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황후>의 원제는 강산미인(江山美人)으로 메가폰을 잡은 청샤오둥 감독은 80년대 <천녀유혼>과 90년대 <동방불패>로 액션 판타지 멜로의 대가이며 <영웅>, <연인>, <황후화>, <쿵푸덩크> 등에서 중국을 사로잡은 무술 감독으로 이번 <연의 황후>에서는 십만 개의 화살촉과 갑옷 및 무기를 동원하는 거대한 전쟁 장면을 연출하였다. 홍콩배우 천후이린(陈慧琳)은 <무간도>시리즈와 <냉정과 열정사이>에 출연하였고 사대천왕 리밍(黎明)은 <칠검>, <무간도3>, <첨밀밀>에서 열연하였고 전쯔단(甄子丹)은 <영웅>에서 박력 있는 액션연기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연의 황후>는 2000년 전 황제가 되어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공주. 어려서부터 그녀를 흠모했던 대장군. 그리고 공주가 사랑하게 된 전설의 무사. 세 남녀의 운명과 사랑을 뛰어넘은 전설 같은 신화를 담은 영화이다. 

전국시대 여왕신화의 탄생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연의 황후>에서는 중국 최초의 여왕이 등장하는데 연나라에 여왕의 출현을 기록한 역사 기록은 전해지지 않아 실존인물이 아닌 대본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가공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역사상 최초의 여왕은 당나라 측천무후를 꼽을 수 있는데 그녀는 왕위를 찬탈하고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처형하여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연의 황후>에 나오는 연나라 여왕은 당대의 측천무후와 달리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새로운 현대적 캐릭터이다. 

전국 7웅이 다투던 혼돈의 시대. 조나라와의 전쟁 중 부상을 입은 연왕은 차기 왕권을 노리는 조카 후바(胡霸)에게 암살당한다. 황제는 죽기 전에 고아출신 대장군 무룽쉐후(慕容雪虎)에게 왕권을 위임하였지만 무룽쉐후는 왕권을 사양하고 연왕의 딸 옌페이얼(燕飞儿)을 후계자로 추대하였는데 후바 세력은 여자는 왕이 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반대한다. 옌페이얼은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 자신이 군대를 직접 통솔할 실력을 갖추기 전까지 왕위를 보류한다고 선포한다. 옌페이얼은 군사 훈련을 받을 때 물위에 떠있는 통나무에서 장대로 싸우다 물속에 빠지기도 하고, 흙탕물에서 칼로 싸우다가 진흙 범벅이 되기도 하며 말을 타고 적에게 화살을 쏘는 훈련을 받다가 낙마하기도 했지만 어떤 험난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혹독한 훈련을 받으려는 강인한 투지를 보였다. 무룽쉐후는 자신이 군대에 입대할 때 옌페이얼이 준 돌을 소중히 간직하며 그녀에 대한 연모의 정을 키우지만 군사 훈련을 받는 그녀에게 냉정하게 대한다. 

조나라가 돌발적으로 침략하자 옌페이얼은 자신을 노리는 적을 매복이 있는 곳으로 유인하여 조나라 왕과 왕자를 생포하지만 선조 때부터 내려온 양국 간의 뿌리 깊은 원한을 끊겠다는 결단을 하여 그들을 관대하게 석방하는 대범함을 보였고, 명실 공히 여왕으로서의 실력과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그러나 옌페이얼은 연나라의 왕좌를 미련 없이 버리고 사랑하는 두안란촨(段兰泉)의 품에 안겼지만 연나라의 내란 소식을 듣고 다시 연나라로 황급히 돌아간다. 무룽쉐후은 1대 수천의 병사와 비장한 결투를 하였지만 결국 생명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이 때 옌페이얼이 나타나 후바와 마지막 결투를 하게 된다. 후바는 자신이 연비아의 부친을 죽였다고 알져주며 복수하라고 조롱한다. 그녀는 처음엔 후바에게 공격을 당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긴 창으로 후바의 목을 찔러 승리하여 연나라의 모든 병사들은 옌페이얼을 기꺼이 왕으로 추대하게 된다. 여왕이 된 옌페이얼은 연나라에 전쟁 무기를 버리고 주변 국가와의 화평을 선포하며 여왕으로 등극한다. <연의 왕후>에서 보여준 강인하고 용감하며 대범한 여왕의 모습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야연>과 <황후화>에서 보이는 나약하고 음모를 꾸미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여성상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내려놓음으로 인해 찾아온 평안
최근 기독교계에 베스트셀러인「내려놓음」에 의하면 ‘내려놓음’이란 나를 비우고 하나님으로 채우는 삶의 결단이다. 하나님이 내려놓으라고 하시는 이유는 우리가 내려놓을 때 비로소 그것이 진짜 우리 것이 되기 때문이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려고 하기 때문이다. 세상 진리는 우리가 내려놓으면 모두 빼앗긴다고 유혹하지만 진리는 우리가 내려놓을 때 온전한 우리 것이 된다고 약속한다. 우리 인생에는 분명히 내 것처럼 보이지만 남김없이 내려놓아야 할 것이 있다. 힘겹게 쌓아올린 명예, 움켜쥔 재물, 미래의 불안과 생명의 위험까지 하나님 앞에 온전히 내려놓을 때 진정한 쉼과 참된 평안을 체험할 수 있다. 

옌페이얼은 군사훈련을 받는 중,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사촌 후바가 급파시킨 암살단에 의해 독화살을 맞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데 은둔생활을 하던 두안란촨이 그녀를 구해주면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얼마 후, 두안란촨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옌페이얼을 찾아온 무룽쉐후와 군대를 보고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 옌페이얼 역시 두안란촨이 10여 년 전, 연나라가 처참하게 멸망시킨 적국의 무사였으며,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것을 설호에게 듣게 된다. 그녀는 적국인 조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강한 연나라를 만들려는 포부가 있었는데, 두안란촨은 전쟁의 고통과 잔인함을 강조하며 주변 국가와의 화평을 주장하였다. 옌페이얼은 세속의 권력과 명예 그리고 승부욕을 버리고 자연과 합일하여 살아가는 두안란촨의 여유있고 평화로운 삶에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옌페이얼은 자신의 아버지를 부상당하게 한 조나라와 일전을 벌이는데 비록 적국의 왕과 왕자를 생포하였지만 그들을 석방하며 화평을 선포한다. 이는 기독교의 ‘원수를 용서하라. 원수 갚는 것이 사람에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다.’ 는 성경의 말씀과 맥락을 같이한다. ‘피는 피를 부른다.’ 는 사실을 깨달은 옌페이얼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내려놓고 조나라와의 끊임없는 전쟁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실력을 갖춘 여왕이 된 옌페이얼은 정사를 돌보는 것 보다는 두안란촨과 함께 한 시간을 떠올리며 그와 함께 있기 위해 여왕의 지위를 포기하고 무룽쉐후와 텅보창(藤伯常)에게 연나라의 통치를 위임하고 두안란촨을 향해 달려간다. 이는 기존의 궁중영화에서 여인들이 부와 권력 및 탐욕에 가득 차 음모를 꾸미는 부정적인 여성상과 대조를 이룬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왕위를 조금도 연연해하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는 옌페이얼은 지혜롭고 용감하다고 볼 수 있다. 성경 말씀에 ‘지혜로운 자는 그 지혜를 자랑하지 말라. 용사는 그 용맹을 자랑치 말라. 부자는 그 부함을 자랑치 말라. 자랑하는 자는 이것으로 자랑할찌니, 곧 명철하여 나를 아는 것과 나 여호와는 인애와 공평과 정직을 땅에 행하는 자 인줄 깨닫는 것이라(렘9:23-24).’ 라는 구절이 있다. 옌페이얼은 자신의 세상적인 지위와 명예 및 인정받는 삶을 내려놓고 진정한 사랑과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두안란촨은 무룽쉐후의 만남을 통해 연나라 내부에 반란이 일어난 것을 알고 옌페이얼과 안전한 곳으로 떠나려고 하는데 후바가 보낸 자객들에 의해 포위당하게 된다. 높은 난간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한 옌페이얼을 구하려다 두안란촨은 해독할 수 없는 강한 독침에 맞게 된다. 피를 토하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였지만 옌페이얼을 안심시키고 떠난 보낸다. 후바를 물리치고 돌아온 옌페이얼은 온몸에 독이 퍼져 싸늘하게 죽어 있는 두안란촨을 발견하며 오열한다. 옌페이얼은 천공에 두안란촨의 시체를 올려놓고 하늘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두안란촨의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내려놓기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이다. 옌페이얼은 이러한 슬프고 참담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여왕으로 복귀한 후 두안란촨이 생존에 소망하였던 전쟁 없는 화평한 시대의 막을 연다. 

일탈과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
<연의 황후>에서 천등이란 열기구를 타고 옌페이얼과 두안란촨이 극적으로 사랑을 재확인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삽입곡은 실제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천후이린과 리밍이 직접 불렀는데 아름다운 가사와 감미로운 음악은 판타지 멜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었다. 삽입곡 ‘flying with your dreams(원제: 隨夢而飛)’ 는 중국대륙에서도 영화 개봉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각종 음악프로그램 상위권에 랭크되었고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随梦而飞> 꿈을 따라 날아요
(黎明) 我会忍受所谓孤单 난 외로움을 참을 수 있지만
却不能让你承受苦难 당신이 고통 받게 할 순 없어요
但愿你能对命运反抗 당신이 주어진 운명에 도전하고
放下你那沉重行囊 무거운 마음  려놓기 바래요
(陈慧琳) 我何尝喜欢带着伤成长 제가 언제 상처를 안고 성장해서
成就他人对我期望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나요?
(黎明) 谁在乎流芳 누가 후세에 명성 남기길 바랬나요?
(陈慧琳+黎明)：谁愿意错过年少轻狂 누군들 젊은 날의 광분(狂奔)을 놓치고 싶은가?(陈慧琳) 一拥抱就地老一吻就天荒 우리의 포옹과 키스 영원히 지속되길 바래요
(黎明) 像活在放弃人间的天上 인간 세상을 버리고 천국에 사는 것 같아요
(陈慧琳) 人间天堂 지상 낙원
(黎明) 无穷无尽江山 무궁무진한 강산
(陈慧琳) 从来没有那么好看 여태껏 이렇게 아름다운 적 없었어요
(陈慧琳+黎明) 明天还有什么要打算 내일 무슨 계획이 필요하겠어요
(陈慧琳) 你带我飞 我飞 我飞 저를 데리고 날아주세요
带给我活着的滋味 살아 있는 맛을 느끼게 해주세요
(黎明) 忘掉伤悲随风而飞 슬픔 잊고 바람 따라 날아요
每一秒像过了一辈 순간을 영원처럼 보내요
(陈慧琳) 一去不回的飞啊飞 한번 떠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도록 날아요
这就是我们的堡垒 이곳이 우리들의 보루예요
(黎明) 什么也无所谓 아무 것도 상관하지 않아요
(陈慧琳+黎明) 人生难得一次越轨 좀처럼 일탈하기 어려운 인생
是你告诉我是谁 제가 누구인지 말해줘요
(谁还会反对 누가 우리를 막겠어요?)
(黎明) 我不慌不忙不投降 나는 당황하거나 투항하지 않아요
(陈慧琳) 我也一样 저도 마찬가지예요
宁愿随你流浪 차라리 당신을 따라 물결처럼 흘러가요
(陈慧琳+黎明) 世界如何纷乱 세상이 아무리 혼란해도
也不会有损爱的力量 우리 사랑의 힘을 깨뜨리지 못할 거예요 

자신이 외로워도 괜찮지만 상대방이 고통당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는 가사는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놔주는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두안란촨은 연나라 공주로 태어나 여왕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옌페이얼이 주어진 운명에 도전하여 여왕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적국과의 전쟁 심지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조차 내려놓길 바란다. 옌페이얼은 남들의 비현실적인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지 않고 사랑을 선택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였다. 과거 무사로서 전쟁과 살인 그리고 복수를 경험했던 두안란촨은 자연과 합일하며 전쟁을 버리고 화평한 삶을 추구한다. 옌페이얼은 두안란촨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와의 사랑이 영원이 지속되길 바란다. 옌페이얼은 자신의 이름처럼 제비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더 넓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두안란촨과 옌페이얼은 전쟁이 없는 이상적인 세계 곧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된다. 

이러한 사고는 도연명의 무릉도원과 노장(老莊)의 중심인 무위자연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세상-낙원에 가고 싶어 한다. 천국을 향해 날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싶어 한다. 속세의 전쟁·살인·복수·미움·증오 다 버리고 영혼의 날개를 달고 천국을 향해 날고 싶어 한다. 마음의 모든 상처와 슬픔 잊고 어느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매 순간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기쁘게 살고 싶어 한다. 이는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동산으로의 회귀로 원죄 없는 인간이 하나님과 연합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죽음도 고통도 없는 천국을 누리고자하는 소망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계20:4).’ 남들의 시선 명예 권력 인정받는 삶을 다 버리고 자기 내면의 평안과 사랑을 추구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기를 원한다.

몽(夢)자와 관련된 중국 고사(古事)에서 유래된 한자 숙어로 덧없는 한때의 부귀영화를 ‘일장춘몽(一場春夢)·남가일몽(南柯一夢)·한단지몽(邯鄲之夢)’이라고 하며 실현성 없는 공상을 ‘백일몽(白日夢)’이라고 한다. 꿈은 비현실적이고 일시적이며 허무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요즈음 유행하는 꿈이라는 용어는 영어의 dream으로 포부, 희망, 이상, 장래의 꿈이란 의미를 지녀 중국 전통 문학에서 가리키는 꿈의 상징과는 거리가 있다. 꿈은 현실세계와의 괴리를 의미하며 현실을 이탈하여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거나 축소시키며 현실의 긴장을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것을 이완시키는 작용이 있다. 꿈은 문학의 소재로도 많이 다루어졌으며, 당대의 이백과 송대의 소식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꿈에 기탁하여 문학적인 낭만세계를 표출한 대표적인 시인이다. <연의황후> 삽입곡의 가사는 이욱(李煜)의 <낭도사(浪淘沙)>와 일맥상통하는 구절이 있다. 

帘外雨潺潺 주렴 밖 비가 주룩 주룩
春意阑珊 봄기운 쇠잔해지네
罗衾不耐五更寒 비단 이불 새벽의 추위 견디지 못하네
梦里不知身是客 꿈속에서 자신이 나그네 인줄 모르네
一晌贪欢 잠시 환락에 빠졌네
独自莫凭阑 홀로 난간에 기대지 말게
无限江山 끝없이 펼쳐지는 강산
别时容易见时难 헤어지긴 쉬워도 만나기는 어려운 법
流水落花春去也 봄이 흐르는 물에 떨어진 꽃처럼 가네
天上人间 하늘나라와 인간세상이여! 

남당 이욱은 송의 조광윤에게 붙잡혀 포로 신세가 되어 망국 전 화려한 궁궐에서 여인들과 풍류를 즐기던 꿈을 꾸었지만 깨어나는 순간 현재 자신이 포로임을 자각하며 망국의 군주로서 비참한 현실 속에 갇히게 된다. 그는 내면의 극심한 고통과 진실한 감정을 사(詞)에 토로하여 왕국유는 이욱에 와서 사(詞)의 시야가 확대되었고 감개(感慨)가 깊다고 극찬하였다. 이욱사와 <연의 황후> 삽입곡은 끝없이 펼쳐진 조국강산을 바라보며 천당과 지옥에 대한 비유를 표현하였다. <연의 황후>에서는 연인과 함께 천등을 타고 하늘을 날며 드넓게 펼쳐진 조국 강산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마치 지상 낙원에 이른 것 같은 기쁨과 평안을 안겨다 준다.

반면 누각에 올라 머나먼 잃어버린 강산을 바라보는 망국의 군주인 이욱은 조국과 사랑하는 여인을 모두 잃어버리고 군왕에서 포로로 전락해버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과거와 현실의 격차로 생긴 고통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같다고 비유하였다. 현실세계와의 괴리를 벗어나고자 이욱은 꿈을 통해 과거의 연인과의 사랑을 회상하며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고 하는 반면 <연의 황후>는 연인과 함께 구속된 현실세계의 일탈을 시도하며 희망의 품고 꿈을 향해 나간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현실세계의 아픔이나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픈 꿈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문학과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소재로 삼을 것이다. 


김선 | 이화여자대학교 인문과학부 중어중문학전공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