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한 서점에 사람들이 꽉 찼다. 어떤 사람들은 한 의자에 비좁게 서 너 명이 같이 앉아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은 아예 의자 뒤에 서 있다. 심지어 늦게 온 사람은 2층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1층 도서 판매대에 기대어 마이크로 들려오는 소리로 토론내용을 듣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매주 이렇게 2시간씩 줄곧 서서 토론내용을 듣는다. 이곳은 베이징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단샹지에(單向街)서점이다. 주말마다 단샹지에 살롱에 약 1,2 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연설을 들으며 토론에 참여한다. 2006년 서점이 개점한 이래 지금까지 벌써 500여 차례 살롱을 열었다. 살롱을 기획한 샤오우(小武)는 “우리 단샹지에 모임을 강좌가 아닌 살롱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곳에서 일방적인 강의나 설교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다 평등한 열린 토론을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단샹지에 모임의 청중은 대다수가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이다. 청중들의 반을 차지하는 대학생들과 머리가 하얗게 된 중년 여인이 계단에 앉아서 열심히 노트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는 션원(沈雯)은 졸업한지 오래됐지만 이곳에서 이상주의적인 분위기를 맛보고 싶었다. 그는 방대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처음에는 흥미를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의 분위기는 몹시 감동적이며 따뜻했고 이런 토론방식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말했다. 

살롱, 국민 계몽의 장(場) 
단샹지에 모임은 베이징의 유일한 모임은 아니다. 다른 백 여 곳에서도 매주 살롱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 모임은 홍콩, 상하이, 광저우, 청두, 항저우 등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살롱모임의 작은 지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임들의 성장속도는 마치 봄날 꽃들이 만개하는 것과 같이 빠르다. 주말이면 베이징의 7, 8곳에서 시민들이 같은 시각에 같은 화제로 살롱모임을 진행한다. 모임마다 100명 내외의 청중이 모여서 동시에 각종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토론을 한다. 그 밖에 사회의 공통이슈를 가지고 독서토론회를 열기도 하며, 영성, 과학기술, 사무실문화, 일상생활 등에 대한 모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베이징의 단샹지에, 촨즈싱(傳知行), UCCA, 위펑서점(雨楓書館), 상하이의 두핀살롱(讀品沙龍), 광저우의 아오투 스탠드바(凹凸酒吧), 뉴미디어여성살롱(新媒體女性沙龍), 청두의 차오당독서회(草堂讀書會), 홍콩의 Co-China 타임즈, 쉬옌서점(序言書室)등이 모두 각 지역에서 유명한 민간 살롱모임 장소들이다. 몇 해 전 중국에서 대강당(大講堂: 유명강사를 초청해서 강의를 듣는 모임. 역자주)이 매우 흥행하였는데, 링난대강당(嶺南大講堂)에서 옌샨대강당(燕山大講堂)까지 대부분 언론매체에서 주최하여 저명인사를 초청해서 공통된 이슈로 일반 대중들에게 강의를 한다. 매 강좌마다 수백 수천 명의 청중이 함께 하는 모임으로 성장했다. ‘대강당’이 계속 발전해가면서 보다 넓고 개방적으로 공통 화제를 토론하는 작은 살롱(小沙龍)같은 공간이 중국사회 곳곳에 꽃피우고 있다. 언론인 궈위지에(郭玉潔)는 “이 같이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드는 살롱모임은 우리 사회의 큰 주제를 놓고 관심을 표현하든지 개개인의 행복한 삶에 대해 관심을 갖든지 간에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각자의 생각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이런 토론은 얼마든지 시민사회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샹지에 모임의 샤오우(小武)는 “살롱모임과 대강당을 비교했을 때, 살롱모임이 보다 더 평등하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사가 높은 단상에 서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살롱모임의 특징이다.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 중국인들의 최우선 필요
살롱모임 장소 가운데 제일 오래된 산웨이서점(三味書屋)의 주인이자 20년간 모임을 주최한 리스챵(李世强), 류위앤셩(劉元生) 부부는 살롱모임의 제일 소중한 정신은 바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어느 한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를 눌러버리는 게 아니라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중국인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1988년 5월에 개점한 산웨이서점은 일반시민이 운영하는 서점들 중에는 비교적 오래되었다. 주인 부부는 과거의 지식인들이며 1992년 서점 2층에 카페를 차려 그때부터 살롱모임을 주최하기 시작했다. 

단샹지에 모임과 달리 이곳의 청중은 거의 다 30-50세의 청장년들이며 여러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산웨이서점에서 연설하는 시간은 1시간이고, 토론시간은 1시간 반이다. 연설은 짧게 하고 토론은 길게 한다. 토론화제가 항상 저소득층과 현실 정치개혁, 언론자유에 대한 관한 것이라 이곳은 언제나 자유(自由)파들의 기지가 된다. 토론 중에 격렬한 언변과 서로의 견해차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자주 있다. 지난주는 법률학자 샤오한(蕭翰)이 ‘사법독립과 정치개혁’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다. 그는 정부기관의 고급인사들이 개혁을 시도하는 것 이외에 일반시민들도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성숙치 못한 시민사회에 그 어떤 정치개혁이 일어난다고 해도 크게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청중들은 물었다. “시민사회가 되기 위해 정부가 정치개혁을 하게끔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이에 대해 샤오한은 “그 힘은 바로 언론자유에서 나온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정권이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제일 적당한 시기인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자 몹시 격분한 어느 청중이 “나는 현 정권과 지식인들에 대해 실망했다. 지식인들은 정부의 앞잡이며 당신같이 이렇게 물렁하게 대처하니 정부가 더 부패하게 된다.”고 큰소리로 외쳤다. 소한은 다시 천천히 설명하려 했다. “거리로 가서 격렬하게 혁명을 외치지 않고 온화한 방법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까닭은……,” 그 말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또 어떤 중년남자가 “너무나 절망적이다”라고 말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이런 정부를 얼마나 더 참아 줘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샤오한이 반발도 하기 전, 또 더 많은 청중들이 앞 다투어서 격분한 중년남자와 논쟁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신은 타인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발표할 때, 그 사람의 말을 중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먼저 남의 말을 듣고 나서 그 후에 토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격분한 중년남자의 언변이 좀 과격했어도 토론장에서 쫓아내지는 않았다. 또한 다른 이들도 이 사람의 격한 태도에 욕설을 퍼붓지 않았다. ‘정치개혁’이라는 다소 민감한 주제로 토론에 참여하는 쌍방이 이성적으로 서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며, 현장에 참여했던 서점주인은 자신이 원하던 ‘시민의 대화’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고 말했다. 

단샹지에, 산웨이서점, 펑루송(風入松) 등의 살롱모임이 대담하게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모두 신기하게 여긴다. 작가 예푸(野夫)는 1962년 소수민족인 투지아(土家)족으로 태어난 자유문학작가이다. 그는 단샹지에에서 민간창작(民間寫作: 구어체로 된 보다 자유로운 시(詩)를 창작하는 방법)을 토론 제목으로 정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청중들이 원쟈바오(溫家寶)가 말한 정치개혁에 관해 질문했다. 심지어 어떤 청년은 일어나서 “작가 선생님은 민주화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작가는 잠시 머뭇거리다 웃으면서 “나는 전직 경찰이었는데 지금 이 자리에 아마도 옛 동료가 앉아 있을 것이다. 주최 측이 곤란한 일을 당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다”라고 하면서 본인의 생각을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지난 10월 주 미국 홍보페이(洪博培) 중국대사는 산웨이서점에서 연설을 했다. 서점주인은 청중들의 질문 범위를 최대한 넓게 허락했다. 그 가운데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홍 대사는 마지막에 “전 세게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중국도 역시 이런 일에 익숙해 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서 그는 “오늘 우리가 이런 곳에 모여 이 주제를 토론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잘 된 일이다. 중국사회가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은 좋은 징조이다.”라고 덧붙였다. 홍 대사가 방문하기 일주일 전 원래 여기서 정치개혁을 연설하려던 신즈링(辛子陵)은 국가안전부의 압력을 받았고, 또 류사오보 사건의 영향 때문에 강사로 오지 못했다. 그러나 서점주인은 살롱모임을 취소하지 않고 법률학자인 샤오한을 초청해서 토론주제를 ‘사법독립과 정치개혁’으로 변경했다. 서점주인 리스챵은 토론주제가 민감할 때 임시로 강사를 대체하는 일은 가끔 있었어도 근래에는 거의 없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수년간 쟁취해온 우리들의 언론공간에 대해 우리를 감시하는 정부 부서와 함께 어느 정도 합의점을 이루어냈다”라고 말했다. 산웨이서점 살롱모임 때면 반드시 서점 밖의 적당한 거리에 늘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다. 토론 현장에 국가보안정보원이 숨어 있을 수도 있지만 결코 토론과정을 방해하지 않는다. 서점주인은 또 말하기를 “지난번 신즈링이 정치개혁을 연설하기로 한 때에 국가안전부는 이미 허락을 했는데 단지 신 선생 본인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결국 오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것이다. 자유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무슨 얘기든지 다 내 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을 자주 토론하는 민간단체가 국가안정을 유지하려는 세력의 눈총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각 살롱모임의 주최자들이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이제 직접적인 간섭은 거의 없으며 간섭이 점점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민감했던 류샤오보 노벨수상 사건 때에도 제일 심각했던 정도가 그저 살롱모임 측에 ‘인사’하러 온 정도였으며 ‘금지’까지는 가지 않았다. 

홍콩에서 Co-China 타임즈를 만들면서 새로운 미디어의 방식으로 중국 내에서 직접 인터넷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언론인 두팅(杜婷)은 살롱모임은 그야말로 어떤 미디어보다 더 신속한 전파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또 “살롱모임은 텔레비전이나 신문처럼 일방적인 미디어가 아니며 허구성도 띠지 않고 대화를 강조한다. 2009년 살롱모임에서 베이징 우정통신대의 법학과 강사인 쉬즈용(許志永)교수를 대변했을 때와 지금의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사건에 대해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한다. 이러한 일들이 1년 밖에 안 됐는데 중국의 한 시민으로써 민감한 화제를 토론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이 완화됐고 지금은 예전처럼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살롱(salon)이라는 말은 프랑스어 어원에서 온 것이며 원래의 뜻은 거실이다. 15세기부터 유럽 상류층의 사교방식의 일종이었으며, 서서히 문화와 예술영역까지 발전해 나갔다. 주인이 지인과 손님들을 자기 집 거실로 초대해서 문학, 예술, 철학에 관한 여러 가지 견해를 자유롭게 나누는 것이다. 

80년대의 이상주의 
살롱문화의 또 다른 전성기는 80년대였다. 80년대를 지나 온 학자와 문화종사자들은 그 시절의 이상주의적인 분위기를 몹시 그리워한다. 2006년 1월1일에 개업한 단샹지에는 서점살롱의 또 다른 이상(理想)이다. 많은 단골들은 아직도 이전하기 전의 단샹지에를 기억하고 있다. 단샹지에 서점은 위엔밍위엔(圓明園) 담벼락의 다 쓰러져가는 화방을 재건축했다. 회색 돌들이 정원에 깔려있고 울창한 호두나무들이 열 몇 개의 테이블 사이로 우뚝 서있는 모습은 저절로 문화살롱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강연, 공익 미술전시회, 시 낭송 모임과 다큐멘터리를 방영, 심지어 연극 공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프로그램을 총망라한다. 치엔리췬(錢理群), 찌아짱커(賈樟柯), 류샤오동(劉小東), 아청(阿城), 옌쥔(顔峻), 저우윈펑(周雲蓬), 린시(林夕), 랴오이메이(廖一梅)등 유명 인사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들렀다가 손님들과 토론을 하였다. 

화가인 류샤오동은 단샹지에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작은 서점은 내가 본 서점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어느 가랑비가 내리는 안개 낀 날에 홀로 살롱에 갔다. 그 살롱은 작은 숲 속에 있었고 인적이 드문, 몹시 아름다운 곳이었다. 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각종 음료와 책을 제공하지만 강대상은 없었다. 청중들의 질문 수준은 대부분 매우 높다. 나는 동부예술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젊은이들의 예술에 대한 조예가 이처럼 깊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토론장은 온통 지식을 대하는 진지한 모습들로 가득했다." 

290여 회의 살롱모임 주최로 인한 생계의 압박 때문에 단샹지에 서점은 할 수 없이 블루코스트(藍色港灣)라는 상가 쪽으로 이전했다. 주말의 살롱모임은 상가 쪽에 있다 보니 도리어 인기가 더 많아져서 그곳에서 또 300여 차례의 살롱모임을 했다. 장이허(章詒和), 허웨이방(賀衛方), 장밍(張鳴), 량원다오(梁文道), 천단칭(陳丹靑), 주톈원(朱天文), 뤄용하오(羅永浩), 장다춘(張大春), 모옌(莫言), 예푸 같은 유명 인사들이 도착할 때가 되면 앞서 말했던 광경이 다시 펼쳐지면서 이 작은 서점 1, 2층에 사람들이 꽉 차게 된다. 제일 유명한 학자들을 모두 일망타진을 했고, 앞으로 모임을 100-200회까지 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최고로 자주 거론하는 단어는 ‘시민’이다. 이제는 어느 지역이라 할 것 없이 ‘산웨이서점’이나 ‘단샹지에’같은 살롱모임이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다. 왜냐하면 점점 더 많은 서점과 카페에서 살롱모임을 시작하고 있으며 주제만 훌륭하다면 어느 곳에서든 뜨거운 토론 열기를 충분히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샹지에는 블루코스트 쇼핑몰 쪽으로 이전한 후 그 거리를 ‘좌안(左岸; 세느강 왼쪽 강변지역으로 카페, 서점,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 등이 있는 문화성지 같은 곳. 번역자 주)’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은 아마도 그들의 마음의 소원을 담은 것 같다. 살롱의 좌안, 이상(理想)의 좌안, 자유의 좌안. 그래서 시민사회는 곧 이 모든 것들을 상징하는 세느강 왼쪽 강변지역 같은, 미래가 보이는 좌안이 아니겠는가? 


출처 | <亞洲週刊 > 24卷44期 2010년 11월7일
번역 | 차이나․중국어문선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