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라는 말씀은 하나님의 자녀로 부름 받은 이들에 대한 언약이다. 주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예전의 나는 이미 죽었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은혜로 나처럼 불순종하고 자존감이 낮았던 사람이 사탄의 눌림에서 자유함을 얻게 되었다. 내가 구원받은 것이 아직도 꿈과 같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전능하신 손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인도하심이었다.

방황의 나날들
나는 고등학교 이과생으로서 큰 꿈과 열정을 가지고 서안이공대학교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학과의 합격 통지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컴퓨터 화면에 뜬 “장춘 이공대학교 한국어과 합격”을 확인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고,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야, 누가 장난친 게 틀림없어”라고 생각했다. 나는 수험번호를 몇 번이고 다시 입력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나는 가족의 위로를 받으며, 아버지와 함께 장춘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원래는 학교가 어떤지 한번 보고 결정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아예 눌러앉게 될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버지는 장춘이공대학교를 둘러보시고 학교가 괜찮다며 나를 혼자 두고 가버리셨다.

대학 1학년 내내, 나는 상실감과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더군다나 장춘은 굉장히 습한 지역이어서 신체리듬이 심각하게 깨져 힘이 들었다. 몇 번이나 학교를 그만두고 남쪽 지방으로 가서 아르바이트를 할까 생각해봤지만, 부모님의 체면을 생각했을 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매번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나는 그렇게 우울한 마음으로 대학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나에게 하늘은 언제나 회색빛이며, 생활은 항상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장춘뿐만 아니라 중국 동북지역 사람들은 무식하고 거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다행히도 한국어과에 계신 한국 교수님들이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내게 약간의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쉽게 넘을 수 없는 거리감이 존재했고, 자유를 찾지 못한 억압감이 나를 눌러왔다. 그래도 생활은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나의 마음을 숨긴 채 친구와 가족 앞에서는 항상 ‘착한 아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녔다. 그러나 나만은 알고 있었다. 내 마음 속 깊이 두려움과 불만을 가득 담고 있었다는 것을.

예수 십자가
눈 깜짝 할 사이,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 날, 한국어 회화 선생님이 갑자기 나에게 전화를 주셔서 나에게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하시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선생님은 나에게 창평(昌平)교회에서 <증인의 고백>이라는 연극을 하는데 선생님이 반주를 하게 되었다며 같이 보러 가자고 초대해주셨다. 평소에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셨던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에 나는 그 초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선생님과 함께 교회로 갔다. 그때 나는 처음 예수님에 대해 듣게 되었고, 그가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수님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자신을 못 박은 자들을 용서해달라며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셨다. 이 장면이 내 눈 앞에 펼쳐졌을 때, 예수님에 대한 동정의 마음에서였는지, 아니면 내 마음속의 슬픔이 울컥했는지, 멈출 수 없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5월 1일 교회에서 부흥회가 열렸는데, 선생님은 내 대신 참가신청을 해 놓으셨다. 나는 그 부흥회를 통해 완전한 자유함을 누리게 되었다. 그 때 나는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대상을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마음껏 울 수 있었던 것이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그 동안 마음에 짊어졌던 추악함과 원망을 모두 내려놓고,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참 평안을 누리게 되었다. 내 마음을 오랫동안 눌러왔던 그 원망과 서러움들이 눈물과 함께 씻겨 내리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항상 너와 함께 하리라”는 위로의 말씀이 나의 마음을 그분께 활짝 열어놓게 하신 것이다. 부흥회 후, 나는 주일 예배를 나가기 시작했고, 교회 여러 활동들도 참여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숨김없이 솔직해졌고,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의혹과 망설임은 없었다. 그제야 나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기쁨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성가대에 들어갔다. 비록 성가대에서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의 순종을 생각하며 나도 잠잠히 그분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 마음은 하나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양하고자 하는 갈급함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매 주일마다, 가장 아름다운 찬양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싶었고, 내게 눈 앞의 환난은 더 이상 환난이 아니었다. 내 입술을 열어 하나님을 찬양할 때, 그 분은 나와 함께 하셨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나의 아픔과 어려움을 아시며, 예수님의 못 자국 난 손길이 내 마음의 상처 하나도 놓치지 않으시고 어루만져주심을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인생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임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했다. “이제는 저의 힘과 의지가 아닌, 온전히 하나님 은혜 안에서 강하고 담대하게, 기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겠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은혜의 손길로 제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인도해주세요!”

주님과 나만 아는 기쁨
내가 구원을 받게 된 과정이 다소 단순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은혜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마음에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런 달콤한 느낌은 오직 나와 하나님만이 아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이렇게 하나님과 신비하고 달콤한 만남의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찬양가사가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나 오직 주께 영광 올리며, 나 오직 매일 주를 찬양하기 원하네. 주님, 사랑해요, 더욱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나는 신학을 배우러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한국 땅을 밟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내가 왜 한국어과에 갔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나를 택하셨고, 그분께서 나를 먼저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주님! 당신의 마음을 그 누가 헤아리며, 당신의 역사하심을 그 누가 말로 다 설명하며, 당신의 뜻을 그 누가 다 이해하리요! 비록 다 알 수 없다 하여도, 그 어느 하나 당신의 선하신 속성에서 나오지 아니한 것이 없습니다! 어느 때든지, 어느 곳에 있든지, 어떤 일을 만나든지, 항상 주께 순종하기 원합니다.
아멘.


멍이 | 중국신학생
번역 | 김지아/자원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