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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30  통권 119호  필자 : 김영철  |  조회 : 4412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화목란> - 효성과 용맹으로 무장한 여전사

중국으로 돌아온 뮬란
2001년 4월 한국에서 개봉했던 월트 디즈니사의 <뮬란>이 2009년 연말에 <화무란(花木?)>이란 제목으로 부활했다. 무란은 중국역사상 춘추전국 이후 제2의 혼란기로 불리우는 위진남북조 때에 생존했던 선비족의 북위 여전사로 전해진다. <목란사(木??)>는 북조시대의 유목민족의 민가로 한대의 악부민가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와 더불어 남북 장편 서사시의 쌍벽을 이루고 있으며, 무란 이야기는 천년 이상 중국인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진(陳)대 승려 지장이 편찬한 《고금악록(古今樂錄)》에 최초로 <목란사>가 수록되었고, 송대 곽무천이 편집한 《악부시집(樂府詩集)》의 횡취곡사(橫吹曲?)에도 <목란사>가 실렸으며, 당대(唐代)의 두목(杜牧)과 백거이(白居易) 같은 유명한 시인들도 목란에 대해 읊었고 당대와 금대(金代)에는 무란 사당이 세워지기도 하였다. 1927년 중국에서 무란이 TV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래 현재까지 영화, 드라마, 우표, 게임,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콘텐츠로 각광을 받아왔다. 

2009년 11월에 중국에서 제작하고 상영된 화무란(花木?)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무란(木蘭, ?薇 분)은 어려서부터 무예를 익혔는데 18세 때에 유목민족 유연(柔然)이 국경을 침범하여 북위는 전국에 징집명령을 내렸다. 무란은 연로한 아버지가 다시 전장에 나서는 것을 염려하여 몰래 집을 떠나서 여성의 신분을 숨기고 군(軍)에 입대하였다. 무란의 높은 무예실력으로 부대장 원타이(文泰, ?坤 役)의 주의를 받고 두 사람은 함께 계속 전공(戰功)을 세우면서 사랑이 싹튼다. 유연 왕자의 군대가 북위 군대를 궁지에 몰아넣자 원타이는 왕자인 신분을 밝혀서 자신이 포로가 되어 사랑하는 무란과 부하 군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무란은 갖은 노력 끝에 유연 왕자를 처단하고 원타이를 구해내어 개선(凱旋)하였다. 조정에서 전공(戰功)으로 작위와 포상을 수여하려할 때, 무란은 자신이 여성임을 밝히고 12년 종군생활로 마치고 귀향해서 아버지를 공경하길 간청하였다. 황제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원타이와 유연공주의 혼인을 통한 화친을 결심하였다. 원타이는 무란을 찾아 함께 떠나가길 권하지만 무란은 거절하고 화친을 위한 결혼을 권했다. 

작위보다 연로하신 부모를 선택한 효성
“무란은 상서랑도 마다하며, 말을 타고 천리를 달려, 제가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木?不用???。愿?千里足,送??故?.)” (<목란사>)

무란의 참전과 귀향은 효로 시작하고 효로 끝난다. 연로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출정하고 전장에서 수많은 전공을 세워 임금이 높은 벼슬을 수여해도 무란은 의연하게 명리를 탐하지 않고 천리마를 타고 급히 달려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를 돌보기를 간청하였다. 영화에서 무란은 병약한 아버지가 약을 거부하여 술잔에 약을 타서 들게 하는 기지를 발휘하며 효성을 보여주었다. 효의 상징인 무란과 원타이와 상반되는 배역 유연의 왕자는 아버지를 시해하면서까지 야욕에 불타 북위를 넘보았다.  

북조의 유목민가인 <목란사> 원전은 베를 짜며 집안을 일을 돕는 여성 무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착실한 효녀는 아버지의 징병영장을 생각하며 베틀에 앉아서 한숨을 쉬면서도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하며 속이 깊은 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녁에 황하 가에 야영하네. 부모님 딸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출렁이는 황하의 물소리만 들릴 뿐. 아침에 황하를 출발하여, 저녁에 흑산두에 도착하니. 부모님 딸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연산의 오랑캐 말울음 소리만 들릴 뿐.
(暮宿?河?。不??娘?女?,但??河流水???。旦??河去,暮至黑山?。不??娘?女?,但?燕山胡????。) ( <목란사>

무란이 부모와의 이별의 장면은 “아침에 부모님과 이별하고 떠나서”라는 1구절로 지극히 간략하지만 무란이 떠 난 후 부모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은 7구절이나 된다. 황하의 물소리와 머나먼 저녁의 산에서도 자신을 부르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착각하지만 실은 환청이고 현재 자신이 처한 곳은 전장의 말소리만 들릴 뿐이라는 애절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무란이 귀향할 때 부모, 언니, 여동생, 남동생 등이 단장하고 잔치를 준비하며 손잡고 기다리며 환대하는 모습을 정겹게 6구절이나 묘사하였다. 가족의 사랑을 소중히 여겨서 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족을 전쟁 속에 유일한 위로로 여기고 가족의 사랑을 다정다감하게 묘사하였다. 국가에 공헌하여 받는 벼슬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전장 속 여성의 비애
십이 년을 함께 다녔지만, 목란이 여자인 줄 몰랐네.
(同行十二年,不知木?是女?.)(<목란사>)

전통 한족 여성은 규방의 협소한 공간에서 활동을 제한받아 중추절 같은 명절 때에나 밖으로 외출할 수 있었다. 근대시기에는 전족 폐지운동이 일어났고 여성의 몸을 벗어나서 남성이 되기를 갈망했던 혁명가 추근(秋瑾)같은 여성이 출현했다. 북방 선비족 여성 무란은 어려서부터 무술을 연마하고 군에 입대한 첫날 약자를 괴롭히는 병사를 무술로 제압하였다. 그녀의 강인함에도 불구하고 제압당한 적의 장수의 목을 취하는데 주저하였다. 생명을 잉태하는 모체(母體)는 본능적으로 전쟁터의 극한 상황에서 고민하였다. “생각지도 못했어. 내가 전장(戰場)의 백정이 되리라곤.”라는 대사에서 그녀의 고민을 엿 볼 수 있다. 영화는 전쟁이 토끼도 못 죽이던 남자를 변하게 했다고 역설한다. 12년간 전장을 누비면서 전공(戰功)을 쌓았지만 “죽은 사람은 누가 상주나?”라고 외치며 포상보다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천명하며 여전사의 전쟁에 대한 회의를 드러냈다. 전장이라는 극한상황에서 무란은 모성과 여성성의 상실을 경험하였다. 무란은 금녀의 구역인 군대에 군령을 어기고 들어와 10여 년 동안 여성성을 상실하고 남자처럼 생활하였다. <목란사>에서 여성성 상실의 아픔이 보다 심도 있게 다뤄졌다.

내 전투복을 벗고, 내 예전의 치마로 갈아입고서. 창가에서 흐드러진 귀밑머리 곱게 빗고, 거울 보며 이마에 노란 화장을 하고서. 방문 열고 나가서 전우들을 쳐다보니, 전우들 모두 깜짝 놀라네. (?我??袍,着我??裳,??理云?,??帖花?。出?看火伴,火伴皆?惶.)(<목란사>)

집에 돌아와서 전투복을 벗어던지고 치마를 입고 탐스런 머리를 곱게 빗어 내리고 예쁘게 화장하고 나갔더니 전우들 모두 보고서 깜짝 놀랬다. 십여 년간 전투복이 치마를 대신하고 칼과 창이 거울을 대신하며 여성의 옷, 예쁘게 꾸밈, 거울, 화장을 멀리했던 무란은 뭇 남성의 시선을 통하여 아리따운 여성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목란시>에서 싸고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해서 발품을 파는 알뜰한 여성 모습을 묘사했다. 동서남북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말과 안장,고삐,채찍 등을 구매하는 꼼꼼한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다. 중국과 미국의 영화는 <목란사> 원전의 이러한 섬세한 여성스러움을 간과했다. 디즈니사의 애니는 코믹과 오락성에 의해서, 중국 영화는 의식화에 의해서, 원전보다 여성다움에 대한 자각이 감쇄하였다.

사랑 vs 국가
원전에 없는 로맨스를 헐리우드와 중국 영화에서 가공하여 디즈니사가 제작한 <뮬란>에서는 무란은 상사인 리샹과 연인이 되었고, 중국 영화 <화무란>에서는 무란의 연인 원타이를 왕자의 신분으로 설정하여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켰다. <뮬란>에서는 고향에서 두 연인이 결혼을 하게 되는데, <화무란>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이 희생되었고 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하는 무란의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인 원타이가 죽었다는 전갈을 받고 진영이 엉망이 되어도 무란은 장수로서 만사를 팽개치고 자포자기에 빠진다. 또한 원타이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무란은 구출을 시도하려다 적의 전술에 말려들어 군량미와 군사를 잃게 된다. 무란은 “도피는 전쟁을 멈출 수 없고, 두려움은 우리가 더 많을 것을 잃게 할 뿐이다.”라고 외치며 사랑보다는 국가와 군대를 위해서 강인한 여전사로 다시 태어나길 결심한다. 영화<화무란>에서는 사랑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될 수 있다는 논리를 강조했는데 이 점은 장예모의 영화 <영웅>에서 천하 통일을 위해서 황제 척살의 뜻을 저버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자객의 마지막 선택과도 상통한다. 중국영화 <화무란>은 大 국가의식에 얽매여 공훈보다 가족과 고향을 선택한 무란이 다시 대의를 위해서 사랑을 포기해야 한다는 다소 무리한 설정을 드러냈다.   

새로운 무란의 출현을 기대하며 
영화 <화무란>은 베이징올림픽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화해(和諧)’ 라는 화합과 통일의 메시지를 전하고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민족분쟁, 도시와 농촌의 격차, 빈부 차이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우리는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안정번영이 조화를 이루길 기대해본다. 북방 유목민족의 우수한 작품이 한자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진 무란 이야기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재생산 될 것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여성의 능력과 리더쉽이 각광받는 시대에, 가정에서 효성, 겸손, 지족이라는 덕목을 지니고, 사회에서 용맹하고 강인한 역량으로 무장한 무란이 환영받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성경에서 “마귀의 간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엡 6:11)”고 강조했는데 이 세대에 세상의 권세와 악에 대적할 강력한 여전사인 무란의 출현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김영철│한양대학교 중국학부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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