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외곽지역에 피촌(郊皮村)에 사는 <민공청년예술단>은 노래를 통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외치고 이들의 삶을 위로하며 더불어 살아간다.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와 극장, 중고시장, 지역 도서관, 노동자 예술박물관 등을 그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피촌은 생계를 위해 각지에서 온 2만여 명의 노동자들만의 집이 아니라 중국의 신세대 노동자를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베이징은 어마어마하지. 베이징의 겨울 추위는 매섭고, 여름은 무덥네. 베이징에는 우리집이 없지. 나는 벌써 수 년 동안 고향에 가지 못해 고향의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알고 싶은데. 부모님과 고향이 너무 그리운데."<베이징 베이징> 가사 中

이 노래의 가사는 허난(河南)에서 온 라이쯔(來子)라는 노동자가 쓴 것이다. 그는 베이징의 어느 공사장에서 힘들게 일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했다. 노동부에서는 증거가 없다는 핑계로 그의 억울한 사연을 처리해 주지 않았다. 그는 속이 상해서 길가에 앉아 이 가사를 쓰게 되었다. 저장(浙江)에서 베이징으로 온 청년 쉬뚜어(許多)는 이 가사를 편곡해서 하모니카로 <베이징 베이징>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베이징 시 중심에서 40킬로미터나 떨어진 외곽지역의 피촌은 무려 2만여 명의 노동자가 모여 사는 마을이다. 이 곳의 많은 노동자들은 쉬뚜어가 만든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고 말한다.

쉬뚜어는 올해 23세이며 <민공청년예술단>의 창단멤버이다. 8년 전 그는 베이징에서 다른 몇 명의 청년노동자와 함께 이 예술단을 만들었다. 그들의 슬로건은󰡒문예활동으로 인권을 지키고 노동자를 위해 노래를 하자󰡓이다. 예술단은 다양한 직업의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모두 무료로 공연을 했고 지금까지 4장의 앨범을 냈다. 앨범은 소박하지만 실속이 있고 그 안에는 노동자의 삶의 애환을 담고 있다. 이들의 노래는 노동자들에게 매우 큰 호응을 받고 있으며, <베이징 베이징>은 그 중의 한 곡이다. 쉬뚜어는 키가 크고 파마머리에 잘 생긴 외모이다. 그는 18세에 고향을 떠나 혈혈단신 베이징에 왔다. 그는 기타를 메고 시쯔먼(西直門) 지하도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는 본인이 만든 노래를 부르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과연 그 현실은 무엇인가? 사회에 대한 불만이 정작 어디에 있는지 본인도 잘 모른다면 허무할 것이다. 쉬뚜어는 이렇게 사는 걸 원치 않았지만 고향을 떠나 이곳 베이징 경찰의 단속을 피해가며 지내야 할 상황에서 그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근처에서 쉬뚜어처럼 길거리 공연을 하는 샤우(小吳)가 그를 찾아왔다. 그는 경찰이 기타를 빼았아가서 돈이 있어야만 기타를 찾아 올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고 샤우는 쉬뚜어를 당시 노동자 자녀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쑨헝(孫恒)에게 소개 시켜주었다. 세 사람은 만나자마자 마음이 잘 통했다. 쉬뚜어는 고향의 읍내에서 파출소 보조 경찰 일도 해 본 경험이 있는데, 처음 출근하는 날 상사가 외지 노동자를 마구 구타하는 것을 목격했었다. 그는 '사람들은 모두 외지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 치안이 나쁜 것은 모두 그들 탓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베이징에 와보니 자신 역시 외지 노동자 신세가 되어 경찰의 무차별한 단속을 받게 되었다. 그는 본인도 전에 경찰이었다고 사정을 해보았지만 아무도 그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았다. 쉬뚜어 보다 몇 살 위인 쑨헝은 많은 대학생과 교제하며 지낸다. 대학생 동아리 모임을 따라 공사장에 가서 인터뷰도 하고 노래 공연도 한다. 쉬뚜어가 합류한 뒤에 이 팀은 더욱 활성화 되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쉬뚜어는 '입장(立場)'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는 이제 뚜렷한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이전에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제는 뚜렷한 소신을 갖고 보게 되었다. 뚜렷한 입장을 가지고 작곡을 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니까 더욱 든든하고 땅을 확실하게 밟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2002년 노동절에 쉬뚜어, 쑨헝 그리고 샤우가 함께 <청년예술단>을 만들어서 보다 더 안정적으로 노동자를 위해 공연을 해왔다.

노동자 신분에 대한 자부심
현재 이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공연단을 <새 노동자 예술단(新工人藝術團)>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농촌에서 온 노동자(農民工)나, 민공(民工), 아르바이트하는 사람(打工者) 등으로 불려지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 쑨헝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도시화, 공업화로 발전하는 과정 가운데 타지에서 도시로 이주 해 온 일꾼들은 국가발전에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온 이상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들은 새로운 유형의 산업노동자이며 이 시대의 산업 일꾼이다.' 그들은 노동자의 신분을 인정해 주는 것을 중요시한다. 공연을 하다 보면 이들 세 청년은 노동자들이 부딪히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도 생긴다. 예를 들어 임금체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산업재해 배상 문제는 어찌 해야 하는지, 자녀교육은 어떻게 하는지 등의 문제이다. 문예활동만 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그들은 NGO단체를 하나 만들었다. 그들은 1집 앨범의 수익금 7만 위안(약 1만 달러)으로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피촌에 노동자자녀를 위한󰡐한마음 실험 학교󰡑를 세웠다. 그리고 100평 되는 낡은 창고를 개조해서 <노동자의 집>이라는 곳도 만들었다. 뜰 북쪽에는 약간 허름한 영화관과 중고시장, 도서관, 노동자 예술박물관이 있다. 이 모두가 무료로 개방된다. 박물관 앞에 원자바오 총리의󰡒노동을 존중하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자. 이는 한 나라 사람들이 기본으로 지켜야 할 도덕이다.󰡓라는 팻말을 걸어 놓았다. 쉬뚜어를 주축으로 <새 노동자 예술단>은 여러 곳으로 초청공연을 가고 방송출연도 하였다. 또한 피촌에서 '새 노동자를 위한 예술의 날'을 주최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피촌에서 함께 생활했다.

노동자들의 진정한 보금자리
어느 해 추석, 세 청년은 공연을 마치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마침 식당에 20여 명의 종업원들도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즉시 현장에서 고향에 가지 못한 여 종업원들을 위한 공연을 펼치게 되었고 그들은 다 같이 '그 해에 고향을 떠나 와서 나를 키워주고 먹여주던 우리 마을을 떠나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함께 달랬다. 즉석 공연을 열었던 이들은 그 때의 감동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베이징의 싼환(三環)이 번화하면 우리는 쓰환(四環)으로 간다. 쓰환이 또 번화하면 우리는 또 우환(五環), 리우환(六環)같은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간다. 도시화의 과정은 우리 스스로를 변두리로 몰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베이징에 과연 우리의 집이 있는가?' 쉬뚜어는 이 질문에 대해 노래가사에서 '이 낮고 낮은 노동자 마을이 바로 우리가 베이징에서 사는 보금자리다'라고 말했다.


출처 | 亞洲週刊 25卷 1期 2011년 1월 2일

번역 |차이나 ․ 본지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