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느 지역을 가든, 땅속이 끓어오르고 있고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나온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 땅속에는 뜨거운 마그마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어디를 파든 그곳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 나온다. 지금 전 세계 어디에 가도, “선교”라는 땅을 파면, “중국인 선교”라는 뜨거운 물이 솟아 나온다. 중국본토는 말할 것도 없고, 아프리카, 남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등. 왜 일까? 그 이유도 간단하다. 하나님의 선교의 경륜 가운데 지금 이 시대에 “중국인 선교”라는 마그마가 “세계선교”라는 대지 밑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세계선교 역사에 중국인들을 사용하기 원하신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그들을 부르고 계신 것이다. 재(在) 일본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도 이런 흐름 가운데 있다.

북해도 중국인 사역
필자는 일본의 최북단 섬 북해도(홋카이도)에 1994년에 부임해,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을 했다. 그곳에는 필자가 부임하기 이전부터 이미 10여 명의 중국인들이 일본인 교회 안에서, 중국인 소그룹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지만 교역자 중에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이 없어, 사역은 일본어로 진행되고 있었고, 언어적 한계 때문에 사역이 더디게 진척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필자가 중국어 사역자로 부임하게 되었고, 그 해에 교회 안에서 중국어 예배가 설립되고, 중국인 사역이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북해도의 중국인 사역은 교회중심의 예배공동체 사역, 제자훈련사역, 지역별 소그룹 사역, 여름 수양회 사역 등으로 진행되었다. 교회 참석하는 중국인들은 일본 국적을 가진 중국인 가정들이 60%, 기타 유학생 그룹이 40%정도를 구성되었다. 일본국적을 소지한 중국인의 교회정착은 하나님의 계획이었다. 필자는 처음 부임할 당시 유학생그룹을 염두에 두었는데, 하나님이 먼저 보내주신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한 가정이나 이미 은퇴한 노인그룹이었다. 또한 교인의 대부분이 대륙출신의 중국인들이었다. 기존의 교회 내 중국인 모임이 소그룹 모임에서, 중국어예배로 발전하면서, 참석인원이 부흥해서 4년 만에 아동을 포함해 80-100여 명이 되었다. 중국인들의 복음에 대한 반응과 결신(結信)은 기존의 다른 외국인들보다 매우 빠르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매년 여름에 개최된 말씀 ? 기도 ? 헌신 중심의 수양회는 복음전파와 결신의 중요한 통로가 되었다. 수양회는 매번 평균 120-130여 명이 참석했고, 그 중 30-40여 명이 복음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 2박 3일의 집중된 수양회 모임을 통해 강력한 성령의 역사를 보여주셨다. 많은 사람이 수양회를 통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교회에 안착했다. 

중국인 모임은 중국인들이 말씀대로 순종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통로가 그들에게 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 사역은 많은 일본인들과 기타 외국인에게 선한 자극이 되었다. 성령의 역사에 민감하고 겸손한 중국인들의 반응과 변화는 그런 특성을 보이지 않는 여러 사람들에게 신선한 도전을 주었다. 

또한 북해도 중국인 사역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 가운데 일본교회 안에서 일본 성도들의 지극한 사랑과 섬김을 받으며 지속되어 왔으며 기타 대만의 형제자매들, 한국의 형제자매들도 하나님의 중국인 구원역사에 동참하는 축복을 누렸다. 

사역의 다양한 장점들
일본에서의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는, 합법적으로 자유롭게 사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교가 법적으로 제한되지 않음으로 선교사 비자 취득이 가능함은 물론 어떠한 신분으로든 마음껏 복음을 전하며, 사역을 펼칠 수 있다. 

둘째로, 사람들이 복음에 대해 열려있으며 반응이 빠르다는 점이다. 일본의 중국인 사역은 하나님의 때를 맞이한 것처럼 보인다. 선진국이자 모든 면에서 철저함을 요구하는 일본에서 문화 충격, 관계의 어려움, 학업부진, 생활면에서 한계의 상황에 부딪치게 되는 외국생활은, 그들로 하여금 가난한 마음을 갖게 하고, 마음을 열고 주님께 나아오게 한다. 

셋째로, 일본의 유학생활은 최소 5년에서 10년에 걸친 장기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1-2년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하는 동남아 지역의 중국 유학생들과 달리 대학과 대학원을 목적으로 하는 유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신앙교육과 제자화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넷째로, 일본 유학생들이 중국에 미칠 영향력이다. 복음을 영접한 이들이 학업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갈 때, 그들은 영향력 있는 그룹에서 활동하게 된다. 일본은 중국이 근대화할 때 중국의 주요 지도자들이 유학을 와서 영향을 받았던 곳이다. 루쉰(魯迅, 센다이 의과대학1902-1909), 저우언라이(周恩來, 명치대학1917-1919), 쑨원(孫文, 망명생활) 등이 좋은 예이자, 이들은 재일본 중국인유학생들의 대선배들이기도 하다. 여전히 일본은 중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선진국 중에 하나다. 이곳 유학생들은 90% 이상 중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일본에 영주하는 중국인들 또한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중국에 거주하는 가족, 친구, 기타 주변인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필자가 아는 S국의 한 중국인 교회는 지난 13년간 1,300여 명에게 세례를 주어 중국으로 보냈고, 그들을 통해 중국 내 30여 곳에 가정교회, 해외에 2곳의 중국인 교회가 개척되었다. 또한, 해외에서 복음을 영접한 이들은 중국교회에 국제적 마인드와 인맥을 가지고 중국교회가 이슬람권을 포함해서 세계선교를 감당하는 일에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의 중국인 사역은 일본교회의 부흥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으며, 동북아 3국이 함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동역의 장(場)’을 열게 한다. 일본에서의 사역임으로 자연스럽게 일본교회, 그리고 일본인 형제, 자매들과의 협력과 섬김을 통해 중국인들을 돕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들이 함께 녹아들어 사랑의 열매가 맺히게 된다. 국적을 막론하고 형제요 지체되어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워 나갈 때 뼈아픈 역사적 아픔을 뛰어넘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이다. 한 ? 중 ? 일 삼국의 백성들이 마음으로부터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섬기는 장이 재일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연합의 모습을 하나님께서 많이 기뻐하신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극복해야 할 문제들
물론, 일본에서의 중국인 사역은 어려운 점들도 있다. 그 대부분이 개척기에 겪는 어려움들이다. 문화적응의 어려움, 일꾼의 부족, 인식의 부족, 경제적 부담 등이다. 그러나 이런 개척기의 어려움들은 믿음과 은혜로 능히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일본에는 606,889명(2007년말 통계)의 중국인들이 살고 있으며, 전체 외국인 비율의 28.2%로 최다 외국인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일본 내의 중국인 교회는 20여 곳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기존의 중국인 교회는 홍콩, 대만 등을 배경으로 한 화교교회이며, 대륙출신의 중국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교회는 매우 적다. 

또한 일본교회 중에 중국인 사역에 관심 갖고 섬기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중국선교를 하면서, 왜 일본에 가는가? 하는 의문과 인식부족이 아직도 일반적이다. 이제 중국선교의 개념은 “지역의 개념”에서 “대상의 개념”으로 넓혀져야 한다. 중국인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중국선교지다. 한국이나 미국의 교회처럼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을 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본교회 자체가 매우 약한 상태임으로 일본의 중국인 사역은 거의 방치된 실정이라고 하겠다.

함께 나아가자!
필자는 일본 북쪽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이제 남쪽에서 사역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남쪽에 더 많은 영혼이 더 절실히 복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을 더욱 밀도 있게 네트워킹하며 사역의 파장을 넓히기 위해서다. 중국인 디아스포라는 흩어져 있다. 그래서 하나의 큰 교회를 세우는 것보다 흩어진 지역마다 작지만 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흩어진 사역의 역량을 네트워킹하여, 그 연합의 힘으로 전 세계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을 개척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량을 중국교회의 발전과 연계시켜야 한다. 필자는 이 부르심을 향해 나가고자 한다.

사실 일본에서의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은 우리가 도전해야 할, 전 세계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 약 3천5백만의 중국인 디아스포라가 있다. 필자는 지금도 중국어가 가능한 사역자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전 세계로부터 타전되어 오는 것을 듣고 있다. 남미에서는 남미로 오는 수 천 명의 중국인 선원들을 위한 사역자를, 동남아시아에서는 동남아로 이주하는 수천, 수만 명의 중국인들을 위한 사역자를,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중국인 사업가들을 위한 사역자를, 유럽에서는 밀려드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사역자를, 중동에서는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신(新)화교 사회의 사역자를 찾고 있다. 

필자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만일 당신이 중국인을 섬길 마음이 있는 사람인데, 당신이 마음껏, 그리고 자유롭게 중국인 1,000명을 목양할 수 있는 사역지에서 바로 지금 당신을 초청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은 지금 당신을 부르는 마게도니아 청년의 환상이 보이는가? 왜 우리는 열려 있고, 마음껏 사역할 수 있는 곳에 가지 않는가? 우리는 가지 않는 것인가? 갈 수 없는 것인가? 전 세계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지는 추수할 일꾼이 너무도 부족하다. 중국어로 사역할 수 있는 일꾼이 급하게 필요하다. 오 주님! 희어져 추수하게 된 이 땅에 주의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박수민 |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