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베푸신 하나님
나는 2009년 2학기 때 IVF 공동체 안에서 선교부를 담당했다. 선교부에서 하는 일은 2주에 한 번 선교에 대한 아침 기도회를 준비하고 공동체의 선교적인 마음을 키워가는 것이었다. 선교부에서 초점을 맞춘 지역은 중국이었다. 중국 중에서도 신장지역과 랴오닝성(遼寧省) 지역의 카자흐족과 조선족을 두고 기도했다. 이 시간을 통해 중국과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나마 갖게 되었다.

2010년 1학기, 동북 3성 중 지린성(吉林省)과 랴오닝성 지역을 여행하는 단기선교여행 팀인 ‘물길 따라 조선 땅 품에 안고(이하 물길)’ 팀과 티베트 팀을 모집하는 공고가 있었다. 지난 학기 선교부를 맡으면서 선교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던 터라 나는 선교에 대한 나의 마음이 이번 기회를 통해 막연함에서 구름 걷힌 상태가 되길 원했다. 이런 소망을 품고 나는 어느 지역으로 가야할까 고민하며 기도했다. 티베트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산지대, 무엇인가 모험이 가득할 것만 같은 요소들이 나를 두근거리게 했지만 기도하면서 물길 팀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원서를 내고 함께 가는 팀원들이 결정된 후에 여러 번의 준비모임이 있었다. 선교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가 가는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하고 기도를 하며 마음을 준비해갔다.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는데 필요한 재정이 모두 채워지는 것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과 그분의 사랑을 느꼈다. 첫째 날, 속초에서 우리의 목적지로 향하는 배를 타면서 선교여행은 시작되었다. 갑판 위에서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며 크신 하나님의 품에 안긴 듯 평안함을 누렸다. 바다에서 바라본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하나님의 예술적 감각과 창조력은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자연을 통해 하나님께서 내 마음을 열어 가시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한 것 없는 내게 은혜를 주시니 그저 감사했다.

조선족의 상황을 듣고 보며
우리 팀은 중국에서의 첫 날밤을 H 지역에 있는 한 교회에서 지냈다. 그 교회는 전도사님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같이 하면서 전도사님의 아들 분께 조선족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준비모임 때 공부했었던 조선족 사회의 모습이 사실이란 것을 생생한 현장 증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청년 수가 줄어가고 그로 인해 무너져가는 조선족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조선족 사회 안에는 한국사회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서 계셔야 할 자리에 맘몬의 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D 지역에서도 조선족 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한 학교를 이끌어 가시는 교감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조선족 사회를 붕괴시키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들을 알 수 있었다. 조선족 자치주의 청년들은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거의 대도시나 한국, 미국 등으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가고 그로 인해 가정은 깨진다. 돈을 벌어 돌아온 사람들도 돈을 흥청망청 허비해 버리기 일쑤라고 한다. 중국은 의도적으로 조선족 자치주에는 공장을 세우지 않고 한족들을 조선족 자치주에 이주시키는 상황이라고 한다. 조선족 사회도 한국 사회처럼 이혼율이 급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어느 부모에게도 양육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자라는 이혼 가정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학교에서는 한 반에 두 개의 반이 있다. 잘하는 학생은 앞에, 못하는 학생은 뒤에 앉힌 후 잘하는 학생들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중국어를 한족보다 못하는 조선족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거기다가 문제는 학생들을 가르쳐 놓아도 조선족 청년들이 돈(물질) 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기에 학교에서 기술을 배워 취직을 해 일을 하다가도 더 많은 월급을 준다고 하면 바로 옮겨 버리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데 있다. 중국 내에서 조선족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참을성이 부족하고 소비지향적인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런 조선족 사회의 현실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다른 소수민족들은 하나로 뭉쳐 민족을 지키려고 중국정부에 대항하며 정부를 긴장하게 만들지만 조선족은 그럴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무너져가고 있었다. 이 같은 현실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던 것은 선교여행 중에 우리가 만난 조선족 분들의 따뜻함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여러 번 보내주셨다. 식당을 찾을 수 없을 때, 중국어를 제대로 할 수 없어 곤란했을 때 등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옆에 있던 조선족 분들이 우리를 도와주셨다. 그분들은 우리를 같은 민족이라고 부르고 계셨다. 처음에는 우리를 도와주려는 조선족 사람들을 대하며 혹시 사기를 당하진 않을까 긴장했었다. 그들이 사심 없이 우리를 도와주고 난 후 우리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조선족에 대한 안 좋던 선입견이 조금씩 벗어지고 그들이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조선족을 만나는 과정 가운데 나는 ‘이 현실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현실의 안타까움에 답답함과 무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실질적으로 사역에 뛰어들 나의 은사와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 교회를 방문했을 때 나는 이 같은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곳에서 분명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일하고 계심을 전도사님을 통해 들었다. 현실의 어려움은 있지만 하나님은 그 어려움을 뛰어넘어 일하고 계셨다. ‘조선족 교회가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이 교회에 하나님께서 부흥을 허락하셨다.’라는 전도사님의 말씀과 실질적인 사역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참 감사했다.

나의 작음과 하나님의 크심
단기선교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와 머무는 동안 특별한 사역이 없다는 것이 계속해서 내 마음을 괴롭혔다.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오직 기도하는 것과 이야기를 듣는 것, 이 땅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나에게, 이번 여행은 오직 하나님의 일하심을 바라보며 그분의 마음을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북한을 바라보며 간 선교여행이었지만 이 시간을 통해 조선족, 한국사회, 그리고 중국까지 더욱 폭넓고, 깊게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품을 수 있었다. 선교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서 확신으로 변하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아직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저 하나님의 크신 역사 속에 들어올 생각이 있느냐고 내게 손을 내미시는 것 같다. 그것이 어떤 방법과 통로를 통해서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우선은 내가 속한 곳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주한나 | 삼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