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권력 3위인 원자바오(溫家寶, 65) 총리가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홍콩 언론들이 일본 교도(共同)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는 10월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체제의 2기 출범을 선언하는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터져나온 원 총리 사임설은 향후 중국 최고 지도부 개편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중국 공산당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원총리가 하루 4시간 밖에 잘 수 없을 정도로 업무가 과다한 총리직은 5년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내년 3월 총리직을 연임할 뜻이 없음을 측근들에게 비쳤다고 전했다. 아직은 마땅한 후임자가 없는 만큼 원총리가 사의 표명과는 달리 계속해서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 서열 2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으로 옮길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원 총리가 눈치를 보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성격에 비춰보면 업무가 많다고 해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일종의 핑계” 라며 “실제 이유는 당내 다른 파벌의 정치적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원 총리 퇴진설에 따라 공산당 권력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의 개편이 한층 관심을 끌게 됐다. 정치국 상무위원이 현재 9명에서 차기 지도부에서는 7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고리로 대대적인 물갈이,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서열 6위인 황쥐(黃菊) 상무 부총리는 지난 6월 2일 세상을 떠났다. 서열 7위인 우관정(吳官正)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와 서열 9위인 뤄간(羅幹) 당 중앙정법위 서기가 계급 정년(70세)을 넘겼거나 근접해 있어 퇴진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리창춘(李長春) 당 중앙 이데올로기 담당 서기 등 상하이방(上海幇) 인사들이 후진을 위해 용퇴한다는 명목으로 퇴진할 경우 남아 있는 최고 지도부는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쩡칭홍(曾慶紅) 부주석 정도에 불과하다.

베이징 외교가는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은 후 총서기 권력기반인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과 태자당(공산당 간부 자제)을 주축으로 형성하되, 상하이방이 일부 지분을 챙기는 등 당내 계파 지분에 따라 배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주석의 직계 인맥으로 공청단 간부를 지낸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당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해 ‘포스트 후진타오’를 겨냥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공청단 간부 출신인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江蘇)성 당 서기와 공청단 출신이면서 동시에 태자당인 류옌둥(劉延東) 당 중앙통일전선부장은 ‘여성 프리미엄’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유력 후보에 거론된다. 

태자당인 위정성(兪正聲) 후베이(湖北)성 당 서기와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나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아끼는 장더장(張德江) 광둥성 당 서기와 저우융캉(周永康) 공안부장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베이징의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예상을 뒤엎는 대대적인 지도부 물갈이 인사가 예상된다”면서 “오는 8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등 지도부들의 막판 의견 조율을 거친 뒤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 경향신문