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8년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1460-1514)가 인도항로를 개척하여 고아(Goa)에 도착한 이후, 1514년 포루투갈 배가 중국 해안에 도착했다. 명나라는 해금(海禁)정책을 폈지만 포르투갈은 마카오(Macao, 奧門)를 강점했다. 그리하여 포르투갈의 대열에 참가하게 된 천주교의 예수회 신부들이 마카오에 상륙하였다. 당시 중국은 명말(明末)의 사회격변기에 강남(江南)지역을 중심으로 정통사상에 대한 도전의 분위기가 유행하였으며, 예수회 신부들이 그곳에 접맥되었다. 여기에 가교(架橋) 역할을 한 인물이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 1552-1610)이다.

마테오 리치는 1582년 8월 마카오에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였으며, 1596년 중국예수회 회장이 되었고, 1601년경에 난징(南京)에서 살다가, 그 후 10여 년 동안은 베이징(北京)에서 생활하다가 58세로 소천(召天)하였다. 그는 제2토미즘과 발리나뇨(Valignano)의 영향을 받아 중국 지식인 사회의 중심부를 향하였다. 그리하여 중국어를 말하며, 승복(僧服) 또는 유복(儒服)을 착용하였고, 수염을 길렀으며, 유가경전(儒家經典)을 읽고 번역하였다. 1603년 출판한 『천주실의(天主實義)』는 중국 고전을 광범하게 인용하고 있다. 조상과 공자묘에 제사하는 것을 허용하였으며, 많은 사대부들과 우호적인 교류를 나누었다. 소위 실학을 추구하던 사대부들은 그가 소개하는 서방의 천문, 과학, 수학, 지리, 역법 등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의 선교전략은 문화 화해의 방법이었다.  

상하이의 서광계(徐光啓,1562-1633)는 마테오리치의 영향을 받아, 이지조(李之藻, 1569-1630), 양정균(楊廷筠, 1557-1627)과 함께 명말 천주교의 3대 주춧돌(柱石)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34세(1596년) 때에 선교사와 접촉하기 시작하여 41세(1603년) 때에 입교(入敎)하였다. 경세치용(經世致用)의 학문을 중시하여 서방의 과학지식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으며, 과학서적의 번역 사업에 종사하였다. 1628년에는『농정전서(農政全書)』를 완성하였고, 역법(曆法) 개선, 화포(火砲) 제작 등에도 관여하여 중국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건한 천주교인으로서 “남경 교안(敎案)” 때(1616년 7월)에는 『변학장소(辯學章疏)』를 지어 황제의 면전(面前)에서 천주교를 변호하였는데, 이것은 명말 천주교의 가장 중요한 문장 중 하나이다. 그는 중국 천주교의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는데, 1608년에는 까따네오(Lazzaro Cattaneo, 郭居靜, 1594-1640)를 직접 상해로 초빙하여 2년 만에 200명의 교인을 얻었으며, 위충현(衛忠顯)의 강압통치 기간 중인 1620년대에 이미 상해에 큰 성당을 지어, 오늘날의 서가회(徐家?) 천주당이 있게 하였다.   

마카오의 성 바울당(聖保羅 天主堂, 오늘의 大三巴牌坊)
마카오의 고원가(高園街) 남측에 있다. 일명 대삼바(大三巴) 천주당이다. 1594년 예수회의 이태리 신부가 발기하여 1602년 정초(定礎), 1638년 완성한 성당이며, 예수회의 수도원이 설치되었다. 부지가 상당히 넓고 담장을 둘렀으며 내부에는 제단을 건축하였다. 원내(院內)에는 1616년 명(明) 신종(神宗) 때 세워진 큰 포대(?臺)가 있는데 해적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건축 당시 남중국 최고의 성당으로서, 많은 외국 선교사들이 이곳에 와서 공부하였는데, 마테오 리치와 아담 샬(Adam Schall von Bell, 湯若望, 1591~1666)이 머문 적이 있으며 서광계도 이곳에서 교리를 공부했다는 설이 있다. 마카오에서 공부한 김대건(金大建, 1821-1846)의 동상이 근처에 있어 한국 천주교회와의 관련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1835년 큰 화재가 나서 성당은 소실되고 앞부분의 벽(大三巴牌坊)만 남았다. 이 벽은 이태리 신부가 설계하여 일본 천주교도 기술자가 새기고 건축한 것이다. 벽 정상에는 높은 십자가가 달려있고 그 아래는 다시 세 부분으로 나누어 천사를 상징하는 비둘기상, 아기 예수상, 성모상 등이 있으며, 그 옆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모란과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가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성당의 대문이 있다. 1970년대에 마카오, 포르투갈 당국은 삼바문(三巴門) 뒤쪽에서 선교사들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과 성당의 부장품(副葬品)을 발견하였다.

베이징의 천주교 남당(南堂, 宣武門 天主堂)
남당이 맨 처음 시작된 것은 1601년(明 萬曆 29년) 신종(神宗)이 마테오 리치에게 북경 거주를 허락한 후, 리치가 1605년 거처 옆의 수선서원(首善書院)을 구입하여 경당(經堂)으로 삼고, 그곳에 마리아상, 예수상, 십자가를 진열해 놓은 때이다. 그는 성당을 사묘(寺廟)라고 불렀으며, 중국 신도들로 하여금 모자를 쓰고 미사에 참여하도록 허용하였고, 중국 신부들도 본국어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순조롭게 발전하여, 1610년에 드디어 선무문(宣武門) 성당이 세워졌다.

그 후 1610년 리치가 사망하고 남경교안(南京敎案, 1616)이 발생하면서 남당은 한 때 문을 닫았다가, 1629년 역법 수정(修曆) 책임을 진 서광계(徐光啓)가 천주교 선교사를 추천 등용하면서 다시 종교 활동 장소로 이용되었다. 1630년(崇禎 3년) 서광계의 추천을 거쳐 아담 샬이 서안(西安)에서 북경으로 옮겨왔고, 그의 노력에 의하여 남당은 1652년에 새롭게 중건(重建)되었다. 이후 양광선(楊光先) 문제(1664년, 康熙 3년)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던 아담 샬이 1666년에 소천한 후 위기를 맞이하였지만, 강희제 친정(康熙親政, 1667) 이후 아담 샬이 “通微(避玄)敎師”로 명예 회복되면서, 1670년 남당(南堂)과 동당(東堂)이 다시 종교 활동 장소로 회복되었다. 

아담 샬 이후에는 강희제의 사랑을 받은 페어비스트(Ferdinand Verbiest, 南懷仁, 1623-1688)가 남당에 거주하면서 흠천감(欽天監)의 일을 책임졌다. 1675년에 강희제가 남당을 다녀 간 이후 써 보낸 액자는 남당의 중앙에 게시되었는데, “萬有眞原”, “敬天”이라는 글귀다. 현재의 남당은 신축조약(辛丑條約)의 배상금으로 수리된 후 1904년에 다시 재건된 것이다. 문화혁명이 이후 1979년부터 천주교 전국 최초로 정상적인 종교 활동이 이루어졌다.

베이징의 천주교 북당(北堂, 西什庫 天主堂)
q[d;w;d의 천주교 북당은 1693년 강희제가 자기의 질환을 낫게 해 준 게빌롱(J. Fr. Gerbillon, 張誠, 1654-1707), 부베(Joachim Bouvet, 白晉, 1656-1730) 등의 프랑스인 예수회 선교사에게 은 수 만 냥과 함께 하사(下賜)하여 지어 준 것이다. 1703년 완성된 후, 강희제는 친히 “萬有眞原”이라는 액자와 시를 써 보냈다. 그러나 그 다음 해인 1704년 교황이 제조사공(祭祖祀孔)과 천(天), 상제(上帝)의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금령을 내려 보내자 강희제는 대노(大怒)하여 서방인의 천주교 선교를 금지하는 금령을 내렸고, 그와 같은 강경책은 1722년 옹정제(擁正帝, 1722-1735在位)가 즉위하면서 더욱 강화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북당은 오랫동안 폐쇄되었다가 1827년(道光 7년)에 관(官)에 몰수되었고, 1838년에는 성당도 무너졌다.

1843년의 황포조약(黃?條約) 이후 금령이 풀리고, 텐진(天津)조약(1858)과 북경조약(1860) 이후 재산 환수(還給舊産) 뿐만 아니라 각지에 성당을 건축할 수 있게 되자, 프랑스 군사령관은 베이징정부에 東, 西, 北堂을 돌려주도록 요청하여 북당의 대가(代價)로 은 8천 냥이 주어졌다. 그리하여 1866년(同治 5년) 원래의 자리(蠶池口)에 다시 50m*21m의 북당을 지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1887년(光緖 13년) 청 황실의 필요에 따라 다시 정부에 귀속되었고, 새로운 곳(西安門內 西什庫 남쪽)에 새로운 북당이 건설되었다. 북당의 정원에 있는 비문(十二柱雙頂 黃亭에 소재)에 이러한 과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1900년(光緖 26년) 의화단(義和團) 난(亂이) 베이징에 미쳤을 때, 북당은 주요 공격대상이 되었는데, 6월 13일에 숭문문(崇文門) 쪽으로 들어 온 민중들이 먼저 외국영사관을 포위 공격한 후, 15일에 동당, 서당, 이어서 북당을 공격하였다.  북당은 1만여 명의 민중들에 휩싸인 상태에서 3천여 명의 신도들이 40여명의 외국 병사들과 무장 신도들의 보호를 받는 형국이었다. 남쪽의 석신골목(惜薪胡同), 서안문 성루(西安門 城樓), 북해남문(北海南門) 등에 설치된 대포의 공격으로 성당 건물이 파괴되고 양쪽에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생긴 이후, 8월 14일 팔국(八國) 연합군이 진입하였고, 신축조약(辛丑條約, 1901) 이후 프랑스의 천주교 교구는 오백만 프랑의 배상금을 받았고, 불에 탄 북당은 재건되었다. 오늘날의 북당은 바로 그 배상금으로 1901년 7월 14일 재건된 것이다. 1958년 대약진운동이 일어나면서 북경 제39중학에서 이용했지만, 개방 이후 다시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베이징시 서쪽(西城區 車公庄大街 6호 北京行政學院 內)에 위치한 마테오 리치 분묘는, 마테오 리치뿐만 아니라 아담 샬(1666년 사망), 페어비스트(1688년 사망), 카스틸리오네(Ginseppe Castiglione, 郞世寧, 1766년 사망) 등 63위(位)의 선교사 묘비가 모셔진 등공책란(藤公柵欄) 외국인 선교사 묘지 안에 있다.  한 때 800기(基)가 넘는 묘가 있었다고 하니, 중국 최대의 선교사 묘지가 된다. 이곳은 1610년 리치가 사망하자 남당에서 장례를 지낸 후, 조정에서 하사(下賜)한 이곳에 안장하면서 생겨났다. 당시 장례식은 리치의 후계자인 롱고바르도(Longobardo, 龍華民, 1559-1654)에 의해서 거행되었는데, 이 묘지 또한 그에 의해서 설계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리치의 묘와 함께 그 좌우에 아담 샬, 페어비스트의 묘를 모신 묘지가 있고, 바로 옆에 있는 외국인 선교사 묘지가 구분되어 있다. 세 분의 묘는 모두 유럽식 분묘에 중국식 묘비로 이루어져 있다. 벽돌 형식의 높은 서양식 감실(監室, 1900년 重建) 내부에 전통 중국 양식의 한백옥(漢白玉) 비석을 두고, 비수(碑首)에는 고위 관직자를 뜻하는 용(龍)문양을 장식하였으며 십자가 문양으로 예수회를 나타냈다. 묘비 중앙에는 크게 “耶蘇會士利公之墓”라고 각인되어 있고, 좌우측에 라틴어와 중국어로 각각 마테오리치의 생애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묘원(墓園)에는 63명의 선교사를 모시고 있는데, 이들의 묘비 가운데에는 예수회의 상징물 즉 HIS 문자 문양, 십자가 문양 등이 전통 중국 풍격의 부귀, 길상, 장수를 의미하는 학, 사슴, 쌍용 문양 등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는 불교의 상징인 만(卍)자 문양이나 연꽃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1900년 의화단 난 때 크게 훼손되었지만 1927년쯤에 재정비되었고, 문화혁명 이후에도 다시 재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상하이의 서광계 분묘(墳墓)와 서가회(徐家會) 천주당

서광계 분묘는 상해(南丹路 17號)에 있는 서광계 공원(徐光啓公園) 안에 있다. 원래 서광계 사망 다음 해인 1634년(명 崇禎 7년)에 마련된 것으로, 최근에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중수(重修)하여 대외적으로 개방하는 유적지가 되었다. 아울러 서광계의 과학적 업적과 함께 예수회 신부와의 교류, 신앙적 흔적까지 함께 소개되어 있다. 서가회 천주당은 서광계의 외손이 시작하여 발전한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서가회구(徐家?區 蒲西路 158號)에 있는데, 아편전쟁 이후 상해지역 최초의 천주교 성당으로서 1851년 3월 예수회 신부 고트랑(Fr. Claude Gotteland S.J, 南格祿, -1856)이 건축한 바 있고, 1910년 10월에 다시 한 번 재건축하여 상해 최대의 천주교 성당이 되었다.    

사실 명말청초의 천주교 관련 유물과 유적은 선별하여 소개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많다. 특히 교안(敎案)에 관련되어 수난당한 이들의 아픈 역사도 소개되어야 마땅하다. 이번에는 짧은 지면 사정으로 인하여 명말청초의 대표적 천주교 인물인 마테오 리치와 서광계에 관련된 일부 유적만 소개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김병태 | 배재대학교 교수·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