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언어는 인류가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상적 교류와 교제를 나눌 때는 통역번역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해결해왔다. 따라서 통역번역은 매우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과학이요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통역과 번역은 출발어에서 도착어로의 의미전환을 뜻한다. 즉 한국어에서 중국어로의 통역번역을 이야기한다면 출발어는 한국어가 되고 도착어는 중국어가 된다. 반대로 중국어에서 한국어로의 통역번역의 경우에는 출발어와 도착어가 각각 중국어와 한국어가 되는 것이다. 본 논문은 한.중 통역번역에 있어서 중점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몇 가지 사항을 크게 어휘, 생활문화, 지리환경, 민족감정, 문법특성, 화용적 특성 등 여섯 가지 요소로 나누었다. 그리고 이 요소들이 한중통역번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어휘의 정태적 의미와 동태적 의미
1) 문장 속 어휘에 대한 동태적인 해석
문장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화자의 생각을 청자에게 전달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따라서 두 언어간의 통역번역은 구체적인 문장 하나하나에 착안하게 된다. 문장은 어휘적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문장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통역번역을 하는 데는 우선 문장 속의 어휘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어휘는 정태적 의미와 동태적 의미1)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태적 의미란 사전 적인 의미를 뜻하고 동태적 의미란 문장가운데서의 의미를 뜻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他不是??西。(*물건)
  = 他不是人。(그는 사람이 아니야)

(2) 我早?要?新房子的。(*아침과 저녁)
  = 我?有一天要?新房子的。 (언젠가는 내가 새집을 마련할 것이다.)

(3) 宋恩子: 我出?不?高明的主意: 干脆??包月, 每月一?, 按??算?把那点... ...
그리 훌륭한 의견은 아닌데, 차라리 월정제로 매월 1일 양력으로 계산을 해서  것을... ...
?祥子: 那点意思。(*그 의미)
             그 돈.
    宋恩子: ?, 那点意思送到. ?省事, 我?也省事。
             그래, 그 돈을 보내. 너도 덜 성가시고, 우리도 편하지.
                                    - 老舍의 극본 《茶?》중에서-
(4) 兩三?星期的工夫, 他把腿?出?了, 就?了?新?。(*어슬렁거리며 걷다)
   몇 주 동안, 그는 다리를 단련하여 완쾌되어 새 차가 되었다.
                                         -《駱?祥子》중에서-
 
 
예문(1)에서의 ‘?西’는 사전적 의미로는 ‘사물’을 뜻하나 위의 문장에서는 ‘몹쓸사람’의 의미로 쓰여 ‘사람’으로 번역하여야 의미가 성립된다. 예문(2)에서도 마찬가지로 ‘早?’이 사전적 의미인 ‘아침과 저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혹은 ‘어느 때에 가서는’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예문(3)에서 ‘那点意思’는 간단히 글자 표면상의 뜻인 ‘그 의미’의 뜻이 아니라, 여기서는 ‘돈’을 의미한다. 또 예문(4)의 ‘?’는 사전상의 의미인 ‘어슬렁거리며 걷다’의 뜻이 아니라, ‘練(단련하다)’의 의미이다.
이처럼 어휘는 언어 환경, 즉 화용적인 상황 속에서 운행하여 동태적인 모습을 나타내므로 통역번역을 할 때는 사전적인 의미만이 아닌 문장 속에서의 어휘의 동태적 기능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2) 넒은(광의의) 의미를 갖고 있는 어휘에 대한 동태적인 해석
 모든 언어마다 광의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휘들이 있다. 이러한 어휘들은 문장 속에서 그 나라의 민족 특성과 습관에 따라 다른 언어와의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이러한 어휘에 대한 통역번역은 특별히 문장 가운데서의 동태적 의미를 고려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중국어에서의 ‘打’와 ‘?’를 보면

打 ： 打人 (사람을 치다) / 打手心(손바닥을 때리다) ／ 打耳光(뺨을 때리다) ／ 打?(쇠를 때리다) ／ 打??球(탁구를 치다) ／ 打?球(농구를 하다) ／ 打水(물을 길다) ／ 打 ??(전화를 걸다) ／ 打酒(술을 사다) ／ 打??(전보를 치다) ／ 打包(물건을 싸다) ／ 打官司(관계를 뚫다) ／ 打?睡(졸음을 졸다) ／ 打?(코를 골다) ／ 打草稿(초안을 작성하다) ／ 打洞(굴을 파다) ： ?工作(일을 벌이다) ／ ?政治(정치를 하다) ／ ??作(작가활동을 하다) ／ ?文? (문학을 하다) ／ ?鬼 (생각을 꾸미다)／ ?????(음모와 궤계를 꾸미다) ／ ?投机??(투기를 하다) ／ ???(연애를 하다) ／ ??吃(돈을 벌다) ／ ?女人(여자와 놀아나다) / ‘打’와 ‘?’를 우리말로 번역하였을 때 사전적 의미는 ‘...하다’이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 보았듯이 ‘打’와 ‘?’가 다른 어휘들과의 결합하면 ‘....하다’의 의미만이 아닌 다양한 의미로의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어의 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휘로 ‘...하다’를 살펴보면

하다 : 수영을 하다 (游泳) / 밥을 하다 (??) / 운동을 하다 (做??) / 공부를 하다 (做功 ?) / 바느질을 하다(??) / 빨래를 하다(洗衣服) / 운전을 하다 (??) / 바이올린을 하다 (拉小提琴) / 경제활동을 하다(???活?)??

한국어의 ‘하다’의 동사가 중국어로 통역번역을 할 때도 ‘...하다’에 해당하는 중국어‘做’는 뒤에 나오는 명사가 무엇인가에 따라 다른 동사 즉 ‘游，?，做，?，洗，?，拉，?’으로 바뀐다. 이처럼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휘에 대한 동태적인 해석이 필요하며, 이를 통역번역할 때, 정확한 어휘선택이 요구된다.

3) 숙어에 대한 동태적인 해석
중국어 문장에는 많은 숙어2)들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숙어들은 문장 속에서 쉽게 그 의미를 파악 할 수 있지만 많은 부분의 숙어들이 문장 속에서 사전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장 속에서의 의미, 즉 동태적 의미를 파악하기란 기타 일반적인 어휘들보다 어려움이 많다. 일설에서는 통역번역사의 실력평가를 숙어에 대한 통역번역의 결과에 따라 평가를 한다고 한다. 숙어에 대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5) 他无?不作，?直是一?大?蛋。
  그는 모든 나쁜짓이란 나쁜 짓은 다한다, 정말 나쁜 놈이야.
(6) ???，竟敢做??卑鄙的事。
  정말 파렴치해, 이렇게 비열한 짓을 하다니.
(7) 搬起石??自己的脚；
  제 발등 제가 찍는다.
(8) 三?臭皮匠，???葛亮。
  보잘 것 없는 사람 세 사람만 모이면 제갈량의 지혜가 나온다.
(9) 早点?休息?，?做夜?子了，明天七点?要上??。
  일찍자거라, 도둑고양이처럼 밤새지 말고, 내일 7시에 학교가야잖니.
(10) 有什???直??，??我兜圈子!
  문제가 있거들랑 빙빙 돌리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여라.
(11)他??人耳??，?人?什?就?什?，自己一点?主意也?有。
  이 사람은 귀가 얇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면 그렇게 알아듣고, 자신의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사람이야.
(12)他一方面和王小姐保持?系，?一方面和?小姐保持?系，脚踏?只船。
그는 한편으로는 미스 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스 장하고 관계를 유지하면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예문(5)의 ‘?蛋’은 ‘상한 달걀’이 아닌 ‘나쁜 놈’의 의미이고, 예문(6)의 ‘??’은 ‘얼굴을 잃었다’라는 뜻이 아니라 ‘(파렴치한 행동을 하여 스스로)체면이 깎였다’라는 뜻으로 본문에서는 ‘파렴치하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전체 문장의 의미에 가깝다. ‘搬起石??自己的脚’은 원 뜻은 돌을 옮겨 자신의 발을 찍는다의 뜻이고, ‘三?臭皮匠，???葛亮’은 신기료장수 셋이면 제갈량보다 낫다.의 뜻이지만 각각 예문(7)과 (8)처럼 해석할 수 있다. 예문(9)의‘夜?子’, 예문(10)의 ‘兜圈子’, 예문(11)의 ‘耳??’, 예문(12)의 ‘脚踏?只船’은 각각 그 정태적의미가 ‘도둑고양이’, ‘(어느 곳을) 빙빙 돌다’, ‘귀가 연하다’, ‘양다리를 양쪽 배에 걸쳐놓다’의 의미이지만 각각 문장 속에서는 비유의 의미로 쓰였다.

이처럼 문장 속의 어휘에 대해 정태적 의미만을 고려하여 통역번역을 한다면 원문과 배치되거나 뉘앙스를 살릴 수 없는 통역번역이 되고 말것이다. 다음 일화는 이에 대한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다.

A : Look out!(3층 지붕 위에서 집수리를 하고 있는 어느 한 노동자가 지붕 위에 있는 쓰레기를 떨어뜨리면서 위와 같이 소리를 질렀다.
B : (2층에서 책을 보고 있던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창 밖을 내다보다가 그만 그 쓰레기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위의 내용은 하나의 일화이지만 B라는 사람은 Look out!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글자 그대로의 의미 즉 정태적 의미인 ‘밖을 내다 봐라’라고 해석하여 밖을 내다보다가 봉변을 당한 케이스다. Look out!이 문장으로 쓰여 그에 대한 동태적 의미는 ‘조심하라’라는 뜻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원문의 어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통역번역의 전제이다. 어휘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대강 글자만 보고 짐작하여 통역번역하는 것은 통역번역에 있어서는 금기사항이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통번역사가 사전적 의미 즉 정태적 의미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구해석에만 치우친 결과이며 이는 어휘의 동태적인 의미 즉 문장 속에서의 실제적 의미를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4) 유사어에 대한 통역번역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가까운 나라였으며 예로부터 교류가 빈번하였다. 이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뿐 아니라 언어와 문자에도 상호간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따라서 한국어와 중국어의 어휘에는 서로 유사한 어휘들이 많다. 이는 통역번역시 많은 이점이 있지만, 유사하기 때문에 쉽게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生-학생 ／ ?校-학교 ／敬?-경례 ／ 校?-교장 ／ ?子-탁자  ／ 椅子-의다 ／山-산 ／ 江-강 ／?器-전기 ／??-전화 /?人-군인 ／ ??-군대 ／ 上官-상관 ／ ?年-청년 ／ 幼稚?-유치원 ／ 中?生-중학생 ／ ?-문 ／ ??-전등 ／ ??-두뇌 ／?明-총명하다 ／科?-과학 / 汽?-기차 / ?量-질량 / ?店-반점 / 嗜好-기호 / 交流-교류 / 交?-교환 / 改善-개선 / 改正-개정 /??

위의 어휘들 중 대부분은 의미와 한자사용이 한국어와 중국어가 동일하나 일부분의 어휘는 한자는 같으나 서로 다른 의미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어에서 ‘汽?-기차’는 ‘자동차’의 의미이고 우리말의 ‘기차’는 중국어로 ‘火?-화차’라고 한다. ‘?量-질량’이리는 말은 우리말에서도 그대로 쓰이지만 ‘那??西的?量?好。(그 물건의 *질량(품질)이 매우 좋다)’에서 ‘?量’을 통역 번역할 때의 적절한 우리말 표현은 ‘品?(품질)’이다. 또 ‘?店’은 중국어에서의 의미가 ‘酒店’으로 ‘호텔’이라는 의미를 갖지만, 우리말에서의 반점은 ‘중국음식점’을 뜻하고 ‘酒店’은 곧 술집을 뜻한다. ‘他的嗜好是?博’라는 중국어 문장에서의 ‘嗜好’는 ‘나쁜 취미’라는 의미로 뒤에 오는 어휘는 부정적인 것이 오는 데에 반해 한국어에서의 ‘嗜好-기호’는 특별한 구분이 없다.

 위와 같이 한국과 중국은 동일 한자 문화권에서 상호 교류의 영향으로, 한자 어휘 사용에 있어서 상당부분 유사성을 띄고 있다. 이러한 유사성이 통역번역의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위의 몇 가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유사성은 통역번역상의 오류를 쉽게 일으킬 수 있다. 유사어로 인한 오류는 사자성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家破人亡-?家亡身 : 집안의 재산을 다 없애고 몸을 망침.
古今中外-?西古今 : 동양이나 서양, 옛날이나 지금을 통틀어 일컫는 말.
空前?后-前无后无 :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음.
多才多?-多才多能 : 재주가 많음.
?牛?琴-牛耳?? : 소귀에 경 읽기
同甘共苦-同苦同樂 :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 나눔.
山珍海味-山海珍味 :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잘 차린 음식.
世外桃源-武陵桃源 : 세상과 떨어진 별천지.
垂死??-最后?? :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하여 발악.
?柔寡?-?柔不? : 어물어물하며 결단성이 없음.
雨后春荀-雨后竹荀 : 비 온 뒤에 솟는 죽순같이 일이 많이 생김.
有口?言-有口无言 : 변명할 말이 없음.
一?相承-一?相通 : 성격이나 솜씨 따위가 서로 통함. 다소 관계가 있음.
?胎?骨-?骨?胎 : 용모가 환하게 트이고 아름다워져 전혀 딴 사람처럼 됨.

- 다음호에 계속


김진아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각주)-----------------
1) 范? 『三?平面的?法?』，北京?言文化大?出版社，1996，45。
?在有一?看法，???法中的?、短?是???位，句子是???位。??看法?所?"?言是??的，言?是??的"?点是完全一致的。?和短?，??都是?言?位或?法?位，??有疑?。?言及其?法都?在不???之中，?然言?是?言的存在的形式，那??和短?不可能不??，不可能不在言?中出?;?然言?有??和??，也就????言中的?和短?只是一????位。?和短?也是不???着、?化着的，??也可以以??的面貌出?。

현재 문법 속의 어휘나 구를 정태적인 것으로, 문장을 동태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는 소위 ‘언어는 정태적인 것이고 말은 동태적인 것이다’라는 견해와 완전히 일치한다. 어휘와 구는 모두 언어와 문법의 구성요소이다.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말과 문법은 동태적인 것이다. 말이 언어의 형식이라면, 언어를 구성하는 어휘와 구도 말과 같이 동태적인 것이다. 말 속에 정태적인 것과 동태적인 측면이 다 존재한다면 언어 속의 어휘와 구에 정태적인 측면만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동태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휘와 구도 말처럼 동태적인 것이며 변화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熟語는 成語(고사성어), 諺語(속담), 格言(격언) 등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