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영원한 고향, 농촌이 무너지고 있다. 도시화의 파도로 인해 우리의 고향이 얼마나 급속히 사라지고 변형되고 뒤틀려졌는지 모른다. 2억5천만 명의 농민노동자(農民工)들은 할 수 없이 6천만 명에 가까운 어린 아이들과 노부모를 고향에 남겨 두고, 제도로 인해 생긴 깊은 갈등과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안고 도시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농촌의 많은 가정은 찢겨진 채 아이들은 양육해주는 부모 없이 방치되고 있으며, 노부모는 의지할 자식이 없이 외롭게 지내는 등 중국의 윤리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다. 농촌학교의 입학율이 증가하는 반면 도중하차 하는 학생 수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에 농촌교육의 몰락은 곧 농촌의 몰락을 의미한다. 

농촌 도시화 전략의 청사진
30년 후 중국은 8억의 농민을 도시로 입성시키겠다는 계획아래, 많은 농촌들이 완전히 도시화가 될 것이다. 이는 “제 12차 5개년 경제추세전망 정상회의(十二五經濟形勢展望高峰論壇: 중국은 1953년부터 차 경제개발 계획(一五)을 세워 한국처럼 5년 단위로 개발을 진행했다. 올해는 12차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해이다)”에서 중국 중앙정책 연구실의 경제처의 국장인 이연중(李連仲)이 묘사한 도시화 전략에 대한 청사진이다. 중국 정부는 “하늘아래 집 없는 모든 농민들도 언젠가는 중국 정부의 도시정책의 혜택을 받아 따뜻한 보금자리를 영유할 수 있게” 하자는 이상이 있음을 말해주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그 청사진의 실현은 아직도 요원(遙遠)해 보인다.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와 이 모든 격변을 직접 겪고 있는 개개인은 어떤 마음이며,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무너진 농촌의 의미는 단지 전원생활의 여유로움을 공업 기계가 대체한 것에 대한 비애만은 아니다. 농촌을 한 덩어리로 볼 때 무너진 부분은 그 가운데 농촌과 도시의 틈새에서 갈등하고 고통 받는 모든 개개인이다. 그들은 바로 농촌과 도시라는 두 틈새에서 살아가고 있는 2억5천만 명의 농민 노동자들이며, 이들이 고향에 남겨둔 자식과 부모이다. 2009년 전국부녀연합회의 통계에 의하면, 중국 내에는 5천 8백만 아이들이 부모없이 고향에 남겨져 있다고 한다. 이 중에는 돌 지내기도 전에 부모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서 돈 벌이를 하게 되어 할 수 없이 고향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외롭게 살아야 하고 심지어 아주 어린 나이에 기숙학교로 가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농민노동자들의 노부모는 이 사회의 뒤 안 길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문 밖에는 집 지키는 개 한 마리와 집 안에는 나이든 두 노인네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라고 말한 중국속담과 일치하는 처량한 모습이다. 

농촌에 사는 모든 개개인이 당하는 초조함과 막막함, 갈 바를 모르는 그들의 처지는 이처럼 절실하고 가혹하다. 수많은 농촌 노동자들이 생존하기 위해 도시의 어두운 곳곳에서 치열하게 몸부림 치고 있다. 멀고 먼 고향집에 남겨둔 어린 아이들은 양육해 줄 수 있는 부모가 없고, 노부모는 의지할 자식이 없는 실정이다.

비일비재한 이산가족과 불안한 농촌교육의 현실
가슴 아픈 일은 이 뿐만 아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농촌의 젊은층과 중년층이 모두 도시로 돈을 벌러 가기 때문에 남편과 아내, 자식과 부모가 생이별을 하고 사는 것이 이미 보편적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온전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지 못하고 있다. 농촌의 남겨진 아이들의 수와 범죄율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무도 그 아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 알지 못 한다. 농촌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는 돼지 축사로 변해 버리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흩어져서, 마을은 더 이상 유기적 생명체가 아니며 농촌문화의 응집력도 더는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오합지졸처럼 우연히 한데 모여 있다가 금새 또 흩어져 각자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5천8백 만 명이나 되는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이 가장 큰 걱정이다. 2009년의 통계에 의하면 14세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4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중에 57.2%는 부모중 한 사람이, 그리고 42.8%는 부모가 모두 도시로 나간 경우이다. 그 중 79.7%의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키우고 있으며 13%의 아이들은 친척이나 친구에게 맡겨지고, 7.3%는 보호자 없이 지낸다. 양홍(梁鴻) 씨가 인터뷰한 많은 가정 가운데는 아이가 1살 밖에 안됐는데 부모님 모두 도시로 간 경우가 허다하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5,6세까지 아이를 보살펴 주다가 중학교 갈 나이가 되면 기숙학교로 보내거나 아니면 선생님 집에서 지내도록 한다. 양홍은 “이러한 농촌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누리지 못하며 부모님과의 유대관계가 전혀 형성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우려하는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나지 못함으로 인해, 성격이 폐쇄적이고 냉정하고 열등의식을 가지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딱히 할 일이 없어 비행청소년이 되어 컴퓨터게임 등에 빠지게 되고, 수업을 몰래 빠지는 등, 겉잡을 수 없이 방황하게 된다 한다.

이것은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농촌에 부모 없이 남겨진 청소년 범죄율은 이미 배로 증가 하였고 범죄 인구는 3배나 늘어났다. 이 또한 장시간 농촌교육에 관심을 갖는 양효연(梁曉燕)씨가 가장 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부모가 곁에 없이 자라난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가정의 온전한 돌봄과 양육이 결여된 상황이기에 아무도 그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없다.

심해지는 양극화와 무너져가는 윤리의식
오늘날 중국은 이미 농촌과 도시가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다. 농촌과 도시를 오가는 모든 중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이런 양극화를 절감한다. 농촌과 도시의 이분화된 호적제도는 이런 양극화를 합리화시킨 주범이다. 자원배분의 불균형은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2억의 농민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은 이 제도로 인해 도시 생활에 정착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농촌의 가정이 해체되는 이러한 사회현상이 언제까지 지속 될 것 인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떤 비극이 벌어질 지 상상할 수도 없다. 

또한, 농촌의 몰락에는 반드시 인간관계와 정신세계, 윤리도덕의 와해가 잇따른다. 노인을 부양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농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는 허상이 아니다. 우리의 농촌사회가 완전히 몰락하고 몇 억의 가정이 이산 가족이 되었다. 도시는 합법적인 제도로 그들을 배척하면서도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그들의 자녀들은 태어난 지 10개월 만에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하고 6,7세에 이미 가족을 떠나 기숙학교로 들어가야 한다. 장기간 입시위주의 교육 시스템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농촌출신 학생의 비율은 1%도 안 된다. 다시 농촌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 농민노동자들과 그들의 다음세대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출처 | 亞洲週刊 2011年25卷 18期
번역 | 차이나 간사 본지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