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장(場)로서의 시장(市場)과 비즈니스선교
구소련이 붕괴되기 전에는 선교대상 국가 대부분이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체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시장(市長)은 사실상 선교의 장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그러나 구소련의 붕괴 이후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의 모든 나라는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자본주의를 채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세계 모든 국가가 복음의 진입에는 장벽을 둘지라도 경제발전을 위한 사업에는 장벽을 거두고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이제 시장을 통한 복음화 전략은 비즈니스와 함께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주요한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로잔대회(1974, 1983)에서는 비즈니스가 선교의 수단을 넘어 ‘선교로서의 비즈니스(Business As Mission)’라는 개념을 정립하여 선포한 바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가 선교의 유용한 도구인동시에 비즈니스 그 자체가 선교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성경적 근거를 뒷받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뒷받침 가운데 비즈니스선교(BAM)는 이제 각 지역과 종족에 적합한 형태로 확충, 발전될 필요성이 있다. 사회적 기업 형태의 비즈니스선교,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용한 선교, 그리고 이슬람권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선교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이슬람권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선교의 중요성과 전략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슬람의 성장과 도전
이슬람은 2048년을 기점으로 전세계의 이슬람화를 완성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유럽과 북미 대륙은 물론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에 진출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의 무슬림 인구는 기독교인의 교회 출석율을 앞선 지 오래되었고, 스웨덴의 말모, 프랑스의 파리와 마르세이유, 벨기에의 브루셀, 영국의 런던과 브밍햄, 덴마크의 코펜하겐 등에서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상당한 수의 무슬림이 살고 있다.
이슬람은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구미 외에 특히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 4대 무슬림 국가로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꼽을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이 4대 국가 외에 중국도 세계 9위의 이슬람 대국으로,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터키, 이집트, 이란, 나이지리아에 이어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있는 후이족 외에도 위구르족, 카작족, 우즈벡족, 키르기스족, 타직족, 싸라족 동샹족, 바오안족, 타타르족의 주요 종교가 이슬람이다. 비공식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현재 4,200만 명의 중국 무슬림이 있다고 한다. 세계 무슬림 인구 통계 사이트는 2006년 현재 중국 무슬림을 3,911만 명이라고 밝혔다. 중국 종교사무국에 따르면 모스크는 3만여 개, 종교 지도자인 아홍(이맘)은 4만여 명에 달한다.
이와 같이 동일한 종교적 유전인자를 가진 이슬람은 전 세계에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에 이르기까지 통합적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이슬람은 이제 ‘하나의 방식으로서의 삶과 문화’가 되어 한번 구축되기만 하면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난공불락의 성이 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 최대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가장 많은 선교비를 사용하고 있는 미남침례교회 선교부의 1년 예산이 3억불인데 반하여 사우디 정부는 매일 1억 달라씩을 이슬람 선교를 위해 쓰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선교에 있어서 이슬람권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슬람권의 나라들과 종족에 대한 복음화는 과연 가능한 것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여리고 성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슬람 세력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이슬람권은 세계선교 과업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앞에 버티고 있는 큰 장벽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장벽을 돌파하고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이슬람을 위한 선교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슬람 선교전략의 한 가지 방법으로 시장을 통한 선교, 곧 비즈니스를 통한 선교적 접근방안을 제안한다.
16억 명에 달하는 무슬림은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 급속한 인구 증가율, 왕성한 소비활동, 다산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로 인한 고출산율, 무슬림으로 개종하는 인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새롭고 거대한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동남아를 비롯한 여러 이슬람 국가들은 각국의 경제 수준과 정치적 성향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종교를 기반으로 동질성이 강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무슬림 시장은 종교적 문화적 동질감에 의해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다.
첫째, 무슬림은 폐쇄적, 금욕주의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알라가 창조한 모든 것을릴 필요가 있다.”는 종교적 원리가 있어 소비에는 관대한 경향을 보인다. 이슬람 전통주의자들은 쾌락적, 향락적인 서구문화에 거부감을 갖지만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 욕구 충족에는 매우 긍정적인 편이다. 또한 오일 달러로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타문화를 향유하는 소비행태도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고급 주택이나 자동차, 고가품 등의 프리미엄 제품이나 혼수 품목의 구입에도 적극적인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다.
둘째, 무슬림은 개인적인 친분 관계인 “와스따”를 중시하고 집단의식이 강해 유행의 확산에 유리하다. 이들은 사회적 관계와 명예를 중시하기 때문에 타인의 평가와 소문에 민감하며, 아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관대하며, 면식관계가 형성되면 이방인이라도 쉽게 친구로 수용한다.
셋째,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제약이 많았던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소비 량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족 중 남성 연장자가 구매결정권을 독점했으나 핵가족화로 인한 여성의 의사결정권 강화, 교육 여건 향상 및 사회진출 기회의 증대, 경제력 증대로 인한 여성의 소비 권리가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여성의 소비영역으로 간주되는 인테리어와 주방용품 시장이나, 자녀에 대한 지출 비중이 급증하고 있으며, 실내 쇼핑몰의 확산에 따라 야외활동에 제약을 받아 온 여성들이 종교적 교리와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탈출하여 새로운 소비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넷째, 종교색채가 강했던 라마단 기간이 축제로 재해석되어, 최대의 소비기간으로 변모되고 있다. 이슬람의 달력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 기간은, 본래 그들의 신께 순종하고 이웃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일출에서 일몰까지 단식하고 경건하게 보내고 일몰 후에는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식사하며 삶에 대해서 감사하는 기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라마단 기간을 일몰 후 최대 소비가 창출되는 기간으로 인식하여 모든 기업들이 할인 행사 및 영업 시간 연장 등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식료품은 일몰 이후 포식하게 되고 부유층은 자선활동 품목들을 다량 구입함으로써 평상시 4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다.
무슬림 시장의 독특성
의류패션 시장, 식음료 시장, 금융상품 시장 등은 무슬림의 고유성이 유지되는 독특성으로 인해 시장 진입이 어렵지만 일단 진입하면 기회 선점이 가능하다고 본다.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종교적 가치관이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으므로 이 점을 염두에 둔 진입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1) 의류 및 패션 시장
의류 및 패션 시장에서는 상품 디자인, 포장 등 다방면에서 종교적 금기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생물체 문양을 이미지화해서는 안되며, 선호하는 색상과 그렇지 않은 색상이 분명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우상숭배를 엄격하게 금지하기 때문에 조각, 회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동물 묘사를 꺼려해서 기하학 문양이나 아랍어 서체가 발달되었다. 선호하는 색상은 이슬람을 상징하는 녹색, 흰색, 붉은색, 검정색, 금색이며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푸른색은 선호하지 않는다.
둘째, 종교 특성상 지나치게 과장된 광고나, 공격적인 광고는 싫어하며, 도덕적인 메시지나 이성적(理性的) 광고에 강하게 자극을 받는다. 그러므로 매장 내 상품 진열이나 마네킹 활용, 사진을 사용한 광고의 경우에도 금기를 어기지 않았는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종래의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히잡)은 종교적 정체성의 상징(꾸란 24:31)으로 정숙하고 깨끗하며 경건한 이미지를 표현해 왔으나, 최근에는 패션 아이콘화 되는 경향이 있다. 즉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를 덮는 검은 천 차도르(주로 이란), 온몸을 덮는 부르카(주로 아프칸), 얼굴을 덮는 검은 천 니캅, 허리까지 내려오는 키마르(주로 동남아)등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베일 스타일, 문양, 옷감 등은 패션의 상징물이 되고 있으며 베일에 가려지지 않는 “눈”의 성형이나 화장품 시장이 발달하고 있다.
2) 식음료 시장 : ‘할랄(허락)’식품
음식에 대한 무슬림의 기본 철학은 알라를 경배할 수 있도록 건강한 신체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금지 음식과 할랄 음식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할랄 음식은 짐승의 머리를 메카 방향으로 돌려 눕히거나 든 채로 날카로운 칼로 목을 치고 모든 피를 제거하는 도축방식인 “다비하” 과정을 거친 소, 양, 염소, 사슴, 낙타, 닭, 각종 해산물, 과일과 야채 등이다. 반면 금지 음식(하람)에는 다비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기, 돼지, 피, 제사 음식, 술 등이다. 그리고 알코올 금지 율법의 영향으로 음료로서는 커피, 차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이러한 할랄 식품 규정으로 인해 비무슬림 국가들의 수출품 원료와 성분이 변경되거나, 전통 식품의 주재료나 성분이 바뀌는 경우도 발생한다. 즉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쇠고기 분말 스프가 들어 간 라면, 돼지의 젤라틴이 들어 있는 초코파이, 요거트 등은 원재료가 변경되어 제조되고 있다.
음식에 대한 이러한 까다로운 검열이 의약품이나 화장품에 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알코올 성분을 배제하고 천연 원료를 사용한 무슬림 전용 화장품이 출시되기도 한다. 할랄 미용용품은 친환경 자연 화장품 수요 증가 추세 속에서 비무슬림계 여성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3) 이자 금지 율법을 따르는 금융 시장
이슬람 금융은 샤리아 원칙을 준수하는 독특한 금융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최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아무런 활동 없이 돈을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거래를 하려면 반드시 재화나 서비스의 교환이 필요하다. 즉 예금을 받은 은행은 그 돈을 다시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않고, 실물에 투자해서 발생한 수익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시스템에 따라 금전 대여에 따른 이자 수취를 하지 않으며, 도덕적, 사회적, 종교적 판단에 부합하는 거래 준수, 이익 및 손실을 공유하는 파트너십 등의 원칙을 이행한 금융거래만이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이슬람 금융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5%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금융 위기 시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면서 비무슬림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거래시 실물 거래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안정적이어서 글로벌 금융 위기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 구현이 가능하다. 이슬람 금융 시장은 중동지역과 말레이시아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북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및 북미지역으로까지 확산 중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으로 이슬람 금융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고, 영국은 비이슬람권 국가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이슬람 금융을 육성하여 서방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슬람권 선교를 위한 전략적 제언
이러한 이슬람권 선교를 위해 우리 한국 선교계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무슬림의 종교적, 문화적 독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할랄 비즈니스”를 선교전략으로 모색해야 한다. 식품은 물론이고 화장품, 의약품, 여행 및 서비스 등 타분야에서도 할랄인증 획득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우선 한국과 가깝고 익숙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한 후에 중동 및 전 세계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슬림은 오락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입소문의 영향력이 다른 문화권에 비해 큰 편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는 물론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의 판촉 정보와 개인적인 상품 평가까지 전달하고 있다.
이런 전략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의 이슬람권을 대상으로 개별적인 비즈니스선교전략을 수립해 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이우윤│선린대학 비즈니스선교과 교수|CUM선교훈련원장|본지 편집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