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 결정
단기선교에 대해 처음 듣던 날,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사람들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는 내가 어찌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에 단기선교를 가게 되면 나와 같이 중국에서 유학중인 학생들이 통역을 맡아 섬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여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더위에 약한 나는 예전에 일주일간의 농활을 하면서 더위 때문에 고생했던 일들이 생각나 다시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또 다시 주위 분들로 하여금 단기선교 참여의 권유를 받으면서 이것은 분명 주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단기선교를 참여키로 하고 기도로 준비하면서 삶의 모든 과정은 내 생각과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능력으로 모든 것을 능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투지아족 마을
소수민족 마을로 출발과 동시에 우리 조는 목적지를 잘못 들어가 1시간을 허비했다.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아 다소 긴장하면서 길을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 긴장감은 오히려 각자가 맡은 일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장시간을 이동하면서 서로에 대해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으며, 릴레이 기도를 하면서 하나가 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더운 날씨와 힘든 산길, 불확실한 목적지, 배고픔…. 하지만 서로의 가방을 들어주고, 격려하며 힘든 여정을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채워 나아갔다.
드디어 투지아족(土家族)이 사는 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이 깊은 산골짜기에 있어 과연 사람들이 살긴 할까 하는 불안감마저 드는 곳이었다. 마을에서 처음 만난 할머니는 우리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셨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일을 하시던 중에 우리에게 말을 건넨 한 아저씨! 너무도 듣고 싶은 말을 하신다. “우리 집에 와서 차 한 잔하고 쉬었다 가!”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는 아저씨를 따라 나섰다.
너무나도 허름한 집안은 그냥 맨땅바닥이었고 벽은 그냥 벽이었다. 페인트나 벽지가 전혀 없는 방안과 집안에서는 닭들과 함께 살고 있었고, 화장실은 돼지우리 안에 있었다. 그냥 보기에도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을 위해 손수 저녁을 준비해주셨다. 대화를 하면서 많은 부분을 서로가 알아듣지 못했지만, 차츰 서로에게 익숙해져 갔고 그분들의 진심이 느껴져 너무나 감사했다.
이 마을에는 대부분 어르신들과 어린아이들만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노부부들은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외롭게 지내고 계셨다. 얼마나 자식들을 그리워하셨는지, 처음 보는 우리들의 손을 꼭잡아주시며 눈물마저 글썽이시며 본인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나누어 주심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의 역할
마을에서 교제하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이분들은 하나님을 모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도, 의욕도 없다는 것이다. 정말 가슴이 아파서 당장이라도 복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 어떻게 전달해야 우리의 진심을 담을 수 있는지 단지 감정만을 앞세워서 말을 꺼내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 했다.
내가 과연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주님께서 나를 이 자리에 세워주신 뜻을 알고 싶은 만큼 내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날 밤이 지나고 다음날이 돼서야 비로서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자리는 통역으로서의 섬김이었다. 기존에 내가 사용해 보지 않았던 기독교 용어나 신앙적인 표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통역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심기일전하여 내 역할을 감당하기 시작하자 내가 실력보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복음을 언제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게 되었다. 나의 역할은 복음을 그들에게 전하는 것이며 그 후의 일은 하나님께서 하실 테니까 염려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다.
내게 일어난 변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배울 수 있었던 이번 단기선교를 통해 나는 많은 부분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많은 것을 회개할 수 있었으며, 또한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특별히 단기선교를 통해 배운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첫째는 기도에 대한 것이다. 조원들이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고, 우리가 만난 영혼들과 그 땅을 위해 기도하면서 모든 두려움들을 이길 수 있었고, 기대와 기쁨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또한 정말 기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둘째는 섬김에 대한 것이다. 소수민족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진정한 섬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어떤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진정한 헌신과 섬김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는 감사에 대한 것이다. 항상 ‘주님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항상 주님께서 함께 하심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를 많이 해왔지만 ‘진정한 감사’를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나의 첫 단기선교여행은 주님을 더욱더 알아가고 닮아갈 수 있었던 은혜로운 자리었다. 출발 전 많은 사람들이 "일단 가봐! 우린 단지 기도하고 준비하면 되고, 모든 것은 주님께서 책임지셔."라고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나도 이제 단기선교에 대해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일단 가보세요. 그 후의 일들은 주님께 맡기세요.”
김지형|중국 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