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름, 처음 참가하는 단기선교였기에 많이 설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하늘은 티없이 맑았고, 따사로운 햇살은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는 듯 했다.

예비하신 영혼을 만나러 가는 길
다른 지역에서 합류한 여러 형제자매들과 함께 훈련을 받고 이튿날 N족을 찾아 떠났다. 오로지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만을 붙잡고 나가기에 만만치 않은 영적 공격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 조는 비교적 가까운 초원지역으로 갔다.

N족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배운 민족 방언을 연습도 해보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라는 기대감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우리조는 한 마을에 도착해서 D 지역으로 향했다. 초원을 개간하여 유채꽃과 감자를 심은 밭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도착하고 우리를 맞아주는 분들이 있었으니 하나님께서 예비해주신 첫 번째 집이었다. 그저 예비해주심이 감사하고 놀라웠다. 마침 그 날은 그 집 어르신의 49재라서 친척들이 다 모여 있었다. 풍성한 저녁 대접을 받은 후, 먼저 그 집의 두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 댁 어르신들은 두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신앙 이야기 듣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셨고, 두 아이는 예수님을 받아들였다. 다음 날, 그 집을 나서기 전 가지고 간 약을 드리면서 아픈 곳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어르신 네 분께 복음을 전했다. 중간까지 이야기 잘 들으시다가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하려는 순간, 애기 찾아야겠다고 하시면서 그 자리를 피하신 분이 계셨다. 급히 그 분을 따라가 보았는데, 아이를 찾으려고 함이 아닌 것을 알았다. 복음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과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집에서 섬김을 받고 복음을 전하고 새로운 곳을 향해 길을 나서던 아침, 우리 조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에 휩싸여 있었다. 하나님은 우리가 우리 갈 곳을 걱정해도 아무 소용없음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잠잠히 순종하여 나가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첫 번째 집을 통해 가슴 깊이 깨닫게 하셨다. 예비해주신 다음 목적지를 놓고 기도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때 나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아버지의 평안을 누렸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 머리와 내 방법을 더 의지했구나!’

하나님의 인도하심 따라
N족을 찾아 걷고 버스를 타고, 묻고 또 물어 택시를 타고 드디어 인가가 적은 한 동네에 이르렀다. 우리를 태운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택시요금을 터무니 없이 많이 불러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우리를 낙심케 하려는 영적공격임을 알고 그냥 부르는 대로 돈을 주고 예비해주신 두 번째 집에 들어갔다. 이 작은 동네에 오는 동안 택시에서 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황량한 허허벌판 평원이었다. 광야에서 40년을 보낸 모세가 떠올랐다. 소망을 갖고 볼 수 있는 곳은 오로지 하늘뿐인 광야에서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도시의 빌딩이나 혹은 산같이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무 한 그루조차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 ‘나는 참 가진 게 없구나,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갖기 위해서 열심히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하나님을 대면하는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 집에는 양을 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살고 계셨다. 마당에 양과 염소, 돼지를 치기 때문에 동물들의 배설물이 가득했다. 우리는 꼬박 1시간이 걸려 마당의 배설물을 깨끗이 쓸었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자 풀을 뜯으러 초원에 나갔던 양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집 밖에서 양들이 마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감동이 온다. 우리가 세상에 살다 천국에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참 공교롭게도 이 집에는 99마리의 양을 치신다고 했다. 염소도 조금 섞여있긴 했지만,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 바로 이 집의 영혼이었다. 그 인가가 적은 동네에도 아이들이 있었다. 이웃의 아이들 네 명을 할머니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上太?’ 찬양을 가르쳐주면서 즐겁게 불렀다. 역시 아이들은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이 네 명의 아이들에게 누가 하늘과 땅과 사람을 만들었나 얘기해 주면서 예수님을 전했다. 아이들은 예수님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너무 기뻤다. 저녁 때 아이들은 다 돌아가고, 양들은 목이 마르다고 엄청나게 울어댔다. 양의 울음소리는 마치 우리들의 기도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우리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다 구분하시고 들으신다는 그 사실이 새삼 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때 이 동네에 비가 한 달 정도 오지 않은 상태라서 양들도 먹을 물이 거의 없었고 우리들도 물이 부족했다. 다음날 새벽에 비가 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수도 꼭지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도우심과 단비와 같이 내려주시는 은혜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떠나기 전 주인집 할머니와 이웃집 할머니께 복음을 전했다. 두 할머니께서는 사투리가 심하셔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 집을 떠나기 전 아이들에게는 성경책 한권을 전해주고 나오면서 마음 한 켠이 씁쓸했다. 누군가 이 아이들의 믿음을 돌봐줄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는데 하는 안타까움이 돌아가는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복음이 들어올 때, 대동강 강변에서 토마스 선교사가 배에서 성경책을 던지기만 했을 뿐인데, 그 성경을 읽고 감복하여 주님을 영접한 일들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이 아이들의 믿음도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임을 믿는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N족을 만날 거라고 기대했지만, 우리는 모두 한족을 만나고 돌아왔다. 솔직히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하나님께는 N족이나 한족이나 모두 귀하다는 사실을. 이번 단기선교를 통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삶의 자리에 돌아와서도 잠잠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낮은 마음을 갖고 살아야겠다.


변은성 | 중국 현지 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