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중국에 갔다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선교기관에서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한 농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얼굴이 검고 건장해 보이는 그곳의 실무책임자가 대단히 밝은 얼굴로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그 분의 억양, 어투, 어휘가 현지인과 비슷하여 처음에는 재중동포인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고 한국에서 간 분이었습니다. 그 분에게 외롭거나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는데 꾸미는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도사(道士)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도사님'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나는 '족탈불급(足脫不及)!'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중국에 갈 때 중국기독교의 역사에 대한 책과 재중동포들의 역사에 대한 책을 두어 권 가지고 가서 읽었습니다. 어디 갈 때 그곳과 관련된 책을 가지고 가서 읽으면 독서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체험하곤 합니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중국의 성도들, 그리고 동포들이 겪은 고난의 발자취가 새삼 실감 있게 가슴에 파고들었습니다. 날로 변해가는 중국의 거리를 걸으면서 ‘중국 안팎에서 누가, 이 고난의 역사를 얼마나 기억해 줄 것인가!' 라고 생각하며 쓸쓸해지는 마음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 머무는 동안 호텔에서 40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교회의 새벽기도회에 여러 번 참석하였습니다. 호텔에서 너무 이른 시간에 예배복장을 하고 나가면 이상하게 여길 것이 분명해서 다섯 시가 좀 넘어 운동하러 가는 척 하고 나갔기 때문에 교회에 도착해 보면 예배는 이미 끝난 시간이었는데 많은 성도들이 남아서 흐느껴 울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교회 로비의 벽에 “오늘은 중국을, 내일은 세계를!' 이라고 큼직하게 써 붙여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기선교의 계절입니다. 올해는 중국선교 200년의 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잘 준비해서 좋은 단기선교가 되기 바랍니다. 제약이 많은 중국에서 단기선교를 하려면 안전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입니다.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도 올해 단기선교는 중국으로 가기로 하고 팀을 구성하여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호는 ‘선교와 문화'를 특집으로 했습니다. 이 「중국을주께로」를 발행하고 있는 중국어문선교회의 한 자매선교기관은 '중국민족의 복음화, 중국교회의 하나님 나라화, 중국문화의 그리스도화'를 표어로 하고 있습니다. 선교에서 문화는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더위가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오지의 농장에서 만난 그 분의 얼굴은 이 여름에 얼마나 더 검어질까 궁금해집니다.
여름 더위보다 더 뜨거운 선교열기로 이 더위를 이기는 동역자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유관지ㅣ 발행인, 목양교회 담임목사,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