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복음의 통로, 한중수교 1992년, 한중(韓中)수교 이후 벌써 20년이 지났다. 수교일이 8월 24일 이었는데 한국의 이 대통령은 연초에 벌써 중국으로 건너가서 한중 수교 20주년 간담회를 열었다. 그만큼 앞으로 양국 간의 관계가 서로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양국은 주요 무역 파트너로서 지난해 양국 간 무역액이 2,071억 달러로 수교 초기의 40배에 달했다. 올해 양국 간 무역액은 아마도 2,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2015년에는 3,000억 달러를 목표로 순항중이다. 인문영역에서는 양국의 130여 지역이 자매결연도시 관계를 맺어 교류하고 있으며 매주 830여 항공편이 양국을 왕래한다. 지난 해 600만 명이 상호 방문을 하였으며 특히 서로 간 유학생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국가로 성장했다.
최근 한중의 문화교류는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패션으로 대표되는 한류는 중국인들에게 매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국어와 중국의 역사, 경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중국어 수업이 개설되어 있으며, 중국어의 수준을 평가하는 시험(HSK)에 응시하는 전 세계 응시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수교 이후에 한국교회에서 중국선교 붐이 일어났다. 물론 수교 전부터 많은 교회와 선교단체, 개인들이 중국 본토에 선교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실제로 홍콩과 마카오, 대만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사역을 하며 대륙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선교사들이 많았었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 선교사들은 중국 내의 한(漢)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수교 이후, 한국선교사들이 들어가서 사역을 하다가 일부의 선교사들이 서부의 미전도 종족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남으로는 쿤밍의 소수민족, 북으로는 내몽골, 서쪽으로는 회족이나 위구르족 등을 찾아 나서게 되면서 한족 이외의 많은 민족을 위한 선교사역이 시작되었다. 이때 일부의 선교사들이 티베트족 지역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한국선교사의 티베트 선교사역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선교사들이 중국에 들어가기 이전에 먼저 수교가 된 서양의 선교사들이나 다른 나라 국적의 한국인 선교사들이 동북 지역과 중국의 대도시에 들어와 사역을 시작하였던 것처럼 , 티베트 사역도 먼저 수교 된 나라의 선교사들이 들어왔고 또한 서양 국적을 갖고 있던 한국인 선교사도 라싸에 들어가 사역을 하였다. S선교사님의 개척은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자극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불교신자들도 티베트로 들어왔다. 어느 서양인은 불교신자인데 Q지역에서 티베트 학생들을 도우며 서양 선교사들의 신분을 노출 시키는 등의 일로 선교사들에게 불편한 존재였는데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추방을 당하였다.
한국선교사들이 한중 수교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티베트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고 티베트 지역 곳곳에서 느리지만 결코 적지 않은 열매들을 보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물론 앞서 땀 흘린 다른 나라 선교사들의 간접 선교의 영향도 있었고, 소수의 선교사들의 헌신도 있었겠지만, 생각지 않게 빨리 티베트에 대한 소식들이 한국에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선교동원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넘치도록 단기선교를 다녀 간 많은 이들의 발걸음과 눈물의 기도가 함께 맺은 열매이다. 또한 공영방송에서도 티베트를 다큐멘터리로 다루면서 한국 전체가 중국 뿐 아니라 티베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중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이 티베트의 영혼들에게 대한 선교부담을 갖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다.
지금의 사역을 지면을 통해 소개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사역들이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티베트 지역은 중앙 티베트(위쩡)와 암도, 캄의 크게 세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선교사역 역시 각 지역에서 골고루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중국 내의 티베트족뿐만 아니라 중국 밖의 티베트인들에 대한 관심도 일어났다. 더 나아가서는 티베트족이 아닌 티베트 불교권(몽골, 라다크, 부리아트, 투반, 칼믹 등과 중국 내의 티베트불교를 믿는 여러 소수민족들) 선교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전문 사역자들이 인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의 티베트족 선교사역이 아직은 소수이지만 인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무척 고무적이다.
티베트 선교사역의 과정 「중국을주께로」 이번 호에 실린 인도 남부 지역 티베트 난민을 위한 사역은 귀중한 선교자료일 것이다. 힌두교와 티베트불교, 이슬람교에 둘러싸여 마치 고립된 섬 같은 영적 상태에서 능력사역을 감당하시는 선교사님을 통해 그 땅과 영혼들이 복음의 빛으로 새 삶을 얻게 되기를 소망한다. 마지막 시대 마지막 주자로서 복음전도가 시급한 그곳에서 함께 동역할 많은 젊은이들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또한 인도 북부에서도 서양 선교사들 뿐 아니라 소수의 한국선교사들이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면서 중국 내의 고립된 환경이 아닌 지역에서 조금 더 정치적으로 자유롭게, 한편으론 다른 문제를 껴안으며 티베트인들을 섬기고 있다.
장요한 선교사님의 글을 통해 티베트의 깊은 골짜기마다 혹은 자전거로, 혹은 자동차로, 혹은 걸어 다니며 복음을 전한 주의 군사들이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티베트 지역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건강을 잃고 결국 소천하신 중국인 사역자가 있는가 하면 대를 이어 아들이 충성한다는 말씀에는 복음에 빚진 자의 부끄러움을 갖게 한다. 더 많은 기도의 행진이 이어지며 대를 이어 복음의 씨를 뿌려 열매 거둘 새벽이슬 같은 청년들을 필요로 한다. 이 부르심에 응답한 강릉 IVF의 젊은이들을 통해 가장 최근의 현장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호의 큰 소득이다. 지금도 그 땅은 선교비전을 가진 주의 군사들의 영적 전쟁터임이 드러났다. 이렇게 잠시 이제까지의 티베트 선교사역의 과정들을 살펴보았다.
티베트선교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까 20년 가까운 현대 티베트 선교사역의 노하우를 갖게 된 한국선교는 이제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사역이 연합적으로 이루어져서 사역의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선교 경험의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티베트족은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 많지 않은 숫자가 오랜 세월 멀리 떨어져 살아서 언어나 문화, 생활의 모습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사역자들도 자신의 사역지역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그 지식과 기준으로 모든 티베트족을 판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번 호에 실린 최반석 선교사님의 티베트의 문화 중 예의에 대한 글을 통해 선교사의 귀중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 같은 지역에서 사역했던 경험으로는 깊숙한 티베트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해 준 글을 고맙게 생각한다. 한편 혹시 다른 티베트 지역에서는 전혀 엉뚱한 예의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티베트는 전체를 한 눈에 파악하기가 어려워 사역의 방향을 설정하고 선교 동원과 훈련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티베트 선교사들의 연합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려서 선교의 경험들을 나누는 것이 절실하다. 중복 사역을 피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험의 공유, 자료의 공유가 필요하다. 티베트 선교사역은 정치, 종교, 언어 면에서 특수한 분야이다. 또한 선교 현장에서는 보안 문제 등으로 사역을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선교 현장에 있을 때에도 다른 지역의 상황을 알고 싶었으나 자료 공유가 쉽지 않아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는데 앞으로 더욱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역이라고 본다. 이미 티베트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단체와 교회들이 많이 있다. 현지의 선교사들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연합하기 어려운 점을 본국의 선교본부들이 연합하여 상황을 공유한 후 정리하여 현지 선교사들에게 알려 준다면 전체 티베트 사역의 진행 상황을 이해하고 선배들의 실수와 사역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더욱 효과적으로 사역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선교훈련이 통합되면 좋겠다. 선교단체별로 비전스쿨이 있고 선교학교들이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티베트 선교에 대해 강의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각 선교단체의 선교사들과 간사들이 연합하여 강의를 공유한다면 더욱 풍부한 선교훈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선교를 위한 선교훈련원과 선교비전 학교가 중국어문선교회에 있듯이 이제 티베트선교를 위한 선교훈련원과 선교비전을 줄 수 있는 단기교육 프로그램이 이런 선교단체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여기서 티베트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지역을 연구하며 더 깊이 있게 기도하며 티베트선교의 꿈을 갖도록 말이다. 현지에 나가 있는 선교사님들을 동원한다면 아주 풍부한 선교동원과 아울러 더욱 실제적인 선교준비가 이루어 질 것이다. 이번 호에 글을 써 주신 여러 선교사님들과 현장에서 땀을 흘리시는 많은 현지의 선교사님들이 귀국하여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들려주신다면 티베트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훈련의 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 큰 교회들이 아예 단독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보다는 역량들을 한 곳으로 모아 훨씬 파워 있는 티베트 선교가 이루어지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티베트 현장에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단체들, 예를 들면 YWAM이나 인터콥 등의 선교훈련 중에 티베트 선교에 대한 강의가 있어 왔다. 사실 가장 좋은 선교훈련은 바로 현장이다. 티베트 사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현장에서 그 기후와 사람들을 직접 내 몸으로 만나며 선교사님들로부터 삶과 선교의 방법을 배우는 것만큼 중요한 준비가 없을 것이다.
셋째, 선교지역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티베트 지역은 라싸를 중심으로 하는 소위 중앙티베트지역과 캄, 암도 지역으로 나누어서 사역을 해 왔다. 그런데 비자 문제 등으로 사역의 지역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다보니 깐난, 아빠, 아리, 등 대도시와 거리가 멀고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곳까지는 사역자들이 들어가지 못했다. 또한 중국 내의 티베트불교를 민족종교로 갖고 있는 다른 종족들과 중국 밖의 라다크 등에는 사역자들이 없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증거 되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거룩한 뜻에 순종하여, 광범위한 지역에 흩어져 사는 티베트인들과 티베트종교에 얽매여 살아가는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선교지역을 더욱 확장해야 한다. 이제 새로이 티베트 사역을 준비하는 분들은 이런 미개척 지역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며 준비하여 우리 세대에 복음을 듣지 못한 티베트인들이 한 명도 없도록 복음의 나팔수가 되기를 제안한다.
「중국을주께로」가 이번 호에서 특집으로 다룬 티베트 이야기는 1959년 3월 10일에 라싸에서 일어난 대규모 독립운동, 그 일로 14대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 뒤로 매년 3월이 되면 중국 내 티베트인 거주 지역에는 긴장감이 돈다. 특히 작년부터는 티베트 승려들의 분신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보도를 하지 않아 심지어는 선교사들도 한국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간간히 알 뿐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티베트의 봄’을 소원하는 사람들이 봄의 시위를 할 것이다. 중국문화는 '和为貴(화합을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여기다)‘와 ‘己所不欲, 勿施於人(자기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 을 강조한다. 이 아름다운 중국문화를 티베트 땅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도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뱀같이 지혜롭게 중국 안 밖의 티베트인들을 주께로 돌아오게 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끝으로 티베트를 마음에 품고 중보 기도하는 분들과 티베트선교를 준비하는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을 몇 권을 소개한다.
◆ 이기반, 히말라야의 눈꽃, 홍성사 믿음의 글들 80, 1994년 저자는 캐나다와 미국, 영국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하였다. 승려와 편지로 대화하며 변증을 통해 그를 주께로 인도한 과정을 보여준 <어느 구도자에게 보내는 편지>의 저자이기도하다. 불교신자 등 동양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에 대해 탁월한 견해를 갖고 있는 스승이다. 이런 저자의 시각으로 본 썬다 싱의 생애를 기록한 이 책은, 썬다 싱에 대해 이해를 새롭게 한다. 인도의 시크교도로 태어나 구도의 과정에서 예수님을 믿게 되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베트인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며 20세기 사도행전의 기적의 삶을 살다간 썬다 싱. 안타깝게도 40세가 채 못 되어 히말라야 어느 구석에선가 모세처럼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 하나님의 사람 썬다 싱.
필자가 1994년에 이 책을 읽고 복음전파에 대한 열망과 함께 하나님께서 혹 이런 삶을 나에게도 요구하시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었는데, 전혀 생각지 않게 일 년도 채 흐르지 않아 1995년 10월 29일 라싸를 밟았고, 중국으로 선교의 길을 떠났으며 결국 1998년 6월 칭하이성의 티베트족을 보고 그들과 같이 살기로 결정하였었다. 나에게 티베트족 선교에 눈 뜨게 하고 소망을 주고 열정을 불러일으킨 특별한 책이다.
◆ 마르꾸 쩨링, 티베트불교권선교, 도서출판 NCD, 2003년 서양 선교사들이 티베트불교를 잘 모르는 채 들어와 복음을 전하다가 실수하는 것을 목격한 저자는 본인이 그 안에서 살았던 경험을 가지고 내부인 이면서도 기독교인인 특이한 신분의 시각으로 티베트불교를 보며 선교지망생들에게 많은 지식과 깨우침을 준다. 다만 영어로 된 책을 번역했기에 지명과 인명 등의 발음에 약간의 혼동을 주는 곳이 있다.
◆ 김한규 지음, 티베트와 중국, 소나무, 2000년 저자는 서강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역사학자이다. 학생들과 함께 고통스러운 탐방을 마다하지 않는 학자적 정신이 이 책의 가치를 높인다. 역사적으로 티베트와 중국 중앙 정부가 어떠한 역학관계에 있었는지 당, 송, 원, 명, 청, 국민당의 중화민국과 공산당 치하의 중공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중요 쟁점 부분을 다룬다. 특이한 점은 매 장마다 중국정부 관변학자들의 주장과 대만에서 출판된 중국인 반체제 인사들의 티베트 관련 논설들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비교분석하면서 최종 결론을 독자의 판단에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 김호동, 황하에서 천산까지, 사계절 출판사. 2002년 저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로 있는데 하버드대에서 '내륙 아시아학' 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책이 호소력이 있는 이유는 여러 언어를 구사하며 학문적으로 높은 성과를 올린 학자이면서도 책상에만 앉아 있지 않고 발로 현장을 찾아 책상과 현장을 연결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 책은 그가 책머리에서 밝혔듯이 학술적 장치들을 벗겨 놓고 느낌을 드러내고 있어서 독자와의 거리를 좁힌 '역사 에세이' 이다. 중국의 중요 소수민족인 티베트족, 회족, 몽고족, 위구르족의 역사와 종교, 한족과의 관계 등을 알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중국 소수민족연구의 입문서이다.
유은식 목사 | 전 중국 티베트선교사, 현 산돌성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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