! 제발 살아 있어야 돼! 사랑해!!’안방 문을 열면서“여보!!!”하니 우리 아내와 막내가 눈을 비비며 “무슨 일 있어요?”하는 것이었다. 이사하고 정리하느라 얼마나 피곤했으면! 너무 깊이 잠들어 하나도 못 들었단다. 우리 가족들이 죽다 살아났다(내 상상 속에서).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그냥 내 곁에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바로 옆에 있어 귀한 줄 모르고 지냈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내 옆에 있는 가족들이다. 더 늦기 전에 힘껏 사랑하며 살아야지. 

오늘도 캠퍼스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영혼들을 찾아 복음을 나누고, 모임을 세우고, 이들을 훈련하고, 파송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간다. 전에는 사역에 미쳐 혼자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주님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이 일을 하라고 하신다. 물론 예전처럼 혼자 빠르게 달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더 큰 사랑으로 이 일을 감당하라고 훈련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이 훈련이 힘들기는 하지만 얼마나 소중한 훈련인지 깨달아 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랫동안 이 땅을 섬기기를 원한다. 




천국 |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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