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중국이 개방정책을 행하고 이에 따라 제한된 범위 안에서나마 중국 선교가 가능해졌을 때, 한국교회 안에서는 중국선교에 대한 관심이 요원(燎原)의 불길처럼 타올랐다. 중국선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오랫동안 문을 닫고 있던 사회주의 국가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의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복음의 빚을 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끝부분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등 여러 가지였다. 그 이유들 가운데 하나가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을 통한 북한선교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국과 북한은 혈맹 관계의 선린국(善隣國)이기는 하지만 별개의 나라이고, 북한의 폐쇄성과 특수성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중국교회 대표들이 북한교회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중국교회 대표 가운데 조선족 목사가 계셨는데 그 분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북조선은 달라요.’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은 다음 여러 면에서 북한선교에 유익한 존재이고, 따라서 중국선교는 북한선교와 연결되며, 우리는 이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울은 당시 땅끝이라고 인식된 서바나(스페인)를 선교의 최종 목적지로 하였다. 그리고 로마를 후방기지로 삼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다.(롬 15:24) 중국과 북한선교의 관계를 살펴보면 북한은 서바나에, 중국은 로마에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선교를 통한 북한선교는 현재 진행형
중국선교를 통한 북한선교는 지금도 은밀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국선교사들이 북한에 출입하는 재중동포(조선족)들에게, 성경, 전도책자, 전도용품들의 전달을 부탁하는 일이 많다. 중국 동북지역에서 선교사들을 만나면 대부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 무엇인가 하고 있다.’라는 말을 한다.

또 조선족 교회나 성도들이 능동적으로 북한선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90여 년 전에 평안도 지방의 한 교회가 중국에 교회를 세웠는데 이 교회는 중국의 조선족 교회를 대표하는 교회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교회가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모교회(母敎會)를 재건하기로 결정하고,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러 이유로 중국에 나왔다가 교회를 알게 되고 신앙을 갖게 된 북한 주민이 북한에 되돌아가서 전도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북한당국은 이것을 엄하게 단속하고 있으며, 발각되어, 희생되거나 고초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중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 가운데는 탈북자들을 북한선교사로 훈련시키는 사역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한 선교사는 지린(吉林)․지난(濟南)․정저우(鄭州)․시안(西安) 등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훈련 캠프를 설치하여 운영하였다. 중국의 많은 지역이 북한선교를 위한 훈련기지 소재지가 된 셈이다.

이런 일들은 국지적이고, 제약이 많고, 위험을 각오해야 하지만 우리가 지금 힘써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이다. 작은 일에 충성하는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시고, 오늘 최선을 다 하는 사람에게 내일을 열어주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런 일에 힘을 쓸 때 북한선교의 큰 문이 열리게 해 주실 것이다. 이와 같은 일들에 대해서는 따로 집필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여기에서 더 자세하게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교회가 선교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북한에 보내는 협력 물품 가운데 많은 부분이 중국의 단둥(丹東)을 통해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반입된다. 대북협력사업을 위해 북한을 출입하는 교계인사들도 중국의 선양(沈阳)이나 베이징(北京)을 통해 출입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연락이나 비자수속도 중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점도 북한선교를 위한 중국의 기여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신앙자유의 유익을 증명하는 이웃나라
“중국을 본받아 개혁․개방 하는 것이 북한이 사는 길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남한에서도 이 말을 많이 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이 말을 많이 한다.

몇 해 전, 중국 동북지방에서 조선족 동포의 차를 세내어 조중변경(朝中邊境) 지역을 답사한 일이 있는데, 북녘의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산하와, 궁핍이 겉으로도 드러나는 마을들을 바라보며 이 조선족 동포는, “개방만 하면 되는데……. 개방만 하면…….” 혼잣말을 하였다. 이런 일에 종사하는 분들은 정치적인 언급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관례인데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중국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단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빈곤에서 번영으로 탈바꿈된 것을 체험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개혁개방에는 신앙의 자유를 주는 것이 포함된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개혁개방의 유익을 배우면서 신앙의 자유를 주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배웠으면 한다. 오늘날 중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경제대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교회의 문을 열어 준 이후였다. 중국에서도 북한에 개혁․개방을 여러 차례 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후진타오(胡錦濤)나 원자바오(溫家寶) 같은 중국 지도층이 중국의 신앙자유와 경제발전의 상관관계를 알고 김정일에게, “교회의 문을 열어주면 사회주의가 흔들릴 줄 알았더니 아닙디다.” “기독교는 서구 제국주의 침략의 선봉인 줄 알았더니 좋은 점들이 많습디다.” 결론적으로 “교회의 문을 열어주었더니 나라가 잘 됩니다.”라고 한마디 한다면 북한의 종교정책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북한도 내심으로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마음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일이 2001년에는 5박 6일 일정으로 상하이 푸동 첨단산업단지를, 2006년 1월에는 8박 9일 동안 광둥성 주하이 선쩐 일대의 산업시설을 돌아본 것이 그 증거가 되는데, 그러면서도 종심(縱深)이 짧아서, 다시 말하면 개혁․개방이 곧 체제붕괴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해서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는 언젠가는 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이 현실화되고 따라서 신앙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가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혁개방을 해서 교회의 문을 열어주어서 잘 된 나라 중국이 북한의 이웃에 우의(友誼)가 두터운 ‘따거(大哥)' 또는 ‘스푸(師父)'로 북한의 이웃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북한선교에 긍정적인 요인임에 틀림없다.

역사비교에서 교훈을 주는 중국교회
중국과 북한의 교회는 1940년대 후반에 사회주의화된 나라에 존재하고 있다는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과 북한의 교회는 시차와 형태의 차이는 있더라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같은 궤적(軌跡)을 그리고 있고, 이를 통해서 북한교회의 앞날을 전망할 수 있게 된다.

북한에서는 1972년에 평양신학원이 문을 열고 조선그리스도교도련맹(당시 이름 조선 기독교도련맹)을 비롯하여 여러 종교단체들이 표면으로 나와, 종교정책의 변화를 보여 주었는데, 이 무렵 중국의 교회는 문화대혁명의 가혹한 폭풍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때는 북한의 교회가 앞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교회가 훨씬 앞서 있다. 이것이 앞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라는 말을 쓴 이유이다.

두 나라의 교회가 걸어온 길에는 유사점이 많다. 중국이 공산화가 된 뒤 30년이 지난 해인 1979년에 상하이에 무언탕(沐恩堂) 교회가 문을 열었는데 북한이 공산화가 되고 40여 년이 지난 1988년에 평양에 봉수교회가 세워졌다.

중국은 교회에 대해 복당(復堂) 정책을 실시했는데 북한은 예전에 김일성의 어머니가 출석하던 하리(下里)교회가 있던 자리에 칠골교회를 다시 세웠다. 이것을 두고 ‘하리교회를 재건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북한이 옛 교회를 회복시킨 일은 일회성으로 끝났지만 칠골교회 건립은 복당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고 앞으로 옛 교회들이 회복되는 일들이 행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는 일이었다.

북한의 기독교를 관리하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은 남한교회들의 대북협력사업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 중국교회는 애덕기금회(愛德基金會)가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는 강량욱(康良煜) 목사라는 정부쪽에 서서 교회 문제를 담당했던 지도자가 있었다.

많은 차이가 있지만 중국에서는 딩광쉰(丁光訓)이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삼자교회는 초기에는 ‘삼자는 가짜’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은 아직까지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지금은 ‘삼자교회에도 성령이 역사한다.’ ‘삼자교회와 가정교회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에 대한 인식에도 하루속히 그런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중국이 공산화가 된 이후 중국의 교회는 시련기(1949～1958) - 탄압기(1958～1966) - 고난기(1966～1976: 문화대혁명 기간) - 소생기(1976～1980) - 영적갈등기(1980～1982) - 박해기(1983～1984: 가정교회에 대한 탄압)의 길을 걸어 1985년부터 선교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교회는 6․25 이전에는 ‘소극적 박해기’로 분류되는데 이는 중국교회의 시련기와 같고 6·25 이후에는 적극적 박해기(또는 말살기)를 맞게 되는데 이는 중국교회의 탄압기와 같다. 북한의 교회는 중국교회가 걸은 길에서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도 교회가 세워지고, 성경이 출판되고, 여러 형태의 종교활동이 재개 되었으니 소생기라고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실질적으로는 무서운 박해 가운데 있으니 고난기라고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중국의 교회가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도 놀라운 부흥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교회도 부흥할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교회는 처음 개간되는 돌짝밭이 아니라 ‘묵은 땅’(호 10:12)이다. 묵은 땅은 농사가 잘 된다. 한말에 간도지역으로 이주한 우리 농민들은 그 지역의 묵은 땅을 논으로 만들어 많은 수확을 올려, 수농(水農)에 능한 민족으로 인정을 받았다. 묵은 땅 위에 쌓인 낙엽은 값진 거름이 되는데 북한교회가 그 동안 겪은 고난이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교회는 지금은 선교하는 교회로 우뚝 솟아 있다. 중국교회가 걸어온 길은 북한의 교회도 선교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는 소망을 갖게 해 준다. 위의 중국교회 역사의 시기구분은 조나단 차오 지음, 중국어문선교회 편역인 「중국선교핸드북」을 따른 것인데, 조나단 차오 (趙天恩)목사는 중국교회가 선교중국의 기치(旗幟)를 들기 이전에, 이미 중국교회를 선교하는 교회로 규정하는 예지(銳智)를 보여 주었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는 북한교회도 선교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는 소망을 갖게 된다.

시작 부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바울은 서바나를 전도의 최종목적지로 삼고 있었다. 당시 서바나가 땅끝이라고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땅끝’은 오랫동안 지리적인 차이를 기준으로 했고, 그 다음에는 문화적인 차이, 지금은 상징적인 의미, 또는 가장 전도하기 어려운 대상을 기준으로 하는데 그런 점에서 북한은 한국교회의 땅끝이라고 할 수 있다. 바울은 로마를 서바나 전도의 후방기지로 삼으려고 했는데, 우리는 중국과 중국교회가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 그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 복음이 전해지는 통로였다. 신라에 들어왔을 것으로 여러 증거들을 남기고 있는 경교(景敎)는 당을 거쳤고, ‘까울레’라는 말로 우리나라의 존재를 처음으로 외부에 알린 루브락은 원의 수도에 사절로 다녀가면서 그런 일을 했고, 가톨릭도 중국이 묘판 역할을 했다. 개신교의 경우도 첫 순교자 토마스 목사가 중국을 출발지로 했고, 로스 선교사는 중국 동북지역에서 한국청년들에게 신앙적 감화를 끼치며, 세례를 주었고, 성경을 번역하도록 했다. 이 청년들에 의해 한국의 북부지역에 복음이 전해지고, 황해도 소래에 한국의 첫 교회인 소래교회가 세워졌다.

중국이, 그리고 중국교회가 북한에 대해 다시 한 번 같은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면서. 다소 비약이기는 하지만 “한국교회는 중국을, 중국은 북한을!”이라는 구호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소망을 품고 기도하게 된다.





유관지│감리교북한교회연구원(NCRC)원장ㆍ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