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다
아침에 홍콩 세계복음방송국의 동역자인 목사님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복음방송국의 애청자인 천 자매님께 본인을 대신해서 신앙서적을 보내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복지센터에서 생활하는 천 자매님은 90세를 넘긴 연로함에도 불구하고 진리에 대한 갈급함으로 목사님께 신앙서적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목사님은 진리를 갈구하는 모습에 감동이 되었다고 했다. 메일을 확인하고 나니 내 마음 또한 따듯해졌다. 마침 복지센터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어려운 부탁이 아니였다. 

비가 쏟아지는 오후 2시 경에 나는 복지센터에 도착했다. 정부에서 세운 양로원인 복지센터에 들어서니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4인 1실인 방에는 전화와 텔레비전이 있었고, 넓은 베란다에는 햇볕이 잘 들었다. 로비에는 신문을 보거나, 면회온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곳의 직원들은 어르신들의 입장에서 섬기는 모습이었다. 

마침 초신자를 위해 기도하고 돌아오던 천 자매님은 내가 세계복음방송국을 대신해 신앙서적을 가져온 것을 알고는 두 눈이 반짝거렸다. 고마움에 감격하는 모습은 정말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했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고 곁에 앉히더니 지나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려웠던 지난날
올해 94세인 천 자매님은 퇴직하기 전에는 중학교 생물선생이었다. 일평생 교사의 직무를 성실히 감당하여 수많은 훌륭한 제자들을 길러내었다.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시련이 시작되었는데 재산을 몰수 당하고, 강제 노동을 당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후에 정치적 안정을 찾게 되면서 교사로 복직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주님이 아니었다면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거에요. 고난 중에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믿음으로 살아낼 수 있었답니다.”

두 아들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미국과 호주로 떠났다. 현재 큰 아들은 미국의 모 제약회사의 대표이고, 작은 아들은 성공한 기술자이다. 그러나 그녀의 며느리는 예수님을 믿는 시어머니를 무지하다며 비웃고, 무시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인내하며 예수님의 사랑으로 며느리를 대했다. 그 결과 지금은 며느리와의 사이가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녀는 두 아들의 가정이 속히 주님을 영접하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함께 기도할 것을 약속했고, 하나님께서 꼭 기도에 응답해 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씀드렸다.  

몇 년전, 천 자매님은 남편과 함께 미국 이민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순간, 남편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소천한 것이다. 그 후로 홀로 남겨진 그녀는 결국 복지센터로 오게 되었고, 벌써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지나온 삶과 은혜를  나누는 모습은 94세라는 나이를 잊게 했다. 그녀는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고 있었고, 짜임새 있는 생활을 했다. 노년이라 만성병은 있었지만 정상적인 식사와 수면을 취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날마다 하나님을 바라보며 활력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목사님께 편지를 쓰게 된 과정을 들려주었다. 간호사의 도움으로 편지를 보낸 후 고대하는 마음으로 매일 기다렸다고 한다. 기다리다 지쳐 낙담하던 중이었는데 바로 그때, 내가 그녀를 찾아간 것이다. 그녀는 내가 건넨 소책자와 간증집을 비롯한 신앙서적을 받아들더니 보물을 얻은 듯 기뻐하였다. 그녀는 이것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하나님의 축복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녀의 일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바로 매일 저녁 복음방송을 듣는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이어폰을 이용해 듣는다. 방송을 듣는 시간에 그녀는 모든 외로움이 사라지고, 마치 하나님 집에 온 것처럼 그리스도 안에서의 기쁨을 맛본다. 

그녀는 깊은 밤, 고요함이 찾아오면 눕거나 자리에 앉아서 한 시간 이상의 기도를 드린다. 마음의 원하는 바를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다. 하나님과 친밀해지는 달콤함을 맛보는 시간이다. 이러한 만족감은 그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여호와 하나님은 그녀의 반석이요, 그녀의 도움이셨다.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힘으로 그녀의 믿음은 더욱 견고해지고 흔들림 없는 믿음의 걸음을 디딜 수 있었다. 육신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늘 깨어서 주님 오실 날을 기다리며 매일 주시는 은혜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
그녀는 복지센터에서 늘 복음을 전한다. 사람들을 돌보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그 중에는 고학력의 사람도 있고, 문맹이 있는가 하면, 청각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녀는 청각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인내를 가지고 복음과 간증들을 나눴다. 

나는 그녀로부터 아름다운 인품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고난 중에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였고, 내면에는 하나님을 향한 포기하지 않는 굳은 신념이 있었다. 그녀는 늘 하나님 나라를 생각하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만 행하려고 노력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배워야할 본보기였다.

우리는 헤어지기 전 두 손을 꼭 붙잡고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를 드렸다. 그 순간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풍성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도를 마치고 천 자매님은 나를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주었다. 손을 흔드는 그녀의 눈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하였다. ‘우리는 다시 만날거에요.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다구요!’

복지센터에서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 마음은 빗소리에 맞추어 신나게 노래하고 있었다. 하나님은 놀라운 방법으로 우리를 연결시켜 주시고 나에게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섬기는 중에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얻게 하셨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풍성함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출처│www.ccchina.org
번역│이보배ㆍ중국어문선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