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가벼운 여행 중에도 여행자체의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계절의 변화나 환경의 변화로 인해 위장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식도질환(위식도 역류질환)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나 십이지장 속에 있는 내용물이 아래의 소장으로 내려가지 않고 때때로 거꾸로 식도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식도점막을 손상시키고 임상증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위산의 역류현상은 정상인에서도 하부 식도 괄약근이 이완되면서 자주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여행 등으로 피곤한 가운데 환경이 바뀌거나 음식이 바뀔 때 이런 증상을 한번쯤 경험하게 된다. 대개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밥을 먹은 뒤에, 서 있을 때에 주로 이와 같은 역류가 있다. 정상인도 가끔 역류가 있지만 이처럼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역류의 횟수가 많고 그 기간도 길며 특히 밤에 자주 일어난다.
식도에는 위, 아래 두 군데에 괄약근이 있으며 하부 식도 괄약근은 위에서 거꾸로 올라오는 것을 막도록 되어있는데, 역류가 있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보다 괄약근의 압력이 대체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괄약근 압력이 낮은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위식도 역류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이와 함께 식도, 위, 십이지장의 조화로운 운동도 중요하다. 이와 같이 정상적으로 위식도 역류를 막아 주는 여러 인자들의 단독 또는 복합적인 기능 장애로 식도 점막의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즉 식품이나 약물에 의한 하부 식도 괄약근 기저압의 감소와 식도 청소 등의 장애, 위염 등으로 인한 위산의 증가와 위배출 장애 등이 위식도 역류질환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담즙이 역류나 식도열공 허니아(hiatal hernia : 일종의 탈장 같은 현상으로 횡격막의 식도열공을 통해 위가 식도 쪽으로 끌려 올라가 식도와 위의 사이가 벌어진 형태)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관심이 많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 균의 감염과의 관계는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가운데가 타는 것처럼 화끈거리거나 아픈 심와부 작열감(heartburn)으로서 이는 오목가슴에서 시작하여 불에 타는 듯한 뜨거운 감각이 상부로 치밀어 오르는 가슴쓰림과 함께 불쾌감을 호소하는 것으로서, 식후에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위산의 신물이 넘어오는 신트림이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곤란(Dysphasia) 또는 음식물을 삼킬 때 수반되는 통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하곤란은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이 저하되어 오기도 하며, 역류하는 위산은 매우 강한 산이므로 식도 점막에 심한 손상을 일으켜 식도염이나 식도 궤양을 일으키고 그 여파로 식도가 좁아져서 음식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 역류가 심할 경우 위산이 올라오다 기도(氣道)로 들어가면 기관지나 폐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만성기침이나 후두염과 잇몸질환을 일으키기도 하며 기관지 천식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 외에 특별한 이유 없이 자주 목이 쉬거나 기침이 계속 될 때에도 위식도 역류질환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들중 일부에서 식도염과 식도궤양이 생기고 합병증으로 식도가 좁아지는 경우가 있다(식도협착). 드물게 ‘바렛씨 식도’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바렛씨 식도란 원래 편평상피세포로 이루어져 있던 식도 점막이 오랫동안 염증에 시달리면서 위의 점막 세포와 같은 원주세포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는 식도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또한 위산이 목구멍을 통해 기관지나 폐로 그 내용물이 들어가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진단은 일반적으로 가슴 쓰림이나 산역류 등의 전형적인 증상으로도 짐작할 수 있으나, 좀 더 객관적인 증거를 구하고 병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하여 여러가지 검사를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검사는 내시경 검사이며, 이는 특히 1994년 로스엔젤레스 분류(LA classification)가 제정된 이래 진단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외 식도조영술, 식도내압검사 및 24시간 식도 측정검사와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검사 등이 보편적으로 도움이 된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치료 목표는 위식도 역류를 감소시키고 식도점막을 보호하는 것으로서 이를 위해 일상생활에서의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역류를 유발하는 요인을 인지하고 피해야 한다. 즉 취침 시에 베게를 높게 하고, 꼭 끼는 옷을 입거나 복부에 압력을 주어서는 안 된다. 특히 술과 담배를 금해야 하며 기름기가 많은 음식, 신음식과 커피, 콜라 등 카페인 함유음료 그리고 고추, 후추, 초콜릿, 껌 등을 삼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역류성 식도염은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나 질병의 특성상 재발하기 쉽고, 잘못된 생활습관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의 교정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치료뿐 아니라 예방적인 목적을 위하여도 과식과 지방의 함량이 높은 음식을 피해야 하며, 복부비만은 복압을 상승시켜 역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여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후 적어도 3시간 후에 취침하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증상을 완화시키고 식도의 염증을 치료 할 수 있으며, 약물치료는 3-6개월간 시행하고, 드물지만 내과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내시경 치료나 외과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식이요법과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의 해소가 중요하다.
위 질환(위염, 소화성 궤양, 위암)
환경에 따른 위의 변화로는 위산분비의 감소, 위 점막 방어인자의 감소, 위 운동기능의 감소 등이 있을 수 있으며 호발(好發)하는 병변으로는 위축성 위염, 소화성 궤양, 위용종 및 위암 등을 들 수 있다. 소화성 궤양은 상부 위장관에 생기는 소화관 점막의 결손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 인구의 5-10%는 평생에 한 번은 소화성 궤양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위점막은 내부에서부터 점막층, 점막근층, 점막하층, 고유근층, 장막의 다섯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점막하층까지 손상된 것을 궤양이라고 하며, 점막에만 국한되면 미란(미란성 위염)이라고 한다. 소화성 궤양의 병인을 한마디로 말하면 공격인자와 방어인자의 불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위점막을 공격하는 인자로 중요한 것은 위산, 펩신, 헬리코박터가 있고 방어인자로서는 위 속의 점액, 위점막에서 분비하는 중탄산염과 프로스타글란딘, 위점막 세포 자체의 방어 기능 등이 있으며, 이들의 불균형에 의해 궤양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소화성 궤양은 원인에 따라 헬리코박터 관련 소화성 궤양,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관련 소화성 궤양, 기타 양자가 모두 아닌 소화성 궤양으로 나누어 진다.
소화성 궤양의 증상은 오목가슴이나 오른쪽 윗배를 찌르는 듯하거나, 칼로 베는 것 같은 심한 통증이 음식을 섭취한지 1-3시간 후인 공복시에 발생하며, 이 때 음식을 먹거나 물이라도 마시면 통증이 가라 앉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산이 많이 나오는 십이지장 궤양에서 더 특징적이며 위궤양에서는 식후에 바로 아픈 경우도 흔하다. 또한 새벽1-2시경에 갑자기 심한 복통으로 잠에서 깨기도 한다. 그러나 새벽이 되면 통증이 가라앉고 오히려 잠이 든다. 십이지장 궤양이 후벽에 있으면 등쪽이 아플 수도 있다. 십이지장 궤양에서는 체중감소는 드물지만 위궤양에서는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십이지장 궤양은 위궤양에 비해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며, 공복시에 통증을 호소하고 식후에 가라 앉는 소화성 궤양의 전형적인 증상이 더 뚜렷하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적인 증상이 전혀 없는 환자도 있고, 특별한 증상없이 소화성 궤양이 진행하여 심한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며, 전형적인 궤양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라도 궤양이 없는 경우가 있다. 또한 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반드시 궤양이 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 증상만으로 궤양을 진단할 수는 없다.
소화성 궤양의 진단을 위해서는 상부 위장관 방사선 촬영을 할 수도 있으나 조직검사가 가능한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가 더 유용하다. 위궤양이 있으면 혹시 암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조직검사를 해야 하며, 위 또는 십이지장에 어디서든지 궤양이 발견되면 CLO검사 등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소화성 궤양을 비롯한 위 질환의 치료는 약물 요법과 식이 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식사내용에 대해서 지나치게 주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적인 부담이 되어 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계적으로 위를 자극하지 않게 과식, 과음을 피하고 간식을 먹지 않으며 식사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좋다. 또한 너무 뜨겁거나 찬 음식물도 좋지 않으며 위를 자극하는 알코올 음료나 향신료, 커피, 담배 등은 특히 피해야 한다. 위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생활이 중요함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특별히 주의해야 할 음식으로 1) 짜고 매운 음식(소금, 고추가루, 후추, 겨자), 2) 알코올 또는 탄산음료, 3) 커피, 홍차 등 카페인 함유 음료, 4) 담배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는 대표적으로 위산분비를 억제하여 위점막의 염증과 궤양을 호전시키는 방법이 사용되며, 궤양의 경우 헬리코박터균이 검출된 경우는 이 세균을 제거해야 궤양의 완치와 재발 방지를 도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위 질환들은 특이성이 낮아 증상만으로 질병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사한 증상을 가지고 병원을 방문한 사람이 급성 위염으로 진단되기도 하고, 궤양 또는 암으로 판정되기도 한다.
위암은 특히 우리나라의 암 사망률에서 1위를 차지하는 공포의 대상으로서, 그 원인은 대개 식생활습관에서 온 것으로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위암은 미리 경고해 주는 증상이 뚜렷이 없거나 그 증상이 소화성 궤양과 비슷하여 거의 구별하기가 어렵다. 조기 진단이 치유의 유일한 길이므로 40세가 넘으면 매년 위내시경이나 위장 조영술을 권한다. 위암의 예방을 위한 식생활 개선 또한 중요하다. 즉 음식물에 포함된 질산염과 아질산염을 피하여야 한다(핫도그, 베이컨, 햄 등은 제조과정에서 이들 화학품을 방부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은 위와 장에서 단백질과 반응하여 강한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소 아민을 형성한다). 또한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비타민C는 나이트로소 아민의 발암효과를 중화한다). 짠 음식을 적게 먹고 소금에 절인 음식을 가급적 피한다. 과식을 하지 않아야 하며,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위암은 일단 진단을 받으면 가능한 수술을 하는 것이 순서이며, 수술 후의 문제는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자신에게 불편감이 있을때는 전문의를 찾아가 내시경 등의 정밀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함준수 교수│한양대학교병원 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