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교회의 주요 사역 

1. 교육사업
1904년 기독교 내지회(内地会)의 영국인 선교사 당쥐런이 거부에 들어와 교회를 세우고, 먀오족과 이족에게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고, 한자를 모르는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선교의 성과는 지극히 미미했다. 1906년 문맹인 성도들이 글을 깨치고, 성경을 읽고,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당쥐런은 안순핑바(安顺平坝)현에 있던 러우윈보(娄云波)에게 거부에서 교사를 담당해 줄 것을 청했고, 학교를 설립해 현지에서 명망 있는 사람에게 운영을 맡겼다. 학교 이름은 ‘디량(迪良)학교’라고 지었다. 먀오족은 오랫동안 문맹의 고통을 겪어왔기에 학교설립을 크게 반겼다. 순식간에 먀오족과 이족 아이들이 먼 거리도 마다 않고 몰려와 입학했다. 심지어 결혼을 하여 자녀까지 있는 성인 남자도 청소년들과 함께 글을 배웠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거부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넉넉지 않은 재정 탓에 두 칸의 토방과 책걸상 몇 세트, 그리고 칠판 하나가 교실의 전부였다. 학생들은 숙식을 알아서 해결했고, 교사의 월급은 ‘선교사 파송회(差会)’에서 부담했다. 학습여건이 열악하고 생활도 어려웠지만, 교사와 학생들의 열의만큼은 최고였다. 학교의 교육 목표는 ‘교회를 위한 인재 양성’이었다. 매주 주일마다 학생과 교원들이 함께 예배에 참여했다. 교과목 중 성경학습이 필수과목이었고, 그 다음이 ‘사서오경’이었다. 훗날 상하이 상우인수관(上海商务印书馆)에서 출판한 ‘국민교과서’를 교재로 삼았다. 교재와 학제는 대체로 중국 교학과정과 일치시켰다. 많은 학생들이 4년제 초등학교(初小)과정을 마쳤다. 

1913년, 당쥐런은 안순에서 한족 교사인 순구이단(孙桂丹), 루스졔(鲁士杰)를 거부로 청빙하여 고학년 반을 개설했다. 당시의 학제는 ‘4·3(四三)제’로 저학년 4년, 고학년 3년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저학년 반에서 고학년 반으로 진급한 학생이 스무 명에 달했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저학년 여학생 반을 개설해, 입학생을 모집했다. 여학생 반 담임선생님은 천즈밍(陈子明)의 딸인 천구이잉(陈桂英)이었다. 이렇게 저학년 반, 고학년 반, 저학년 여학생 반이 연이어 개설됨에 따라 디량학교의 총 학생 수는 200명이 넘게 불어났다. 학교가 성장하고, 중학교 과정까지 개설될 무렵이던 1915년 여름, 당쥐런이 안순에서 벼락을 맞아 사망하면서 학교의 재정상황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이때 교사들은 무보수로 학생들을 교육했고, 각자의 식량을 집에서 조달했는데 식량이 부족하여 가족들이 여기저기서 캐온 나물로 생활했다. 교사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베옷을 입고, 짚신을 신은 허름한 모습이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가르치는 데 열의를 다했고, 성실히 직분을 다했다. 디량학교의 첫 고학년 반 졸업생은 왕밍다오(王明道), 왕밍원(王明文), 왕밍더(王明德), 안톈푸(安天福), 왕밍룬(王明伦), 왕밍칭(王明清)을 포함해 총 스무 명이었다. 디량학교는 편벽한 지역인 꾸이저우 서북부 먀오족, 이족 지역에서 최초로 우수한 문화인재를 배출했고, 이들은 교회의 기둥이자 먀오족 사회 발전을 이끈 지도자들이 되었다.  

1928년 윈난성 자오퉁(昭通)의 성립(省立) 제2중사범학교(二中师范学校)를 졸업하고 돌아온 먀오족 청년 양지청(杨志成)은 민족교육사업 진흥의 웅대한 포부를 가졌다. 그래서 거부교회의 전도사였던 왕밍룬과 명망 높은 안톈푸, 왕밍칭, 장원칭(张文清) 등과 함께 거부 학교를 부흥시키자는 결의를 하게 된다. 그들의 목표는 학교를 확장하여, 더 많은 학생을 모집하고, 초등학교 고학년 반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중학교 과정 개설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계획은 곧 이족과 먀오족의 호응과 지원을 이끌어 냈고, 이족이 자금을 지원하고, 먀오족이 건축 노동을 맡아 빠른 시일 내 학교 시설 확장 및 보수 공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당시 교육체제에 따라 양지청을 교장으로 추대하고, 학교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1년 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1925년 음력 2월 15일 개교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당시 초등학고 고학년 반 신입생은 35명, 저학년 반 신입생은 160명이었다.  먀오족이 109명이었고 이 가운데 여학생은 6명이었다. 학교가 몰라볼 만큼 새롭게 변했다.

1932년 디량학교는 정식으로 그 명칭을 ‘거부　사립　즈화량지（志华两纸）초등학교’로 변경하였다. 당시 학생 총 수는 415명으로 먀오족, 이족, 한족, 뿌이족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었고, 학교가 소재한 현 외에도 웨이닝(威宁), 쉐이청(水城), 나용(纳雍), 비지에(毕节) 및 윈난 전슝(镇雄), 이량(彝良) 등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다. 여학생 수도 30명이 넘어 섰고, 남녀합반이었다. 즈화 초등학교의 제 1기 고학년 졸업생은 25명이었다. 거부 사립 즈화량지 초등학교의 교장 혹은 교장 대리를 역임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양지청, 장펑이(张鹏－), 장요아이(张友爱), 왕밍천(王明申), 타오더은(陶德恩)이다. 1951년 중국 정부가 즈화 초등학교를 인수하여 ‘허장현 거부민족 초등학교’로 개명하였다. 

2. 교회사업

1) 성경학교 설립
교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도사의 소질 향상을 위하여 1937년 각 교회지부 책임자와 류구선(刘谷森)목사는 성경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 후 1년이 넘는 준비 끝에 1938년 정식으로 성경학교가 설립되었다. 당시 명칭은 ‘꾸이저우 먀오·이 성경학원’이었으나 ‘학원(단과대학)’이라는 명칭이 너무 과한 것 같다는 지적이 있어 ‘꾸이저우 먀오·이 성경학교’로 바꾸게 되었다. 성경학교는 3년제로 매 학기가 끝나면 시험을 치뤄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상금과 상품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학구열을 높였다. 입학시험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읽고 쓰는 기본적 능력만 갖추면 합격이었다. 신입생 모집에 연령제한과 성차별, 민족차별도 없었다. 다만 기독교 신자로서 기본적인 성경기초와 주님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모두 입학할 수 있었다. 매번 모집되는 신입생의 수는 30-40명 정도였고, 숙소 및 생활비는 학생 각자가 부담했다. 커리큘럼에는 성경, 국어, 수학(중학교 수준), 지리, 역사, 음악기초이론, 영어, 먀오족어, 체육이 포함되었다. 성경과목은 모두 외국인 선교사들이 담당하고 나머지 과목은 현지 교사들이 가르쳤다.

성경학교 설립과 함께 류구선 목사는 ‘단기반’과 ‘주일반’도 개설하였다. 단기반은 매년 농한기마다 열렸다. 기회가 없었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입학할 수가 없는 젊은이들에게 문화지식을 가르쳐 신자들의 문맹 비율을 낮추자는데 취지가 있었다. 매 기수마다 20-30일 동안 집중적으로 먀오족어, 음악기초, 성경을 배워 소양을 높이고, 신앙의 기초를 다졌다. 한편 ‘주일반’은 매 주일 예배 전 1-2시간을 활용해 젊은이들을 모아 반을 나눈 후, 성경을 배우고, 2-3구절의 성경말씀을 읽고 암송했다. 먀오족어나 중국어 모두 사용 가능했다. 예배가 끝나면 지난 주에 배운 성경암송구절을 촌 단위로 암송하여 검사하고, 새로운 구절을 다시 한 번 공부했다. 학습열기는 매우 높았으며, 성경학교·단기반·주일반의 설립 및 개설로 인해 성경공부 채널이 다양해졌고, 교회의 기초를 보다 견고히 할 수 있었다. 

2) 먀오족 문자 창제
문자는 언어를 기록하고, 문서를 통해 교류할 수 있게 해주는 기호로서, 먀오족이 고대에 문자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불가능하다. 꾸이저우 서북부와 윈난 동북부 일대의 먀오족이 100여 년 간 사용한 문자는 ‘폴라드(Pollard, 波拉)문자’로 라오먀오원(老苗文)으로도 불린다. 이는 20세기 초, 중국어로 보거리(伯格理)라 불리는 영국인 선교사 폴라드(S. Pollard)가 주도하여 만든 문자다. 이전에도 안순에서 목회활동을 했던 당쥐런 목사가 로마문자를 차용해 먀오족어를 기록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1) 로마문자를 차용한 먀오족 문자 기록 시도
1903년 (광서제 29년) 안순에 머물던 영국 선교사 당쥐런(본명 아담-Adam) 은 선교를 용이하게 하고, 복음 전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랑다이(郎岱)의 장야곱(张雅各), 장마가(张马可) 등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먀오족 문자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자형 체계와 발음을 익히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에는 로마문자를 차용해 먀오족 언어를 기록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로마문자는 읽고 쓰는 법이 영어와 유사해서 문맹과 언어 기초 지식이 없는 초보자가 배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꾸이저우 서북 지역과 윈난 동북부 지역에서 교회가 빠르게 성장했다. 예배당도 수십여 개 세워졌으며, 신자 수는 수천 명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자가 편벽한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먀오족과 이족 농민들이었기 때문에 성경을 들을 수는 있어도 읽을 수는 없었고, 찬송가도 부를 수는 있으나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당쥐런 목사는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로마문자를 사용해 먀오족언어를 기록하는 방법을 다시 추진했다. 우선 안순에 로마문자 강좌를 개설했다. 이어서 외국인 선교사 순청런(孙成仁)을 거부로 보내어 로마문자 단기 강좌를 열게 했다. 거부에서 이 강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타오구이팡(陶桂芳，타오여호수아), 왕요한(王约翰), 마야서(马亚设), 장리모(张利末), 장차오샹(张朝相), 마베드로(马彼得) 등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 교회지부에서 로마문자 학습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또한 당쥐런은 로마문자를 배우고, 성경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로마자를 활용해 일부 성경 소책자와 찬송가집을 번역하여 교회에 보내주기도 했다. 로마문자는 거부의 4대 교회 지부에서 한 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대부분의 신도가 배워 익히지 못하는 관계로 버려지고 말았다. 

(2) 폴라드 문자의 창제
1905년 당쥐런 목사가 로마문자를 차용한 먀오족 문자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동안 자오퉁(昭通) 쉰다오공회(循道公会) 의 영국인 선교사 폴라드는 새로운 먀오족 문자 창제 방안을 제시했다. 먀오족 언어의 발음 규칙을 표현할 수 있고, 글자가 모두 6획을 넘지 않도록 간단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과 장요한의 건의에 따라 왕수더(王树德) 선교사와 스먼칸(石门坎)의 먀오족 신도인 양야곱(杨雅各), 한족 리스테판(李司提反), 먀오족 양요한(杨约翰) 등은 먀오족 예복의 문양인 ‘十’자와 치마에 수 놓인 ‘V’자를 기초로 일부 라틴문자와 새롭게 만든 기호를 활용하여 스먼칸 먀오어를 표준어로 하는 표음문자체계를 만들고, 이로써 윈난 동북부 방언인 먀오어를 기록했다. 이 문자는 새롭고 실용적이었으며, 테스트 단계에서 꾸준히 개선되어 서서히 기틀이 잡혔다. 폴라드는 이 문자체계를 런던의 언어학자에게 보내어 심의를 요청했고, 곧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들은 이 문자를 ‘귀격문자(贵格文字)’라고 명명했다. 

거부교회가 로마문자와 귀격문자를 비교 사용하는 과정에서 귀격문자의 우수성과 실용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 이에 폭넓은 의견수렴과 연구, 토론을 거쳐 폴라드와 양야곱이 만들어낸 먀오 문자, 즉 귀격문자를 사용하기로 결정했고, 수많은 먀오족 교회에서 교육이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귀격문자의 학습 및 사용 열풍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학교수업을 통해 배우고, 예배 전후에 배우고, 저녁에는 촌 단위로 함께 배웠으며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를 가르치고, 어머니가 아들을 가르치며 웃어른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꾸이저우 서북부, 윈난 동북부와 쓰촨 남부지역에서 퍼져나갔다. 윈난 사푸산(撒普闪), 꾸이저우 스먼바(石门坝), 거부 등지의 교회에서 먀오족들은 귀격문자를 먀오족 문자로 공인하게 되었다.

3) 먀오족어로 번역 출간된 성경과 찬송가
(1) 먀오족어판 성경의 출간
1906년 폴라드 등이 귀격문자를 완성한 후 2년 동안 ‘이묘전묘(以苗传苗: 먀오족에서 먀오족으로 전파)’, ‘이묘교묘(以苗教苗: 먀오족이 먀오족을 가르치다)’ 방법을 통해 윈난 동북부, 꾸이저우 서북부, 쓰촨 남부의 먀오족 거주 지역에서 교회의 발전과 더불어 귀격문자의 전파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폴라드, 양야곱, 이스테판, 장요한 등은 이 문자체계로 성경을 번역하는 작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해갔다. 폴라드는 그의 저서 ‘먀오족 이야기(苗民的故事)’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번역작업은 매우 힘들고, 진척이 느려서 이 일을 완성하기까지 엄청난 인내력과 세심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현지의 전도사들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한족 전도사의 협조 외에도 먀오족 형제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번역에 가장 큰 힘을 보태준 이를 꼽는다면 초기부터 우리와 함께 해 준 양야곱과 장요한, 이 두 먀오족 형제들일 것이다. 마가복음과 요한복음 출판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양야곱은 우리를 정말 많이 도와주었다. 번역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현지인들에게 낯설고, 선교사들도 먀오족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는 단어의 대응어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천국(天国)’이란 단어에 대응하는 표현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심했는데,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아 한동안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주기도문’을 번역하면서 ‘천국이 임하시오며(愿你的天国降临)’를 ‘주님의 집이 임하시오며(愿你的天家降临)’이라고 번역했다.

1915년 십 년에 가까운 먀오족어 성경 번역 노력을 통해, 스먼칸 교회의 10주년 기념식에서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의 인쇄본을 모든 먀오족 성도에게 나누어 주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번역작업을 주도했던 폴라드는 이러한 결실을 보지 못한 채 1915년 9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916년 영국인 선교사 왕수더(王树德)가 휴식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양야곱을 데리고 일본 요코하마에 먀오족어판 성경을 인쇄하러 들렀다. 왕수더는 일본을 거쳐 바로 영국으로 가고, 양야곱은 홀로 남아 교정 작업을 담당했다. 반 년 후, 양야곱은 초판 인쇄된 885권의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을 국내로 들여왔다. 1919년 왕수더와 양야곱은 폴라드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나머지 신약전서를 번역했다. 1930년대 초, 왕수더와 먀오족 전도사 양롱신(杨荣新)은 중문판 성경에 근거해 신약전서를 다시 번역하고, 상하이성서공회에서 출판했다. 이때 양룽신이 번역한 ‘성주찬가(圣主赞歌)’ 도 함께 출판되어 이 두 권의 책은 윈난 동북부 먀오족 방언 사용 지역에서 현재까지 유통되고 있다.

(2) 찬송가의 번역 편찬
1905년 폴라드와 한족 신도 이스테판, 먀오족 신도 양야곱과 장요한은 귀격문자를 활용해 ‘신구찬송가’를 번역 출판했다. 1918년에는 스먼칸에 머물던 영국인 목사 장다오훼이(张道惠), 먀오족 전도사 장샤위(张夏禹), 거부에 머물던 영국인 목사 페이중쳰(裴忠谦), 먀오족 전도사 뤄다니엘(罗但以理), 양마가 등이 공동으로 ‘복음성가(福音歌)’를 번역 출간했다. 1939년 미국인 목사 류구선(刘谷森)이 거부에서 목회를 할 시기에 류 목사의 부인은 찬송과 음악 이론 및 악보에 정통했다. 교회 신도들의 필요에 따라 류 목사 부부는 먀오족 양지청(杨志成), 왕밍룬(王明论), 양궈광(杨国光), 주더청(朱德成), 장용광(张永光), 주원정(朱文正)등을 불러 함께 213곡의 찬송가를 골라 먀오족어로 번역하여 ‘찬미시(赞美诗)’를 편찬했다. 선곡 과정에서 영문 찬송가 선집을 참고했고, 류구선 목사 내외와 양지청이 1차 검토 후, 찬송가 위원회의 최종 검토를 거쳐 상하이에서 인쇄, 제본하여 각지의 교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1946년 호주 국적의 뤄웨이더(罗伟德)목사가 거부교회 담임목사로 취임해, 교회의 장로, 전도사 및 교회학교 교사들과 공동 연구 끝에 기존 ‘찬미시(赞美诗)’ 개정판을 만들었다. 기존 찬송가를 주제별로 분류정리하고, 새롭게 62곡을 추가하여 총 275곡을 수록하였으며, 일부 성가의 4성부를 보완하고, 성경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불러보고 수정하는 과정까지 거쳐서 ‘송주성가(颂主圣歌)’라고 이름 붙였다. 이 찬송집은 양궈광이 쿤밍 내지 지회의 인쇄소로 보내어 출판했다. 첫 발행부수는 1000부였으며 현재까지도 각지의 교회에서 사용되고 있다. 

4) 그 밖의 사업
(1) 맹인학교의 설립
1942년 거부교회의 젊은 여신도였던 주메이더(朱美德-먀오족)는 교회의 파견을 받아 안순의 신학단기학교에서 수학하던 중, 쿤밍에서 온 시각장애인 여성 장신중(张信忠-한족)을 알게 되었다. 둘의 관계는 돈독했고, 깊은 우정을 나누었는데 장신중은 점자를 읽을 줄 알았다. 주메이더는 장신중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 영향을 받아 고향의 시각장애인들도 사회적 지원을 받으며 교육받을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육과정을 마친 후, 주메이더는 장신중에게 거부에서 맹인학교를 열어주길 청했고, 장신중은 흔쾌히 승낙했다. 이때는 거부교회 자립 초기였기 때문에 재정이 빠듯하고, 각종 여건도 열악했지만 교회와 많은 신도들이 그 취지를 적극 공감했고, 마침 호주 선교사 뤄웨이더(罗伟德)가 거부에서의 목회를 시작하며 복지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때였다. 교회는 상의 끝에 거부에서 10리 정도 떨어진 예우창(野物厂)에 건물을 빌려 시범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학교설립 경비는 뤄웨이더 목사가 상하이복지회에 요청해 받은 지원금과 교회 헌금으로 충당했다. 

1943년 학교 건물이 준공되어 맹인학교가 예우창에서 거부로 옮겨왔고, 정식으로 ‘거부맹인학교’가 되었다. 뤄웨이더의 부인이 교장을 맡고, 뤄웨이더 목사는 직접 회계를 담당했다. 학교 경비는 상하이복지회에서 전담했고, 각지에서 온 시각장애인은 빈부, 민족,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든 거부 맹인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입학할 수 있었다. 학생 수는 단기간에 열 명을 넘어섰고, 입학한 학생의 숙식비는 모두 학교에서 부담했다. 거부 맹인학교의 학생 수는 30여 명까지 늘었고, 1954년 안순 맹인학교로 통합되었다.

(2) 우편대행사무소(邮政代办所)의 설립
대외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1911년 당쥐런은 뤄베드로(罗彼得)와 장지뤼(张基律)를 정기적으로 웨이닝(威宁)으로 파견해 서신과 서적, 소포 등을 보내고 받는 일을 맡도록 하였다. 두 사람은 교대로 매주 두 차례씩 왕래했다. 

1917년 페이중쳰(裴忠谦)은 꾸이저우 우정총국(邮政总局)과 접촉해 거부 우편대행사무소 설립을 비준 받았고, 이로써 허장(赫章), 웨이닝(威宁)의 우편노선을 연결시켰다. 교회가 이족과 먀오족 교회로 나눠진 후에는 지에거우(结构)에도 우편대행사무소가 추가로 세워졌다. 우편물 전달 노선은 허장, 지에거우, 거부, 덩마오핑(戥茂坪), 웨이닝이었다. 덩마오핑(戥茂坪)은 주로 역참의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각종 서신과 소포가 직접 전달되어 교회에서 쓰는 성경, 찬송가 및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가 모두 거부까지 직접 배송되었다. 해외에서 부쳐오는 우편물도 ‘중국 상하이 거부’라고 명기되어 있기만 하면 거부로 직접 배송되었다. 우정대행사무소는 또한 성경, 찬송가, 교회간행물 및 농업과학기술관련 서적과 타블로이드 신문을 판매하기도 했다.

(3) 복음 진료소(福音诊所)의 설립
1930년 기독교 내지회 총회는 미국인 목사 류구선(刘谷森)을 거부로 보내어 웨커둔(岳克顿)의 사역을 돕도록 했다. 당시 류구선은 거부 외곽지역에서 빈곤과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해 불치병이든 단순 질병이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생사를 운명에만 맡겨야 하는 참담한 광경을 보았고, 미국에서 아내를 데리고 다시 거부로 와서 의료사업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류목사의 부인은 낙후된 위생환경과 의료진 및 약품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 대한 연민과 함께 강한 책임감을 느꼈고, 진료소 건립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첫째, 스바즈(石坝子) 우측의 판자 집을 진료소로 삼고, 약국, 진찰실, 치료실을 만들어, 이를 약방(药房)으로 통칭했다. 둘째, 필요한 약품 및 기기와 그 수량을 적은 구매 목록을 만들고, 사람을 보내어 쿤밍(昆明), 꾸이양(贵阳), 자오통(昭通), 비지에(毕节) 등 각지에서 직접 사오도록 했다. 셋째, 경비문제는 선교사 파견회에 신속히 보고하여 보조금 지원을 받았다. 넷째, 현지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과정을 수료한 장차오룬(张超论), 리궈싱(李国兴), 왕정팅(王正庭) 등 보건의료 사업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에게 보건의료 지식과 치료기술을 교육했다. 다섯째, 자신이 상비하던 의약품부터 진료소를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녀는 치료나 약이 필요해서 찾아오는 환자들을 민족이나 종교의 차별 없이 모두 동등하게 맞아주었고, 이로 인해 진료소의 인지도가 교회 안팎에서 점차 확대되어갔다. 당시 이 진료소에는 환자를 치료할 때 지켜야 하는 불문율이 하나 있었는데 먼저 검사와 진단을 하고, 기도로 주님께 의탁한 후에야 치료와 약 처방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는 외과환자든 내과 환자든 구분 없이 적용되었다. 집회나 예배를 위해 각 지부교회에 갈 때도 류 목사의 부인은 항상 약품을 챙겨 다니며 가는 곳마다 치료를 해주었다. 장티푸스나 이질 환자도 찾아오기만 하면 꺼리지 않고 치료해 주었으며 중증환자와 노인, 임산부도 도움을 필요로 하면 반드시 도와주었다. 사람들은 류 목사의 부인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보냈고, 그녀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쳤다.

Ⅴ. 주요인물

1. 외국인
- 당쥐런(党居仁) 목사, 영국인.
거부에 거주하지는 않았으나 자주 왕래하며 거부에서 사역했다. 웨이닝(威宁)주 거부 지역 일대에 기독교 복음을 전파한 선구자다. 주요 업적으로는 거부지역 시찰단 파견, 거부 복음당 건축, 1904년 제 1기 세례자 140명 세례집도, 거부 최초의 학교인 디량(迪良)학교의 설립 등을 꼽을 수 있다. 1915년 안순에서 눈을 감았다.

- 페이중쳰(裴忠谦, Rev. Isaac Page) 목사, 영국인.
1906-1919년 거부에 머물렀다. 1906년 당쥐런과 함께 거부에서 제 2기 세례식을 집도했다. 주요 업적으로는 첫 번째 외국인 전용건물 건축, 폴라드가 창제한 먀오족 문자 교육 및 ‘복음시(福音诗)’, ‘신시가(新诗歌)’, ‘신약전서’ 의 번역출판, 재난구호활동, 헌은절(献恩节) 지정, 이족(黎族) 거주지역 포교 및 이족 교회 창설, 우편대행사무소 설립, 초등학교 고학년반 증설, 거부 무역시장 구축 등이 있다.

- 웨커둔(岳克顿) 목사, 호주인.
1918-1932년 거부에 거주했다. 주요 업적으로는 작은 예배당 및 사랑채 두 채와 집 한 채의 건축, 재난구호, 먀오족과 이족 총회를 각각 설립한 것 등이 있다.

- 류구선(刘谷森) 목사, 미국인.
1930-1943년 거부에 거주했다. 주요 업적으로 윈난, 꾸이저우 인접지역 먀오족 교회를 중부, 동부, 서부, 북부의 네 개 교구로 나누고, 각 교구마다 주임을 세워 거부 ‘먀오·이 성경학교’, 단기학교, 주일학교 개설 운영, ‘찬미시(赞美诗)’ 의 번역출판, 빈곤구제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농구와 같은 다양한 스포츠를 소개했고, 우수한 사과품종의 접붙이기 법, 토마토 재배법, 우량 소와 젖산양 사육법 등을 널리 알렸다. 류목사 사모는 복음진료소를 최초로 개원했다.

- 아이원스(艾文斯) 목사, 호주인.
신학교 법학전공자. 1941-1944년 거부에 거주했다. 주요 업적으로는 성경학교의 운영, 맹인학교의 시범설립, 류구선 목사의 4대 교구제도 폐지 및 거부 총회 설립, 주원정(朱文正)을 거부교회 총괄장로로 추대, 각 교회의 자립을 지원하며 중부와 서부 부동산 분류 등을 했다. 아이원스 목사 사모는 병사하여 거부 복음당 맞은 편의 소나무 숲에 묻혔다.

- 뤄웨이더(罗伟德) 목사, 호주인.
1943-1949년 거부에 거주했다. 주요 업적은 예우창(野物厂)에 시범 설립되었던 맹인학교를 거부로 옮겨와 정식 개교한 것, 외국인 전용건물을 기존의 목재, 패널, 기와의 구조에서 석재, 목재, 기와의 구조로 재건한 것, ‘송주성가(颂主圣歌)’를 번역하고 4성부를 보완해 출판한 것, 복음진료소를 ‘중국맹인복지협회 거부 시력상실 및 결막질환 예방진료소(中国盲目福利协会葛布防盲沙眼诊所)’로 변경한 것 등이 있다.

2. 현지인
- 장자오샹(张朝相, 1886-1909), 남자, 먀오족.
1902년 싱롱창(兴隆厂)의 뤄아벨(罗亚伯)과 이마태(李马太) 등의 일행과 함께 처음 안순(安顺)에서 당쥐런 목사를 만나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였고, 그 후 여러 차례 안순을 오가며 말씀을 공부했다. 1904년 7월에는 장자오수(张朝书), 뤄베드로(罗彼得), 뤄다니엘(罗但以理)과 함께 당쥐런 목사가 폴라드 목사에게 보내는 서신을 자오통(昭通)으로 전달했고, 폴라드 목사에게서 성경을 공부했다. 1906년 당쥐런, 장바울(张保罗) 등과 안순에서 로마문자로 먀오족 언어를 기록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1908년 거부총회의 파견을 받아 북부의 이저허(以则河-먀오족 진영) 교회에서 전도사를 역임했다. 1909년 북부의 신루팡(新炉房) 교회에서 허산(合山)으로 돌아오던 길에 이저허에서 순교했다. 향년 23세의 꽃다운 나이였다. 가족들은 그 시신을 허산으로 운구해왔고, 고향집 뒷편 롱산(龙山) 정상에 묻었다.

- 장스룹바벨(张所罗巴伯, 1885-1925), 남자, 먀오족.
1904년부터 믿음의 형제와 함께 여러 차례 안순을 오가며 공부했고, 그 후 신실한 믿음으로 주변 촌락을 돌아다니며 진리의 복음을 전파했으며 부지런히 성경을 읽었다. 로마문자와 음악 기초이론에 대해 조예가 깊었다. 교회가 설립된 후에는 근면함으로 동료와 신도들의 인정을 받았다. 1924년 위치우완(渔秋湾) 교회의 전도사를 역임했다. 1925년 허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옥수수 3kg을 등에 지고 푸추퉈얼(辅拖二)을 지나다가 강도 세 명의 습격을 받아 순교했다.

- 왕밍룬(王明轮, 1895-1949.3) 남자, 먀오족.
거부(葛布)촌 출신으로 거부교회 전도사와 거부지역 총전도사를 역임했다. 왕밍룬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기독교가 거부지역으로 전파되고, 거부 디량 학교가 설립되던 때에 유년시절을 보냈다. 신실한 신앙과 문화에 대한 지적 갈망으로 학업에 매진했으며, 디량 학교의 제 1기 졸업생으로 교회와 학교의 귀한 인재로 성장해 청년시절부터 전도사역을 시작했다. 1921년부터 1936년까지 거부교회의 전도사를 담당하며 청년들을 길러내고 교육하는 일에 힘썼다. 1936년 거부총회전도사가 되었으며 제3차 예배당 확충공사를 주도했고, 대형집회와 교회에서 진행하는 노방전도가 있을 때마다 직접 세심하게 준비했으며, 매년 중부지역 각 교회지부를 순회 방문하여 신도와 교회 일을 살피곤 했다. 또한 학교와 교육 사업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원했으며 교육사업 관리에도 참여했다. 1939년 편역 작업에도 동참한 바 있다. 왕밍룬 전도사는 일평생 전심으로 주를 섬겼고, 온화한 성품에 덕망이 높아 교회 안팎에서 수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던 목자였다. 


왕광양 | 중국 현지사역자
번역 | 이보람 자원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