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주님을 만난 후

흔히 말하는 모태신앙의 굴레가 나에게도 있었다. 그래서 과거의 내 모습은 남을 판단하기 좋아하고 하나님이 계심을 알지만 그분을 절대적으로 의지하지 못하였고, 다만 율법적 두려움으로 교회를 습관적으로 다니는 단순한 종교인이었다. 예수그리스도의 구원의 십자가에 대한 감격과 은혜를 체험하지 못했고, 절박한 문제가 생기면 그저 하소연과 원망이 섞인 기도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스스로의 삶을 비관하며 20세까지만 살고 싶었던 절망적인 시기에 그분! 예수그리스도께서 나의 삶에 찾아오셨다. 현실에 놓인 가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헤매 일 때에 주님은 이사야 41장 10절 말씀을 통해 다가오셨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진정한 구주로 영접하고, 예수님을 모르는 곳에 복음을 전파하며 교회를 세워야겠다는 선교사의 비전을 갖게 되었다. 당시 비록 17세 였지만 선교사의 비전을 품고 항상 말씀을 붙잡고 생활하면서 선교지로 나갈 때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은 30세가 되기까지 계속되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가운데 직장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돌이켜보면 선교사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배운 소중한 시간들이였다.

점검의 시간을 통해

비전이 있다고 해서 바로 그 비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바로 선교지로 나가지 않았던 나는 성경학교, 제자훈련학교, 선교학교, 신학 등으로 12년 동안 준비를 하게 되었다. 이 시간들을 통해 비전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을 다르게 창조하셨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같을 순 없지만 누구에게나 하나님의 뜻에 합한 소명의 점검시간은 있다고 본다. 하나님 아버지는 각자의 믿음의 분량대로 하나님의 계획과 목적에 따라 비전을 주신다. 이 비전을 통해 창조주 아버지가 원하시는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져 가는 것이다.

나는 선교지로 나아가기 전에 선교집중훈련을 받게 되었다. 이 훈련은 내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자,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정보들이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와 같은 훈련과정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깨닫고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는 분이시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훈련과정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하나님과 멀어져 있는 민족과 나라들을 알려주셨고 그 중에서도 꼭 선교사의 필요가 있는 한 곳을 알게 해주셨다.

캠퍼스 사역을 위해서

그때 알게 된 곳이 바로 중국 안에 있는 소수민족이었다. 내가 그 땅으로 갈 것을 결정하고 기도한 후 주님은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준비해 주셨으며 심지어 함께 동행 해 줄 안내자까지 허락해주셨다. 그래서 주님께서 허락하신 그 땅에서 9년의 시간을 감사함으로 지낼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에서 언어를 배우며 일대일양육 사역에 초점을 맞추었다. 언어를 배우면서 알게 된 사실은 뜻밖에 중국인들은 타인 의존형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외국인이 운영하는 교회나 선교사역은 그 선교사나 외국인이 그곳을 떠나면 계속 자생하지 못하며 더 이상의 신앙성장이 없는 특징과 외국인과 모임을 함께했던 친구들은 현지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 등을 알게 되었고, 이런 특징들을 감안하여 앞으로의 사역방향들을 놓고 구체적으로 기도하며 준비해 나아갔다.

내가 있는 이곳은 큰 도시가 아닌 작은 도시라는 점이 또 하나의 특성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특성들을 염두에 두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를 따라, 복음을 전하기 전에 그들에게 먼저 나의 집을 개방하여 누구든지 편히 와서 쉴 수 있는 편안한 곳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관계중심적인 선교를 시도했다. 힘들어 하는 이에게 내 어깨를 빌려주고 기대어 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캠퍼스 사역은 그들이 나를 신뢰할 때까지 많은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사역중의 하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역을 할 때 나는 한 그루의 고목(古木)이 되어버린 것 같은 마음까지 들었다. 비로소 그들의 마음에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면 복음을 전하게 되고  복음을 영접한 이들에게는 일대일양육을 시작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대일양육을 하면서 중국교회에 다닐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양육의 시간 동안 그들을 주님의 사랑으로 섬기며 보살핀다. 내가 처음 만난 중국 친구들은 목적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자유가 없는 구속적인 부모들의 사랑 때문에 많이 힘겨워 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최소 6명(부모님과 양측 조부모)의 가족으로부터 부담스러운 기대와 기대에 부응하는 사고를 강요받아 많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그 상처를 표현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생명의 근원되신 예수님을 만남으로 삶의 소망을 발견하며 힘겹고 상처받았던 모든 부분들이 회복되어지기를 소망해본다

나는 이들에게 고목나무처럼 쉼과 힘을 주는 일인 복음의 사역자로 계속해서 달려가고 싶다.

제사보다 나은 순종으로

선교란 “그 일을 성취하시고 이루시는 분은 내가 아닌 그분이시다. 나는 단지 주님이 부르신 그곳에 있었을 뿐 그들을 자라게 하시는 분은 오직 한 분임을 잊지 않고 잠잠히 순종한다” 면 그것으로 나는 하나님께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이루어 가신다고 믿는다.

현재 하나님께서 나에게 양육하도록 허락해주신 친구들은 현지교회에서 잘 적응 하고 언변의 은사가 있는 친구들은 교회지도자로 세워져 있다. 그들이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면 내가 해야 할 섬김은 다 한 것이라고 본다. 

끝으로, 현지에서 9년의 사역을 통해 세 가지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되었다. 나에게 붙여진 사람들을 섬길 때에 첫째, 예수님께서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셨던 것처럼 친구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 친구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필요함을 채워주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인내하는 일이다. 둘째, 그들이 나를 아프게 배반하더라도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이셨던 것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신뢰하며 믿어주는 것이다. 셋째, 그 친구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마음에 담고 하나님의 사랑을 널리 전할 수 있도록 그들이 세상으로 다시 나가도록 다리가 되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크리스천의 삶의 목표는 오직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교는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한 사랑이 나의 삶에 차지하는 중요한 의미와 삶의 목적을 알게 해주고, 그들에게 살아 숨 쉬고 자신의 삶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인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주님을 갈망하며 그 분께 순종하는 자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계속되어질 것이다.  


하찬미｜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