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첫 만남
내가 위구르족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때는 10년 전의 일이다. 중국을 품고 기도하기 시작한때보다 1년 먼저였다. 그 후 한참이 지나서야 위구르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일학교 시절, 지금은 T국에서 사역하고 계시는 선생님을 통해서 선교집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 집회를 통해서 이슬람권의 미전도 종족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는 영혼이 많다는 사실은 그때 당시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선교집회를 다녀온 이후 위구르족을 잊지 않고 중보하기 위해 내 방 한 곳에 그들의 생활모습이 담겨져 있는 엽서 몇 장을 붙여 두었었다. 그때 당시에도 엽서를 보며 생긴 모습은 달랐지만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입견
2005년 1월, 중국을 품고 이 땅을 밟게 되었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느낀 것 중 하나는 많은 한족들이 위구르족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주변에는 항상 소매치기가 있기 마련인데 그 중의 대다수가 신장사람(위구르족)이다. 위구르족은 한족과 생김새와 말투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인이 아니더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 위구르족이 운영하는 신장식당이나 양꼬치 가게에서 한족들이 위구르족을 무시하는 모습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나도 모르게 위구르족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슬람을 믿고 있고 있어서 문화나 생활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며
신장지역은 중국인들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이다. 중국에 속해있지만 중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의 신장은 지역적으로도 한족들이 살고 있는 곳과 많이 떨어져 있어서 충분히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단기여행지역이 신장이라는 것을 알고, 신장에 대해 기본적인 사항을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신장과 위구르족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그들의 사진들을 보며 10년 전 내 방에 있었던 엽서가 떠올랐다. 그때서야 내가 오랜 시간동안 그들에 대해 잊고 지내왔고, 그들은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미전도 종족이자 중국의 소수민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에 대한 자료들을 보며 더 기대가 되고 기쁜 마음으로 단기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을 찾아가는 길
우리는 T지역에 살고 있는 위구르족을 찾으러 갔다. 릴레이 중보기도를 하며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에게 처음주신 마음이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6:33).'는 말씀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조가 무엇을 잘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주님께 내려놓고 우선순위를 주님께 두기를 원하셨다.
T지역에 도착한 다음 날, 우리가 가야할 지역을 위한 여러 교통편들을 수소문 해보았지만, 그 지역은 길도 없고, 며칠 전 내린 많은 비로 인해 도로가 많이 유실되어서 위험한 지역이라 했다. 또, 작년에 그 지역을 찾아갔던 중국인 몇 명이 사고로 죽었으니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현지에 있는 운전기사들이 이야기하였다. 그러기를 2시간여, 조장인 나로서는 결정을 내려야했다. 다시 한 번 아침에 주셨던 민수기 13장 말씀, 가나안 땅에 정탐꾼을 보내면서 그 정탐꾼들이 맡게 될 임무들과 하나님께서 그들을 어떻게 위로해주시면서 보내셨는지 묵상했다. 하나님께서는 어떠한 환경 가운데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어려운 환경 가운데 사람들의 말에 의지해 나아가기 보다는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기 원하신다고 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찾아가야 될 지역을 알고 있다는 기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와 함께 떠났다. 차를 타고 10여 분이 지났을 때, 우리 조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황량한 천산산맥과 비포장도로, 게다가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타고 가는 차도 고장이 났다. 차를 수리하는 동안 우리는 함께 찬양을 하며 앞으로의 모든 일정과 환경에 대해 기도했고,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비도 그치고, 차도 수리되어 다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가면서‘하나님, 이런 척박한 땅도 하나님께서는 관심을 갖고 계세요?' 라고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준비모임 강의를 통해서 이 땅은 이미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살았던 땅이었고, 교회도 세워졌던 지역이었지만, 이슬람에게 빼앗긴 땅이라고 들었다. 위구르족을 찾아가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이곳도 내 땅이다. 저들도 내 백성이다.'라고 말씀해주시며 그들을 사랑으로 품을 것을 말씀해주셨다.
차를 타고 30분 정도를 더 들어갔을 때, 기사는 더 이상은 못 들어가니 이제부터 걸어서 가야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천산산맥 한 복판을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아무리 걸어도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급해지고, 밤9시가 되었음에도 마을을 찾지 못하였다. 5시간을 걸어서 들어온지라 다시 돌아서 나가기에도 힘든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천산산맥에서 하루 묵을 곳을 찾아야 했다. 걸어오는 도중에 보았던 몇 개의 동굴도 떠올랐다. 우리가 걸어갈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걸어갔다. 하지만, 며칠 전 내렸던 폭우로 인해 길이 끊겨있었다. 맞은편에 동굴 같은 것이 보여서 그곳에서 오늘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끊어진 길을 잇기 위해 조원들이 힘을 합쳐서 징검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웬만큼 큰 돌이 아니면 물살로 인해 돌이 쓸려 가버렸다. 밤10시가 가까워지니 해도 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지쳐있었다.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지프차 한 대가 나타났다. 우리는 모두 그 차를 발견하고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라며 기뻐하고, 감사의 고백을 드렸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차는 한 달에 한번 밖으로 나가는데 바로 오늘이 그날 이었다. 또, 차에 타고 있던 3명 모두 우리가 그토록 찾았던‘위구르족??이었다. 차에 타고 계시던 위구르족 할아버지 한분께 부탁을 드려서 그분의 댁에서 하룻밤 묵기를 청하였고, 그분이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천사의 집에서
할아버지 가정은‘구리(古?)'라는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인 구리의 남동생, 아버지와 고모, 할아버지, 할머니 6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하는 동안 우리는 미안할 정도로 후한 대접을 받았다. 구리의 가정은 한족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함께 살고 있었고, 한족과 위구르족의 갈등은 거의 없다고 하였다. 또, 가족 대부분이 표준어(普通話)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서 그들과 교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할아버지는 방목을 하셨고, 구리의 아버지는 포도농장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고 하였다. 구리가 다니는 학교에는 한족학생들만 있는 반과 위구르족 학생들만 있는 반이 따로 있고, 한족과 위구르족이 함께 수업을 하는 반도 있지만 대부분의 위구르족 학생들은 부모님의 뜻에 의해서 위구르족 반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하였다.
이슬람을 믿는 가정이었지만 그들의 신앙은 그렇게 깊어보이지는 않았다. 그들도 말하기를 위구르족의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을 믿기 때문에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하였다. 그 가정을 떠나기 전에 그분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며 그들을 축복하고,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잘 들어주었다. 비록 그들이 그 자리에서 영접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전한 복음의 씨앗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가정에 역사하실 것이라 믿는다.
간절한 소망을 담아
이번 단기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게 되었다. 먼저, 어떠한 환경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과 지식으로 인해 자만하거나 또 사람들의 말들로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10년 전 위구르족을 알게 된 후 한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왔지만, 하나님께서는 한순간도 잊지 않으시고 그 땅과 위구르족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며 그 땅에 복된 소식을 전할 자들을 찾고 계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중국 땅에 불러주셨고, 또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신강위구르자치구! 그 땅을 향한 우리의 끊임없는 기도와 복음 전파를 통해 하나님의 교회가 그 땅 가운데 수없이 세워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또한 앞으로 위구르족과 그들을 위해 헌신하며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님들을 위한 중보자로 살아가길 다짐해본다.
오대산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