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동원사역
아주 오랫동안 변함없이 꿈꾸던 부족지역에서의 사역을 잠시 뒤로 한채, 2007년 여름,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기어이 상하이로 갔다. 지금 한국교회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기에 아무런 선교적인 안내도 받지 못하고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를 위하여, 팔자(?)에도 없던 선교동원사역을 하기로 작정하고 동아시아의 대도시 상하이로 가게 된 것이다. ‘팔자에도 없었다’ 라는 표현이 아마도 적절할 것 같다. 누구한테 사소한 것 하나 권하는 것도 미안해할 정도로 소심한 나 같은 사람이 감히 남의 인생에 대해 무슨 강력한 권면을 해야 하는 동원사역을 한다고 나서다니. 모두들 현장사역, 부족사역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장기사역을 위해서 영어로 하는 언어학 공부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동원사역이 멋있어 보여서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마저도 있었다. 대체 무엇을 믿고 한인 디아스포라 동원사역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었을까? 그만한 거창한 명분이나마 있었던 것일까? 대답은, 별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흩어진 750만 명의 한인 디아스포라, 그리고 지금도 계속 늘어가는 해외의 한국인 사업가들과 유학생들. 이들을 향한 거대한 선교적 전략과 비전을 가지고 동원사역에 집중하게 된 것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런 저런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이고, 처음에는 전혀 그런 주변머리마저도 가지고 있지를 못했다. 처음 동기는 단순했다. 해외에, 특히 중국에 한국인 유학생들의 수가 참 많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선교지에 해당하는 그 나라에서 공용어를 4-10년 정도 공부하고 익힌 탁월한 젊은이들이 선교에까지 마음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마음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선교에 대해 이미 아주 가까이에서 접하고 있으면서도 체계적인 안내와 훈련을 받아 선교사로 준비될 기회가 없어서, 그렇게 잘 준비된 자원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현실을 보고 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뿐만 아니라, 대학이 있는 모든 도시라는 도시에는 수백에서 수만 명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있는데, 한국의 어느 선교단체, 선교동원가들도 그들의 선교훈련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여주고 있지 않으니, 그럼 나 같은 좀 부족한 사람이라도 가야 되지 않는가 싶었다. 솔직히, 누군가 다른 사람이 가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는 부족사역을 하러 가야되는 사람이니까, 정말로 동원사역에 재능이 있는 누군가가 이 거대한 중국 땅에서 그런 일을 해주기를 기도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자리에 내가 서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교적 교회, 선교적 그리스도인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거창하게 할 필요도 없이, 선교훈련 과정을 개설해 놓기만 해도 수십 명, 수백 명의 한국인 유학생들과 관심자들이 선교훈련에 신청하고 참여했다. 2007년에 상하이로 간 이후에 처음으로 시작한 PSP(선교한국의 퍼스펙티브스 프로그램)에 100여 명이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선교훈련에 목말라있던 선교관심자들의 감격에 겨운 여러 얼굴들을 매 학기마다 볼 수 있었다. 무슨 대단한 전문가인양 나를 대하는 것에 송구스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랐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이요 빛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한 진리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이 사실을 믿으며 알고 있다. 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넘쳐나는 기쁨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모르는 것 같다. 심지어 선교사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구원의 십자가가 필요하듯이, 그리스도인에게 선교라는 하나님의 변함없는 목적과 열정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교는 선교사만의 것도 아니고, 선교단체에게만 맡겨진 사역도 아니다. 선교와 그리스도인도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본질은 선교에 있다. 더 나아가서 선교가 없이는 그리스도인의 영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선교사가 파송되어 있는 곳에서 선교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있는 곳에서 선교는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본질에서부터 선교적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선교적이지 않은 기독교는 아예 기독교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교의 명령은 살고 있는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것이기에,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새삼 특별할 것은 없겠지만, 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열정과 그 필요를 아주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던 아시아(특히 중국)의 한인 디아스포라들에게 ‘선교’라고 하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안목(Perspective)’은, 하나님을 모르던 사람에게 구원의 소식이 주는 충격과도 비슷한 것이다. 사실 현지의 언어에 능숙하고 현지문화와 지역사회 및 지역정부와의 관계에 익숙한 한인 디아스포라들 가운데 신실한 이들은 (유학생이든 사업가이든) 이미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선교사역에 이모저모로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인 디아스포라 지역에서 선교훈련이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선교교육은 선교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도 하지만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선교사역을 더 바르게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은 창의적 선교사역이 필요한 지역이며, 현지인의 교회와 지역사회를 세워나가면서 동반자적인 선교를 해야 하는 지역인데도, 자칫 물질을 매개로 하는 제국주의적인 선교로 변질되어 버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선교지로부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선교에 관심이 있고 열심인 사람부터 먼저 잘 배우고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선교사역의 연결고리, 선교동원가
상하이에서는 올해로 4번째 PSP과정이 개설되었고, 수도인 베이징에서도 첫 번째 학기가 운영되었다. 심화 선교학교 과정도 수차례 개설되어 십여 명의 관심자가 훈련을 수료했고, 6명이 장단기 회원으로 선교단체에 허입되었다. 3년이 채 안 되었어도 일이 이만큼 이루어진 것은, 결국 그만큼 한인 디아스포라 동원사역의 필요가 절박했다는 것이다. 그런 절박한 필요를 가진 한인 디아스포라의 숫자가 벌써 750만 명이다. 참으로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 50만 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있고, 그 중 유학생들은 절반이 넘는 수에 이른다. 그런데 그런 한인 디아스포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동원사역을 하고 있는 사역자나 단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금 언급하고 있는 동원사역은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동원사역의 좁은 의미로는 자기 단체의 소속 회원을 늘이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멤버 동원이라 말할 수 있고, 아주 넓은 의미로는 일반적인 선교교육이나 선교적인 설교를 포함한 모든 선교적인 활동을 통칭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했던 사역은 내가 속한 선교단체의 회원을 늘이기 위한 교육이나 훈련을 넘어서, 선교의 관심자들을 각자의 부르심과 사역 형태에 따라 여러 단체로 연결되어 허입될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주는 조금 넓은 사역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선교적 설교나 활동보다는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하여(지역교회에서 실시할 수 있는) 실제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교회의 선교정책에 도움을 주며 많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선교활동에 건강한 모양으로 적극 동참하도록 돕는 일이었던 만큼, 넓은 의미의 선교적 활동보다는 구체적인 사역이었던 것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두 가지 사역 가운데 중간 형태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믿기로는, 지금껏 중국이나 아시아에 없었던, 그래서 아주 시급한 동원사역의 형태는 바로 이 중간 형태의 사역이라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넓은 마음을 가지고 선교관심자들이나 교회, 그리고 여러 선교단체들을 동시에 도와주는 선교 동원사역인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런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하겠지만, 중국이나 아시아와 같이 잘 준비된 선교자원들이 허다한 곳에서 그런 동원사역자의 존재는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다시 내딛는 새로운 한 걸음
2010년을 기점으로 나는 동아시아의 한인 동원사역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이는 지난 십 수 년 동안 개인적으로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부족사역에 대한 소망이 여전히 강렬하기도 했고, 앞으로 중국에서 더욱 적절하고 깊이 있는 동원사역을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시점에서는 일정 기간 훈련을 받고 또 다른 사역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모양으로든 하나님의 열정과 깊은 관심을 전달하는 동원사역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지금껏 부르신 분은 실수 없이 반드시 그분의 선하신 길로 인도하실 것이며 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강산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