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계획
중국선교에 대한 마음을 품게 된 후, 아버지께서는 여러 번의 단기선교 경험을 허락해 주셨다. 나는 선교에 대한 갈망과, 삶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에 홀로 100일간의 단기선교를 떠나게 되었다. 처음 3개월 정도 중국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에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 아무런 준비 없이 간다며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고 만류하셨다. 하지만 기도 중에 G지역으로 결정한 후,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인도해 주시리란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나아갔다. 예약해 두었던 민박집에 도착한 후 ‘내가 이곳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고 나니, 지금까지 날 이끌어 오셨고 앞으로도 인도하실 아버지의 계획하심이 더 궁금해졌다. 민박집 사장님을 통해 알게 된 S교회는 한국인과 중국교포 그리고 중국인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교회였다. 그러나 한국인과 중국교포간의 의견충돌과 중국인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는 신변의 여러 가지 이유들로 목회자도 떠나고 교회가 둘로 나눠져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분열과 분쟁이 있는 안타까운 교회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는데, 중국에서까지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아버지……, 아버지……,” 라는 탄식만 나왔다. 그러던 중 S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나는 피아노 반주를 했다. 하지만 실력 있는 반주자가 아니라는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봉사할 수 있다는 기쁨과 감사보다는 부담을 더 많이 느꼈다. 그러나 역시 반전의 하나님! 연습하러 찾은 교회에서 연주한 찬양의 가사들은 곧 나의 고백이 되게 해주셨다.
오랜 세월 짓누르던 부담감을 중국 땅 가운데 반주자로 세워주신 아버지를 향한 감사함으로 바꾸어주셨다. 집사님 두 분과 함께 찬양단으로 섬기면서 교회를 위한 기도가 더욱 필요함을 느끼게 해주셨다. 예루살렘 성벽은 허물어지고, 성문들이 불탔다는 소식을 들은 느헤미야가 주님 앞에 금식하며 눈물로 기도하며 나아간 내게 말씀을 주시면서, 주님 앞에 간절히 중국과 이 S교회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게 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무너진 교회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다시금 소망을 불어 넣어 주실 것을 기대하며 기도했다.
더 깊어지는 사랑
민박집에서의 생활을 접고 춘옌과 통잉이란 중국인 친구를 만나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중국인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접촉점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함을 알게 해 주셨다. 5년 전에 중국에서 쓰임 받게 될 것을 기대하며 한국어교사 양성과정을 공부했었다. 언제 쓰일지도 모르는 공부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주님의 계획하심 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S교회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찬양단을 섬기시는 두 집사님께서도 선생님으로 섬기고 계셨다. 한글학교 수업 참관을 하면서 믿지 않는 중국영혼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통해 선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마 후 집사님께서 한국으로 출국하시게 되어 내가 수업을 잠시 맡게 되었는데, 미리 준비케 하신 놀라우신 주님 앞에 다시금 기도하였다. ‘짧은 수업시간 중에 중국인들 마음속에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 교회였기에 수업말미에 찬양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찬양을 서툰 한국어로 부르며 서로를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찬양을 통해 그들 마음속에 하나님의 사랑의 씨앗이, 말씀의 씨앗이 심기길 기도했다. 보통 외국인들에게 중국은 정착하여 살아가기보다 사업상 잠시 머무는 곳일 수밖에 없기에, 교회 내에서도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매우 힘들어 보였다. 금방 떠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할 일꾼들도 너무나 부족했다. 한국교회 내에서 단기선교를 준비할 때 한 지역에 지속적인 방문과 연계를 통하여 깊이 있는 선교의 방향이 제시되어야 함을 느꼈다.
새로운 만남
나의 룸메이트 춘옌의 회사 동료인 잉홍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24세의 당찬 아가씨였다. 나의 서툰 중국어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예수님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말하는 모습이나 어투에서 자신만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가 지난 후 내가 교회에서 반주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잉홍은 나와 함께 교회에 가서 피아노를 연주해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잉홍과 함께 교회로 걸어가면서 그녀가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이런저런 곡들을 연주하면서 서로 웃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중국어로 된 찬양집에서 <평안을 너에게 주노라>라는 찬양을 같이 부르기 시작했다. 찬양을 부르다 잉홍은 “눈물이 나는데 왜 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잉홍을 안아주면서 주님 안에서 평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나의 부족한 중국어 실력으로 잉홍에게 주님을 소개하기에는 분명 너무도 벅찼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가 아니더라도 주님이 일하시면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뜨거운 감동을 주님께서 주실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분명한 주님의 만지심이 있었다고 믿고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있다.
사랑의 나눔
S교회에서는 한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탄전야 행사를 열었다. 학생들의 친구들도 초대하여 선물교환 및 게임 등을 진행하였다. 평소보다 2-3배 많은 중국 친구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예배를 드린 후 예수님을 소개하고 영접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도 귀한 시간이기에 나는 쉬지 않고 기도했다.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동안 공안이 왔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는. 중국교포 집사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아무 일 없이 돌아갔다. 사실 행사 진행 중이어서 나는 미처 몰랐지만 자주 교회에 찾아온다고 다다. 아마도 한국인 교회에 중국인들이 예배 목적이 아니더라도 많이 모이는 것을 주시하고 있는 모양이다.
집사님 말씀으로는 한글학교 수업 때도 교회에 찾아와 이런저런 명목으로 수업을 방해하고 못하게 하자 중국학생들이 공안과 싸워가며 학교를 지켰다고 한다. 이는 하나님의 선하신 목적으로 교회와 한글학교를 지켜주심이 분명했다. 이곳이 G지역의 복음의 통로가 되길 기도한다. 중국 친구들과 함께 생활을 시작하면서 성탄 전야에 친구들의 방문에 조그만 선물을 매달아 놓았다. 태어나 처음 받는 성탄 선물이라며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고마웠다. 선교사님 만나러 멀리 여행 떠난다며 춘옌이 출근 전 내 방문에 기차에서 먹을 음식들을 선물로 매달아 놓고 가기도 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 귀한 음식을 들고 상해와 연태의 선교사님을 향해 출발했다. 처음 중국 단기선교를 계획할 때 이 두 지역의 선교사님들을 만나 뵙고 선교에 도전받고자 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너무도 귀한 선교사님의 사역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상해에서 매일 가정예배를 드리며 동북쪽 신학교 사역을 감당하시는 선교사님께서는 선교지에서 자칫 나태해 질 수 있다며 더욱 열심히 언어와 성경공부, 기도생활을 하고 계셨다. 선교사님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분들의 삶과 표정에서 주님의 사역가운데 열매 맺는 삶을 살아가고 계심을 알 수 있었다. 늘 깨어계시는 선교사님들에게 감사하며 기도와 물질의 후원으로 동역하기를 원한다. 이번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많은 믿는 중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각자의 삶속에서 기도와 말씀으로 주일예배를 드리며 찬양과 믿음으로 나아가고 선교를 꿈꾸는 중국 친구들을 만난 귀한 시간이었다. 어려서부터 일터로 나와 외롭고 힘든 생활고에 시달리는 친구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라온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삶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동역자가 있다는 것으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기대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바쁜 일상들이 시작되면서, 자주 연락하며 지내기로 약속한 친구들의 모습을 잊어갈 때쯤 <중국을주께로> 3/4월호를 읽게 되었다. 단기선교를 다녀온 후 글을 읽고 바로 올 여름 G지역으로 가는 표를 다시 구입했다. 100여 일의 시간동안 주님은 나를 친히 이끄시며 그들을 격려하고 사랑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바쁘다는 핑계들로 이 소중한 깨달음을 잃어버리고 살아갈 수도 있는데, 주님께서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나를 바로 잡아 주셔서 감사하다. 처음에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선교에 대한 빚진 마음으로 중국 땅을 밟았지만, 하나님께서는 선교 이전에 내 안의 상처들을 회복시켜 주셨다. 내 삶의 틈과 틈사이의 공간들을 주님께서 메워주신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짧은 여름휴가이지만 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주님의 사랑으로 다시 중국 땅을 밟기를 소원한다.
전신영 | 고잔성산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