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인은 예의와 관계를 중시한다. 소소한 일상에서 타인을 어떻게 배려하고 존중하는지 그들이 나누는 인사를 통해, 손님을 맞이하고 대접하는 민속 문화를 알아보고자 한다.

인사할 때
“좋은 손으로 악수를 하고 하얀 이를 드러낸 미소로 환영해라” 라는 옛말에서 알 수 있듯이 티베트인들은 친구 간에 만날 때 악수로 만남을 시작했다고 한다. 훌륭하고 지식 있는 라마(활불, 活佛: 티베트불교의 살아있는 부처)와 은혜로운 부모님, 권력이 있는 촌장 등을 만나 뵈러 갈 때는 “입에서 숨소리가 나면 안 되고 냄새나는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라는 말도 있다. 그럴 때는 양손을 높이 들어 존중의 표현으로 카떡(하다)을 바친다. 지식인이나 자기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에게는 손을 정면으로 하고 그 사람 앞에서 몸을 숙여 예의를 표현한다. 라마와 같은 사람에게 인사 하러 갈 때는 카떡을 주면서 서로가 이마를 살짝 부딪치기도 한다. 사람들 마음의 생각이 라마의 것과 혼합된다는 의미이다. 백발의 노인과 어린 아이, 청소년도 역시 이마를 살짝 부딪치기도 한다. 이것은 노인들처럼 새로 자라는 젊은이들이 장수하는 작용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형제자매, 친척들, 부모님, 그리고 때로는 아주 멀리 떠나는 사람들은 볼을 맞대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현자는 만나면 말을 하고, 일반인은 물을 때만 말을 하고, 우매한 사람은 배가 부를 때만 말을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손님이나 길에서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만나면 '흐하니(친척)', '흐뻔다(형제)', '(친구)', "평안한가요? 어디 가세요?" 라고 이야기 하며 건강에 대해 묻는다. 특히 치.기.니(승려들의 옷)를 세 겹으로 입는 짜와(일반승려)의 옷차림으로 노소와 지위, 상황을 알고 그에 따라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해야 한다.

손님을 맞이할 때
존경하는 사람을 길에서나 마을 어귀에서 만나면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한다. 손님이 올 때는 백 걸음 정도를 앞에 두고 "힘들었지요? 당신이 와서 너무 기쁘고 좋아요"라고 환영의 인사말을 하면서 말의 고삐를 잡아 주며 천막 문 쪽에 내려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한다. 하루 밤을 묵어가는 손님이라면 손님 말의 안장을 내리고 말에게 물과 풀을 먹인다. 손님의 모든 물건(재물)은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 놓아두는 것도 손님에 대한 예의이다. 혹시라도 손님의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면 손님에 대한 예의를 실추하게 되는 것으로 주인의 큰 부끄러움이 된다. 또한 이들은 정오가 지나서는 집안에 있는 어떠한 재산(재물)도 들고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한 사람의 얼굴을 알면 백 사람을 먹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얼굴을 알지 못하지만 모든 손님에게 최선의 예의와 전심으로 대하라는 말이다. "모든 사람의 얼굴은 귀하다(모든 사람은 귀하다)" 라는 말에 의한 것이다.

"집에 손님이 많이 오면 올수록 좋은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손님에게 드리고 ,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친구에게 하고, 따뜻한 옷이 있으면 부모님이 입으시게 해라", "먹을 것이 있으면 손님에게 드리고, 손님이 머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간다면 상관없다." 라는 말이 있다. 귀한 손님은 가족 어떤 사람보다 높은 곳에 앉게 한다. 손님이 양털방석에 앉을 때, 손님과 만찬을 나눌 때 아이들이 그 사이를 함부로 헤집고 다녀서는 안 되며, 음식을 먹을 때 고기와 술 종류는 귀한 손님과 연장자의 앞에 놓고 그들이 먼저 드시게 한다. 그 다음에 아이들이 먹고 마지막으로 나머지 먹지 못한 사람들이 먹는다.

"그릇이 풍성하지 않으면 사람의 마음도 풍성하지 않다."는 말 속에서, 차와 술은 잔이 넘치도록 가득 따른 후, 그 잔을 두 손 높이 들어서 손님에게 드려야하는 것이 예의임을 알 수 있다. 친한 친구나 손님들에게 밀크티(쑤유차)나 보리로 만든 술(막걸리와 비슷함)로 대접하는데 친구나 손님들이 떠나면 차통이나 술통에 남아 있는 차나 술을 다 비우지 않고 그대로 남기거나 다시 채워 넣는다고 한다. 이것은 손님이 떠났어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있을 때처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한다. 

손님과 연장자가 집안으로 들어오거나 일어서면 연소자들은 방석을 내어 드리거나 문을 열어주는 것이 예의바른 행동이다. 여자 손님은 양털로 만든 방석에 다리를 모으고 앉아야 하며, 집주인의 난로의 불을 놓는 곳과 난로 위의 냄비 손잡이 등은 난로 쪽으로 해서 들어 올려야 한다.

손님이 메고 오는 총과 허리에 찬 칼 등 무기는 천막 문 앞이나 집 아래쪽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집의 위쪽에 걸어 놓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 집 모든 남자의 자ㄹ하(적신)이나 척ㄹ하(어깨의 신) 그리고 흐찌ㄹ하(생명신) 등을 부정하게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손님의 옷은 함부로 입지 못한다. 그에 반해 손님의 모자는 써보는 것이 자유롭다. 손님의 모자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편하면 벗어서 다른 사람의 머리에 씌울 수도 있다. 그러나 집의 위쪽이나 물건을 쌓은 곳 위에는 모자를 두어서는 안 된다. "대단히 좋은 사람 집의 모자를 쓰는 것은 좋고, 나쁜 사람 집의 좋지 않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라는 말은 티베트 사람들이 모자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

유목지역의 사람들은 자기가 먹을 음식과 그릇을 가지고 다닌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자기의 나무그릇과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 만약 나무그릇을 안 가지고 온 손님이 기관지염 등의 병이 있으면 주인은 밖에서 나무그릇에 뜨거운 물을 부어 씻는다. 그런 후 난로 안에 재가 들어있는 통을 빼서 재에 있는 불씨에 압력을 가한 후 똥(티베트 사람들은 똥을 깨끗한 것으로 생각함)이나 수건으로 깨끗이 닦는다. 손님들이 흠집이 있거나 금이 간 그릇에 밥을 먹어서는 안 되며, 손님들에게 이가 빠진 잔에 차를 부으면 안 된다고 한다. 

중국 식당에서는 손님들에게 깨진 그릇이나 접시에 음식을 담아주거나 이가 빠진 잔에 차를 부어주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손님들이 음식을 배불리 먹고 돌아갈 때는 나이가 80인 노인이든, 어리든 상관없이 문에서 "평안하세요, 100세까지 사세요, 꿈을 이루세요." 라고 말해야 한다.

<금기사항> 
■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손을 상대방의 어깨 위에 놓는 일은 피해야 한다. 
■ 가족이 먼 길을 떠날 때, 손님들이 돌아갔을 때가 정오 또는 해가 진 저녁, 티베트력 정월 초하루에는 마당을 쓸거나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
■ 먹는 그릇이나 솥, 바가지 등 음식과 관련되는 도구를 넘거나 밟으면 안 된다.

공익을 위해 하나가 되는 조화
먼 친척, 형제 같은 동네사람이나, 집안 친척 간에는 좋은 일이나 협력해야 할 일 등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도와야 한다. "계곡(좋은 일)의 풀은 함께 나눠먹고, 맑은 물(힘든 일)은 함께 나눠 마신다." 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좋은 일이나 어떤 힘든 일이 있더라도 함께 짊어지고, 함께 고통을 받아야 좋은 이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집에서 집을 새로 짓는다고 하자. 그러면 일가친척들은 단결해서 능동적으로 노동에 참여하여 도와야 하는 것이다. 결혼이나 아기가 태어나는 일 등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면 모두가 와서 차와 술 그리고 카떡을 선물하며 축복해야 한다. 또 어느 집에 사람이 병들거나 아플 때에도 자신의 일처럼 돌봐준다. 특히 사람이 죽으면 모두가 와서 시신을 메고, 조다르(깃발 종류)를 인쇄해서 걸어주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도록 돕는다. 거의 모든 집에는 네 형제(새, 토끼, 원숭이, 코끼리)가 단결하는 모습이 그려진 텅가(탕카)가 걸려있다. 그것은 생태계의 균형과 환경 보호, 동식물간의 우호, 어른에 대한 공경, 아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를 나타낸다. 즉, 한 가지 이익(공익)을 위해 한 친구(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이 힘들고 어려울 때 큰 도움을 주며 일을 함께 하였을 때 "꽈전 체(은혜가 큽니다, 고맙습니다)" 또는 "트그지 체(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작은 일을 도와주었을 때는 "카조 짜시(순조롭고 길하세요)"라는 말을 한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 133:1-3)"



최반석 | 중국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