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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  통권 111호  필자 : 김진아  |  조회 : 13183   프린트   이메일 
[중국어 학습법]
중국어의 해음 현상(谐音现象)

왜 그랬을까?
중국은 아시아 국가 중 일본, 한국에 이어 올림픽을 치른 세 번째 국가이다. 몇 년 동안 두 자리 수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매우 컸다. 중국의 근대사를 돌아보면 중국은 청나라 말 세계열강의 침략에서부터 근 100년 동안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고, 공산주의, 문화대혁명 등을 거치면서 잠자는 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었다. 하지만, 작은 거인이라 칭하는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邓小平)이 세계에 문호를 활짝 개방하면서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그 기세를 이어 독수리처럼 수직상승 하려는 꿈의 염원을 올림픽에 담았다. 따라서 올림픽 개막식, 그 역사적인 날을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로 택하였다. 베이징(北京)은 서울과 위도가 비슷하여 사계절 날씨와 온도가 비슷하다. 8월초이면 한창 무더운 여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 날을 택한 중국인들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이는 중국의 생활문화의 저변에 널리 퍼져있는 중국어 해음(谐音)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더운 여름에 꼭 올림픽을 해야 하느냐고 손가락질을 하였을지도 모른다. 중국인들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8’의 발음 ‘ba’와 ‘부자가 되다(发財)’의 동사 ‘发(fa)’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8월 8일에 올림픽을 거행한다면 이를 계기로 경제적으로 한층 더 도약하여 나라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해음 현상
해음 현상이란 “글자나 단어의 독음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를 가리키는 현상으로 중국어 사전 <现代汉语典>《修订本》에 ‘글자의 단어의 독음이 같거나 비슷하다(字词的音相同或相近)’라고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인들이 박쥐를 상서로운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옛날 건축양식의 기와 밑에 박쥐모양을 조각하여 박은 것은 박쥐라고 칭하는 ‘蝙蝠(bian fu)’의 ‘蝠(fu)’와 ‘복이 온다’의 ‘福(fu)’자와 음이 같아 박쥐모양을 새겨 놓으면 집안에 복이 들어온다고 생각하였다.     
  
중국에서는 중국연인들에게 혹은 부부에게 우산을 선물한다거나, 먹는 배를 나누어 주는 것을 금기 시 한다. 또 중국인 집을 방문할 때, 특히 노부부가 사는 집을 방문할 때 벽시계를 선물한다면 중국인들은 매우 당황할 것이다. 이는 ‘우산(雨伞 yu san)’이라고 하는 ‘伞san’과 ‘헤어지다’의 의미인 ‘散san’과 음이 같고, 먹는 배인 ‘梨(li)’와 ‘헤어지다’의 ‘离(li)’는 음이 같아 두 연인에게 배를 나누어 주는 것은 ‘헤어진다’라는 암시를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고 또 벽시계를 뜻하는 ‘钟(zhong)’은 ‘(생을)마치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終(zhong)’과 음이 같아서 이러한 선물은 매우 실례가 된다. 중국어에서의 해음 현상은 그들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그 나라가 가지는 문화는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중국어 학습에서 해음 현상은 꼭 알아야 될 부분이다.
중국의 광둥(广東)성, 션쩐(深圳), 홍콩(香港)지역의 산부인과들은 전화번호의 뒷자리 숫자로 2323 혹은 3388을 선호한다. 숫자 2,3은 광동어로 ‘yi sam’이라고 발음되며 여기에 알맞은 한자가 ‘易生’으로 그 뜻은 ‘쉽게 낳다’이다. 숫자 3838은 한자 ‘生生发发’과 해음 현상을 이루어 그 뜻은 ‘낳으면 부자 된다’로 ‘아이 낳아 부자 되세요’의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인들도 우리처럼 숫자 ‘4’를 싫어하는 이유는 숫자 ‘4’가 죽을 ‘死(사)’와 같은 발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만에서 중국친구들이 약간 모자라는 친구 혹은 장난삼아, 헛소리를 하는 친구에게 자주 ‘十三點(shi san dian)’이라는 표현을 하였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렇게 쓰는 이유는 ‘정신이 나갔다’의 의미인 ‘失散(shi san)’과 해음 현상을 이루기 때문이다. 해음 현상을 이용하여 숫자로 표현하는 현상은 요즘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다. 중국 젊은이들이 쓰는 채팅 용어 중 숫자로 표현되는 것이 많은데, 예를 들면 ‘7456(qi si wu liu)’는 ‘气死我了(qi si wo le : 화가 나 죽겠다)’, ‘274(er qi si)’는 ‘你去死(ni qu si : 나가 죽어라)’, ‘3166(san yao liu liu)’는 일본어의 작별인사인 ‘사요나라(안녕)’의 음을 가차한 것이다. 이 밖의 숫자로 표현되는 문장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886   拜拜了  안녕!
526   我饿了  배고파.
687   对不起  미안해.
521   我愛你  사랑해.
7456  气死我了  화나서 미치겠다.
3166  再见  안녕!
4242  是啊是啊  그래, 그래.
9494  就是就是  맞아, 맞아. 
 
위와 같은 해음 현상들은 비단 숫자에만 나타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해음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A : 你最近做什么事? 요즘 무슨 일을 하니?
B : 我是莫斯科科?。(=没事科科长=실업자)
 
위의 예문에서 밑줄 친 발음(Mo si ke ke zhang)과 괄호 안의 밑줄 친 부분의 발음(mei shi ke ke zhang)이 비슷하여 해음 현상을 일으킨다. A의 물음에 B는 자신이 실업자란 사실을 해음으로 매우 해학적으로 처리하였다. 莫斯科는 모스크바라는 뜻으로 만약 해음 현상을 모른다면 모스크바에 파견된 해외상사 과장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A : 你想考哪大学的什么系?어느 대학 무슨 과에 가고 싶니?
B : 我要考加里敦大学物理系=家里蹲大学屋里系。
 
위의 밑줄 친 발음은 ‘Jia li dun da xue wu li xi’ 로 앞과 뒤의 밑줄 친 부분의 발음이 일치한다. 앞의 문장을 들으면 加里敦이라고 하는 대학의 물리학과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리나 사실은 집에 주저앉는 대학 안방과에 다니겠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일상대화도 해음 현상이 매우 많다.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광고의 광고 멘트에서도 해음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아래 내용은 TV에 나온 광고 내용이다.
 
*万家万热水器,随心所浴(欲)- 온수기 광고
*美力西服,增加男人的“魅力”-美力표 양복 광고
*拥有“风都”,定有风度-风都표 안경 광고
 
위의 온수기 광고 내용 중 “随心所欲”라는 사자성어의 欲(yu)를 목욕의 의미가 있는 浴(yu)로 대체함으로써 모든 가정에 온수기를 두면 어느 때나 목욕을 할 수 있다 라는 멋진 광고 문구를 창출해 냈다. “美力(mei li)”표 양복광고는 뒤에 나오는 魅力(mei li)과 같은 발음의 한자어를 앞 뒤로 배치함으로써 해음의 음향 효과를 살려 기발한 광고 문구를 만들었고, 브랜드 네임이 “风都(feng du)”인 광고 문구에서는 문장 뒤에 风度(feng du)를 넣어 风都(feng du)표 ‘안경을 쓰면 품위(风度)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하여 절묘한 광고 문구를 만들어 낸 경우이다.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
이처럼 해음 현상은 상서로움을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문화 속에 베어 있으며, 그러한 문화는 자연스럽게 언어와 문자를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필자의 경험담을 끝으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필자는 작년 베이징의 한 호텔에 묵었다. 하룻밤 자고 난 다음 날 방을 깨끗하고 따뜻한 쪽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였다. 종업원이 매우 난처하다는 듯이 ‘방이 하나 있긴 하지만 714라서…, 괜찮으시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종업원이 왜 그렇게 묻는지를 알 수 있었다. 714(qi yao si)는 就要死(jiu yao si) ‘죽을 것이다’라는 말과 해음을 이룬다. ‘그 방에 묶으면 죽을 것이다’는 의미이다. 나는 종업원에게 ‘괜찮다. 그 방에서 묶을 것이다.’라고 하자 그 종업은 ‘모두 꺼리는데…’라고 하면서 나에게 방 열쇠를 건네준 모습이 떠오른다.

해음은 중국어 학습에서 꼭 필요한 부분으로 해음 현상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중국인들의 중국어 사용법을 때론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더 깊은 중국어를 학습하고 그들의 문화를 더 심도 있게 체험하기 위해서는 해음에 대한 지식은 중국어 학습의 필수조건이 아닐까? 
 

김진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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