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제외한 7명이 전격 퇴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치국 상무위원은 3～4명 퇴진설이 유력했으나, 계파 간 막후 절충 끝에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하는 것으로 급선회했다. 오는 10월 15일 열리는 제17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7전대)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집권 2기 출범을 선언하면서 정치국 상무위원을 대폭 교체하는 쪽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의 협의 끝에 향후 5년 동안 당의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새로운 인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쩌민 전 주석은 지도부 인선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으나, 이번 인선에서도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잔류할 것으로 전해졌던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태자당(太子黨·전직 고위관료 자제)이며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고위관료)의 대표주자인 쩡칭홍(曾慶紅) 국가 부주석의 퇴진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우 위원장과 쩡 부주석은 나이 문제(계급 정년 70세)로 퇴진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의 인사를 도맡아오면서 제17전대 실무 준비 위원장까지 맡았던 쩡 부주석의 경우 용퇴를 결심하면서 측근들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강력하게 밀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번 정치국 상무위원 인사를 대폭 개편하면서 장쩌민 전 주석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17전대에서 후 주석의 ‘과학발전관'과 '조화사회론'을 공산당 당헌에 삽입할 경우, 후 주석의 입지는 장 전 주석과 같은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계파 간 조정을 거쳐 내정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12년 후진타오 주석 이후 제5세대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다.

후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청단이 예상대로 약진한 것으로 보인다. 공청단 제1서기를 지낸 리커창(李克强·52) 랴오닝(遼寧)성 당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청단 출신인 리위안차오(李源潮·57) 장쑤(江蘇)성 당서기도 다크호스다. 공청단 제1서기 출신인 왕자오궈(王兆國·66) 전인대 부위원장은 나이로 은퇴할 예정인 우관정(吳官正)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태자당으로는 위정성(兪正聲·62) 후베이성 당서기와 시진핑(習近平) 상하이 시당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위 서기는 마오쩌둥(毛澤東) 부인 장칭(江靑)의 남편이었던 황징(黃敬) 전 톈진(天津) 시당서기의 아들이다.

상하이방 후보로는 장쩌민 전 주석의 총애를 받았던 저우융캉(周永康·65) 정치국원 겸 공안부장이 거론되고 있다. 저우 부장은 석유회사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석유부 출신의 쩡칭훙 국가 부주석과도 인연이 깊다. 장더장(張德江·61) 광둥성 당서기도 거론되고 있다. 김일성 대학 유학생 출신인 장 서기는 경제가 발달한 저장(浙江)성과 광둥성에서 각각 당서기를 지내면서 현지 지방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이 7명에 이를 경우 제5세대 지도부의 대표주자는 현 단계에서 특정되기보다는 후진타오 주석의 당 총서기 임기가 끝나는 2012년까지 업무 수행 능력에 따라 최종 낙점이 이뤄질 전망이다.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