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이번호 
북쇼핑
2012.1.1  통권 129호  필자 : 최의헌  |  조회 : 1304   프린트   이메일 
[선교사역과 건강관리]
인간 이해와 선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6)

지금까지 5회에 걸쳐 인간 심리에 대해 설명하였다. 인간의 심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형성되어 아어린 시절 양육발달과정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발달유형은 집의 기초, 기둥, 외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태어나면서 만 1세까지의 시기에 해당하며, 두 번째는 만 1-3세, 세 번째는 만 3-5세에 해당한다. 발달유형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는 이 세 유형 중 어느 하나에 주로 집중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특징적인 성격이 나타나기도 하고 시기에 따른 정신병리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제 인간 심리에 대해 정리하고 마무리를 하겠다.

집의 기초에 해당하는 시기, 핵심은 ‘경계’
태어나면서 만 1세까지의 시기는 생애 첫 시기로 아이는 세상을 탐색하기에는 아직 여러 기능이 충분하지 않아 양육자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시기이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를 구강기라고 하였는데, 이 시기에는 입에 정신 에너지가 몰려있음을 의미한다. 생존을 위해서 그가 하는 건 울고 빠는 일이니 이해할 만하다. 에릭슨은 이 시기를 잘 지내면 기본적 신뢰가 형성된다고 하였다. 이는 “세상은 모름지기 살 만하고, 사람이란 모름지기 믿을 만하다.”는 개념이다. 한 단어로 압축하라면 안전(safety)이 된다. 사실 태고의 안전은 에덴동산과도 같은 자궁 속이다. 인간은 출생을 통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세상에 던져진 그는 어디에서 안전을 얻을 수 있을까? 어머니의 지속적인 공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렇게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는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 에릭슨은 기본적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 불신(mistrust)이 형성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불신은 단순히 믿지 못하겠다는 뜻보다 더 근원적인 상태로서, 정신분열병이나 의심증에서 볼 수 있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안정을 반영한다. 때로는 정반대로 과도한 의존, 즉 중독 현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충분한 공급을 해 주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고, 불신을 직면하지 못해서 무의식적으로 정반대의 방어를 나타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핵심적인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의존, 생존, 안전, 신뢰 등의 단어가 선정될 것이다. 이에 더해 필자는 ‘경계(boundary)’라는 단어를 고른다. 비록 이 시기는 경계가 표면화되어 너와 나의 심리적 경계를 드러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될 기반을 세우는 시기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경계 기반이라고 해야겠다. 이 기반이 없으면 너와 나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경계를 허무는 예는 아이와 동화되는 어른, 연인관계, 종교적 합일 등에서 볼 수 있다. 병적인 경계 손상은 정신분열 환자의 환청과 망상이 주로 자신으로부터 연유된다는 것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극단성의 특징을 가지는 시기, 핵심은 ‘통제’
만 1-3세는 말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아이가 자기 세상을 가지게 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아이는 기억력이 형성되지만 아직은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서 눈에 보이는 것을 대조 확인하는 정도에 머문다. 그러므로 양육자인 엄마를 충분히 내면화할 수는 없으며 눈앞에 나타날 때에만 엄마라는 분명할 사실을 붙잡을 수 있다. 이 시기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계속 훈육함으로써 스스로 자기를 통제할 수 있도록 이끈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를 항문기라고 하였는데, 이 시기의 대소변 가리기가 지금 말한 특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보는 것이다. 에릭슨은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자율성이 형성된다고 하였는데 이 또한 같은 의미인 것을 짐작할 것이다. 에릭슨은 자율성이 형성되지 못하면 수치가 형성된다고 하였는데 자율성의 반대말이 타율성임을 고려할 때, 수치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은 의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형성되는 자율성이라는 개념에는 “나는 한다. 나는 맞다. 나는 있다.”라는 세 가지 개념을 통틀어서 표현하는 것이므로 그 반대 개념인 “나는 못한다. 나는 틀렸다. 나는 없다.”를 상징하는 단어로 수치를 선정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시기의 특징 중 하나는 극단성이다. 아이는 섬세한 분별을 할 역량이 아직 없다. 그래서 그저 둘로만 나누어 판단한다. 있다 혹은 없다, 좋다 혹은 나쁘다 등으로만 구분한다. 이러한 단순한 구분은 상황을 명료하게 할 때는 도움이 되지만 애매하고 복잡한 부분을 감내하는 측면에서는 방해가 된다. 건강한 견딤이 없이 극단주의로 빠지는 예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시기의 핵심적인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상하관계, 자율성, 수치, 분노, 극단성, 흑백논리, 양가감정 등이 거론된다. 필자는 ‘통제(control)’라는 단어를 첨부한다. 이 시기는 “엄마가 나를 통제하느냐, 아니면 내가 나를 통제하느냐?”의 명제를 두고 분투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이후의 삶에서 늘 누군가의 통제아래 있다는 수치와 억울함을 지니게 된다. 안식도 별로 없다. 가만히 있다는 것은 안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배를 허용하는 시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통제에 목을 매는 성향을 보이거나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라면 이 시기의 문제들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성격 문제나 우울증, 강박증은 이 시기의 병적 현상을 반영한다.

다양성과 분별력이 형성되는 시기, 핵심은 ‘균형’
만 3-5세는 7세 이전 발달단계의 세 번째 단계이며 동시에 마지막 단계이다. 아이는 이제 온전한 기억력을 획득하였으므로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도 충분히 내면화한다. 실제의 엄마가 눈앞에 없어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시기이다. 아이는 기존의 극단적인 이분법적 수준을 넘어서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분별하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를 오이디푸스 갈등(Oedipus complex)이 나타나는 남근기 시기라고 하였다. 프로이트는 그리스 신화를 차용하여 이 시기 아동이 그의 부모 사이에서 갖는 미묘한 힘의 균형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것은 이전 시기의 엄마-나 양자관계의 수준을 넘어서서 제3자에 대한 고려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에릭슨은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주도성이 형성된다고 하였는데 이는 여러 측면을 잘 관리하는 모습이다. 주도성을 형성하지 못하면 죄책감이 형성된다고 하였는데 이는 전 단계의 수치와 대비하여 개념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수치는 자신은 아무 것도 못하고 형편없다는 극단적인 자기 평가절하를 보이는 것에 비해 죄책감은 ‘여러 부분 중 어느 부분이 못했고’, 또 ‘무조건 못 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로 못했다’ 등 세부적으로 구분한다. 

이 시기에 관련되는 심리적인 문제를 흔히 신경증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문제는 심리적인 균형이 어긋나서 한 쪽으로 심리적인 치우침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평형을 다시 맞춰주면 신경증의 문제는 해소된다. 이 시기의 핵심적인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인정욕구, 평형, 삼각관계, 주도성, 세분화, 갈등 등이 거론된다. 필자는 ‘균형(balance)’이라는 단어를 더 꼽겠다. 평형(equilibrium)과 거의 흡사한 단어이다. 균형에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된다. 첫째는 마음이 여러 분획으로 되어 있어서 각각의 역동을 갖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들 분획의 적절한 조화로 균형이 잡히면 마음은 편안한 반면 균형이 깨어지면 특정 분획에 힘이 쏠리고 그것은 신경증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로 나타난다. 하지만 균형을 맞춰주면 문제는 해소된다.

인격형성과 심리발달 이해의 중요성
이 세 단계의 성장을 거치면 아이는 나름의 성향을 가진 고유한 개인으로 세워지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문제가 노출되지는 않으나 이 시기에 심리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난 후에 문제가 발생한다. 0-1세나 1-3세의 시기와 관련된 문제들은 일단 나타나면 문제가 근원적으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3-5세의 시기와 관련한 문제들도 문제가 없어졌다 생겼다 하는 건 마찬가지나, 결함이나 결핍에 의한 문제가 아니라 불균형에 의한 문제이므로 고질적인 것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나름의 신앙을 갖는데 이 또한 우리의 인격 성향이라는 기초에 세워진다. 신앙은 우리의 성향을 넘어서긴 하지만 이 땅에 사는 동안 우리의 신앙은 우리의 인격이라는 족쇄에 매여 제한을 받을 것이다. 이는 신학적으로 옛사람이 우리에게 계속 남아 있다는 점이나, 이 땅의 육신에 매어 있다는 점과 일치한다. 우리는 부활의 몸을 입을 것이나 이 땅에 사는 동안은 현실과 육신의 제한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지금까지 거론한 심리발달 이해가 잘 활용되기 바란다.주


최의헌 | 연세로뎀정신과의원 원장


※ ‘인간 이해와 선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연재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1년 동안 귀한 글로 섬겨주신 최의헌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인쇄하기   메일로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