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의 외래 종교들은 모두 지역화와 민족화라는 토착화 과정을 거쳤다. 이것은 위구르족의 이슬람과 이슬람화 이전의 과거 전통문화 사이에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신장의 이슬람은 전래 당시의 신장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자연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지역 특색과 민족 특색을 형성하게 되었다.

위구르족 가운데 기존의 종교 관념과 관습들은 이슬람화로 인해서 소멸된 것이 아니라 이슬람 내부에 흡수 보존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으로 마자(위구르어로 '묘'라는 의미) 신앙(존경받는 학자나 성인들은 죽어서도 산자의 치유와 기도 응답에 효력을 발휘한다는 일종의 중보자 신앙)이 있다. 이슬람 교리에 의하면 유일신 알라 외에 어떤 인물이나 형상에 대한 숭배도 금지되고 있으나 마자에서 행해지는 의식을 보면 위구르족 전통의 샤머니즘의 요소들이 농후하게 배어난다. 위구르족은 스스로를 순수하고 정통적인 무슬림으로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이슬람 교리와 거리가 먼 전통 민간 신앙의 영향 아래 살고 있는 것이다.

위구르족의 종교 정체성을 이루는 배경
현대 신장 위구르족의 종교 정체성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슬람의 외투와 전통 민간종교의 속옷을 입고 있는 기이한 형상이다. 상대적으로 그들의 민족 정체성 요소 가운데 비이슬람적 민족 전통문화에 대한 의식이 단일 종교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의식보다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위구르족의 전통문화 가운데 이슬람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가 아니라 부분인 것이다.

위구르족의 문화사를 살펴보면 이슬람화 이전의 전통적인 종교의 영향력이 그들의 문화 심리상 상당히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전대의 지배적인 종교가 후대의 다른 종교로 대치되었어도 그들의 의식 형태 속에는 여전히 전대의 종교 흔적들이 삶 속에 깊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위구르족의 전통문화는 어느 한 종교 문화로 대표되는 것이 아니라 신봉했던 모든 종교 문화의 종합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시대 변화를 따라 지배적인 종교의 교체와 표면적인 과거 종교의 소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군중 내면에 과거 전통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해 온 것이다. 

위구르족의 역사상 종교별 사회적 지위는 시대별 사회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 환경의 변혁을 따라서 종교별 운명도 나뉘어졌다. 10세기 카스(喀什)를 중심으로 한 카라한 왕조를 시작으로 신장 위구르족의 이슬람화가 점진적으로 추진되어 16세기 초에 전 신장의 위구르족이 이슬람화 되었으나 이로 인해서 현대 위구르족 종교 문화와 종교 정체성이 완전히 이슬람화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양적확장에 불과한 이슬람화
위구르족이 이슬람을 받아들인 이래 지금까지 이슬람 교리에 충실한 사회 건설을 도모하기 위한 변혁의 역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그들의 종교 목적은 철저한 교리 준수나 영혼 구원 혹은 신의 만족을 구하는 것과는 달리 심리적 만족과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복적인 경향이 강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전통적인 의식 형태는 절대적 선악의 도덕관념을 추구하는 철학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위구르족의 종교 변혁의 주요 원인이 정치 사회 변혁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그들의 종교 변혁은 통치 계급이 선택한 종교가 군중에게 강요되는 식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이익과 군중의 현실적 필요사이에는 격차가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내면의 변화까지 동반된 실제적인 이슬람화의 속도는 표면적인 변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는 위구르족의 통치자들이 시대별로 어떤 종교를 선택했든지 군중 속에서 가장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온 사상의 주류는 '만물 유령론'이라고 본다. 

위구르족의 이슬람화는 이슬람 교리에 대한 심리상의 본질적인 개혁이라기보다는 무슬림의 양적인 확장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이 충성된 무슬림이라고 간주한다. 관찰자가 보는 그들의 객관적인 정체성과 피관찰자로서 그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주관적 정체성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 점은 우리가 좀 더 고찰할 필요가 있다.

∴위구르족의 종교 정체성
위구르족의 현대 정치 사회적 환경은 관찰자와 피관찰자 사이에 인식의 격차를 주게 된다. 또한 이 격차는 종교 정체성의 분류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 위구르족의 종교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개인적 종교 정체성과 집단적 종교 정체성으로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시대별 민족 정체성의 결정적인 요소들도 변하기 마련이다. 위구르족에게 있어 이슬람은 개인적 종교 정체성보다 집단적 종교 정체성의 결정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즉 이슬람은 위구르인에게 있어 순수한 개인적 종교 정체성보다는 정치적성격이 농후한 집단적 종교 정체성 색채가 강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위구르족은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무슬림이라고 믿으며 고대 조상시절부터 위구르족은 줄 곧 무슬림이었다고 주장하기를 좋아 한다. 심지어 무슬림으로서의 순수성과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과거 신봉했던 기타 종교 역사들을 부인하거나 거론 자체를 불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 위구르족이 처한 피지배족으로서의 특수 환경 가운데 만들어진 '위구르족은 곧 무슬림이라는 운명적 등식'이 그들로 하여금 무슬림이라는 상징적인 깃발을 더욱 높이 치켜들게 한다.

또한 집단적 종교 정체성은 사회의 격변기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 위구르족의 격변기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 주도의 현대화이다. 

위구르족의 개방적이던 문화 기질은 서역의 오아시스 농업 경제, 분산 거주, 왕래를 어렵게 만드는 자연 환경과 더불어 이슬람의 일신교 사상에 의해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로 변질되었다. 이렇게 민족 전체가 단일 종교를 믿는 경우 그들의 집단 종교 정체성은 격변기를 맞아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표면적으로는 위구르족의 집단 종교 정체성의 기초는 이슬람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슬람을 숭배한적이 없는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위구르족은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류의 물결을 타고 특별히 한국 TV 드라마를 통해서 그들에게 보여지는 한국의 문화는 장유유서가 확실한 대인 관계 질서와 여러 생활 문화의 유사성으로 깊은 동질감을 느끼게 하며 현대화된 나라에서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고 중요시 되는 건강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들이 한국인에 대해 적지 않은 존경심을 품고 있는 것을 느낀다. 필자는 이것이 그들 속에 내재된 투르크 민족의 전통에 대한 강한 의식을 반영한다고 본다. 겉으로 보여지는 완고한 무슬림으로의 정체성에서 느끼는 동질감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정체성 인식 차이가 유발할 변화 
다음으로 그들의 객관적인 정체성과 주관적인 정체성간의 심한 격차가 유발할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두 정체성 간의 격차는 정치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회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대별 가장 영향력이 큰 민족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도 달라진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서부대개발 정책은 도시와 농촌을 물론하고 위구르족에게 사회적 격변기를 맞이하게 만든다. 사회 심리의 변화로 인해서 그들은 민족 정체성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젊은이들 사이에는 개인적으로 획일적인 무슬림 정체성을 넘어 다양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대략 3개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그룹은 이슬람화 이전의 전통문화에서 민족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통문화에 대해 보수적이며 타 문화에 대해 배타적이다. 그리고 변화를 환영하지 않는다.

두 번째 그룹은 이슬람에서 민족 정체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슬람을 통한 민족의 응집력 강화를 기대한다. 비이슬람적 전통문화를 탈피하여 중동의 정통 이슬람 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모방을 통한 철저한 이슬람화를 도모한다. 중동의 이슬람 문화를 곧 그들의 문화 개혁의 푯대로 삼는 것이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그룹은 혈통으로는 위구르족이지만 의식 형태는 한족에 동화된 부류이다. 한족 학교에서 한어로 배우고 생각해 온 사람들로서 민족 학교 출신 위구르족과는 의식에 큰 차이가 있다. 한족 중심의 도시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에 따라 한족 동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민족 문화에 대한 지식 부족과 언어 구사 능력의 취약함으로 인해 민족의식에 있어 동족들과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교육 환경이 다른 위구르족 이성간의 결혼은 실패율이 높다. 서로 다른 의식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위구르족 사회에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민족 정체성의 다양화 현상을 고려 할 때 표면에 나타난 무슬림 정체성이 단편적으로 지나치게 강조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현대 위구르족 정체성을 이해하는 일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수한 정치 환경의 산물인 집단성만 강조하고 개인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영적 참 필요에 민감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접근에 치우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위구르족 젊은이들의 내면에는 집단성을 넘어 개인적인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슬람 집단 정체성의 약화와 전도자들의 역할
위구르족의 종교 신앙의 역사가 증명하는 것처럼 약 1천 년간 불교의 지배적 위치가 이슬람으로 대치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불교의 당시 사회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결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신장의 위구르족 가운데는 무역과 상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불교는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른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변화를 만족시켜 줄 수 없었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사상 대신 염세적이고 현실도피적인 수양 강조식의 피동적 사상은 군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그 세력은 점차 약화되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신장 위구르족의 거주 환경과 자연 환경 그리고 배타적인 이슬람 사상으로 무장된 그동안의 위구르족의 보수적인 이슬람 집단 정체성도 급변하는 사회를 맞아 그 정체성의 견고함에 변동이 생기고 있다. 약 천 년 전 불교가 맞이한 위기를 경제 위주의 현대화 물결을 거치면서 똑같이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슬람이 정치적 열악한 환경을 핑계로 권위주의적인 보수 무슬림의 정체성만 구호로 외친다면 군중이 과거 구태의연한 불교를 외면한 것처럼 결국 이슬람도 점차 군중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이반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주도적인 경제 개방 정책의 물결을 타고 신장은 억제할 수 없는 개방 시대로 가고 있다. 이슬람의 아성은 더욱 위협을 받게 될 것이고 경제 주도의 새로운 사회 환경 변화에 대해 단순히 정치적인 집단 종교 정체성으로서의 이슬람은 그 위상이 약화되어 갈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사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또 다른 생명력 있는 영적 향도와 가치관 세계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남아 있는 전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순히 기복적인 신앙 답습을 돕는 자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진리를 밝히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정치적 열악함에 눌려 위구르족이라는 이유로 이슬람의 집단적 종교 정체성을 맹목적으로 치켜들고 내면에 있는 순수한 가치 세계로의 개인적 목마름을 억눌러야 하는 안타까운 그들의 현실을 직면하면서 필자는 바울을 부르신 주님의 부르심 앞에 조급한 마음을 억제할 수 없다. '.내가 너를 구원하여 저희에게 보내어 그 눈을 뜨게 하여 어두움에서 빛으로 사단의 권세에서 하나님께로 돌아가게 하고 죄 사함과 나를 믿어 거룩케 된 무리 가운데서 기업을 얻게 하리라.(행26:17-18)'


정바울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