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교를 선택한 이유
중국의 A도시에서 사역을 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얼굴에는 주름이 생겼고, 머리는 하얗게 변했다. 두 번째 안식년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지난 시간들을 회고해 보았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어떻게 내가 중국선교를 하게 됐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내가 중국선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이후, 하나님은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다.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연약하고 미천한 나에게 이런 큰 은혜와 자비를 베푸신 걸까. 결론은 사랑이었다.

이때 갈2:20의 말씀이 떠올랐다.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 이 말씀을 주신 하나님은 나에게 결단을 요구하셨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랑들을 생각하며 내가 해야 될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28:18~20의 말씀처럼 하나님이 명령한 것을 수행하기로 결심하였다. 사실 나에게 처음부터 선교에 대한 소명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꿈과 환상, 계시를 통해서 소명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기로 결심하였다.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내가 간 곳은 중국의 A도시였다. 그곳은 많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무슬림이었다. 처음에는 그곳 지역과 현지인들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창피스러운 일이었다. 변명을 하자면 내가 처음 갔을 때만 해도 A지역은 외국인 사역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니 그곳에 대한 자료들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중국어를 배우는데 집중하고, 또 사역자들을 돕는 일들을 하였다. 그리고 첫 번째 안식년을 보낸 후, 다시 A지역을 찾은 난 대학에서 소수민족언어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중국어로도 소수민족 사역이 가능하지만, 소수민족언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사역 대상인 소수민족의 문화, 전통, 종교를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한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1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언어학자들은 말한다. 물론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운 언어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난 중국어와 민족어 두 개의 언어를 배웠다. 하지만 둘 다 완벽히 구사하지는 못한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끝까지 그리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 믿는다.

기도모임에서 노방전도까지
언어에 대한 집중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이 나에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도였다. 3년 전부터 몇 명의 선교사님들과 함께 기도모임을 시작하였다. 우리는 교단과 단체를 초월하여 함께 모였다. 그리고 세계와 중국, 한국,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 민족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였다. 매일 저녁 9시에 정해진 장소에 모였다. 토요일에도, 주일에도 모여 기도하였다. 선교사님들과 함께 기도를 했기에 이 기도 모임이 가능했다. 만약 혼자 했다면 중간에 포기했었을 지도 모른다. 한 달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밖에 나가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라고 말씀하셨다.

무슬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노방전도를. 이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무턱대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돌리거나 사영리를 전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먼저 합당한 자를 찾았다. 사도행전 16장에 등장하는 루디아처럼 복음에 반응하는 합당한 자를 찾아 나섰다. 바울이 마게도냐 지방의 첫 성인 빌립보에 이르러 기도할 곳을 찾다가 강가에서 루디아를 만나게 되었다. 강가에는 많은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주께서 루디아의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였다. 그리고 그와 그 집이 세례를 받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나가서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는 합당한 자를 찾으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믿음으로 이것을 실천하였다. 두려움도 있었다. 왜냐하면 직접 거리를 나서며 복음을 전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존에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예수 영화를 같이 보거나 식사교제를 나누는 것이 전도의 전부였다. 만약 혼자 밖에 나가서 말씀을 전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두 명, 세 명이 짝을 지어 하나님께서 구원을 예비한 영혼들을 찾아 나섰다. 한 명이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 다른 한 명은 옆에서 중보기도를 하였다.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할 때, 처음에는 두려워서 인사만 나누고 헤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고 나아갈 때 담대함이 생겼다. 현지인들과 복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놀라운 기적들이 나타났다. 

주님을 영접하는 무슬림들이 곧바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성령님께서 하신 일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나중에 하나님은 잃어버린 영혼들을 찾아 나서는 우리의 발걸음에 크게 기뻐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한 선교사님들의 간증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선교사님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얼마나 큰 두려움 속에 있었는지를, 그리고 현실에 속아 하나님의 뜻을 품지 못했던 것을 깊이 회개하였다. 이 전도는 지금까지 A도시에서 계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후에 예수님을 믿게 된 영혼들을 중심으로 교회가 세워졌고, 지금은 선교사님들이 영혼들의 교회정착과 제자양육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수확들은 이 연합모임을 통해 민족어로 된 신앙서적이 출판되었다는 점이다. 선교사님들의 노력으로 신자들을 위한 훈련프로그램과 구체적인 커리큘럼이 완성되었다. 우리는 연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선교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한 마음 한 뜻을 품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철저한 내려놓음,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 연합을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선교사님들과의 연합을 통해 하나님은 나를 훈련시키셨다. 내 인격을, 그리고 신앙을 성숙케 하는 계기로 만드셨다.

잊을 수 없는 사랑
개인적으로 한 사역 중에는 일대일 제자양육과 한국어 교육이 있었다. 주님을 영접한 무슬림들과 집에서 함께 떡을 떼며 말씀을 같이 나누는 시간들을 정기적으로 가졌다. 그리고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만지시는 것을 경험하였다. 영혼들의 놀라운 고백들을 들으면서 하나님께서 이들 무슬림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깨달았다. 주말에는 현지인들과 MK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토요일 오전에는 MK를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오후에는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이 한국어 수업은 현지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좋은 기회였다.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 중에 믿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복음을 전하는데 이들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난 가르치는 것 보다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나님의 사랑의 통로가 되기 위해 A지역에 갔는데, 오히려 현지인들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지난 1월 4일은 내 생일이었다. 먼저 3일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현지인 학생들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교제를 나누었다. 모두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학생들은 나를 위해 케이크며 선물까지 준비했었다. 그날 기온이 영하 27도였는데, 정말 개인적으로 이들에게 미안했다. 식사 후 집에 돌아갈 때는 택시가 잡히지 않아 발을 동동 굴리며, 우리 모두는 길에서 30분이나 벌벌 떨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이날 받은 감동은 영하 27도의 추위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생일이었던 1월 4일에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저녁 8시에 갑자기 한 소수민족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생일 축하한다고, 그리고 저녁을 같이 먹자고 그는 말했다. 밖은 영하 28도, 그리고 이른 저녁을 먹었다는 사실 때문에 나갈 수 없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친구와 늦은 저녁을 먹고, 곧바로 헤어졌다. 이 친구는 내가 우연히 내뱉은 생일날을 기억하고, 없는 시간을 내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비록 그 친구가 사준 밥은 우리나라 돈으로 2천원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난 그날 세상에서 최고의 식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나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3일, 그리고 4일, 정말 난 평생 잊을 수 없는 생일을 보냈다.

10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지난 10년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중에서도 현지인들을 더 아끼고 사랑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그들이 사랑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난 그들을 따뜻하게 품지 못했다. 그들이 어렵고 힘들 때, 그들에게 곧바로 달려가지 않았다. 다시 그곳에 간다면,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슬림 사역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다. 내가 살았던 A지역만 하더라도 무슬림들 중에 주님을 영접한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나님의 생각은 어떠실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무슬림 사역은 어렵다. 이 생각은 하나님의 생각이 분명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믿음으로 선포할 때,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이다. A지역에 그리스도인 숫자는 적지만, 지금 그곳에 새로운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것은 무슬림 가운데 주님을 영접한 사람들이 하나님께 헌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그 땅의 복음화가 더 활성화되고, 더 굳건한 교회들이 세워지리라 확신한다.      

날마다 예배자로 서 있는 삶 
마지막으로 선교지에서 깨달은 것 중 한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처음 선교지에 갔을 때, 하나님은 나에게 많은 사역을 펼치길 원하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더 중요한 것을 말씀해 주셨다. 그것은 나를 예배자로서 부르셨다는 것이었다. 사역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매일 내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 그 분과 친밀히 교제하는 것, 그리고 그분의 임재 안에 거하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도 원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교지에서 매일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탄은 계속 나를 무너뜨리려고, 나의 약점을 공격하였다. 그래서 난 매일 이렇게 기도했다. “아버지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소서, 원수가 나를 무너뜨리려고 합니다. 원수의 손아귀에서 나를 건져주소서.” 영적싸움에서의 승리, 이것이 선교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안식년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선교지에서 만났던 그 인격적인 하나님을 매일 만나고 싶다. 그 사랑의 하나님을, 그 은혜와 자비의 하나님을. 하나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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