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역사를 써 내려오면서 주로 종교에 치중하여 서술해 왔다. 쏭쨘감뿌의 통일왕국 이후 불교국가화 된 계기 등 워낙 티베트의 역사에서 불교를 빼고 말할 수 없다 보니 주로 불교에 대해 서술하게 되었다. 종교에 대해서는 현 달라이라마와 반챈라마에까지 언급하였지만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는 왕족의 분열과 정교합일의 정치세력이 등장한 것까지만 다루었다. 이번 호에서는 정치적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통권 99호에서 처음 이 글을 시작했을 때 밝힌 이 연재의 목표는 현재의 티베트의 상황은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가를 밝히면서 현 티베트의 상황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티베트의 정치적 상황을 현재와 연관 지어 살펴 볼 때 이제 우리의 남은 관심사는 당연 이 고원의 민족과 중국과의 관계이다. 사실 티베트는 역사적으로 모든 면에서 인도와 더 가까웠다. 언어 면에서나 정치적으로도 인도와 깊은 관계를 갖고 살아왔다. 이번 호에서는 티베트와 중국이 처음으로 정치적 관계를 갖게 된 청나라 시절부터 발생한 중요 사건들을 역사 속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 참고서적 외에 서강대학교의 김한규 교수가 편집한 <티베트와 중국>이라는 책을 참고하였다. 이 책은 티베트와 중국의 역사적 관계에 관해 중국학자와 친 중국적인 티베트인 학자의 견해, 그리고 티베트의 독립을 주장하는 외국학자와 중국의 반체제 학자들의 견해를 중요 역사적 사안에 따라 각기 주장을 기록하고 비교하고 있다.

중국의 관점-복속관계
중국 측에서 주장하는 중국과 티베트와의 복속관계는 청나라 강희제(1720년 가을)7대 달라이라마를 데리고 청군이 라싸에 들어 온 것을 시점으로 한다. 1682년 5대 달라이라마가 죽고 당시 썽지지암초가 5대 띠쓰로 일하면서 티베트에서의 몽골 호쇼트 세력의 강화를 막기 위해 15년간 이 사실을 숨기다가 1697년 이 사실을 밝혔다. 1705년 그는 호쇼트의 라짱 칸에 의해 피살되었고 결국 티베트에서 호쇼트의 지위는 더 확고해졌다. 

썽지지암쵸가 세운 6대 달라이라마를 호쇼트의 라짱 칸과 청조 강희제가 동맹하여 달라이라마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폐위시키고 자신들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달라이라마를 앉히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런 무모해 보이는 계획이 통할만한 상황이 있었는데 6대 달라이라마가 궁을 떠나 시내를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은밀히 자기가 머무는 거처로 여자들을 불러 들였으며 승복을 벗고 속인들이 입는 비단옷을 걸치고 다녔다고 한다. 이 6대 달라이라마에 대해 <장족통사(藏族通史)>를 지은 더롱(德?)은 단 몇 줄만 언급하고 있다. 청 정부가 폐위시켰지만 티베트 사람들은 반대했으며 지금껏 사람들은 티베트 최고의 시인이라는 말로 그에 대해 평가한다. 정치나 종교적 업적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이 ‘모든 티베트 사람들이 영원히 존경하고 기억할 걸출한 인물로 가치가 있다'는 후대학자들의 평가는 너무 공허하다. 그만큼 티베트 사람들이 볼 때에도 중요한 때에 제 역할을 못한 달라이라마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행태는 청조의 강희제나 호쇼트가 그를 폐위시키는데 구실을 제공하였고, 1706년 호쇼트의 병사들이 그를 포탈라 궁에서 납치하였고 그는 호송을 당하다가 청하이호 근처에서 사망하였다. 그리고 라짱 칸은 새로운 6대 달라이라마를 세웠다. 물론 티베트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때 6대를 이어갈 아이를 찾아내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라짱 칸은 병사를 보내어 아이를 죽이려고 한다. 그리고 티베트인들은 이 아이를 보호해달라는 편지를 강희제에게 보내게 된다. 한편 티베트승려들은 라짱 칸의 독주를 막기 위해 호쇼트와 대립관계에 있던 또 다른 몽골족 준가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1717년 10월 준가르는 라싸에 들어와 라짱 칸을 죽이고 그가 세운 가짜 6대 달라이라마도 폐위시킨다. 

이때 청군이 보호하고 있던 7대 달라이라마는 칭하이성 시닝의 껌범(쿰붐사원, 塔爾寺)에 있었는데 그를 데리러 오겠다고 나선 준가르는 청군에게 패한다. 이 사건으로 티베트 사람들이 준가르를 불신하게 되고 결국 그들을 쫓아내게 된다. 그리고 1720년 7대 달라이라마를 호송한다는 핑계로 청군이 라싸로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말이 호송이지 7대 달라이라마를 인질로 삼아 청군이 티베트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라고 생각한 티베트인들과 몽골은 완강히 저항하였다.(더롱, 217쪽). 

이렇게 하여 청조와 티베트는 직접적인 정치관계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중국 측에서 보는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직접 통치 내지는 티베트는 중국의 한 부분이라는 주장의 근거이다. 어떤 이는 당나라 시절이나 원나라 때까지로 그 역사를 더 끌어 올리려는 시도를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이제까지 간단히 살펴 본 티베트 역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야말로 아무 근거 없는 억지이다. 국가관계에서 군대가 들어가야 상대국에 대한 지배권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 1720년에 청나라의 군대가 라싸에 들어간 것이 소위 복속관계의 시점으로 보아야 한다. 이때부터 티베트고원은 중국의 영토인데 잠시 열강에 빼앗겼다가 공산화 이후 다시 찾아왔다는 것이 중국학자들의 주장이다.

중국과 상반되는 티베트의 관점
티베트 입장에서는 이때도 복속관계가 아니었다고 본다. 후에 네팔의 군대가 티베트에 침공했을 때에도 티베트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청조는 군대를 파견하는데 그들이 들어 와서 네팔의 침입보다 더 큰 피해를 주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티베트에서는 청의 대신과 군대의 착취와 내정간섭에 항의하며 청나라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벽보와 전단이 유포되기도 했다(김한규, 128쪽).  

1723년에는 암도지역의 티베트와 몽골 부족들이 연합군을 조직하여 시닝(西寧)으로 쳐들어간다. 청군은 깐쑤(甘肅)와 칭하이, 쏭판(松潘) 등에서 10만 명의 군대를 데려와 진압하는데 이 때 껌범(타얼쓰)을 비롯한 유명한 사원들이 불타 없어지고 승려들을 죽였다. 티베트에 청이 세운 왕이 잠시 존재하였었지만 1750년에는 그 왕에 의해 티베트에 주둔하고 있는 청의 대신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1751년 7대 달라이라마가 다시 정치와 종교의 대권을 장악하게 된다. 

그 사이에 달라이라마를 대표로 하는 티베트정부와 백성들, 그리고 청나라 사이에 이런 갈등과 모순이 계속되었다. 1791년에 네팔이 티베트를 침공하는데 이를 돕기 위해 청군이 들어오고 1793년에 <장내선후장정(藏內善后章程) 29조>라는 황제의 칙령을 발표한다(더롱, 230쪽). 그 1조가 바로 달라이라마 등 중요 라마를 선택할 때 금병추첨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측에서는 이것이 바로 티베트에 대한 청조의 지배권 강화라고 본다. 하지만 고위 라마는 원래 여러 후보자 가운데 제비뽑기를 하여 선출하는 전통 방식을 사용해 온 티베트 입장에서는 이것이 새로운 것도 아니며, 황제가 특정 후보를 선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라는 면에서 별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1792년에 티베트를 도와 네팔을 물리치는 전투에만 당시 청조는 총 세수의 4분의 1을 사용하였으니 재정 부담이 큰 청조에서는 장정을 만들어 관리상 약간의 도움을 제공함으로 티베트를 강대하게 하여 재정 부담을 줄이려고 꾀하였다고 본다(김한규, 141쪽). 

라다크가 인도의 침공을 받고 사람을 보내 라싸에 와서 도움을 청할 때 청의 대신이 거절하였고 1844년 라다크가 멸망함으로 원래 티베트의 영토였던 라다크는 914년 동안 33명의 왕을 끝으로 인도에게 복속되었다. 정말 자기 영토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대처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이 시기에 많은 외국인들이 티베트 지역으로 들어왔다. 이것에 대해 티베트 쪽에서 강하게 반대하여 청 황제에게 이 문제에 대해 성명을 냈다. 17세기 이래 외국인들이 선교와 관광, 과학탐험, 무역 등의 목적으로 들어 왔지만 청나라는 외국인과 불평등 조약을 맺고 외국인들이 언제든지 중국에 들어와 학교를 세우거나 공장을 세우거나 무역을 하며 선교를 하도록 허락했었고 티베트로 오고자 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티베트 정부로 하여금 접대하기를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달라이라마나 백성들이 반대하여 앞으로 어떤 외국인도 티베트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때가 1879년이다.  

사실 이때 청조는 라싸에 한 두 명의 대신과 소수의 군대를 남겨 두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긴 했지만 중국 내지의 다른 지역처럼 성(省)으로 편입시키고 직접적인 통치를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18세기 말부터는 중국 자신도 외국 열강의 침략을 받게 되면서 티베트에 대한 영향력을 거의 상실하기에 이르렀고 티베트가 외적의 침입을 받아 위기에 처해 청나라에 지원을 요청했는데도 거기에 응하지 못할 정도였다(김호동, 54쪽). 따라서 티베트 사람들이 청나라의 지배를 받았다고 생각할 리는 만무했다. 

인도를 식민지로 삼은 영국 제국주의 세력은 인도와 티베트의 변경에 있던 네팔, 시킴, 부탄 등을 차례로 그 세력권 안에 편입시킨 다음 티베트를 침공하여 ‘라싸조약'이라고 부르는 불평등조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티베트는 19세기에 이웃 나라들과 조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당시 국제사회에서 티베트를 하나의 독립된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이런 조약 체결에 청은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밑에 설명하겠지만 두 나라의 관계는 정치적 관계가 아닌 종교적 관계, 즉 단월(檀越)관계 그 이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때는 이미 청조는 티베트를 도와 줄 힘이 없었다. 1895년 일본에 패배하면서, 청조가 티베트를 후원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던 것이다. 

이때 티베트는 13대 달라이라마가 티베트의 세속권력도 장악하여 ‘위대한 5대' 달라이라마처럼 청의 황제를 자신이 시주자(施主者) 이상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는 1895년 8월 8일부터 1934년 죽을 때까지 티베트를 통치하였다. 청조의 무기력화는 열강의 침입을 불러왔고 티베트를 노리는 어려운 시기에 13대 달라이라마는 티베트를 잘 통치하였다. 

1904년 영국군이 티베트를 침공한 사건이 일어난다. 이때 청조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청나라가 티베트를 자국의 영토라고 생각했으면 그 침략에 대해 대항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맺어진 라싸조약에서 티베트가 조약당사자가 되었다. 그 조약에서도 청나라의 티베트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배제되었다. 이렇게 볼 때 이때의 티베트는 청나라와 관계없는 완전 독립국 상태에서 영국의 속국으로 전환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1908년 13대 달라이라마는 베이징으로 초청을 받았다. 청측은 신하로서의 예를 갖추라고 강요하였고 달라이라마는 그런 요청을 거부하였다. 그리고 1910년 청의 사천주둔군이 라싸를 침공한다. 그리고 청 황제는 1910년 2월 25일 달라이라마의 책봉을 철회하며 그 후계자를 찾는다고 공포하였다. 이것은 청과 티베트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바꾸어 놓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김한규, 197쪽).  

중화민국의 성립과 반챈라마
청과의 관계 악화로 13대 달라이라마는 1910년 2월에 인도로 망명하였다가 1913년 1월 라싸로 되돌아 왔다(더롱, 251쪽). 이 사이 중국은 청조가 무너지고 중화민국이 세워진다. 달라이라마가 망명하고 있던 시기에 청조는 9대 반챈라마에게 티베트를 통치할 것을 요청했다. 이때 반챈라마는 거절하였으면서도 라싸로 와서 달라이라마의 자리에 앉기도 하였다.  이런 관계 때문인지 대다수 티베트 사람들이 청군이 티베트에 들어오는 것을 강력하게 항거하는 때에 반챈라마는 오히려 청군을 도와주었다. 달라이라마가 되돌아 온 뒤에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달라이라마는 반챈라마에게 은 4만 량의 벌을 내렸다고 한다(더롱, 252쪽).

5대 반챈라마부터 9대에 이르기까지 청 정부의 사랑을 받아 온 반챈라마는 청정부의 몰락으로 기댈 곳이 없어지자 위와 같은 관계의 악화로 인해 1923년 11월 15일 밤 티베트를 떠나 칭하이성(淸海省)과 란저우(蘭州), 시안(西安)을 거쳐 베이징(北京)으로 간다. 그리고 난징(南京),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등을 다니면서 설법(說法)을 하였다. 이때는 마침 국공내전 시기여서 반챈라마는 몽골로 가서 설법을 하였다. 1928년 국민당 정부가 난징에 세워지자 반챈라마는 1932년 난징으로 오고 장제스(蔣介石)는 그에게 관직을 준다. 그리고 그로 하여금 티베트로 돌아가 티베트인들을 국민당 쪽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라는 임무를 준다. 

이러는 사이 1933년 12월 13대 달라이라마가 원적(圓寂)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민당 정부는 반챈라마의 지위를 높이고 그를 통해 티베트를 통제하려고 했다. 그래서 1934년 1월 반챈라마를 국민정부위원으로 임명한다. 그는 1937년 티베트로 돌아가는 길에 칭하이 위수(玉?)에서 원적한다. 이렇게 15년간의 중국 망명 생활을 보냈다.

티베트는 독립 국가
13대 달라이라마의 조문 사절단으로 황모송이 오는데 이 때 티베트는 중국이 티베트를 독립된 존재로 간주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을 천명하고 앞으로 중국이 티베트를 외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할 어떤 책임이 있다는 제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면서 티베트는 독립 국가이고 그러한 일을 스스로 처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달라이라마의 환생에 대해서도 중국인이 간섭할 위치에 있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1937년 14대 달라이라마가 결정되고 1940년 2월 22일에 좌상식을 거행했다. 중국인들은 중국의 사절단 대표 오충신이 달라이라마의 좌상식을 주관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이 때 오충신은 티베트에 여러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하였지만 티베트 정부는 일체를 거절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우리는 청조 말과 청 멸망 이후 중국의 내전 혼란기에 중국이 티베트에 어떤 정치적 주권행사도 없었으며 심지어 외부의 침략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 등을 통해 그 시기에 티베트가 독립된 국가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결론은 결국 중국이 공산화가 된 이후 인민군이 라싸에 들어간 것이 인민을 해방시키고 국토를 찾기 위함이었다는 중국측의 주장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1949년 7월 8일 에는 티베트 정부가 라싸에 주재하는 국민당 정부의 관리들에게 인도를 거쳐 티베트를 떠나라고 요구하였다. 당시 약 200명의 중국인들이 있었는데 7월 11일을 시작으로, 17일, 20일 세 번에 나누어 티베트와 인도의 접경지역까지 이들을 호송하였다. 이렇게 티베트 안에서 중국인들이 완전히 추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적인 분위기는 공산당이 국민당을 몰아낸 후 급변한다. 이 당시의 티베트의 분위기와 티베트에서 일어난 사건은 달라이라마의 회고록 《티베트, 나의 조국이여》에 잘 나와 있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청나라와 중화민국, 국공내전과 공산화를 거치는 중국과 티베트와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면 역사 속에서 보는 이들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서 학자들은 단월(檀越)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김한규, 110쪽). 이것은 불교와 중앙아시아에만 존재하는 종교-정치적 제도로서 공시(供施)관계를 뜻한다. 즉 청의 황제는 시주(施主)로서 후원자이고 티베트의 달라이라마는 성직자인 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 관계에는 어떤 정치적 종속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대등하고 독립적인 관계였던 것이다. 그래서 청조가 무너지고 황제와 달라이라마와의 특수한 관계가 소멸되자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측에서는 공산당 정권 이후 티베트가 원래 중국의 일부인 것을 주장하다 보니 이런 입장의 차이로 인해 충돌이 빚어지게 되었고, 이에 대해 힘으로 대항할 수 없는 달라이라마는 망명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중국인들은 티베트 사람들이 중국인들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티베트 지역으로 사역하러 오는 중국인 사역자들이 사역에 어려움이 있다. 어떤 한족 사역자는 티베트인과 후이(回)족에게 영적 부담을 갖고 열심을 내어 복음을 전하는데 열매가 없다며 안타까워한다. 우리들이 이들에게 두 민족 간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민족의 역사이해에 대한 시각차를 극복하고 그들의 편이 되고 친구가 되어 지나간 과거의 많은 상처들, 특히 최근 문화대혁명 때 있었던 상처들을 감싸 안아 주어야 그들의 마음을 열리게 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1950년 이후 티베트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거나 말하기를 꺼려한다. 그런 책은 중국 내에서 출판될 수가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뜻도 있지만 1950년에 티베트라는 나라는 멸망했기 때문에 더 이상 티베트의 역사는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같은 역사적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많이 다르지만 티베트에서 만난 사람들의 증언을 들으며, 또 현실에서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나는 침략자 중국인의 시각을 버리고 티베트인들의 눈으로 이 전환기의 역사를 보기로 하였다. 한국 역시 외세의 침략을 힘겹게 버티며 독립 국가를 기적적으로 일구어 내었기 때문에 약소민족에 대한 연민을 느껴서일까? 티베트 민족은 언제 독립할 수 있을까? 아니 과연 독립을 할 수나 있을까? 나아가 이 민족은 언제 영적 독립을 이룰 수 있을까?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아픔에 동참하고 함께 울며 끌어안을 때 이들이 우리를 친구로 받아들일 것이다.





유은식 | 전 티베트 선교사, 현 산돌성결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