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를 맞은 중국교회의 신학교육
 현재 중국교회 신학교육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성경공부반의 형식으로, 원저우(溫州)교회의 교리학습반(學道班)이 이에 해당되며, 다른 하나는 신학교육을 하는 신학교이다. 최근 베이징(北京)에 많은 신학교가 문을 열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학교는 성경학교와는 다르며, 보다 체계적이고 학술적으로 가르치는 곳이다. 도시교회의 목회자에게는 보다 더 체계적인 신학적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다. 필자는 현재의 신학교가 단순히 신학공부만을 가르치는 것으로는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신학교들은 대체로 지식 전달을 위주로 하는 소위 “Banking Theory of Education” 운영방식이다. 이는 단지 사역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지식적으로 완벽해지게 할 뿐이다. 

지금의 신학교 교육만으로는 왜 중국교회의 필요를 채울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중국교회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교회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고안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므로 중국교회의 신학교육은, 오늘의 중국교회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중국교회의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 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인재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방식은 바로 ‘사고(思考)형 교육(Problem-posing Education)’이다. 시대마다 상황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다르기에, 신학교육 역시 그 시대에 맞는 시대적 사명을 품고 감당해야 한다. 크리스천 리더십을 가진 신학생과 이 시대에 대해 문제의식을 품고 그 문제에 도전해 나가는 그런 인재를 양성해 내는 신학교육이야 말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중국교회의 신학교육이다. 신학교 교육을 통해 오늘날 중국교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교회가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필자는 “SER-M”이라는 사고구조를 통해 이 문제를 생각하고자 한다. S는 ‘주체(Subjective)’이다. 중국교회는 뚜렷한 자기인식이 있어야 한다. 교회의 본질은 마땅히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교회가 자신의 존재 중요성을 아는 것은 중국교회의 신학교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신학교에서 양성해 내는 인재는 마땅히 중국교회의 성장에 유익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교회의 성장은 자신의 신분에 대한 인식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중국교회는 효과적인 자원을 이용해서 신학교육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R은 ‘자원(Resource)’이다. 중국교회 신학교육의 자원은 바로 중국교회 자체이다. 이것은 내부의 자원이며 해외의 교회도 자원이 될 수 있다. 자원은 하나로 통합 시켜야 하고, 중국교회가 하나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중국교회를 효과적으로 성장시키고 신학교육의 수준을 향상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자원이 통합되지 않고 분산되면 여러 지역에서 중복된 사역을 하게 되어 비약적인 성과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자원을 통합시키는 조건은 무엇인가? 바로 주체의식과 목적의식 그리고 같은 비전을 갖는 것이다.

그 다음은 외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중국교회를 둘러싼 중국의 사회와 문화-‘환경(Environment)’-이다. 환경은 우리가 직시해야 할 대상이다. 이 환경은 중국교회에게 우호적일 수도 있고, 적대적일 수도 있다. 우호적이든, 적대적이든 중국교회는 주변환경을 회피할 수는 없다.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맞서야 한다. 맞서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하며, 나아가 중국교회에 도움이 되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중국교회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발전을 이루어가는 동시에 현재의 중국문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 

M은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mechanism)’이다. SER-M의 S, E, R은 모두 동적(動的)인 개념이다. 이들은 시간과 공간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한다. 이들의 상호작용도 변하고 있으며 때와 상황에 따라 맞춰가는 중에 있다. 중국교회에 대해 우리는 먼저 교회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강조하며, 지금의 중국이 처한 상황은 어떠한지를 돌아본다. 더 나아가 중국사회에서 교회의 존재와 역할을 확인하는 것이다. 

중국교회의 ‘SER-M’형식의 분석을 근거로 신학교육과 관련하여 다음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을 다루고자 한다. 1)중국교회의 신학설립과 인재양성 문제, 2)중국교회의 하나됨과 서로의 협력, 3)중국교회의 사회참여, 4)중국교회의 세계선교에 대한 사명이다. 이 사명은 세계교회와 연합할 수 있는 발판이다. 세계선교는 이미 중국교회의 선교역사 가운데 들어왔다. 

신학교육의 내용
중국교회의 신학교육은 크리스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들을 양성해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리더는 “목회를 잘 할 수 있는 능력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그리고 선교의 사명이 있는 자”이어야 한다.

(1) 목회능력
필자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중국교회는 ‘리더십 부재(不在)'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중국교회는 목회자의 세대교체가 끊어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 교회 주축이 되는 지도층은 30-40대이다. 이 세대는 문화대혁명 이전의 목회자 세대와 젊은 세대의 이중 책임을 지고 가야 한다. 또한 개척자의 위치에 있어서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목회현장에 투입되었다. 우리 다음세대인 20-30대의 목회자들은 비록 목회경험은 부족하지만 활력이 넘친다.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조건을 구비했으며 기성세대보다 정규교육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적절한 훈련을 받는다면 금방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세대이다. 이처럼 20-30대의 젊은 목회자들이 성장하면 40대 목회자들의 위치가 흔들릴 수도 있다. 50-60대의 목회자들 역시 마음의 많은 부담을 안고 있을 것이다. 신세대 목회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스트레스는 주로 젊은 신세대가 치고 올라오는 것이 아닌 과다한 교회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다. 중국교회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목회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들을 재훈련시켜서 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중국교회의 리더십 부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중국의 목회자들과 교제하면서 ‘교회 목회방식의 전환’이라는 주제를 많이 접했다. 여기서 말하는 교회 목회방식의 전환은 기존의 집회에 중점을 둔 교회에서 성도들을 잘 목양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집회를 위주로 하는 목회방식은 문화대혁명 때문에 생겨났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통해 교회 역시 이전 보다 좀 더 자유로운 공간이 생겼다고 본다. 중국사회의 변화와 함께 중국교회 역시 시대에 부합하는 목회방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럼 중국교회는 어떻게 집회모임 위주의 방식에서 성도들을 잘 목양하는 목회위주의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중국교회는 아직 목회에 대한 이념이 완벽하게 확립된 상황이 아니다. 성도들의 믿음의 성숙도에 따른 맞춤형 양육방식과 교회성장에 대한 계획과 설계도가 필요하다. 또한 목사와 함께 성도들을 케어하는 일에 동참할 평신도 리더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목회방식을 운영하려면 이에 걸맞는 행정시스템과 재정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점에 있어서 한국교회는 비교적 잘 갖추어진 상황이다. 한국교회는 대부분 예배당 외에 여러 곳의 교육관이 있다. 이곳은 성도들의 다양한 모임장소로 사용된다. 이러한 목회방식의 전환이 중국교회에 있어서 급선무이다. 이 부분에 있어 중국교회는 해외교회의 소중한 경험을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교회에도 스스로의 전통이 있기에 어떤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지는 스스로 생각해내야 한다. 그러므로 목회를 잘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중국교회 신학교육의 핵심이다.

(2) 사회참여
기독교인의 신앙은 교회 안에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참여로 이어져야 한다. 어느 학자는 “중국기독교는 차등의식에서 주류의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는 중국의 근 100년 역사 가운데 줄곧 배척을 당해왔으며, 중국사람들은 보편적으로 기독교는 제국주의와 아편과 손잡은 부정적인 세력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가운데 중국기독교 자체에서도 차등의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차등의식에서 주류의식으로 가려면 반드시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주류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기독교가 어떤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중국의 일반적인 사회문제에 참여의식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으로, 중국기독교 역시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위해 중국교회도 이제는 기독교 신앙을 현실 생활에 적용하고 이 둘을 연결시키는 길을 탐색해야 할 때 이다. 전문가의 사고로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생활방침을 고안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사업가라면 마땅히 그리스도의 정신을 기업체의 운영방식에 담아내야 한다. 한 나라의 국민이자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사회의 일원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기독교 신앙을 실천하는 것은 말로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사회참여는 단지 영혼의 문제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실제로 실천 가능한 방법을 찾아서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사회문제 해결에도 참여케 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실제 생활에서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우리의 믿음이 오랜 기간 동안 실제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굳어져 버리거나, 아니면 계속해서 갈등 가운데 고통을 견디고만 있게 된다. 그러므로 신학교육은 반드시 우리가 믿는 신앙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어떠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목회자는 중국교회 성도들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3) 선교
빌리 그래함 목사는 기독교의 중심은 이미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세계선교의 사명은 중국교회의 어깨에 달려 있다. 중국교회의 선교시대에 대한 해외교회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교회도 이제는 선교의 당위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선교를 시작해야 하는가? 선교는 단지 성도들을 파송하는 것만이 아니다. 전문적인 훈련과 선교사 양성 없이는 이 어려운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다. 오로지 타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그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시대가 많이 변한 지금에 와서 200년 전 서양교회의 선교방식을 그대로 차용해서도 안 될 일이다. 

중국교회의 신학교육은 목회이론, 사회참여, 세계선교에 대한 비전을 모두 교육과정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목회자가 교회에서 해야 할 사역이다. 중국교회는 더 이상 자신의 교회만 부흥하면 된다는 좁은 영역에 갇혀있어서는 안된다. 중국사회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선교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도 신학교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시대 중국교회 신학교육의 시대적 사명은 목회를 잘 감당하고, 사회문제에 참여하며, 선교사명을 가진 기독교 리더십을 양성해 내는 것이다. 

지금 다루는 이 이슈들은 다음세대에서 더욱 구체화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부터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이 세대가 우리들의 문제를 잘 풀어나가면 다음세대도 그들의 몫을 잘 감당해 낼 것이다. 또한 다음세대를 위해서 우리는 그들 가운데서 진정한 기독교 리더십을 양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신학교육의 방식
필자가 지금 거론하는 것은 단지 중국교회의 목회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을 가리키는 것임을 명시한다.

(1) 맞춤식 교육
우리는 앞서 중국교회 목회자는 어떠한 능력과 소질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나누었다. 그래서 신학교의 커리큘럼도 그 필요에 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학교 훈련과 공부를 마친 학생들은 마땅히 위에 언급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로 세워지길 바란다. 우리의 신학교육도 지금 목회현장에 있는 목회자의 수준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중국교회의 목회자들은 여러 가지 양육훈련과 오랜 교회목회를 통해 기본적으로 전문대나 대학교 학사의 수준을 갖추고 있다. 그들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석사과정의 신학교육 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석사과정의 목적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을 개발시켜주고 시야를 넓혀주는 것이어야 한다. 신학적 지식도 마땅히 전수해야 하지만, 신학의 기초가 아니라 좀 더 깊은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 

목회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학습에 참여 할 수 없기에 단기간의 집중코스를 개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지식을 전달 할 수 없기 때문에 각 과목의 핵심을 짚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집중코스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과목을 충분히 소화해 내려면 최소한 5권의 참고서적을 읽어야 한다. 각 과목당 5권의 책을 완독한 경우 그 과목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도서를 읽은 후에 리포트도 제출하도록 하여 지식을 쌓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높여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학습코치
학습코치를 신학교육에 포함시키는 취지는 학생들의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에 있다. 지금 목회현장에 있는 중국인 목사들은 교회 업무가 너무 많아서 자기개발을 할 여력이 없을 뿐더러,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다. 목회자가 배우지 않으면 어찌 성도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학생들에게는 매일 2-3시간을 이용해서 공부를 하게 해야 한다. 학습코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습관은 그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듯이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은 몹시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학습코치가 필요한 것이다. 

학생들은 매달 독서리포트, 독서계획표와 자기평가서를 제출하게 한다. 자기평가서 중에 포함된 사항은 시간관리에서 겪은 어려운 점, 예를 들면 시간계획을 잘 세우고 지켰는지 그리고 주어진 시간 안에 숙제를 완성 할 수 있는지 그래서 본인의 시간표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한다. 매달 이렇게 끊이지 않고 지도훈련을 받으면 3년에 걸친 신학교 공부가 끝날 때쯤에는 이들 모두가 학교의 이 학습방침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독서는 왜 중요한가? 그것은 독서를 통해 우리의 대선배인 영적인 스승들과 대화 할 수 있고, 그들의 기독교 저서를 통해 더 깊은 신앙에 도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학교육에 있어서 기독교서적 활용의 가치를 깨달아 더욱 깊은 영성을 갖춘 지도자들이 많이 세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지평│현지사역자
번역│차이나ㆍ중국어문선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