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려고 가시기 전 제자들에게 성령의 은혜에 관한 설교를 마치시고 제자들을 위해 간절히 중보하셨다. 기도내용이 유일하게 요한 복음 17장에 기록되어 있다. 그 기도의 내용은 제자들이 하나되는 것이었다.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요 17:11)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요 17:21)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요 17:22)
곧 내가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어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가 되게 하려 (요 17:23)

네 차례나 반복되고 있는 기도이다. 가만히 이 말씀들을 묵상해 보면 굉장한 깊이를 가지고 있다. 즉 ‘삼위일체 하나님 같이 제자들도 하나되게’ , ‘아버지께서 예수님 안에 예수님이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제자들이 하나되어 또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 있기를’, ‘삼위일체 하나님이 하나됨 같이 제자들이 하나 되기를󰡑, ‘하나님 안에 예수님이 있고, 예수님 안에 하나님이 있듯이 온전한 하나됨’위 하여 기도하신 것이다. 이것은 무슨 의미이며, 어떤 깊이가 있을까?

코이노니아와 회복
창세기에 인간 창조이야기를 보면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할 때 삼위일체 하나님 형상으로 창조하신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창 1:26)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

여기 나오는 우리가 누구인가? 삼위일체 하나님이 아닌가? 그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우리의 형상, 우리의 모양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다. 즉, ‘우리 이미지’로 ‘삼위일체 이미지’로 인간을 창조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성부, 성자, 성령, 세 분이신데 셋으로 존재하는 분이 아니라 한 분으로 존재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이다. 이 삼위일체 이미지로 사람을 지으사, 사람도 삼위일체적으로 살게 하셨다. 인간은 완전한 절대자가 아니고 불완전한 피조물이므로 자신 안에 삼위일체를 이루지 못하고 관계 안에서 삼위일체로 살도록 지으신 것이다. 인간의 삼위일체적 삶은 나와 하나님과 그리고 너라고 하는 삼위가 하나된 관계, 즉 하나된 코이노니아 공동체로 살아가도록 지으신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자리요 여기서 사람은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고 온전한 삶을 누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귀가 이를 시험하고 유혹하여 불신을 일으키므로 아담과 하나님의 코이노니아를 파괴하고 아담과 하와의 코이노니아를 파괴하여 버렸다. 이것이 인간의 타락이요, 비극이다. 삼위일체 코이노니아가 파괴된 인간 그것이 타락한 인간의 상처이다. 이를 극복하고 회복하려는 것이 예수님의 십자가이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어 온전한 코이노니아로 회복하는 은혜이다. 그리고 이 회복된 코이노니아 공동체가 교회요, 지상에서의 하나님 나라이다. 요한복음 17장의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기도한 내용은 바로 이 코이노니아, 삼위일체적 코이노니아의 회복을 위한 기도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기도를 성취하기 위하여 십자가 지고 가신 것이다. 주님이 우리에게 부탁하신 것은 화평의 복음이다. 바로 이 화평의 복음, 코이노니아 복음, 삼위일체적인 이미지의 회복의 복음을 들고 나가 전하는 사람들이 선교사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교사나 선교에 깊이 헌신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개성이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성품이 모난 경우가 많고 선교사 간에 갈등이 많고 하나되어 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선교사들은 개성이 강하다. 개 같은 성격’ 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말들을 한다. 물론 개 같은 성격이란 나쁜 의미만은 아니다. 개야말로 얼마나 주인에게 충성하는 긍정적인 요소인가? 그렇다. 선교사들은 주님께 대한 충성심이 누구보다 크다. 그러니 개 같은 성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오직 주님께만 충성한다는 자부심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하나되는 일에는 매우 어렵게 만든다. 이 주님께만 향하는 충성심이 옆의 사람에게는 날카롭게 대립하는 경우로 전락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선교사들이 하나되지 못하는 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선교사나 선교에 헌신 하는 사람들의 약점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가지, 하나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발견된다. 이것은 선교사나 선교 헌신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점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것은 권위주의 문화이다. 가부장적 유교의 권위문화로 시작하여 군사정권으로 이어진 역사 속에서 군사문화의 영향으로 권위주의 문화가 우리 한국 사람들 정신 속에 알게 모르게 배어 있다. 그래서 어느 사회에서나 최고 리더 지향적 정신이 지배한다. 최고 지배자가 되려고 하는 의식이 배어 있는 문화 체형이다. 어느 단체에서건 회장이나 그룹장이 되려는 욕구가 지배한다. 교회에서도 모두 가장 높은 자리 지향이다.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관계도 절대적으로 권위주의 질서이다. 그러니 부목사로 평생 헌신하려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는 요소이다. 감독이 둘이 나와 서로 자기가 감독이라고 하고 연합회장도 둘이 되어 서로 정통성을 놓고 싸우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선교사도 예외가 아니다. 선교사 간에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누구도 아래 사람으로는 존재하고 싶지 않는 것이고 이러한 사고가 코이노니아 관계를 붕괴시킨다. 한 선교지에 갔을 때, 선배 선교사가 후배 선교사보고 건방지다며 왕따시키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후배가 겸손하면 물론 좋은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후배가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그 선배의 태도에도 병들어 있는 모습이 있다. 쉽사리 후배가 건방지다고 느끼는 것은 대부분 선배의 권위주의 의식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후배도 주님이 부르시고 선택하여 보내 준 주님의 일꾼이라는 점을 백 번이라도 되뇌며 존중하여야 한다. 후배는 선배의 말에만 순종하는 선배의 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선교지에 갔더니 후배 선교사가 투덜댄다. 󰡒내가 뼈 빠지게 일했어도 영광과 공로는 선배에게만 돌아간다󰡓며 투덜대는 것이다. 최고가 되려는 욕구가 그를 삼켜 버린 것이다. 그는 마침내 다른 선교지에 옮겨 가서 최고 리더자가 되고 그 밑으로 후배들을 불러 들였다. 후배가 처음에는 고분 고분 했는데 얼마 못 가서 후배와 갈등 관계에 들어 가고 말았다. 그 후배 또한 위로 오르려는 지향의 욕구가 있는 법이다. 이는 권위주의 문화를 극복하지 못한 비극의 연속이다.

이제 선교사들은 권위주의 문화를 과감히 내려 놓아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코이노니아다. 예수님 코이노니아를 이루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셨고 선교사들은 이 코이노니아 화평의 복음을 들고 나간 사람들이다. 화평의 복음을 들고 나가서 불평과 불화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자기 모순이며 비극의 극치이다. 주님을 위하는 개 같은 충성심으로 주님의 진리를 파괴하는 늑대로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선교사의 삶과 사역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코이노니아를 이루고 지키고 누리며 전하는가에 있어야 한다. 어떤 선교 프로젝트도 코이노니아보다 우선할 수 없다. 차라리 일을 못하는 한이 있어도 코이노니아는 지켜야 한다.

코이노니아의 모범이신 예수님
코이노니아를 이루는 첫 걸음은 주님의 본보기를 따라 서로를 용납하는 데서 출발한다. 주님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셨던 것과 같이 우리도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성품을 받아 주고 서로의 감정을 받아 주고 서로의 아픔을 받아 주고 서로의 실수와 실패, 심지어 서로의 죄도 받아 주며 사랑으로 일으키는 공동체적 삶을 지향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사명과 부르심을 받아주어야 한다.

이 코이노니아를 누리며 살려면 선교사들 간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모여서 삶을 나누고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는 코이노니아 모임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하나됨은 서로를 용납하며 사랑하는 신뢰에서 시작된다. 사랑과 신뢰는 마음을 열어 삶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함께 일하는 선교사들이 일주일에 한 번은 편안한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모여서는 찬양으로 주님을 예배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일주일의 삶을 나눈다. 먼저 일주일 사는 동안 주님이 베푸신 사랑과 은혜와 축복에 대한 감사를 나누고 또 남은 과제, 기도제목을 나눈다. 두 세 사람 나누고는 그들의 기도제목을 함께 짊어지고 간절히 부르짖어 기도한다. 사랑을 쏟아 개인의 기도제목이 공동의 기도제목이 되어 부르짖어 응답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또 두 세 사람 나누고 기도하면서 모두가 지체의 짐을 함께 지는 기도공동체를 만들면 코이노니아 경험이 일어난다. 거기에 주님도 임재하여 오시는 까닭에 서로가 하나되고 주님과 하나되는 온전한 코이노니아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나누고 기도하는 일을 마친 다음에는 누구든 대표 기도를 하고 마치면 된다. 나누는 동안에는 이미 과일이나 차를 준비하여 놓고 나누면서 진행하면 좋다. 모임은 선교사 가정을 돌아가며 모이고 모임 인도도 돌아가면서 한다. 

권위주의 리더십을 내려놓고 코이노니아 리더십으로 바꾸자. 코이노니아를 위하여는 자신이 스스로 내려 앉는 것이다. 동일한 형제애의 세계로 내려 앉는 것이다. 이 코이노니아로 하나된 공동체에 주님께서 기름부어 주시는 은혜를 경험하여야 한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시 133:2),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 133:3)


이강천 목사 | 바나바 훈련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