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있을지라도
남편은 이미 십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현재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기에 나는 혼자 지내고 있다. 아들은 항상 바빠서 만날 기회가 드물다. 처음 몸이 건강했을 때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도 왔었는데, 이제는 그런 사람도 없다. 건강이 악화되어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너무도 외롭고 쓸쓸해서 말벗이 되어 줄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지만, 적막 속에 똑딱똑딱 시계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나는 외로운 마음을 안고 하나님께 기도드리곤 했다. “하나님, 비록 너무나 외로운 상황이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떠나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주님께서 제 모든 생각과 연약함을 잘 알고 계심을 믿습니다. 주님은 언제나 저를 도우셨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마음의 이야기들을 하나님께 아뢰고 나면 다시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위로하시는 주님
남편은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었다. 오랜 세월 분필가루를 마셔온 것 외에도 사무실의 흡연자들로 인해 간접흡연의 영향을 받아 젊은 시절 폐결핵을 앓았었다. 이 모든 것이 훗날 폐암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게다가 남편은 급성 폐암 말기 진단을 받기 전까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었다. 폐암 진단을 받았을 당시는 이미 수술 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늦가을부터 시작된 남편의 항암치료는 겨울까지 계속되었다. 추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병원을 오가며 남편을 돌봤다. 장기간 기관지 확장증을 앓아왔던 내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남편을 돌볼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보호하심 때문이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나의 유일한 바램은 아들이 나를 자주 찾아와 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일을 위해 매일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러던 중에 일본에 있던 아들에게서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들의 회사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게 되었고, 아들이 책임자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단지 아들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드렸는데 하나님께서는 더 큰 축복으로 응답해주신 것이다. 아들은 일본과 중국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전 보다 자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주말에는 함께 교회 집회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연약한 나를 위로하시고, 축복해주시는 주님께 기쁨과 감사의 찬송을 올려드렸다.

소망을 잃어가는 나날
나는 오랫동안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맥박이 고르지 않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 등에 시달리고 있다. 아들은 회사 일로 바빴지만, 잠깐의 짬이 생기면 내게 달려와 주었고, 진찰이 필요할 때면 함께 병원에도 가주었다. 또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시간을 내서 나를 보러왔다. 그럴 때마다 아들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최근 몇 년간 심장약을 과다 복용한 영향으로 신장에 무리가 와서 손과 발, 얼굴이 붓는 증상이 나타났다. 신장 합병증이 생긴 것이었다.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발가락에서부터 허벅지까지, 나중에는 가슴부분까지 모두 붓기 시작했다. 내장 기관들이 심하게 눌리고, 눈도 뜰 수 없었다. 걷는 것도 힘들게 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숨이 차서 벽에 기대어 ‘헉,헉,헉’하고 숨을 고르곤 하였다. 호흡 곤란 증상 때문에 산소를 들이 마시면 전신이 납으로 가득 찬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다. 이럴때면 침대에 누워있는 일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자꾸만 절망과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들은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총책임자를 맡게 되면서, 일본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들이 전화를 걸어 내 건강상태를 물을 때마다 나는 “괜찮으니 염려하지 말라.” 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일하는데 방해만 될 뿐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그 밖에도, 나는 소금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 없었기에 무엇을 먹어도 별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음식을 보면 토하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안먹으면 또 기력이 없어지니까 안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삶에 대한 희망이 없어진 나는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하나님은 어째서 나의 간구를 들어주시지 않죠? 저를 잊으셨나요? 교회의 한 자매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속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입을 열자마자 울게 되었다. 이 세상을 떠나기가 매우 아쉬웠던 모양이다. 자매가 바로 다음날 나를 보러 찾아왔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호소하며 간구하고 맡겨드렸다. 나의 병세는 점점 악해져만 갔다. 그래서 자매와 통화할 때 나는 반복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희망이 없어. 희망이 없다고, 숨쉬는 것도 어렵고 어쩌면 내일까지 살 수 없을지도 몰라.”

흐르는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자매는 나에게 모든 것을 다 맡기라고 권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아무 잘못도 없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설령 나를 하나님 나라로 데리고 가신다 할지라도 순복해야한다고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 제가 주님의 뜻에 순복하겠습니다. 죽으나 사나 저는 주님의 것입니다.” 나를 완전히 그분께 맡겨드렸을 때, 하나님은 더 이상 내일을 염려하지 않는 마음을 주시고 생각하지 못했던 평안을 내려주셨다. 더 이상 걱정 근심이 없었다.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
마음이 평안해진 상태에서 교회 성도의 도움으로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나는 지난 병력이 적혀있는 자료를 의사에게 건냈다. 자료를 살펴본 의사는 부드럽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병은 고칠 수 있는 병입니다.” 나는 어느 의사에게서도 이런 말을 들어본 일이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게 “연세가 많으시고, 거기다가 심장병까지 있으니 약을 쓰기가 매우 곤란하군요.” 이렇게 말했고, 아예 대답조차 하지 않는 의사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나는 희망을 잃어갔다. 그런데 오늘 치료가능 하다는 의사의 말을 통해 희망을 보게 되었다.

그후 약물 치료와 복용약의 양을 조절한 결과 붓기가 내려가고, 식욕이 생기고, 당뇨도 거의 없어졌다. 붓기때문에 걷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붓기가 다 내려가서 걷는 것도 편해지고 몸도 많이 가벼워졌다. 의사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사실 내 상황에서 약의 양을 더 늘린다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임상 경험이 많을 뿐만 아니라 환자를 사랑으로 대했기에 염려하지 않고 맡겼다. 하나님께서는 의사에게 지혜와 능력을 더하셔서 약의 양을 늘린 상황에서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도록 도와주셨다.

내 육체가 사막과 광야를 건너는 때에라도 신실하신 하나님께서는 사막에 강을 내시고 광야에 길을 내시는 일을 하셨다. 오늘 산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주님이 살아계신다.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모든 것이 주께 있고, 그분은 실수가 없으시다.

선한 목자되신 주님을 찬양하며
지난 수 십 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하나님께서는 항상 나를 보살피시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 내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하나님은 나를 안고 고난의 강을 건너주셨다. 오늘날 지난 이야기들을 떠올리면 어김없이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리운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한 번도 나를 떠나신 적이 없으시다. 나는 그의 어린양이고 나의 목자는 양을 위해 생명을 내어주셨다. 나처럼 복 받은 사람이 있을까. 자비로우신 주님은 나를 늘 붙드시고 위로해 주셨다. 사망의 골짜기에서 나를 건져내어 주셨으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미리 계획하셨다. 나의 호흡이 허락되어지는 그 날까지 나는 주님을 찬송할 것이다. 참 기쁜 좋은 소식이 되시는 예수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영원히 십자가만을 높이며 모든 영광을 주님께 돌려드릴 것이다.



출처│www.ccchina.org
번역│이보배ㆍ중국어문선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