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가 이 세상에 나와도 하루를 살기 힘들다고 하네요…기도해주세요….”
눈물로 목이 메인 음성이 전화 수화기를 통해 들린다. 소수민족 지역에서 사역 중인 젊은 이주선교사 부부의 목소리이다. 태중에 있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못해서, 태어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그 이주선교사 부부는 베이징에서 수십 시간 기차를 타고, 또 버스를 갈아타고 십 여 시간을 간 뒤, 다시 걸어서 한참을 가야하는 곳에 살고 있다. 둘러보면 그저 산봉우리와 계곡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만 보이는 곳이다. 출산을 앞두고 어렵게 대도시의 병원으로 나와 검진을 받았다. 의사는 태아가 이렇게 된 이유로 산모의 영양실조와 과도한 스트레스를 들었다. 이 부부가 이주선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중국 내의 이주선교는 많은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이주선교사들의 주님을 향한 사랑은 참으로 뜨겁다. 말로 만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젊음을 주님께 드리고, 깊은 산 속, 미전도 종족 지역으로 들어간다. 그들을 알아주거나 박수쳐주는 이는 없다. 그들은 그곳에서 고난을 받는다. 그리고 태중의 생명마저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주님께 돌려보낸다. 하나님은 틀림없이 이러한 이주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실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둘 것이기 때문이다(시126:5). 그동안 세 번에 걸쳐 이주선교의 배경, 준비, 그리고 진행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주선교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주선교의 필연성
이주선교의 미래 또한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24장 14절에 “이 천국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고 말씀하신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다른 말로 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이 전파될 것이며, 중국에 있는 소수민족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말씀의 성취를 위해서 분명히 ‘전도의 미련한’(고전1:21) 방법을 사용하실 것이다. 이를 위해 전도자들이 세워지고, 그들의 발걸음이 중국 내의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민족과 종족에게 다다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세상이 종말을 고하기 전에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그렇다면 중국 내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증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필자는 중국에 관한 한, 가장 적합한 방법이 이주선교라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첫째, 해외 선교사들이 갖는 사회 환경적 한계이다. 둘째는, 상대적으로 준비되어지고 있는 중국교회의 존재이다.  이미 중국교회는 자국 내 미전도 종족을 복음화 할 수 있는 상당 부분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중국교회와의 동역
이주선교는 중국인 전도자로 하여금 중국 내 복음화를 감당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그 전도자가 속해있는 중국교회와 긴밀한 동역을 필요로한다. 하지만 그 중국교회의 형태와 종류, 성격이 다양하므로 이주선교를 위한 동역 방법도 차별화되어야 한다. 세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한족 교회와의 동역이다. 무엇보다도 한족 교회는 이주선교에 있어서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뜨거운 열정을 지닌 헌신자들이 많이 있고, 안정된 교회 내의 지도력이 있으며, 중국 전역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교회들이 있다. 이주선교사 후보생들은 성경교육, 신학훈련 그리고 사역 현장에서의 경험을 위해 적지 않은 기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족 교회는 해외 선교사 및 선교단체에 비해 선교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므로 미전도 종족 지역 분석·이주선교사 훈련·파송·정착·접촉점 마련·사역 전개 등 각 부분에 있어서 한족 교회와의 동역이 요구된다.

둘째, 소수민족 교회와의 동역이다. 중국 내의 일부 소수민족은 한족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지나온 시간들 가운데 한족으로부터 겪었던 아픈 경험과 현재 상대적으로 느끼는 사회적 차별감 때문일 것이다. 한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그대로 한족 이주선교사의 사역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소수민족 출신의 이주선교사이다. 이들은 자신이 소수민족임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중국 내 미전도 종족에게 동질감을 준다. 문제는 소수민족 출신의 이주선교사의 숫자가 적다는 데 있다. 중국에는 이미 복음화 되어있는 소수민족들과 소수민족 교회가 있다. 이들은 그동안의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점차 중국과 세계 복음화를 위한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있다. 한국선교사는 이들을 섬기는 한편, 그들에게 선교의 사명을 더욱 고취시킴으로서 소수민족 교회를 동력화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조선족 동포 교회와의 동역이다. 동포 교회도 중국에서는 소수민족 교회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한국선교사들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동일한 혈통과 언어를 가지고 있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주선교의 관점에서 보면, 방금 언급한 소수민족 이주선교사가 갖는 특징에 더하여 한국선교사와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주선교에 있어서 보다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10년 전만해도 중국 동북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던 동포 교회가 현재에는 중국 전역에 세워지고 있다.  성도들이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교회 가운데 상당수가 경제적인 능력을 지니기 시작하였고, 일부는 이주선교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교회에서 이주선교사를 추천할 뿐만 아니라 파송된 이후에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교회도 있다. 그러므로 한국선교사는 동포 교회가 더 이상 피선교교회가 아니라 함께 동역하는 교회로 자리잡아가도록 겸손히 섬겨야 할 것이다.

두 가지 그림
필자가 늘 마음 속에 그리는 두 가지의 그림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주선교사들이 중국 내의 모든 미전도 종족에게로 나아가서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는 그림이다.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Paul Hattaway의 분류에 따를 때, 복음화율 1% 이하의 종족은 380여 개이다. 각 종족에 이주선교사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들어간다면 산술적으로 모두 760명이 세워져야한다. 이 가운데에는 인구가 수백만이 되는 종족도 있음을 감안할 때, 약 1,000여 명의 이주선교사가 파송된다면 중국 내 미전도 종족 복음화를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만한 숫자의 이주선교사들이 파송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일까?  현재 중국의 경제적 성장, 사회적 변화, 중국교회의 역량, 그리고 해외선교사와 선교단체의 노력 등 제반 사항 등을 고려해 볼 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에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은 중국의 도로 교통 상황이 현저하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노력을 기울인 서부 대개발 사업의 가시적 성과 가운데 하나이리라. 덕분에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 번 들어가려면 여러 날이 걸렸던 소수민족 지역도 요즈음에는 하루나 이틀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이 도로를 따라서 이주선교사들이 들어가 하나님의 백성을 찾고, 교회를 세우는 것이 그 첫 번째 그림이다.
두 번째로 마음에 그리는 그림은, 미전도 종족 가운데 세워진 교회에서 새로운 이주선교사들이 세워지고, 그들이 중국 국경을 넘어서 온 세상으로 흩어지는 그림이다. 앞으로의 중국교회는 앞서 언급한 마태복음 24장 14절 말씀을 성취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교회의 놀라운 부흥, 내부적 역량 등 일반적인 내용 이외에 이주선교와 관련한 사항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동일 문화권의 존재이다. 만약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 이슬람 문화를 지닌 민족 가운데에서 이주선교사가 배출된다면 이들이 중동지역의 국가로 건너가서 복음을 전하는데 말할 수 없는 이점을 가지게 된다. 언어 습득은 물론, 문화 적응, 전도 방법 선택에 있어서도 타국 선교사보다 우위에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국경은 미전도 종족이 밀집되어 있는 나라들과 상당 부분 접하고 있다. 이슬람권 뿐만 아니라 불교권, 힌두권 등이 그러하다. 중국 내에는 이들 종교권의 민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격의 종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 종족들 가운데 교회가 세워지고 이주선교사가 배출된다면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전도 종족 국가 복음화에 있어서 타국 선교사보다 월등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둘째로, 가정교회의 존재이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지나면서 중국의 가정교회는 고난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왔다. 이 땅에 있는 대부분의 미전도 종족은 복음화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적대적이다. 그러한 지역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자연히 핍박을 초래한다.  중국교회는 핍박을 당연히 여기고 이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몸으로 체득해왔다. 특히 중국 가정교회는 셀 형태로 되어져 있다. 이러한 교회는 십자가가 달려있는 예배당 건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운을 입은 성가대나 좋은 음을 내는 피아노가 없어도 된다. 일정한 규모가 있는 단체를 제외하고는 고정적인 사례금을 받는 전임교역자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교회 내에는 말씀과 기도, 성례와 교제, 양육과 전도가 존재한다. 교회로서 지녀야할 거의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복음에 대해 적대적인 미전도 종족 지역에서도 충분히 교회가 세워지고 그 교회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셋째, 화교 공동체의 존재이다. 사도 바울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지역에 가면 먼저 회당을 찾고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개종자를 출발점으로 하여 교회를 세웠다. 현재 화교 공동체는 거의 모든 국가에 형성되어 있다. 중국의 국력 신장과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중국을 떠나 화교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는 그리스도인들 있다.  그들은 화교 공동체 안에 교회를 세운다. 앞으로 중국교회로부터 파송된 이주선교사들은 화교 공동체 내의 교회와 협력하여 해당 국가에 있는 미전도 종족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마무리
2006년에 개최된 세계선교대회에서 한 발제자는 미전도 종족 선교에 대해 언급하면서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모두들 미전도 종족 선교를 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중국 내 미전도 종족 선교도 꾸준히 진행되어왔고, 그 열매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 열매의 양에 있어서는 그다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제 탁상공론과 수많은 세미나 및 포럼에서의 외침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행함이 없는 목소리’ 보다 ‘실제적으로 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 행동에 있어서도 단회적이거나 아마추어적인 접근이 아니라 중국 현장에 맞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중국 내 미전도 종족 복음화를 위해 이주선교라는 좋은 지팡이를 마련해주셨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 지팡이를 들고 홍해와 같이 펼쳐진 미전도 종족을 향하는 여러 형태의 발걸음이다. 이주선교를 진행하시는 선교의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린다. 그동안 이주선교에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 여러분과 졸고를 싣도록 허락해주신 <중국울 주께로> 편집진에게 감사 드린다. 아울러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거나 이주선교에 함께 하기를 원하는 분이 있다면, 중국어문선교회에 문의해주시기를 바란다.


최한빈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