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출생
나는 중국 신장성 천산(天山) 근처 두메산골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1970년대에 각자 중국의 중심지에서 신장성에 먼저 온 친척들을 의지해서 이곳에 오셨다. 고향에서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이곳으로 살 길을 찾아오신 것이다. 그 당시 부모님은 어린 나이 열여섯,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던 아이들이었다. 두 분은 다른 사람의 소개로 만나 결혼하셨고, 부모의 보살핌을 기다리는 네 명의 아이들을 낳아 기르셨다. 부모님은 매일 열심히 일을 해서 그럭저럭 생활하며 살아갔다. 신장성 한족들의 처지는 매우 어중간하고 곤란했다. 특히 우리 이주 가정의 2세대는 더욱 그러했다. 남들은 우리를 구리인(口里人: 신장 사람들이 옥문관 지역 안에 사는 사람을 이렇게 부름)으로 부르지만, 우리는 중국의 중심지인 구리에 대해서 아주 낯설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속마음은 구리인들과 뚜렷이 달랐다. 우리의 정체성은 신장 사람들 쪽에 더 가까웠다. 그렇지만 이들 소수민족은 우리를 이방인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한족에게는 신장 사람으로 취급당하고, 신장 소수민족에게는 구리인인 한족으로 취급 받아야 했었다.

내 기억 속에 신장의 한족은 중국의 다수민족이라고 해서 어떠한 혜택도 받은 적이 없었다. 중국의 다수민족인 한족이 신장 지역에서는 “소수민족”이 되었다. 우리는 소수민족에 대한 대학입학시험 특혜정책(소수민족 학생은 대학입학시험에서 50점을 특혜로 받는다)을 누릴 수도 없고, 정부의 장학금 혜택도 누릴 수 없었다. 법적으로 “양소일관”(两少一宽: 소수민족의 범죄처벌 완화정책) 정책을 누릴 수 없었다. “60% 계획”(취업, 입학, 입대 등에서 60% 기회를 소수민족에게 제공)도 없었다. 그곳에서 한족으로 살면서 부패한 정부 관원들에게 기만과 억압을 당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꽌시”를 통해야 했다. 그들과 꽌시가 있으면 문제가 없고, 꽌시가 없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다반사였다. 신장의 한족들은 원나라 때의 남인들(중국 남쪽의 한족)처럼 이등국민으로 전락하였다. 1990년대에 내지에서 새로운 이민자들이 대량 유입되면서, 신장 지역에서 민족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위구르족과 그곳에 사는 한족 간의 갈등이 많이 일어났다. 이것은 신장의 한족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이었다. 위구르족은 모든 억압과 분노를 한족 사람들에게 전가했다. 나는 피비린내 나는 폭력과 학살을 많이 보았다. 이런 폭력은 날이 갈수록 잔인하고 공포스러웠다. 폭력 사태가 일어날 때, 새로 온 한족 이민자들은 내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처럼 이곳에 정착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신장에 매장하고, 또 내지의 집마저 이미 없어진 한족들은 돌아갈 곳이 없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 숨죽이면서 살아갈 뿐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나는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어두움의 기억 속에서 방황하고 다녔던 것 같다.

암울했던 1990년대
1990년대는 나처럼 산골짜기에서 자란 어린 아이에게는 다사다난했던 시기였다. 여린 마음에 크게 겁먹었던 두 가지 사건이 있다. 1997년 설날 전에 일어난 “이리(伊犁) 테러사건”은 모든 신장의 한족들의 마음속에 있던 태평성대에 대한 꿈을 산산조각 냈다. 모든 사람들이 그때의 공포를 머릿속에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언제 갑자기 흉악한 폭도들이 피 묻은 살인 흉기인 칼과 방망이를 들고 당신을 향해 돌진할지 모른다. 그것은 단지 당신이 한족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길에서 그들에게 돈을 뺏기거나 매를 맞을 때도 울분을 참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감히 반항도 못 한다. 위구르족은 아는 사이든 모르는 사이든 상관없이 패거리로 몰려다니면서 한 사람을 공격하기 때문에, 한족들은 그들이 무서워서 먼 곳으로 피해 다닌다. 경찰서에서도 국가의 소수민족에 대한 보호 정책으로 인해, 피해 사건들을 쉬쉬하고 무마해 버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들에 대한 분노와 원한은 신장의 한족들 마음속에 꺼질 줄 모르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 중에는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도 포함되었다.

두 번째는 눈과 관련된 사건이다. 북쪽의 겨울은 마냥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당시 내게는 눈 오는 것이 꽤나 골치 아픈 일이었다. 눈이 내리면 눈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학업 중에도 틈을 내어 우리 집의 황토방 7,8 칸 위에 쌓인 눈을 청소해야 했다. 그때 집 건물은 단층집이었다. 집 앞쪽은 높고 뒤로 갈수록 낮아져서, 여름에는 비가 잘 흘러 내려가고 겨울에는 눈을 잘 치울 수 있게 만든 건물이었다. 우리는 항상 겨울에 내린 눈을 집 뒤쪽으로 치워냈다. 안타깝게도 우리 이웃집은 당시 읍 정부관원의 뜰이었다. 정부관원과 이웃이 되면 매사에 조심해야 하는데, 아직 사리분별을 잘 못하는 내가 우리 집에 내린 눈을 옆집 뜰에 그냥 밀어버렸다. 늦은 밤 새벽 두 시 쯤, 마치 창문을 때려 부수는 것 같은, 귀청 떨어질 만큼의 큰 소리가 들렸다. 내가 눈을 떴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큰 방망이를 들고 오셔서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가 보라고 하셨다. 두 분은 도둑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셨다. 당시 15살 밖에 안 된 나는 무서웠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갔다. 집 뒤쪽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사람들에게서 술 냄새가 풍겼다. 그곳에는 읍 공산당 서기가 와 있었다. 그는 우리 집에 내린 눈 때문에 그의 차가 지나갈 수 없다고 했다. 사실 쌓인 눈이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 그는 내게 크게 화를 내면서 호통을 쳤다. 나는 그에게 눈을 치우겠으니 화를 내지 말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아버지를 불러오라고 했다. 당시 부모님은 작은 상점에서 일하고 계셨다. 이 작은 일 때문에 이미 잠든 아버지를 깨워서 나오시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민병대를 통해 우리 집을 쓸어버리라고 명령했다. 내 생각에도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결국 아버지께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가 오셔서 여러 차례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나와 함께 눈을 다 치웠다. 당 서기는 그제야 화를 그쳤다. 마지막에 그는 우리에게 몇 마디의 험악한 말을 남기고 그곳을 떠났다. 나는 집에 돌아가 혼자서 통곡을 했다. 이전까지 이렇게 치욕적인 일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나를 위로해야 할지 몰라 혼자 한숨만 내쉬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 다음에 꼭 출세해서 이 탐관오리들에게 벌을 주고, 반드시 그들에게 복수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내 인생에 촉매제가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오로지 공부를 통해서만 이런 억울한 환경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꼭 내 꿈을 이루고 싶었고, 권력을 지닌 지배자가 되고 싶었다. 나는 우리 집을 억압했던 모든 이들에게 벌을 주고, 또 우리를 힘들게 한 다른 민족에게도 복수 하고 싶었다. 나는 열심히 노력한 끝에 현에서 다니던 학교에서 4등이라는 좋은 성적을 얻고 중점 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수석이었다. 그 후 중점대학에 들어갔다. 1학년 때는 공산당 예비당원이 되었고, 3학년이 되었을 때는 학생회 부장이 되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그 이면에 복수와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내 마음은 갉아 먹히고 영혼은 점점 메말라갔다. 그리고 내 마음은 어두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너무나 괴로웠지만, 어떻게 헤어나야 할 지 잘 몰랐다. 내 삶의 돛은 미움과 원한이라는 바람에 떠밀려 지옥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예수님
나는 어릴 때부터 기독교를 접하며 자라왔다. 할머니께서는 경건한 그리스도인이셨다. 할머니는 1990년대에 고향에서 주님을 영접하셨다. 내가 10살 때 쯤 아버지가 할머니를 신장으로 모셔왔다. 그때 나는 우리 할머니가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다고 느꼈다. 할머니는 마음이 평안하시고 기쁨이 넘치셨다. 비록 글자를 모르셨지만, 단순한 믿음으로 예수님을 믿으셨다. 복음이 무엇인지는 잘 설명하지 못하셨기에 나는 할머니의 신앙은 단지 미신이라고 생각했고 이 세상에 신이라는 존재는 없다고 믿었다. 만일 있다고 해도 신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모든 일에 내 자신만을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독교 신앙에 대해 나는 농담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2005년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운이 좋게 베이징에 갔다. 베이징에 있는 친구가 나를 교회에 데리고 갔었다. 나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저 기독교 문화가 좋다고만 생각할 뿐,  나에게 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내가 가진 많은 이성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돌아온 어느 날 오후, 내가 다니는 대학이 있는 도시를 거닐고 있을 때, 우연히 한 서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서점 주인은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분은 전도대회에 나를 초청했다. 나는 호기심에 기쁜 마음으로 그곳에 참석했다. 전도대회가 마칠 때쯤, 목사님은 기도로 예수님을 영접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얼떨떨한 상태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 영접기도를 했다. 사실 이 기도가 무언가 변화시키리라고 믿지는 않았다. 또한 나는 진심으로 예수님을 영접하지도 않았다. 교회에서는 나와 같은 새신자들을 위해 성경공부반을 만들었다. 

그 후 성경반 조장님이 나에게 전화해서 소그룹에 참석하라고 했다. 비록 내 안에는 여전히 이성적인 의혹이 남아 있었지만, 소그룹 속에서는 사랑의 분위기와 사상적인 충돌 속에서도 느껴지는 평안, 위안 같은 것이 있었다. 그때까지도 복음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거의 매주 소그룹에 참석했다. 조금씩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고, 성경 말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는 복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은 정말 계신 것일까? 사람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예수님은 진짜 계실까? 죄란 무엇인가? 내가 정말 죄인인가? 심판이 있는 것일까? 등등. 그때는 내 사상이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만,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그리고 조장님을 통해 내가 하나님을 알아가도록 도와주셨다. 

돌아온 탕자
성경 속에는 탕자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먼저 재산을 나눠달라고 하고서 그것을 받아 멀리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마음대로 돈을  탕진해 버리고, 결국에는 다른 사람의 돼지를 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심지어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조차 얻어먹을 수 없게 되자,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아버지께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께 가서, “제가 하나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으니 저를 품꾼으로 여겨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좋은 옷을 꺼내서 그에게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소를 잡아서 집나간 아들이 돌아온 것을 축하했다.

나 또한 탕자처럼 나 자신을 의지하여 모든 일에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세상에서 온갖 어려운 일을 겪은 뒤에, 내게는 미움과 원한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원한은 내가 하려고 하던 모든 일의 원동력이었다. 나는 원한의 노예였고, 그것에 사로잡혀서 나의 값진 청춘을 낭비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죽지 못해 살고 있는 내게 하나님의 말씀이 한 줄기 빛처럼 비춰왔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이것은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하나님의 음성만이 이렇게 깊은 사랑과 힘을 가질 수 있고, 절망 속에 사는 사람에게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는 복수가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사랑과 용서를 통해서만 이 깊은 원한과 어두움 속에 갇혀 있던 내 차갑고 외로운 영혼을 해방시킬 수 있었다. 이때부터 하나님은 나의 모든 이성적인 의혹을 넘어서서 내 삶의 실제가 되었다.

“주님, 나는 원합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기 원합니다.” 나는 돌아온 탕자처럼 하나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 동안 겪은 모든 일을 그분께 토해냈다. 내가 얼마나 더러운 사람인지를 고백했다. 하나님 앞에서 죄를 인정하고 눈물로 통곡하였다. 그 때 내 몸의 모든 족쇄가 풀려졌으며, 그 족쇄가 풀려 떨어지는 소리가 상쾌하게 느껴졌다. 내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무슬림 선교에 대한 비전을 주셨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나와 같은 원한과 어두움에 있던 사람들을 돌이키는 것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나는 다시 태어났다. 다시 태어난 느낌이 무척 좋았고, 내 얼굴에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미소가 가득했다. 예전에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그 일에 대해서도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나의 영혼을 만져주시고, 나의 상처를 치료해 주셨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기쁨과 평안으로 가득하다. 나는 더 이상 이전처럼 고집스럽게 이성적으로 따지고 들지 않는다. 사람의 교만은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지만, 결국은 모든 것을 완전히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이 모든 것을 초월하신 하나님에 대해 경외함이 있을 뿐이다. 칸트는 “우리는 별이 총총한 하늘을 바라볼수록 마음속에 경외감이 생길 뿐이다.” 라고 했다. 내 마음으로 하나님과 만날 때, ‘해자의 시’ 속에서 나온 구절처럼 ‘얼굴은 바다를 향하고 봄은 화창하여 꽃이 핀다’ 는 말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나님께서 사랑과 용서, 그리고 기쁨과 평안으로 내 삶을 장식해 주셨다. 탕자의 아버지가 값진 반지를 아들의 손에 끼워주신 것처럼, 나 역시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행복과 멋진 삶을 경험하고 있다.  




스데반 | 중국 신학생
번역 | 장마이, 자원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